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앱 보러가기 전에 급하게 몰아치는 드림 조각글
종천러 이런 말이 있다. 나이, 성별, 국적을 뛰어넘는 우정, 뭐 이런거? 나에게는 어린 외국인 친구가 있다. “ 쫑천러 “ “ 20살, 성인이 된 거 축하해 “ 우리 부모님의 중국쪽 사업파트너인 천러의 부모님은 종천러가 중학생이 된 이후부터 방학이 올 때마다 귀한 외동아들을 우리 집으로 보냈다. 한국어 조기교육이 중요하다나 뭐라나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한국땅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졌던 중학생 천러는 아쿠아리움에 갇힌 돌고래같았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절절매는 게 안타까워서 내가 직접 요리도 몇 번 해주고, 저녁에 한강도 데려가고 하니까 한국에 올 때마다 내 뒤만 졸졸 따라오는 껌딱지가 되어버렸다. 그런 우리의 나이차이는 궁합도 안본다는 4살차이다. 내가 24살, 종천러가 20살. 외국인이기도 하고, 원래 나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가만히 있으면 휙휙 바뀌는 거. 내 무던한 성격 탓인지 종천러와 나는 많다면 많다고 할 수 있는 4살이라는 나이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매우 편한 친구사이다. “ 고마워 ##이서우 “ “ 죽어도 나한테 누나라고 안해주지 쫑천러 “ “ 누나는 무슨 “ “가끔은 너가 동생같기도 해? “ “그건 내가 동안이라 그런거고 “ “그래, 너가 그렇다니까 그런가보네 “ “애기, 누나한테 뽀뽀! “ “ 아 애기는 무슨 애기야~ “ “ 나 이제 성인이잖아 “ “ 누나는 내년이면 벌써 반오십이에요~ “ “ 너가 서른이 돼도 내 눈에는 애기일걸? ” “ 참나... “ “ 우리 천러 대학은 합격하셨나? “ “ 당연하지 “ “ 3월에 누나네 학교 입학해 “ “ 넌 이번학기에 복학한다고 했지?” “ 뭐야, 장난치지마 “ “ 니가 왜 우리학교에 와? “ “ 나 한국 좋아하는 거 알잖아 “ “ 외국인전형으로 넣으니까 합격하던데? “ 워... 쫑천러 너는 진짜 하고싶으면 다 하는 인생을 사는구나 부럽다. 부러워. 의외로 종천러의 입학 후, 우리가 학교에서 마주칠 일이 정말 없었다. 애초에 다른 과이기도 하고. 천러는 1학년, 나는 고이다 못해 썩은 물 4학년이니까. 그러다 가끔 정말 어쩌다 마주칠 때면, 성인이 되고 좀 변한 종천러, 나 말고 다른 한국인 친구가 생긴 종천러가 적응되지 않아서 어색하게 웃어주고 지나치곤 한다.
“ 서우야 “ “ 왜 학교에서는 친한 척 안해? “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답답한 건 절대 참지않는, 천회장님의 후진없이 직진만 있는 질문에, 목이 막혀 컥컥거리자 종천러는 익숙한 듯이 물컵과 휴지를 건네준다. “ 먹다가 뱉어내지는 말구 “ “ 어우... 그래 고맙다 “ “ 그래서 왜 나 모르는 척 해? “ “ 그런 적 없어. 밥이나 먹어. “ “ 이서우씨 진짜 그러다 후회한다? “ “ 아니, 나는 어차피 곧 졸업하잖아. “ “ 너도 16학번이랑 야, 너 하는 사이인 거 소문나봤자 좋을 거 하나도 없다니까? “ “ 소문이 좀 더 나야되는데 “ “ 너 그러다 버릇없다고 욕 먹어요~ “ “ 나는 괜찮은데 이걸 굳이굳이 나서서 대신 참견하는 사람들이! 대학에는 정말 많습니다 쫑천러씨 “ “ 你是我訂的婚,怎麼樣? ” “ 뭐라고? “ “ 야! 내가 중국어 할 때는 천천히 말하라고 했지!! “ “ 중국어 공부 좀 해 “ “ 나는 한국어 잘하는데 너는 진짜 서운할 정도로 못하잖아 “ “ 인간적으로 중국어는 너무 어려워 “ “ 우리 그냥 영어로 대화할래? “ “ 너 영어도 못하잖아 “ “ 쓰읍- 누나 4학년이다 까불지마라 “ “ 초등학교 4학년 아니야? “ “ 어허! 그래서 그거 무슨 뜻인데? 다시 천천히 처어어언천히 말해줘봐 “ “ 중국어 공부 많이 해오면 알려줄게 “ “ 그래... 뭐.... 사실 별로 안궁금해 “ / “ 천러야, 너는 졸업하면 뭐 하고싶어? “ “ 음, 결혼? “ “ 결혼?? 누구랑? “ “ 비밀 “ “ 와, 진짜 서운하다 서운해 “ “ 누나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여자친구 생긴 것도 말을 안해줘? “ “ 정략결혼 “ “ 아...... “ 그렇지 중국부자는 역시 한국부자들이랑은 클라스가 다르지 얘한테는 정략결혼이 너무 당연한 얘기구나. 이렇게 덤덤하게 말을 꺼내는 걸 보면 종천러가 갖고있는 부담감이 얼마나 클지 나는 감도 오지 않는다. “ 괜한 거 물어봤네. 미안! “
“ 아니야 “ “ 상대편이 마음에 들어서 괜찮아 “ 내가 짧은 사과의 말을 전하자 종천러는 오히려 자긴 괜찮다고 웃어넘긴다. 진짜 괜찮아서 그러는건지, 괜히 안심시키려고 그러는건지 잘 모르겠다. “ 어디에 사는 누군진 몰라도 아주 복 받았네! “ “ 아니 정략결혼인데 남편이 쫑천러? 미쳤다 개부러워 “ “ 나도 그렇게 생각해 “ 분위기가 조금 쳐지는 것 같아서 천러를 좀 띄워줬더니 천러의 표정이 눈에 띠게 밝아졌다. 아,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 애기같이 귀여웠는데 스무살을 넘기니까 뭔가 분위기가 훅- 바뀐 것 같다. 애기같던 얼굴이 이제 이렇게 활짝 웃을때에만 잠깐 나왔다가 웃음을 그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없어진다.
+중국어 해석+ |
“ 你是我訂的婚,怎麼樣? “ “ 니가 내 약혼잔데, 뭐 어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