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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그런 눈으로 보면, 내가 질투나지-“ “내가 뭐,” 쪽- “헤엑! 야!!” 쪽- “너 미쳤..” “오늘 오프(off)지?” “ㅇ,어.” “기다릴게, 옷 갈아입고 나와.” “ㅇ, 왜!!!!” “뽀뽀 한 번 가지고 되게 당황하네.” “...두 번인데.” “오늘 나랑 있자, 하루.” “어..?” “다음날까지면 더 좋고.” 얼타 아무말도 못하는 나를 두고는 기다리고 있겠다며 재욱이는 커튼을 치고 나갔고 잠시 멍 때리다 봉합 때문에 들어오는 환자에 의해 난 음.. 반강제적으로 나가야 했다. 옷을 갈아입고 평소 잘 바르지 않는 립스틱까지 살짝 바르고 나왔다. 선생님들 교수님들 가볍게 인사를 하며 로비로 나갔을 때 보인 건, 재욱이에게 팔짱을 끼며 웃고 있는 계집애였다.
“참나, 뭐가 재밌다고 저렇게 웃고 있어..”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내가 다가가는 동안 내가 오는지도 몰랐던 재욱이는 내가 앞에 섰을 때야, 그제서야 날 봤다. “어, 이름아 왔네.” “어. 근데 누구셔..?” “아, 안녕하세요. ㅇㅇ병원에서 재욱이랑 같이 일 했던 김혜윤이에요.” “아..네. 안녕하세요. 전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 “알아요, 얘기 많이 들어서.” “아, 네..” “가봐야겠다. 재욱아 나중엔 밥 먹자, 짧게 만나니까 아쉽다. 할 얘기도 많고. 내가 살게.” “알겠어, 조심히 가고. 혜윤아.” “허, 혜윤이? 다정하게도 부르네.” “뭐라고?” “아, 아니야. 아무것도.” “가자.” “응.” 주차장으로 향해 재욱이의 차에 올라 탔고 이상하게 아무 말이 안 나왔다. 아무말이 안 나오더라고.. 질투? 에이, 질투는 무슨. 내가 무슨 여친이야? 여친도 아니고. 뭐.. 다 큰 성인 남여가 키스 뽀뽀 정도는 할 수 있지 뭐.. 그래. 나 뭐 아무 사이 아닌데 병원에서 같이 일 하던 사람? 왜 신경써. 허, 참나, 웃겨. 성이름. “이름아.” “...” “이름아!” “...” “성이름!!” “어, 어?? 왜!” “무슨 생각해, 왜 아까부터 말이 없어.” “아.. 아니 그냥.” 그 뒤로 재욱이는 한참을 운전만 했고 간간히 우리 얘기가 아닌 병원 얘기, 환자 얘기 그저 공적인 이야기만 몇 개 나눴다. 도착지가 어디였는지 잘 몰랐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했고 도착지는 자동차 극장이었다. “영화 괜찮지?” “응, 나 영화 안 본지 오래 됐어. 좋네, 오랜만에.” 영화를 안 본지 오래되서 좋은 건 맞는데 뭐랄까, 그냥 왜인지 기분이 찝찝하다고 해야 되나. 역시나 재욱이와 난 몇 마디 하지 않은 채 영화가 시작 됐고 여러가지 잡 생각에 영화가 들어올리가 없었다. 여기서 잡 생각은 공적인 생각이 아니라 내 사적인 생각이라는 게 문제다. 문득 우리가 어떤 사인지 생각하게 됐는데 그거에 대한 답은 내가 스스로 정의 내릴 게 못 되니까 그저 하염없이 생각만 했다. 생각 정리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시간은 1시간을 훌쩍 지나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나 있었고 무의식적으로 바라본 너는 자고 있었다. 그도 그럴만 한 게 요새 이런저런 일 특히나 내가 두 번이나 쓰러지고 모든 응급실과 외과 업무를 다 맡아서 했으니 피곤할 만도 하지. 정쌤도 재욱이 몸 상태 걱정 할 정도였으니까. 얼마나 피곤했는지 곤히 잠든 네 모습에 순간 마음이 찡해져 깨우지 않고 조용히 있기로 했다. 차를 둘러보니 뒷 자리에 담요 하나가 놓여 있어서 덮어 주기로 했다. 뒷 자리 담요를 꺼내들어 네게 살며시 덮어주며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있었을까, “가지마.” “응?” “집, 가지 말라고.” “...” “오늘 나랑 있자, 성이름.” “...” “응..?” “그래.” 고요한 차 안 속, 그리고 자다 일어나 묵직하면서도 낮고 조용한 재욱이의 음성. 뭐라 다른 대답이 생각 나지도 나오지도 않았다. 그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긍정의 답변 하나였다. 나도, 좋았고. 차 타고 재욱이 집까지 가는 길은 그리 떨리지 않았다. 우린 어른이고, 이미 뭐 ㅋ,키스도.. (덜덜덜덜) “킄,, 푸흡.” “..?” “다리를 왜 이렇게 떨어, 성이름.” “어?” “설마, 너 뭐 이상한 생각하고 부끄럽고 뭐 그래서 그런 거,” “아니야!!!!” “아니야?” “어! 아니야!!!!” “그럼 말고.” “...” “근데,” “...” “왜이렇게 흥분을 할까.” “...” “진짜 건들여보고 싶게.” “...” “...” “허, 참나!! ㅁ, 뭐뭐! 진짜, 허..” 바보같이 당황해서 말 같지도 않은 음성을 몇 개 뱉었을 때, 화끈 달아 오른 얼굴에 부채질 하던 손이 재욱이에 의해 잡혔고 우린 그대로 집에 도착할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재욱이 손에 그대로 잡혀 뺄 수가 없었다. 거리상으론 가까웠지만 심리적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시간이 지나 도착해서 주차를 막 시작할 때, 한 손으로 하면 불편할 거 같아 손을 빼려고 하자 더 세게 잡는 재욱이었다. “안 놓을 건데?” “안 불편해?” “하나도-“ 결국 손을 놓지 않는 채 한 손으로 주차하는 재욱이의 모습을 보는데, 웬일이야.. 너무 멋있잖아... “멋있지.” “어.. 완전...아! 뭐래, 아.. 말이 막, 막 나왔네.” “푸흐, 내리자.” “ㅇ,어.”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긴장 아닌 긴장을 해서인지 자꾸 나도 모르게 손 끝을 뜯고 있었고 너는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 있는 거 같았다. “안 건들일테니까 긴장 좀 풀어, 성이름.” “누가 뭐래.” 담담한 척 하며 대답했고, 또 비밀번호를 누르는 네 뒤에서 담담한 척 서있다 담담하게 들아갔다. 이미 머리 속으로는 비밀번호를 누를 때 수 만가지의 생각을 했기 때문에 집에 들어와 편한 옷으로 갈아 입으라는 네 말에는 그리 놀라지 않았고 방에 들어가 재욱이의 큰 티셔츠 하나와 저번에 사촌누나가 두고 갔다고 하는 반바지를 입었다. 자기 옷이 많이 클 거라 생각 못 했는지 내가 나올 때 큰 상의에 의해 의도치 않게 하의 실종이 된 나를 보며 잠시 표정이 굳다 이내 곧 귀엽다며 웃는 너였고, 나도 이젠 좀 편해졌는지 긴장을 해 손을 뜯거나 다리를 떨지 않았다. 내가 나오고 재욱이도 편한 차림으로 흰티에 회색 츄리닝을 입고 나왔는데 어떻게 가운, 일상복, 츄리닝까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새삼 내 걸로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이런 욕망을 머릿속에 떠올리기 무섭게 울리는 벨소리는 재욱이 핸드폰에서 들리는 소리였고 탁자 위에 올려진 화면 속에는, 김혜윤. 아까 로비에서 그 여자애 이름이었다. 아무렇지 않는 척 하며 핸드폰을 네게 넘겼다. 너는 잠시 통화를 한다며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대로 쇼파에 가 앉았다. 이 찝찝한 기분은 뭘까, 계속 생각하는데 도저히 이것 또한 혼자 정의 내릴 수가 없었다. 뭐.. 오해라면 오해, 그것도 아니면 진짜 모 아니면 도 정도로 정의 내렸을까. 오래 지나지 않아 방에서 나오는 너였고 난 또 아무렇지 않게 맥주 있냐며 물었다. 그렇게 우리는 쇼파에 앉아 맥주 한 잔을 마시기로 했고 먼저 앉아있던 내게 맥주를 들고 와 먼저 따주는 재욱이었다. 한참을 티비보며 맥주를 마시다 먼저 입을 뗀 건 재욱이었다. “왜 안 물어봐?” “뭐가?” “혜윤이.” “아..” “아까 로비에서도 그렇고 방금도 그렇고. 너 궁금하잖아. 혜윤이라는 애가 어떤 애인지 무슨 사이인지.” “아까 들었잖아, 전에 병원에서 같이 일 하던 사이라고.” “그게 다야?” “어..?” “그게 다냐고. 너 병원에서 극장 갈 때도, 아까 혜윤이 전화오고 나서 지금까지도 너 어딘지 모르게 신경 쓰고 있잖아.” “...” “다 보여, 성이름.” “...” “...” “질투..겠지, 뭐.” “...” “아까부터 계속 어딘지 모르게 찝찝하고 신경 쓰였던 거 맞고, 내가 물어보지 않았던건.” “응.” “로비에서 너네 그러고 웃고 있는데 못 다가가겠더라. 근데 와중에 어딘지 모르게 짜증은 나는 거 같고.. 그러다가도 내가 뭐라고 그런 기분이 드나 싶기도 하고.” “...” “그래서 말인데,” “...” “네가 정의 좀 내려줘. 내가 이런 기분 들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혼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의가 안 내려지ㄷ..” 말 하면서도 왜인지 모르게 자신이 없어 재욱이를 보지 않고 맥주캔만 만지작거리며 얘기하다 맥주캔을 뺏어 들어 쇼파 앞 탁자에 내려놓는 너였고 곧바로 입을 맞추는 너였다. 가볍게 마신 맥주라지만 술도 한 잔 들어갔고 집이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런지, 지금 우리의 키스는 더 뜨겁고 달달했다. 얼굴을 감싸쥔 채 부드럽게 키스하는 네 목을 나는 꽉 끌어 안았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입을 먼저 뗀 너는 내게 말했다.
“이 정도면 내 대답 된 거 같은데.” ———————————- 여러분 안녕하세요. 너무 늦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사실 저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글을 좋아해 주실지 몰랐어요.. 그래서 저번에 공지에도 그랬듯 부담도 됐고, 연재를 마무리 짓겠다! 라는 생각으로 글을 썼기 보다는 그냥 재미로 썼기 때문에 한회 한회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될지 너무 어려웠어요ㅠㅠ 그리고 제가 일을 시작했는데 일이 저녁부터 새벽까지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낮에는 의욕이 없고 요즘 일상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좀 지쳤다라고 해야 될까요 아무튼 요 근래에 힘들었는데, 여러분의 모든 댓글이 정말 과분하고 신기한데 이 글을 잊은채로 있다가 어떤 독자분의 댓글이 저를 이렇게 다시 글 쓰게 하셨습니다!!
제가 글을 안 쓰고 오랜 시간이 지났고 이젠 아무 댓글도 달리지 않아 잊혀졌겠거니 했는데 이렇게 기다려주시는 분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처음 생각없이 글을 쓴 게 부끄러워지더라구요.. 앞으로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글 꼭 조금씩이라도 써가면서 올리겠습니다! 별 거 아닌데 이렇게 길어졌네요ㅠㅠ 이런 말도,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