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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민윤기] 민후배 1 | 인스티즈






민후배 1


















미컴과 16학번


(알수없음) 님께서 나가셨습니다.


8월 6일 목요일


[방탄소년단/민윤기] 민후배 1 | 인스티즈16 김지혜:

공지입니다.


기존 16학번 과대표 최ㅇㅇ 학우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징계를 받아

새로운 과대를 선출하려 합니다.

다음주 목요일까지 후보 신청을 받으니

제 개인톡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8월 14일 금요일



[방탄소년단/민윤기] 민후배 1 | 인스티즈16 김지혜:

공지입니다.


후보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임시 과대를 선출할 예정입니다.

개강 전까지 선출 뒤 재공지하겠습니다.


8월 31일 월요일


16 김지혜 님께서 민윤기 님을 초대하셨습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민후배 1 | 인스티즈16 김지혜:

공지입니다.


17학번 과대 민윤기 학우가

16학번 임시과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민후배 1 | 인스티즈민윤기:

반갑습니다. 임시 과대 맡게 된 17학번 민윤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9월 1일 화요일. 개강.



“미친 거 아니야?”



희재가 게시판에 붙은 공지를 보고 이를 갈았다. 교내기물파손과 폭력으로 정학 받은 학생의 이름은 안 봐도 뻔했다. 전부터 자잘한 문제에는 빠지지 않고 거론되던 이름이었다.



“계절학기 듣는다더니, 가서 뻘짓만 했나 보네.”

“그러니까! 저거 강주원이랑 싸운 거라던데 강주원은 아무 말 안 붙은 거 봐. 맞고만 있었던 거 아니야?”

“모르지. 걔 휴학했잖아.”



그러니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다. 이 이상의 대화는 추측에 불과하기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오티가 끝난 학생들이 하나둘씩 게시판 앞을 지나다녔다.



“그나저나 17 과대가 16과대까지 맡는 게 말이 되나?”

“아니……”

“하긴 우리 중에 우리 중에 후보가 안 나오니 어쩔 수 없긴 하겠다. 지혜도 학생회 때문에 계속 바쁠 거고…….”

“지금까지 과대는 계속 최준오가 했었고.”



우리는 어제의 과톡방을 생각하며 말했다. 몇몇은 졸업하고 나간 톡방에서 대표를 찾기란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4학년 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귀찮은 일을 자처할 리 없었다. 취직이다 스펙이다, 바깥에서 끌어오는 경력 쌓기에도 바쁜 시기였으니. 그저 작년부터 과대 하던 민윤기라는 애가 올해도 과대를 맡더니, 윗 학번까지 맡게 된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막 학기라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계속 김지혜(미컴과 학생회 미디어부장)가 공지만 나르고 과대 없이 갈 뻔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은데…… 그럼에도 꾸역꾸역 과대를 선출한 이유가 따로 있겠지. 아무튼 다른 학번이 임시 과대가 되는 것은 이러나 저러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강의실 틈으로 새어 나오는 에어컨 바람에 몸을 떨다가도 바깥의 후덥지근한 공기에 잠시 숨을 참았다. 월의 숫자는 분명 여름과 가을의 경계이거늘 일의 숫자는 아직 멀었는지 더운 바람을 끌어왔다. 구내서점이 이렇게 멀었던가. 몇 발자국만 걸어도 송글하게 맺히는 땀방울은 닦기도 귀찮았다. 게다가 교재를 또 한 가득 짊어지고 돌아올 생각을 하니 한숨이 푹푹 나왔다. 하, 진짜.



“종강 말려.”



이례적인 건 이례적인 거고. 빨리 겨울이 와서 종강이나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미컴과 16학번


9월 2일 수요일


[방탄소년단/민윤기] 민후배 1 | 인스티즈민윤기:

공지입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학기 개총 안내♥

✔ 일시: 9/3 (목) 늦은 6시

✔ 장소: 사과대 2층 히트관

✔ 2학기 행사 일정 안내, 사물함 배부, 분기별 설문 피드백 등.

반갑습니다. 미컴 학생회입니다.

미컴과 개강총회가 9월 3일 목요일 늦은 6시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번 개총에서는……




















9월 3일 목요일. 개총.




금공강인 학생이 많아 개총은 목요일이었다. 나야 학번이 높으니 뒤풀이는 안 가겠지만 내 또래 학생회 애들이 뒤풀이에서 1학년들과 간 건강을 조질 것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나는 민윤기를 ‘17 민윤기’로 저장한 후 희재에게 물었다.




“개총 갈 거야?”

“사물함 배부 한다니까 가야지.”

“끝나고 바로 집 갈 거지?”

“개총 시즌이라 이 근처 다 꽉 찼을 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고인물들의 대화였다.




마지막 수업이 끝난 나는 과방에서 기다리던 희재와 함께 히트관으로 향했다. 입구에는 이미 학생회를 비롯한 후배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었다. 우리가 근처에 가자 지혜가 아는 체를 했다. 적당히 손을 흔들어주고 뒤로 빠졌다. 간부 중 한 명이 두 줄로 서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뒤에 있어서 얼굴은 잘 안 보였지만 금발이었다. 탈색을 네댓 번은 해야 나오는 금발. 나도 모르게 두피를 부여잡으며 금발을 쳐다봤다. 다시금 두 줄로 서라는 말과 함께 손가락 두 개가 머리들 위로 올랐다. 차차 줄이 정리되자 금발의 얼굴이 보였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민후배 1 | 인스티즈




“쟤가 민윤긴가?”




희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대표로 일 한 사람들의 얼굴은 기억하는 편이었다. 저번 학기엔 흑발이었던 것 같은데. 흑발이나 금발이나 창백해 보이는 얼굴은 그대로였다. 머리색과 상관없이 더 창백해 보이는 이유에는 미컴과 16학번 단톡도 있을 것이다.





























시간은 흘러 중간고사를 치룬 다음 주가 되었다. 후덥지근한 기운이 가시고 캠퍼스가 단풍으로 물든 때. 교수님은 “예고한대로 조별과제를 실시하겠습니다. 조별로 모여 앉으세요.”라는 말로 나를 놀라게 했다. 언제 예고했는데요? 가 튀어나올 뻔한 것을 참았다. 혼강이라 속으로 삼켰지만. 나 빼고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다.


조는 랜덤이었다. 나는 화면에 띄워진 이름을 확인했다. 1조, 2조 3조…… 6조 김여주. 나는 강의실 크기를 가늠해 대충 자리를 옮겼다. 이쯤이면 6조겠지. 머뭇머뭇 앞에 앉는 사람에게 6조냐고 물었다. 나를 기준으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조원이 모일 때까지 잠시 알림이나 확인할까 하고 휴대폰을 켜자 미컴과 단톡에 공지가 떴다. 휴대폰을 켜자마자.




미컴과 16학번


10월 25일 화요일


[방탄소년단/민윤기] 민후배 1 | 인스티즈17 민윤기:

공지입니다.

반갑습니다. 제39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입니다!

최근 사과대 엘리베이터 문제로 학우 분들의 염려가 많았던 관계로

짤막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아래 링크에 들어가 설문조사를……




링크를 누르고 다시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익숙한 금발이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가 엄지로 터치하자 내가 켜 놓은 톡방에 새 알림이 떴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민후배 1 | 인스티즈17 민윤기:

학생들이 자주 쓰는 시설인 만큼 빠른 의견수렴을 위해

설문조사는 이번 주까지 시행된다고 하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쳐다봤다. 6조의 첫 번째 이름 김여주. 그리고 바로 아래에.




“미컴과 17학번 민윤기입니다.”




16학번 과대가 있었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과제 이야기에 들어갔다. 16학번 둘, 17 둘, 18 하나. 대부분 고학번들이라 회의는 물 흐르듯 진행됐다. 고학번이라도 이렇게 깔끔하기 어려운데. 조원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의 반 독박 과제와 발표자의 당일 부재가 있었던 조별과제를 생각하면 복 받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일사천리로 주제를 정했다. 조장은 16학번끼리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내가 져서 내가 됐다. 그래도 이런 흐름이라면 조장 정도는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아 웃으며 조장 자리에 내 이름을 적어 넣었다. 단톡방 개설을 위해 번호를 받았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민후배 1 | 인스티즈

“어, 제 번호 있으시네요.”




민윤기가 입을 열자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저 16학번.”

“아.”

“네.”




민윤기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어쩐지 굳건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우리만 아는 대화였다.



























10월 27일 목요일.




“나 민윤기랑 같은 조야.”

“무슨 조?”

“현사광(현대사회의광고).”




불현 듯 생각나 입을 열었다. 희재는 열심히 타자를 치다 말고 노트북 화면 너머로 나를 쳐다봤다. 오랜만에 듣는 이름 치고 생소한 정보를 가져온 탓이었다.




“헐, 같은 수업 들어?”

“몰랐는데 그렇더라. 시험 치고 나서 알았어.”

“야, 친해져서 그거 물어 봐봐. 어쩌다 과대 맡게 됐는지.”

“음……물어봐서 딱히 좋아할 것 같진 않은데.”

“그러니까 ‘친해져서’ 물어보라는 거잖아. 지혜한테 물어 봐도 회장이 구슬렸다는 말밖에 못 듣는다고.”

“그럼 답 나온 거 아니야? ‘회장이 구슬렸다.’”

“아 더 구체적인 정보가 궁금하단 뜻이잖아.”




희재가 타박하듯 말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과제나 하라며 타박을 돌려줬다. 카페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다들 거북목으로 노트북이 뚫릴 듯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보고 자세를 바로 했다. 어차피 다시 돌아올 것이었지만 인식했을 때 펴주면 좋으니까.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카운터 앞에 서 있는 금발이었다. 나는 한참동안 애매한 대각선의 뒷모습을 보며 가늠하다 그가 주문을 끝내고 뒤돌았을 때 확신할 수 있었다.




“음, 나 가 봐야겠다.”




희재는 내가 눈짓으로 가리킨 곳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너 쟤 은근 자주 마주친다.”




왜 웃냐고 묻는 대신 짐을 쌌다. 이 시간까지 카페에 있는 이유는 조별과제 때문이었다. 만나기로 한 곳은 사과대 로비였으나 그곳에 미리 가 뻘쭘하게 있을 바에 희재와 함께 과제나 하자 싶어 온 것이었다. 나는 노트북을 파우치에 넣고 일어섰다. 희재가 잘 가라며 등을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어.”

“조별모임 가시는 거죠.”

“네.”




같이 가요. 내 말에 민윤기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주문한 커피를 받고 함께 카페를 나섰다. 주간수업이 끝나갈 시간이라 하늘이 뉘엿해지고 있었다. 조금 경사진 언덕이라 걸을 때마다 파우치에 달린 키링에서 소리가 났고, 커피에 담긴 얼음이 부딪쳤다. 나는 희재가 물어보란 것이 생각나 입을 열었다.




“과대 두 학번씩이나 하려니까 힘들죠.”

“아.”




내 말에 짧게 탄식한 그가 멋쩍은 듯 웃었다.




“괜찮아요.”

“안 괜찮은 목소리로 말하니까 신빙성이 없네.”

“안 괜찮아도 어쩔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공지 전달밖에 안 해서, 정말 괜찮아요.”




그랬구나. 아직은 어쩌다 그렇게 된 거냐고 묻기엔 이른 느낌이었다. 사과대 건물이 보이고 있었다. 투명한 유리문 너머로는 로비에 모인 몇 명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힘내라며 주먹을 쥐었다. 어설픈 파이팅이 먹힌 것인지 그가 아까보다는 힘 있게 웃어보였다. 로비에 들어서자 그 웃음은 사라졌지만.


회의는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번에 잡힌 주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다들 회의는 끝내고 싶지만 지금 끝내면 다시 모여야 할 것을 생각하니 쉽게 끝내잔 말이 안 나오는 것 같았다. 나도 그랬으니까. 게다가 발표가 다음 주 금요일이었다. 순조로운 회의와는 다르게 급박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역할분담을 마쳤으나 카톡으로 하기에는 조잡한 이야기가 남아있었다.




“잠깐 쉬었다 할까요?”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힘은 들었지만 기분이 껄끄럽지는 않았다. 이렇게 잘 흘러가는 조별과제는 난생 처음이었다. 의견을 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나뉘어 있었지만 듣는 사람도 마냥 듣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바로 바로 튀어나오는 피드백이 그랬다. 나는 대부분 의견을 내는 쪽이었고, 민윤기는 피드백 하는 쪽이었다. 의견을 내는 족족 콕콕 짚어내는 것들이 꽤나 예리했다. 회의 때는 되는대로 의견을 내는 편이라 이런 것에 기분 나빠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민윤기는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하면서도 달랠 줄 알았다. 그러니까, ‘내가 당신 말에 반하는 말을 하긴 했으나 당신 의견이 나쁘단 건 아니에요.’를 단박에 느끼게끔 이야기했다. 내가 그의 화법을 되짚으며 신기해하고 있을 때쯤 17 한 명(이수훈)이 말했다.




“담배 피우시는 분?”




옆에 사람에게 묻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시계 방향으로 한 명씩 돌아가며 물었다. 나란히 앉아 있던 민윤기와 내가 차례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실래요?”




그가 주머니를 뒤적이며 물었다. 나는 말없이 일어섰다.




밖은 꽤나 쌀쌀했다. 겉옷을 챙겨 나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담배를 꺼냈다. 그러자 같이 일어났으나 뒤늦게 나온 민윤기가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내 재킷이었다.




“추운데 안 챙겨나가시길래.”




얼떨떨하게 받아들이자 민윤기가 덧붙였다. 나는 담배를 물고 재킷을 껴입었다. 선선했던 바람이 꽤나 쌀쌀한 것을 느끼며 셋은 나란히 서서 연기를 내뿜었다. 잠깐 본 민윤기는 나와 같은 담배를 물고 있었다.




“다들 이 수업 처음 들으시는 거예요?”




이수훈이 묻고 민윤기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는 재수강이라며, 작년에는 처 자느라(본인이 이렇게 표현했다) 기말고사를 못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재수강을 하게 됐다며, 이번 조별에서 제일 고생하시는 두 분이니까 족보 필요하면 말씀하시라며 스스럼없이 말했다. 나는 속으로 개이득을 외치며 고맙다고 대답했다.




“근데 작년 이 수업, 다른 교수님 아니었어요?”

“아, 그렇네요.”

“그래도 족보는 잘 받을게요.”




다른 분들한테는 알아서 비밀로 하면 되죠? 민윤기의 말에 이수훈이 호탕하게 웃으며 담뱃재를 털어냈다. 어쨌거나 없는 것보다 나으니 나는 개이득이었다.




두 번째 회의는 사십여 분만에 끝났다. 중간에 가진 쉬는 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두 시간이었다. 수업시간보다 길었기에 다들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돌렸다. 수고하셨다는 말이 우리밖에 안 남은 로비에 울려 퍼졌다. 조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몇몇은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고, 밖으로 나온 몇몇도 방향이 달랐다. 나는 머릿속으로 할 일을 정리했다. 오늘은 집에 들어가서 못 다한 과제를 끝내고, 다음 달에 있을 대외활동 준비를 해야했다. 피피티는 이번 주말 안에 자료조사와 발표문 작성이 끝나면 만들 생각이었다. 자료조사부터 삐걱대는 걸 오천만 번 봐 왔기 때문에 늘 기간을 당겨서 잡았었는데, 이번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다들 빠릿빠릿한 게 이번 회의를 통해 더 잘 느껴졌다. 잘하면 주말 안에 피피티 피드백까지 다 받을 수 있겠는데? 거기까지 생각하자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 깜짝이야.”

“안녕하세요.”

“모르는 사람인 줄 알고 길 비켜주려고 그랬어요.”




민윤기가 뒤에서 옆으로 성큼 걸어왔다.




“저도 방금까지 휴대폰 보다가 이제 봤어요.”

“집에 가는 거예요?”

“네. 선배도?”

“네. 같은 방향이네요.”

“아, 말 놓으세요.”

“어음. 으음. 그래.”




장난스럽게 말을 늘리다 답하자 민윤기가 웃었다. 지금까지 계속 웃었다고는 했으나 항상 미미한 웃음이었다. 표정변화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가방끈을 만지작거리다 말했다.




“아까 고마웠어. 재킷. 잊어버린 거 알았는데 귀찮아서 그냥 있었거든.”

“아. 그럴 것 같았어요. 저도 자주 그래요.”

“귀찮음이 많은가 봐.”

“네.”

“그런데 과대를 두 군데씩이나 하고. 대단하다. 나였으면 안 한다고 학생회실 앞에서 굴렀을 것 같은데.”

“아……그게. 회장 형이 제발 해달라고 그래서.”

“어차피 한 학기라 임기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네. 똑같이 말하더라고요. 엄청 거절했는데, 이미 여기저기서 거절당하고 마지막으로 저한테 온 거라. 제가 안 하면 형이 구를 것 같더라고요.”

“근데 공지만 하는 거면 지혜가 계속 해도 됐을 것 같은데. 어차피 고학번이라 행사 참여도 잘 안 할 텐데.”

“지혜 선배가 자기 과대시키면 학생회 나갈 거랬어요.”

“걔 독하다…….”

“안 그래도 하는 거 많아 보이더라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회, 동아리. 대외활동, 각종 봉사활동까지 빠짐없이 참가하는 애였다. 지금도 나랑 같이 대외활동을 같이 하고 있다. 같이 일하다 보니 뭐 하나 절대 설렁설렁 하지 않는 성격이라 몸이 열두 개라도 부족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과대까지 맡으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버겁겠지.


그 뒤로도 집에 가는 내내 민윤기와 대화했다. 어색할까 봐 이런저런 주제를 생각해놓고 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말이 이어졌다. 조곤조곤하지만 결코 기어들어가지 않는 목소리로 제 의견을 조목조목 말하는 것부터가 그랬다. 대화할 때도 그랬다. 얌전한데 성격 좋은 애 같았다. 조곤조곤하게 내 말을 기다렸다 적당한 대답을 유쾌하게 뱉었다. 그러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게 포인트였다. 대화의 분위기를 살리려 노력한다기보다는 그냥 원래 대화방식이 그런 것 같았다. 상대방을 묘하게 편안하게 만드는 방법. 겉으론 얌전한데, 어쩌다 눈에 띄어 학생회에 들게 됐는지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아, 나는 이 건물에 살아.”

“어, 저는 이 뒷 건물인데.”

“그래? 생각보다 엄청 가깝네.”

“그러게요. 수업도 같이 듣고 있었고.”

“난 먼저 가 볼게. 넌 돌아서 가야 되지?”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검푸르던 하늘이 점점 검어졌다. 가로등과 근처 상가들의 불빛만 허공을 맴돌았다. 나는 민윤기에게 손을 흔들고 빌라로 들어섰다. 희재한테 말해줘야지. 민윤기가 과대 안 하면 회장이 구르려고 했다고.






























안녕하세요 육일삼입니다.

2년 동안 판타지를 써서 그런지 현실물이 고프더라고요. 이 글은 중단편이고, 당분간 올라올 글들도 대부분 캠퍼스물일 것 같습니다.


원래는 정국이꺼 먼저 데려오려고 했는데... 이렇게 됐네요. 윤기는 후배보단 선배로 본 게 많은 것 같아서 후배로 써 봤습니다.

카톡은 어플을 사용하려 했지만 메시지 옆에 안 읽은 숫자 몇십 개를 만들어낼 재간이 없어 관뒀습니다. 사람을 몇십 개나 만들어서 추가해야되더라고요 (이마짚)

현실은 코로나 때문에 1학기는 사라지고 2학기도 애매하겠지만 다 작품적 허용이랍니다..


호일호로 상처 입으신 분들... 슬픔에 젖어 계셨던 분들... 부디 이 글로 힐 하시길... 사실 딱히 힐 할 만큼 몽글몽글뭉게뭉게 할 것 같진 않지만... 분명 이것도 캠퍼스로맨스니까요*^^*


오랜만에 다른 글 쓰려니까 두근두근하네요. 즐겁게 읽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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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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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후기작 왔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맞아요 윤기 거의 선배로 나오는 이야기가 많았죠...
후배 민윤기 보니까 또 색다른 경험이네요 윤기의 대화 방식까지도 잘 캐치해내시고 윤기의 표정 묘사까지 잘 매치되어서 더 재미있어요 호일 호로 우울했을 독자들의 생각도 해주시고 정말 천사😇😇 앞으로의 이야기도 같이 달려요 작가님✋🏻✋🏻

4년 전
육일삼
꺄아 안녕하세요 독자님!! 뭔가 호일호 말고 쓰려니까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지 까먹은 느낌이었는데 묘사에 신경쓴 거 캐치해주셔서 기쁩니다🥰 저는 또 쓱싹쓱싹 함께 달릴 길을 닦아놓고 있겠습니다 천천히 오세요오🤸‍♀️🤸‍♀️
4년 전
독자2
와 작가님!! 기대하면서 글 볼게용 ㅎㅎ 못보고 지나쳤다가 2편 나온거 보고 1편 보러왔어요! 얼른 2편보러 가야겠네요 ㅎㅎ 재밌을것같으니까 글 오래오래 재밌게 연재 해주세욘! 감사합니당 작가님 화이팅!
4년 전
육일삼
지나친 글도 다시 봐주시다니 저야 말로 감사합니다 ( Ĭ ^ Ĭ )  독자님도 파이티잉..!!
4년 전
독자3
우와...글 너무 취저입미다 작가님..후배 윤기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소재네용! 신알신 꾹 누르고 갑니당..좋은글 감사합니다!
4년 전
육일삼
안녕하세요 독자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하루 되세요!  ꒰◍ॢ•ᴗ•◍ॢ꒱ 
4년 전
독자4
헐 민후배라니!!!♡ 대박 작가님 새작 기대할게요 ㅎㅎ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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