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드림 릴레이 조각글 이동혁. 중학생 때 나에게는 원플러스 원 같은 친구가 있었다. 선생님들마저 이서우하면 이동혁 이동혁하면 이서우 하실 정도로 맨날 붙어다녔는데 맨날 티격태격하면서 말로는 싫다 싫다 했지만 항상 좋았던, 나의 첫사랑 이동혁이 있었다. 나는 여고, 이동혁은 남고에 배정받고 나 혼자 밤에 많이 울었다. 졸업식 전에 왜 싸웠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이유로 정말 크게 싸웠고 졸업식날 흔한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그 후로도 쭉 서로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 우리 심심한데 각자 첫사랑 썰이나 풀어볼래? “ 대학동기들과의 무료한 술자리에서 첫사랑 얘기가 나오고나서야 이동혁이 떠올랐다.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있을까? 그냥 좀 친했는데 막판에 대판 싸웠던 여자애? 아니면 그냥 기억조차 나지 않는 같은 반 여자애? 사실 잘 모르겠다. 그 흔한 sns 하나 안하는 이동혁 덕분에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조차 하나도 알 수 없었다. “ 이서우 너는? “ “ 어? “ “ 니 첫사랑은 어땠냐구 “ “ 음... 중삼때? 같은 학교 남자애 좋아했었어 “ “ 이동혁이라고 좀 장난꾸러기같은 애가 있었는데... 됐다 됐어 뭐 말하면 너네가 알아? “ “ 어? 이동혁? **남고 이동혁? “ 옆자리에 앉아있던 나재민이 이동혁을 안다는 듯한 말투로 얘기했다. “ 어어.. 남고 간다고하긴 했었는데 “ “ **남고였나? 모르겠네 “ “ 와 진짜 대박! 나 걔랑 친한데 “ “ 뭐야뭐야, 나재민~ 이서우 첫사랑 찾아주기 프로젝트 가나여~~ “ 당연히 아무도 모를거라고 생각하고 실명을 거론했던 건데 세상에 정말 좁긴 좁은가보다. 나재민이 이동혁이랑 친구라니. 생각지도 못했다. “ 에이, 아니야 “ “ 걔 나랑 예전에 엄청 싸우고 이제 연락도 안해 “ “ 그냥 추억이지 뭐 “ “ 아, 그래? “ “ 와, 이거 나재민이 이어줬으면 진짜 대박인건데 “ “ 아쉽다 진짜 “ “ 이동혁 우리학교에서 진짜 유명했었어 “ “ 성격 밝다고 유명했겠지 뭐 “ “ 으음, 노노 “ “ 수학여행을 갔는데, 수학여행 가면 다들 그런 거 하잖아? 진실게임 이런거 “ “ 좋아하는 사람 있냐고 물어보니까 “ “ 아니, 4년동안 짝사랑중이라는거야 “ “ 이동혁이? “ “ 그치, 그 짝사랑은 절대 안할 거 같은 이동혁이! 짝사랑중이시라니까 다들 궁금해서 다음 차례에 그게 누구냐고 물어봤거든? “ “ 근데 절!대! 말을 안하는거야 “ “ 벌주가 지코랑 콜라, 소금, 간장, 액젖 뭐 이런 거 다 섞어서 진짜 사람이 먹을만한 게 아니였는데 “ “ 자기는 말 못한다고 한 사발을 그으냥 원샷 때렸다니까? “ 고등학교 2학년 때 4년째 짝사랑이라면 중1때부터 좋아한 거 아닌가? 그래도 싸우기 직전까지는 정말 친했다고 생각했는데 다 내 착각이었나. 전혀 몰랐다. 좋아하는 애가 있다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든다. 이제는 친구도 아닌데 서운하면 뭐 어쩌려고 서운하대? 웃긴다 이서우 “ 아무튼 짝사랑때문에 벌주 원샷때린 쌍남자라고 소소하게 유명세를 탔었지 “ “ 그 짝녀가 누군지 궁금했는데 너도 모르나보네 “ “ 야, 남의 짝사랑 궁금해해서 뭐하냐~ “ “ 텐션 떨어진다! 잔 들어 잔 들어 “ “ 짠! “ 나랑 나재민 빼고는 모르는 얘기이기도 하고 뭔가 이동혁 짝사랑 얘기는 별로 더 듣고싶지 않아서 술잔을 돌리면서 말도 같이 돌렸다. 그 날 이후로 문득문득 이동혁이 떠올랐다. 얼굴 못본지 4년이 넘어가는데 어떻게 살고있는지 자꾸 궁금해진다. 중2병 시절을 이동혁과 같이 보냈는데 이동혁때문에 사춘기 다 지나서 대2병에 걸린 것 같다. 나랑 놀러다니기 바빴던 것 같은데 도대체 짝사랑은 언제 한 거야? 이동혁이랑 마지막에 왜 싸웠더라? 그냥 내가 먼저 화해하자고 할걸 그랬나? 지금은 늦었겠지?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늘어진다. 결국 너무 답답해서 나재민을 찾아갔다. 나재민이 자주 출몰하는 학회실 문을 열어 제끼니, 통화를 하듯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있는 나재민이 보였다. “ 아, 통화중이야? “ “ 어어, 서우야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 “ 뭔가 중요한 전화인지 나재민은 잠깐 전화를 하고 온다며 나가버렸다. 나재민이 나가고 학회실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서 생각했다. 내가 나재민한테 이동혁에 대해서 물어보는 게 과연 맞는걸까? 내가 자기 얘기를 친구한테 물어보는 게 이동혁한테는 불쾌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생각은 어느덧 이동혁은 그냥 지나간 추억으로 남기는 게 좋겠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만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학회실을 나와서 계단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아직 통화중인 나재민이 보여서 간다고 인사를 하려 다가갔다. “ 나잼! 나 간다? “ “ 아니, 그래서 안보고싶냐고 “ “ 너 나중에 찡찡대지마라 “ 간다는 인사도 했지만 무슨 통화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하는지 듣지도 못하는 나재민에, 간다는 인사는 확실히 하고 가야겠다 싶어서 더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었다. “ 나잼!! 나 간다구~ “ “ 어어? 왜?? 더 있다가 가지 “ “ 전화 이제 금방 끝나는데 “ “ 아니야, 너한테 뭐 물어보러 왔는데 그냥 안물어보려구! “ “ 간다? 다음에 보자! “ 그렇게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서 가려는데 나재민의 외마디 외침에 다시 뒤를 돌아봐야만 했다. “ 이동혁!!!!!!! “ “ 이동혁? 갑자기? “ “ 하하, 지금 통화하는 거 이동혁인데, 그냥 끊어도 된다구 “ 내가 이상한 눈초리로 보자, 나재민은 어색하게 로봇처럼 웃으며 전화를 뚝 끊어버리고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학회실로 데려갔다. “ 아니, 나 물어볼 거 사라졌다니까? 집에 갈꺼야 “ “ 내가 할 말이 있어요~ 내가~ “ “ 나재민 진짜 왜그래? “ “ 어허, 앉아봐 “ “ 내가 아주 흥미로운 소식 하나를 물고왔어 “ 카톡-카톡- 나재민이 말을 꺼내려는데 나재민의 핸드폰에선 불이라도 난 듯이 카톡알림음이 들렸다. 나재민은 제 핸드폰을 곁눈질로 스윽 보더니 혼자 빵터져서 혼자 몇분동안 꺽꺽 소리내어 웃기만 했다. “ 아~ 웃지만 말고~ 할 얘기 있으면 빨리 해 “ “ 너 한번만 더 웃으면 나 일어나서 집 간다? “ “ 알겠어 알겠어 “ “ 10초만 주면 진정할게 “ “ 10 9 8 7 6 5 4 3 2 1 0 땡! “ “ 오케이 “ “ 아ㅎ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되나아~ “ “ 그 얼마전에 말했던 이동혁 짝녀 말이야 “ “ 누군지 알아냈거든 “ “ 뭐야, 저번에 하나도 안궁금하다고 했잖아 “ “ 진짜 하나도 안궁금해? “ “ 마지막으로 물어본다 “ “ 안궁금해 “ “ 나 간다 “ 대학동기한테 듣는 첫사랑의 짝사랑 얘기라니, 들어봤자 좋을 것 하나 없는 얘기라서 급하게 책상 위에 놨던 핸드폰을 챙겨나왔다. 우웅- 엘리베이터를 타는 중에 전화가 와서 발신인을 확인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 나재민!! 너 진짜 이서우한테 말했어?? 아니지???? “ 아, 급하게 나온다고 나재민 핸드폰을 챙기고 내 정신을 두고 온 것 같다. 몇년만에 듣는 이동혁의 목소리는 딱 내가 상상했던 성인 이동혁의 목소리였다. “ 아... 미안! “ “ 내가 나재민 핸드폰을 내 핸드폰으로 착각하고... 전화까지 받았네. “ “ ..... 이서우? “ “ 어어... 재민이한테 들었구나? 하하.. 나 재민이랑 같은 과 동기야 “ “ 세상 참 좁네~ 그치? “ “ 어어... 그렇지그렇지 “ “ 오랜만이다 이서우? “ “ 잘 지냈어? “ 우리는 애써 어색함을 뒤로하고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 당연히 잘 지내지~ 너도 잘 지내는 거 맞지? “ “ 나도 잘 지내지~ “ “ 응...어.... 그래! 그랬구나! 하하.... “ “ 음.... 우리 언제 한 번 만날래? “ “ 4년이면 이제 화해할 때도 됐지? 그냥 얼굴 좀 보자 “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이동혁의 목소리는 뜻밖에도 반가움이 서려있었고, 나만 어색해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 민망해졌다. “ 어어.. 화해 좋지! 나재민한테 내 번호 물어보고 연락해! “ “ 나는 이거 나재민 핸드폰.. 돌려주러 갈게! “ “ 전화 끊는다? “ “ 그래그래, 연락할게! “ 그렇게 전화를 뚝 끊어버리고 멍한 기분으로 다시 학회실로 돌아갔던 것 같다.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나재민한테 핸드폰을 돌려줬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동혁이 얼굴 좀 보자는 말이 빈말인줄 알았는데 정말로 나재민한테 내 번호를 물어보고 연락을 했다. 토요일 저녁에 우리가 나온 중학교 운동장에 가자고 하길래 좋다고 답장을 보냈다. 이동혁은 정말 추억여행이라도 할 것만 같다. 그냥 나도 ‘ 나 중학교 때 너 좋아했었다? ‘라고 말해버리고 늦게나마 마음을 정리해야지 라고 결심했다. 드디어 약속의 그 날이 왔다. 이틀 전부터 무슨 옷을 입을지, 화장은 어떻게할지, 머리는 또 어떻게, 향수는 어떤 걸 뿌릴지, 사소한 거 하나하나 신경을 써서 준비했다. 정말 최고로 완벽한 모습으로 만나고싶었다. 이런 내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토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고르고 골라 입은 긴 원피스는 끝단이 비에 젖어 달라붙었고 한 시간동안 공들인 웨이브는 다 풀려 늘어지고 애써 뿌린 향수는 비냄새에 가려 티가 나지 않는다. 정말 너랑 나는 인연이 아니었던 걸 증명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울적해져서 이동혁을 기다리는동안 우산을 올려다보며 빗물이 우산에 부딧치며 투둑-투둑- 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있었다. “ 이서우? 너 맞아? “ 얼마 전 나재민의 핸드폰으로 들었던 그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 진짜 오랜만이야 “ “ 나 안보고싶었어? “ 그의 말 그대로 정말 오랜만에 만난 그 얼굴은 못본 사이 제법 젓살도 빠지고 성인 티가 났다. “ 뭐야아 이동혁 “ “ 쫌 예뻐졌다? “ “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말고 “ “ 진짠데? “
” 아, 비 너무 많이 온다. ” “ 우선 밥부터 먹으러 가자 “ 그렇게 각자 우산을 쓰고 예전에 자주 갔던 분식집에 갔다. 그 때 맨날 먹었던 메뉴를 그대로 시키고 우리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고등학교 가서 잘 지냈는지, 대학은 잘 갔는지, 이런 소소한 얘기부터 시작해서 “ 근데 우리 왜 싸웠는지 기억나? “ “ 너 그거 기억 안나? “ “ 뭐야, 나만 모르는거야? “ “ 너가 옆집사는 재현이형한테 시집간다고 그래서 싸웠잖아 “ “ 엥? 고작 그런 이유로 싸웠다고? “ 이동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리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 지금에서야 말하는데 “ “ 내가 너 진짜 많이 좋아했었거든 “ “ 장난인 거 아는데도 너가 그 형이랑 결혼할거라고 막 그러니까 “ “ 내가 유치하게 삐졌던거지 “ “ 아, 다시 생각해도 부끄럽다 “ “ 내가 이거때문에 쪽팔려서 너한테 연락 못했잖아 “ 별 거 아닐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시덥지않은 이유때문이었다. 아마 나도 괜히 부끄러워서 연락을 못하다가 이유를 까먹었던 거겠지 싶다. 그때 이동혁도 나를 좋아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아, 그럼 그 수학여행 짝녀도 난가? “ 어, 그럼 너 그 수학여행 진실게임 그것도 내 얘기야? “ “ 아! 나재민이 그것도 말했어? “ “ 진짜 그렇게 안봤는데 입이 아주 10그램이네 나재민 “ “ 아니야ㅋㅋㅋㅋ 누군지 모른다고 했어 “ “ 그래? 그럼 다행이고 “ “ 아무튼 그 때 내가 너 좋아해서 그랬다구 “ “ 하하.. 나도 그 때 너 좋아한 거 알아? “ “ .....진짜? “ “ 응, 니가 내 첫사랑이야 “ “ 와... 미쳤다.... “ “ 너 얼굴 왜 빨개지는데~ 기분 이상하다 그치? “ “ 와.... 진짜.. 와..... “ “ 다~ 옛날 일이지 뭐 “ “ 그래도 너랑 다시 얘기하니까 진짜 좋다 “ “ 다시 중학생 된 거 같아 “ “ 그.... “ “ 아니다! 그래 좋은 게 좋은거지 “ 이동혁이랑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예전 얘기를 하나 둘 더 꺼내다보니까 어느덧 시간은 12시가 가까워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 일찍 만나서 오래 볼걸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 시간 늦었는데 집까지 데려다줄게 “ “ 본가 아직도 거기야? “ “ 응, 이사 안갔어. “ “ 가자 “ 술집에서 나오는데 비는 계속 오고, 내 우산이 없어졌다. 취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 내 우산을 가져간 것 같다. “ 동혁아, 나 편의점까지만 우산 같이 씌워줘 “ “ 내 우산 누가 가져갔나봐 “ “ 뭘 또 사~ 내가 데려다준다니까? “ “ 내 우산 커! 같이 쓰고 가 “ 뭐, 안그래도 집에 우산이 많기도 하고 이동혁 우산이 크다고하니까 우산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쏙 들어갔다. 이동혁이랑 한 우산 아래에서 걷고 싶고 막 그런 사심은 절대! 아니다. “ 그래서, 이서우 연애는 좀 했나? “ “ 나? 나 여고갔잖아 연애 못했지 “ “ 대학 가서는 왜 안했어? “ “ 음.... 글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 이동혁 혼자 쓰고있을 때는 그렇게 커보이던 우산이, 둘이 같이 쓰니까 그렇게 작아질 수가 없었다. 어느새 내 어깨, 이동혁 어깨 할 것 없이 젖어가고있었고 기분좋게 알딸딸한 정신에 같은 우산 아래 이동혁의 눈을 올려다보며 걷는데 기분이 너무 미묘했다. 내 숨소리 하나하나 이동혁한테 다 들릴 것 같아서 숨을 참고 심장이 쿵쿵 울리는 소리가 들릴까봐 살짝 떨어져서 걷는 탓에 내 어깨가 더 젖어갔다. “ 그러는 너는? 연애 안했어? “ “ 나도 뭐... “ 이동혁은 내 말에 대답하는 동시에 내 젖어가는 왼쪽 어깨를 내려다보고 왼팔로 내 어깨를 감싸 우산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 너보다 더 좋은 사람이 안생겨서 “ “ 뭐야.... “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것까지 참을 능력이 없었고, 갑자기 훅 들어온 이동혁의 멘트에 당황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얼굴이 빨개진 채로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발 맞춰 걷기만 할 뿐이었다. “ 벌써 다 왔네 “ 이동혁은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고나서야 잡은 내 어깨를 놓아주었다. “ 너 집에 보내기 전에 할 말이 더 있는데 “ “ 응 “
“ 나는 항상 좋아했어 “ “ 너랑 그렇게 틀어지고 맨날 후회했어. 친구로라도 계속 지낼걸 하고 “ “ 졸업식날에는 너랑 사진도 찍고싶었는데 “ “ 너네 반 찾아가보니까 너네 반 애들이 너 벌써 집에 갔다고 그러더라 “ “ 쪼끄만게 발은 또 빨라가지고 “ “ 그래서 그냥 그렇게 첫사랑으로, 기억하려고 했는데 “ “ 너보다 좋은 사람을 못봐서 아직도 첫사랑 진행중이야 “ “ 너도 나처럼 나보다 좋은 사람을 아직 못찾은 거 같은데 “ “ 그럼 나 한번 만나볼래? “ 이동혁은 말 한마디 한마디 느리게,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키도 더 크고, 목소리도 굵어지고, 턱선도 뚜렷해지고, 외적으로는 많이 변했는데 마음은 아직 그 때 그 시절 이동혁인 것 같다. 내가 좋아했던 그 시절의 이동혁이 그대로 여기 있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