6년전 짝사랑하던 남자가 사랑꾼이었다
by.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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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잠을 자려고 누웠지만 머리가 복잡해 잠이 안온다. 핸드폰을 들고 네이버 검색창에 '고보결'을 검색해본다.
88년생..이면 33살.. 쌤이랑 6살 차이밖에 안나네..
인스타계정도 뜨길래 링크를 눌러 들어가본다.
많지 않은 게시물들중에 셀카도 있길래 게시물을 눌러 확인해는데 진짜 예쁘다. 이런 사람이 선생님한테 왜 연락했을까. 도대체 둘은 무슨 사이일까..
아직 둘이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남자친구의 전여친 sns를 염탐하는 기분이다.
사진을 다 훑어 본 뒤 검색창에 '고보결 열애설'을 쳐본다. 혹시나 뭐라도 나올까 싶어서..
기사에는 뭐가 없지만 한참 스크롤을 내리다보니, 2년전에 누군가 쓴 글이 눈에 띈다.
'고보결 일반인 남친 ㅈㄴ 잘생김'
글을 눌러 들어가보면 어떤 남자랑 지나가는 걸 봤는데 키도 엄청 크고 어깨는 넓고.. 잘생겼다는.. 직감적으로 선생님 얘기라는 걸 알았다.
댓글에도 목격담이 많은 걸 보면 엄청 티내고 다녔나보네.. 괜히 더 봐도 나만 손해라는걸 알지만, 쓸데없는 궁금증 때문에 하나하나 읽고 있다.
'나도 봤는데 남자 눈에서 꿀 떨어짐'
'나같아도 저런 여친 있으면 인생 바칠듯ㅋㅋㅋㅋㅋ'
ㅋ.... 그렇구나.. 뭐랄까.. 굉장한 tmi를 알게 된 기분.
괜히 짜증이 나서 핸드폰을 침대 한구석에 집어던지고 억지로 눈을 감아 잠을 청한다.
잠이 드는것도 잠시, 거의 30분에 한 번씩 깨어 핸드폰을 확인한다. 새벽 5시가 넘어가도록 선생님은 연락 한 통이 없다. 대체 뭘 하길래.
그렇게 밤을 새고 아침이 됐지만 학교를 나갈 기분이 아니기에, 성우에게 문자를 남긴다.
[나 오늘 안갈래]
[그래. 오늘은 특별이 이 엉아가 대리출석 해드림! 대신 이따 나랑 밥 먹어줘]
[언제?]
[학교 끝나고 너네 집 앞으로 갈게]
[그래]
.
집에 있으면 혼자 우울하게 있을 걸 알았는지 날 밖으로 불러 낸 성우가 만나자마자 마카롱을 내민다.
"뭐야?"
"너 돼지라서 기분 안좋을때 이런거 먹잖아"
"..말을 해도 꼭"
"ㅋㅋㅋㅋㅋㅋ"
"고맙진 않아!!"
"웅. 나도 오다 주웠어"
낯간지러운건 절대 질색하는 나랑 성우만의 표현법이다.
.
성우랑 밥을 먹고 있는데 어제 데려다준면서 번호를 따간 지훈삼촌한테서 카톡이 온다 .
[여름씨 바빠?]
[밥 먹고 있어요 ㅎㅎ]
[아. 혹시 정해인 좋아해?]
정해인? 쌤이랑 친하다 그랬는데..
[좋아하죠 ㅎㅎ 왜요?]
[그럼 페이스톡 받아봐]
카톡을 보내고 몇초 되지 않아 페이스톡을 걸어오는 삼촌이다.
"어.. 안녕하세요 ㅎㅎ"
미친.. 정해인..... 당신이 왜 거기에서 나와..?
"..헐... 안녕하세요.."
"ㅋㅋㅋㅋㅋ 여름씨 얼굴 빨개진거 다 보여"
"헐.."
"기분 안좋을까봐 내가 준비해봤어. 어때?"
"...좋아요....헐...."
"ㅋㅋㅋㅋ 형한테 얘기 들었어요! 태평이형이랑 만나신다고..ㅎㅎ"
"..아...."
"다음에 형이랑 다같이 한번 봐요!"
"..네...! 진짜 팬이에여..."
"감사합니다 ㅎㅎ"
곧바로 자기 얼굴이 보이게 화면을 옮긴 삼촌이 얘기를 한다.
"여름씨 좋았지?"
"네! 생각도 못했어요"
"그리고 내가 또 준비한게 하나 있는데"
"뭐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화면을 또 옮기는 삼촌이다.
"..."
화면 너머로 보이는 선생님 얼굴에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웃지도 울지도 않는 무표정한 표정의 선생님을 보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핸드폰을 들고 가만히 있자 앞에 있던 성우가 '왜?'하고 내 핸드폰을 가져간다.
성우가 핸드폰 화면을 보더니 선생님 얼굴이 있는 걸 보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걸 뭘 보고 앉아있냐 멍청아"
"..."
"너한테 연락 할 시간은 없고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 시간은 있으신가보네"
"..."
"너 절대 먼저 연락하지마. 알았어? 너 연락하면 나랑 여기서 끝이다 끝!!!"
[여름씨 화났어?]
[내가 김태평 조져놨다고 자랑할라고 한건데..]
[미안해ㅠㅠㅠ 내가 오늘 엄청 욕했으니까 나 미워하지마ㅠㅠㅠ]
지훈삼촌에게서 카톡이 한가득 오지만 미리보기로만 보고 읽지 않았다.
.
성우와 헤어지고 알바시간이 다 되어 카페에 와서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선생님한테 오는 전화였다. 바로 받으려다가 이제서야 연락을 하는 선생님이 괘씸해 받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너도 한번 기다려봐라..
전화는 몇번 울리지않고 바로 끊겨버렸고, 문자가 온다.
[어디야]
사과 한마디 없이 어디냐니. 문자조차 보기 싫어져 핸드폰을 꺼버린다.
핸드폰을 끄고 일을 하다보니 벌써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
30분정도 남았을까.. 성우가 손에는 우산을 들고 카페문을 열고 들어온다.
"뭐냐?"
"밖에 비 와"
"근데?"
"너 우산 없잖아"
아까 만났을 때 우산을 챙기지 않은 나를 봤던 성우는 내 우산까지 챙겨서 데리러 왔다. 말하는건 다정하지 못하지만 행동은 다정한 새끼..
우산만 주고 가도 될텐데, 끝까지 나를 기다렸다 같이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성우다.
집 앞에 거의 다 왔는데 앞에 익숙한 뒷모습의 남자가 서 있다. 선생님이었다.
"성우야"
"응"
"저거 쌤 같은데"
"내가 가서 확 때려줄까"
"ㅋㅋㅋㅋㅋㅋ"
둘이 얘기하라고 먼저 가겠다는 성우를 붙잡은건 나였다. 왠지 혼자 선생님을 마주 할 자신이 없었다. 헤어지자고 하면 어떡해..
"여름이랑 둘이 얘기 좀 하고 싶은데."
"전 쌤이랑 둘이 할 말 없어요"
내 말에 성우랑 선생님이 동시에 나를 쳐다본다. 내가 성우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여름이가 싫은 것 같은데요"
"니가 뭔데."
나를 두고 서서 신경전을 벌이고 선 성우와 선생님을 지켜만 보는데 성우에게 '니가 뭔데'라고 말하는 선생님에 욱했다.
"성우 제 친구예요. 선생님이야말로 뭔데 갑자기 찾아와서 그래요."
나랑 얘기가 하고 싶었으면 바로 왔어야지. 바로 연락했어야지. 왜 이제와서 난리야.
또 아무말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선생님을 견디기 힘들어, 성우 팔을 잡고 자리를 벗어난다.
"가자 성우야"
그러면 성우는 또 내가 가자는대로 따라온다.
한시간정도 지났을까, 성우도 알바하러 가야 된대서 집에 들어가려는데 아직도 아까 그 자리에 서있는 선생님이 보인다.
우산은 어디다 버렸는지 비도 다 맞고.
"...여기서 뭐해요?"
선생님이 뒤로 돌아 나를 쳐다본다.
"..."
"비는 왜 맞고 서있어요? 그러면 내가 뭐 불쌍해서 얘기 들어줄까봐?"
"...미안해"
"미안했으면 진작 연락했어야죠"
"오해였ㅇ"
"오해였다고? 그럼 그거야말로 바로 연락했어야지"
"..."
"선생님이 이틀동안 연락 안 한 덕분에 혼자 다 상상했구요. 아니 상상이 아니라 사실이겠지 뭐"
..
"쨋든. 나는 선생님이랑 할 말 없어요."
"여름아"
나를 부르는 선생님을 뒤로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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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시점]
한 3년정도 만났나. 여느 커플들과 다르지않게 싸우고 다시 만나고를 반복하던 우리는 헤어지고도 1년넘게 질질 끌다가 내가 여름이를 알게 된 후 완전히 끝났다.
헤어졌어도 연락이 오면 다 받아주던 내가 변한 걸 너도 알았는지 어느순간부터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여름이가 알면 분명 싫어할거고 신경 쓸 걸 알아서 절대 모르게 하고 싶었는데. 왜 하필 그때 연락이 왔을까.
너에게 욱한 마음을 여름이에게 쏟아버렸다. 그러면 안됐는데. 여름이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화를내는 내가 미웠는지 나가버리는 여름이를 붙잡을 수 없었다. 붙잡아서 뭐라고 해야 될 지 모르겠어서.
여름이를 보내고 또다시 오는 너의 전화를 받아 화를 낸다.
그만 좀 하자고. 제발 이제 나 좀 놔달라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거 알면서 왜 그러냐고. 너보다 훨씬 좋은사람 만난다고.
전화를 끊고 쇼파에 앉아 술을 2병정도 마셨을까. 너는 집까지 찾아왔다. 밖에 나가면 괜히 사진찍혀서 더 곤란해질까 집으로 들여 너를 설득한다.
이제 정말로 그만하자고. 나는 진짜로 너에게 남은 감정따위 없다고.
한시간이 넘게 울던 너는 마음이 정리가 된건지 알겠다고 했다. 이제 더이상 연락하는 일 없을거라고. 미안했다고. 여름이에게도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이제 다 끝난거라 생각했는데.. 문앞에 서있는 여름이를 보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여름이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겠지?
그대로 지훈이를 따라 뒤돌아가는 여름이를 보니 한때는 미친듯이 사랑했던 너가 그냥 죽었으면. 싶었다.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다시 연락하거나 나타나면 언론에 니가 한 짓 다 얘기할거라고. 큰소리를 치고 너를 보냈지만 여름이에게 연락 할 용기는 없었다.
모든게 다 꼬여버렸으니까..
오늘은 맞아죽더라도 만나서 얘기는 해야 할 것 같아 여름이의 집 앞으로 찾아갔다.
비오는데 우산은 가져갔나..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하며 담배를 피고 있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와 몇 번 들어본 목소리가 섞여 들린다.
"내가 가서 확 때려줄까"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없어도 넌 즐거워보이네.
[암호닉]
루나 / 연어초밥 / 밈밈 / 망고 / 블리 / 예그리나 / 모건 / 자자 / 토깽 / 짐니 / 토르 / 소소 / 우유 / 꾸 / 샬뀨 / 지그미 / 헬로키티 / 빵아미 / 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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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은 연중..이긴 한데 가끔가다 한편씩 낼 것 같아요!
그리고 불맠은!!! 조만간 메일링 통해서 비회원분들도 볼 수 있게 해드릴게요 ㅎㅎ 조금만 기다려주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