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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재민제노재현해찬] 궁에 핀 붉은 꽃을 즈려밟지 마시옵소서01 | 인스티즈 

[엔시티/재민제노재현해찬] 궁에 핀 붉은 꽃을 즈려밟지 마시옵소서01 | 인스티즈 

[엔시티/재민제노재현해찬] 궁에 핀 붉은 꽃을 즈려밟지 마시옵소서01 | 인스티즈 

[엔시티/재민제노재현해찬] 궁에 핀 붉은 꽃을 즈려밟지 마시옵소서01 | 인스티즈 

 

 

 

 

 

궁에 핀 붉은 꽃을 즈려밟지 마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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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조선, 한양의 한 복판에는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영의정 나 대감의 집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나 대감의 눈밖에 나지 않게 그의 집이 보이기 시작하면 모두 발 뒷꿈치를 올리고 걸었다 한다. 그로부터 좀 멀리 떨어진 곳에는, 한여주와 여주의 아버지 한씨가 하인 3명과 오순도순 살고 있었다. 비교적 평화로웠던 나날들이었지만, 그 평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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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 한석길을 잡아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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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대감에 의해 한 순간에 깨져버렸다. 그녀의 아버지의 죄목은 역모죄였다. 왕의 신임을 얻으면서, 뒷통수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짧고 굵게 말하지만, 남 뒷통수 칠 줄 모르는 성격인 여주의 아버지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나대감은 여주의 아버지에게 '역모죄' 라는 죄목을 씌웠을까. 이유는 그다지 별 거 없었다. 그저 영의정 나 대감은 왕의 신임을 얻기 시작한 한여주의 아버지, 한석길을 보며 배알이 꼴렸던 것이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나 대감은 그리 깨끗한 사람이 아니었다. 온갖 더럽고 추잡한 방법으로 권력을 잡았으며, 잡은 그 권력으로 더럽고 추잡한 짓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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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한석길에게 죄를 씌워 처형시킨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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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의 자리는 절대권력을 가진 자리라 불리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왕도 서슬퍼런 나 대감의 눈길 아래에서 벌벌 떨며 사려야 했다. 그 정도로, 나 대감의 입김은 매우 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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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고 추악한 나 대감에 비해 그의 아들 재민은 심성이 날 때부터 매우 고운 사람이었다. 그런 재민은 그의 아버지를 매우 무서워했다. 아버지를 증오했지만, 그는 아버지를 매우, 매우 무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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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한석길이 잡혀들어가고 풍비박살이 난 여주의 집안이었다. 하인 셋은 남은 여주를 보며 눈물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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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다. 그러니까, 어서 가거라. 어서 도망치거라, 제발." 

 

​ 

 

"아가씨..." 

 

​ 

 

"이거 하나만 알아다오. 우리 아버지는 정말 아무 잘못없다는 것 하나만, 알아다오." 

 

​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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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는 비교적 우유부단한 아버지와 다르게 칼 같은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똑부러지는 그녀를 보며 항상 여주는 아버지 없어도 잘 살겠네, 라며 웃었다. 

 

​ 

 

그때는 그저 웃으며 넘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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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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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농담이 현실이 될 줄은, 미처 둘은 몰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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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 않을 것 같던 하루하루가 지나고, 마침내 석길의 처형 집행 당일이 다가왔다. 그 하루하루를 여주는 다시는 볼 수없을,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주신 아버지의 생각에 눈물지었고, 그녀의 아버지 석길 또한 저가 자신보다 사랑하는 딸의 생각에, 그리고 자신이 존재하지 않을 딸의 미래 생각에 눈물지었다. 

 

​ 

 

씌워진 죄가 역모죄가 아니었어도, 왕의 신임을 얻지 않았으면. 딸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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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 없는 석길은 후회와 눈물,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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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여주는 목에 칼을 차고 나타난, 흐트러진 저의 아버지의 모습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달려가서 안기고 싶었다. 내일이, 내일모레가, 다가올 하루하루가 너무 두렵다며 칭얼거리고 싶었다. 두 눈시울이 시큰해지고,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마지막으로 눈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목을 베어버릴 망나니의 춤 사위가 두려워도, 두 눈을 뜨고 제가 마지막으로 기억할 자신의 딸 여주의 마지막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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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마주쳤고, 

 

​ 

 

​ 

 

"챙-"​ 

 

​ 

 

​ 

 

​ 

 

...여주의 아버지의 목이 메마른 흙 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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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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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비가 없어도 슬퍼하지 말고 부디, 제발 잘 살거라, 여주야. 남을 증오하지 말고, 사랑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거라. 그리고, 이것 하나만 알아주렴. 이 아비는 여주 너를 너무 사랑했고,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 할 것이라는 것을.​ 

 

​​ 

 

​ 

 

​ 

 

​ 

 

​ 

 

​ 

 

여주의 아버지 석길이 마지막으로 여주에게 남긴 독백이었다. 물론, 그 독백을 여주는 듣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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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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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에 핀 붉은 꽃을 즈려밟지 마시옵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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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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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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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형이 끝나고, 자신의 아버지의 시신조차 보지 못한 여주였다. 찾아서 장례를 치르고 싶었지만, 대역죄인인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 

 

다행히 그들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측한 여주의 아버지 덕분에 여주는 그의 아버지의 오랜 벗이었던 정 영감의 양녀로 등재되어 있었다. 덕분에 여주는 양반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었지만, 아버지가 없는 그녀의 삶은 무의미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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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서 여주는,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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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 할 것이다. 그가 한 짓처럼, 더럽고 추악하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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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나 대감을, 그의 아들 재민은 믿기 힘들겠지만 여주가 알아본 결과, 저의 아들을 매우 사랑한다는 나 대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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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찢어지는 일인지를,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너도 알아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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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일이 일어나고 나서, 많은 시간이 지났다. 많은 것들이 변했고, 변해가는 중 이었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것들에 대한 여주의 적개심은 쉬이 변하지 않았다. 꼭, 복수 할 것이다. 내 손으로. 얼마 남지 않은 생, 나락으로 떨어져서 고통스럽게, 처절하게 비명만 지르다 마감하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내 직접 느끼게 해 줄 터이니.​ 

 

​ 

 

​ 

 

​ 

 

이런 모습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보신다면 크게 꾸중하실 것임을 여주도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주변이 모두 썩어 문드러졌어도, 자신의 신념과 지조를 굽히지 아니하시는 분. 뜯고 뜯기기만 해대는 왕실 속에서 누군가를 물어뜯을 생각은 절대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시던 분. 아버지의 이런 면이 그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았겠지. 무능한 임금 옆에서 간언을 하며 권력을 잡아야 하는데, 계속 아버지께서 옳은 말을 해대니 말이야. 

 

​ 

 

​ 

 

​ 

 

"애기씨, 눈이어유, 눈!"​ 

 

​ 

 

​ 

 

​ 

 

이른 아침, 여주가 방 문을 열고 나오자 하늘에서 새하얀 솜 같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우와, 올 해 첫 눈 아니어유? 디게 이쁘긴 허네유. ...응, 예쁘긴 예쁘다. 첫 눈에 설레발을 치는 순임이를 뒤로 하고 여주는 조금씩 조심스럽게 마당으로 한 걸음 씩 내딛었다. ...우와. 여주가 자신의 새하얀 손을 내미니 눈송이들이 그 위에 사뿐히 얹혀졌다 이내 사라져 버렸다. ....사라지지 말거라. 사라지지 말아주어라, 제발. 

 

​ 

 

​ 

 

​ 

 

​ 

 

"싸릿눈이로구나." 

 

​ 

 

"오라버니." 

 

​ 

 

"이것들이 사라진다고 슬퍼하지 말거라. 이 눈송이들은 모두 여주 네 손의 따뜻함에 못 이겨 잠시 자취를 감춤 것 뿐이니, 언제나 여주 너의 곁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 

 

"...예, 오라버니." 

 

​ 

 

​ 

 

​ 

 

​ 

 

재현이 말한 이것이 단순하게 눈을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차린 여주가 하늘에서 끝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재현과 눈을 맞춘 채 싱긋, 웃었다. 

 

​ 

 

​ 

 

​ 

 

​ 

 

"...웃으니, 어여쁘구나." 

 

​ 

 

"누구 동생인데, 어여쁜 것은 당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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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동생인지는 몰라도, 참으로 곱다."​ 

 

​ 

 

​ 

 

​ 

 

​ 

 

이 말을 하는 재현의 눈에 씁쓸함이 언뜻 비추어졌다고 하면 거짓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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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재현은 여주를 양녀로 거두어준 정 대감의 외아들이었다. 때문에 몇 년을 여주와 재현은 친 남매처럼 지내왔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는 여주에게 자신의 바쁜 아버지 대신 따뜻한 아버지가 되어 주었으며, 때로는 벗이 없어 심심해 하는 여주에게 친근한 벗이 되어 주었던 재현이었다. 

 

​ 

 

​ 

 

​ 

 

​ 

 

따라서 재현은 여주에게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이었다. 재현에게도, 여주는 다른 의미로 소중한 사람이었고 말이다. 

 

​ 

 

​ 

 

​ 

 

"오라버니." 

 

​ 

 

"응." 

 

​ 

 

"오라버니가 그리울 것 같습니다." 

 

​ 

 

"...그게 무슨 말이냐. 항상 같이 있지 않느냐." 

 

​ 

 

​ 

 

​ 

 

​ 

 

괜한 소리 하지 말아라. ...겁 주지 말란 말이다. 같이 있는데, 홀로 먼 길 떠나가는 사람처럼 굴지 말란 얘기다... 여전히 고개를 들어 흰 눈송이들을 바라보던 여주가 툭, 담담히 뜬금없는 얘기를 꺼냈다. 여주 너는, 같이 있어도 마음은 먼 곳에 있는 사람 같아, 참으로 불안하다. 하루하루 눈을 뜨면 네가 사라져 버릴까봐. 물론 이 말을, 재현은 자신의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이 말이 밖으로 나와, 차가운 겨울 바람을 타고 여주의 귓 속으로 들어가면, 진짜 하루아침에, 원래 자신의 곁에 존재하지 않았었던 듯 사라져 버릴까봐. 여주에게 자신이 한 말과 굉장히 모순되었다는 것을, 재현은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현은 입을 결코 뗄 수 없었다. 

 

 

 

 

 

 

그냥 대충 정리를 하자면...굉장히 얽히고 섥힌 왕실물입니당 아버지의 허수아비인, 현 권력의 중심지인 나씨 집안의 장남 재민, 문예 쪽으로는 뛰어나지만 권력에 그리 뜻은 없는 현 왕세자 제노, 반면 무예에 조예가 깊으며 권력욕이 많아 제노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후궁의 아들 동혁(어렸을때부터 어머니한테 계속해서 왕세자 자리를 빼앗아야된다는 말을 들음), 나씨집안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권력이 꽤 되는 정씨 집안의 장남 정재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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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76.22
안의 다음편 엄버합니다 세에상에 라인업 잖아요...
4년 전
유교걸
감사합니다ㅠㅠ!!💚💚💚
4년 전
비회원176.17
헐 작가님 대박 ㅠㅠ 거기서도 너무 잘 보고있어요!
4년 전
유교걸
감사합니다ㅎㅎ!!!💚💚💚
4년 전
독자1
담편 엄버할랍니다.. 너무 기대된단말이에오
4년 전
유교걸
감사합니당!!!💚💚💚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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