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o Noir
w. P
드디어 방학했습니다!!!!!!!! (신남)(신남)(광분)(날뜀)
방학 한 동안 글이나 써야겠죠... 열심히 쓸게요. 많이 봐 줘요... 하트.
제 워더. |
텐더님, 롱이님, 떡덕후님. 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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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인이 귀찮은 듯 손짓했다. 가 봐. 백현이 쭈뼛거리며 물러서더니 주방으로 튕기듯 사라졌다. 백현은 경수가 일을 하러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의아해했다. 무슨 일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걱정도 되었다. 경수의 핸드폰으로 종인 몰래 연락을 해 보았지만 핸드폰도 받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앉은 거야. 바빠 죽겠는데…. 백현이 신경질을 부리며 주방 선반에 핸드폰을 턱 소리나게 내려놓자 주변에서 쭈뼛거리며 요리의 보조 일을 하던 신참들이 움찔거렸다. 백현이 손톱을 질근질근 물었다.
평소의 경수라면 연락 후 약 10분 이내로 다시 연락이 오는 것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 정말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겨 버린건지 거진 한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다시 오지 않았다. 백현은 얼른 마감시간이 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마감 직전에 빠르게 경수의 집으로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종인도 마찬가지였다. 어리석게도, 두 사람은 다른 공간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종인은 사장실에서, 백현은 주방에서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한숨이 서로의 가슴을 쿡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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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열은 여전히 경수의 등을 토닥였다. 경수가 말 없이 가만히 눈물을 흘리는 것을 찬열은 묵묵히 닦아 내었다. 당신도, 아마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일 거야. 찬열이 속으로 내뱉고 싶은 말을 꾹 삼켰다. 지금은 경수의 시간이었고, 이 공간은 경수를 위해 꾸며진 공간이었기 때문에 이 곳에 흐르는 시간, 그리고 기류를 함부로 깨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찬열은 잠깐 일어서더니 경수의 앞으로 돌아 앉았다. 경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찬열이 부드럽게 말했다. 우는 게 보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예요. 우리 일단 좀 일어날까? 찬열이 경수의 날갯죽지 사이로 손을 넣어 그를 가볍게 일으켰다.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경수가 훌쩍 일어났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어요."
"……."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요…."
"……."
"경수야."
찬열이 무겁게 내뱉은 제 이름에 경수는 제 얼굴을 가리고 있던 두 손을 밑으로 떨구곤 찬열을 올려다 보았다. 찬열이 그런 경수를 마주보곤 헛숨을 들이켰다. 경수는, 너무나 퇴폐적인 인간이었다. 뺨과 눈 주위가 발갛게 달아 있었고, 조명을 받아 하얗게 빛이 나는 쿨톤의 얼굴 위로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찬열은 그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 보다 가만히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당겨 제 품에 안고는 등을 쓸어 내렸다. 울지 마요. 울지 말자, 우리. 찬열은 품에 가만히 안긴 경수의 체온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로 혼란스러워 지는 기분이다. 이건, 단순한 동질감인지 혹은 그에 대한 지나친 연민일지. 아니면 정말로 내가 그를 사람 대 사람으로서 좋아하는건가. 찬열이 고개를 저었다. 경수는, 이내 손을 쭉 뻗어 찬열의 허리께에 손을 감았다.
"애 같긴요."
"…애 아니예요."
서럽게 운 탓에 잔뜩 물에 젖은 목소리로 제 가슴께에 얼굴을 묻고 말하는 경수의 목소리를 듣던 찬열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경수 씨는 어린 애예요. 경수가 아무런 대답 없이 찬열의 허리를 더욱 꽉 죄며 안았다. 경수는, 절대적으로 무언가를 갈구하며 또 한 켠으로는 그 무언가를 증오하고 있었다. 찬열은 어렴풋이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는 정말 많이 외로워서 더욱 괴로웠을 것이었노라고. 그는,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로 그는… 실로 약한 사람이었다. 닿기만 해도 깨어져 버릴만큼, 호수 위에 언 살얼음 같은 사람. 찬열은 한숨을 내뱉었다. 널 울리려고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찬열이 낮게 말하자 경수가 픽 하고 남은 눈물을 짜 내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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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늘은 조금만 일찍 가면 안 될까요."
"조기 퇴근 사유 150자 이상, 마감 불참 사유 200자 이상."
"……."
종인이 제 책상 위에 바스러져 있는 코르크 조각을 옆으로 툭 퉁기며 무심하게 대꾸했다. 백현이 볼멘소리를 냈다. 경수한테는 그런 거 안 시키셨잖아요. 종인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백현을 보곤 말했다. 그건 경수니까. 당연한 거 아냐? 무심코 수긍해버린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종인이 만족스레 웃었다. 그러니까, 나가 봐. 백현이 아무런 말도 꺼내보지 못하고 종인에게 설득당하고 말았다. 축 처진 어깨를 보란듯이 내보이며 사장실 문을 나서는 백현의 뒷모습을 보던 종인이 승리감에 취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 짜증 나."
백현이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나이프를 내려다보다 제가 썰고 있는 과일에 콱 박았다. 과즙이 사방으로 튀었다. 백현은 얼굴에 튄 과즙을 손으로 닦아 내다가 저번의 경수가 생각이 나 얼굴을 붉혔다. 경수가 닦아 줬던 와인 방울. 백현이 그 감각을 생경하게 상상하며 가만히 웃자 제 주변에 있던 다른 쉐프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미친 게 분명하다며 손가락을 머리 옆에서 빙빙 돌리는 사람도 보였지만, 애써 무시했다. 신경이야 쓰이지만 백현에게 지금은 이런 사소한 일보다 경수의 일이 더 중요했다. 정말로, 무슨 일이 생겨 버렸다거나…. 아마도, 백현은 오늘 잠을 못 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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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가 눈물 자국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 찬열이 당황해서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뱉었다. 그런 얼굴을 하고 웃으면 난 대체 어쩌라는 거예요. 찬열의 말이 그저 제게 던지는 농으로 들렸는지 그저 가만히 웃는 경수였다. 경수가 다 울고 나자 찬열의 셔츠가 둥그런 눈물 자국과 같이 젖어 있었다. 경수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작게 말했다. …미안해요. 우스운 꼴 보여서. 찬열이 경수의 손을 잡아 주며 말했다. 우습긴요. 눈을 맞추고 웃어 준 찬열이 잡은 손을 이끌며 전시실 밖으로 경수를 이끌어 냈다. 윗 층에서 뭐라도 좀 마실래요? 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찬열이 제게 마실 것이라고 주는 것은 아마도 분명 와인일 것이었기 때문에.
"일단 좀 올라가죠."
찬열이 부드럽게 경수를 이끌었다. 경수는 가만히 손이 잡힌 채로 그를 따랐다. 아직도 3층에는 사람이 북적북적하니 많았다. 찬열이 귓속말로 말했다. 사람 많은 거 별로 안 좋아하죠. 경수가 놀란 듯 찬열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찬열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냥 그런 것 같았어요. 경수가 웃으며 대꾸했다. 그게 뭐예요. 찬열은 경수를 잡은 손을 더욱 세게 쥐며 낮게 말했다. 사람들한테 안 치이게 조심해요. 물론 안 되겠지만. 자꾸만 걸음이 빨라지는 찬열을 따라 뛰다시피 해서 사람 사이를 이리저리 헤집고 들어간 곳은 연회홀 안 쪽 세미나실이었다. 세미나실 치고 되게 좁네요. 경수가 말하자 찬열이 대답했다. 그렇죠?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어.
"그나저나, 이대로 나랑만 있어도 되는 거예요?"
"어차피 만날 사람은 아까 다 만났거든요."
지금은 자유시간이예요. 한 마디 덧붙인 찬열이 세미나실 안을 휘 돌며 훑더니 이내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걸터 앉았다. 경수가 가만히 서서 그런 찬열의 행적을 좇았다. 경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자유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요. 찬열이 그런 경수의 말을 못 들은 척 하며 세미나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경수가 당황해 그를 따라 나가려고 했으나 찬열이 빠르게 문을 닫으며 말했다. 여기 있어요. 금방 올 테니까.
밖에 나갔다 온 찬열이 손에 들고 온 것은 와인 한 병과 잔 두개였다. 페라리 로제. 알아요? 찬열이 말했다. 경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른다고요? 찬열이 의외라는 듯 되물으며 경수에게 병을 받으라는 듯 내밀었다. 경수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찬열이 들고 있는 와인을 받아 챙겼다. 찬열이 잔 두 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곤 경수에게서 다시 와인을 받더니 잔에 조심스레 따랐다. 입구가 좁고 길쭉한 튤립 모양을 한 스파클링 와인 잔에 부드럽게 따라지는 와인, 그리고 그 와인에서 자꾸만 솟아 오르는 자잘한 기포와 함께 올라오는 아로마를 살펴보던 경수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딸기향 나요. 꽃 향기랑. 찬열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요? 난 아무리 마셔도 모르겠더라. 찬열이 가볍게 한 잔을 들이켰다. 경수가 어어, 하더니 자신도 따라 한 잔을 들이킨다. 몽롱하게 올라오는 향기가 좋은 와인이었다. 경수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찬열에게 눈을 맞추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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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장님. 정말."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백현은 벌써 몇 시간 째 종인에게 고전 중이었다. 평소에 마감도 경수랑 같이 했는데요, 백현이 대꾸하자 종인이 결국에는 문 잠그는 건 경수였잖아, 하고 대꾸했다. 백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진짜 세상에 이런 게 어디 있어요? 백현이 투덜거렸다. 사장님은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일찍 가시는 건데요. 예? 백현이 불만스럽다는 투로 다다다 쏘아붙이자 종인이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했다. 아니, 그냥 집 안에 약속이 있어서. 백현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쳤다.
"집안에 약속이 있기는 무슨."
"진짜거든."
"…진짜 어린애처럼 이러시기예요?"
백현이 종인의 멱살을 잡으려다 관두고 팔목을 잡곤 짤짤 흔들었다. 종인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백현의 하는 양을 보고만 있었다. 그러는 너는 왜 오늘따라 일찍 퇴근하겠다고 하고 지랄이냐. 백현이 종인의 말을 듣자 마자 지랄? 하더니 아, 아니다 하며 입을 우물거렸다. 확실히 백현은 지금 종인에게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걸 귀신같이 알아챈 종인이 픽 웃으며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백현은 여전히 우물거리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필시 경수 때문일거다. 완전하게 백현을 꿰뚫어 본 종인이 속으로 작게 웃고는 입을 열었다.
"삼 초 안에 이유만 제대로 솔직하게 말하면 보내줄게."
"……!"
"3…"
"ㄱ, 경수네 집 가려고요!"
이럴 줄 알았다. 종인이 입술을 쿡 짓씹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