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짝사랑하던 남자가 사랑꾼이었다
by.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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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 진짜 형이 여자한테 그렇게 죽고 못사는건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어느새 술자리에 합류한 해인의 한마디에 지훈도 '그니까'하며 거든다.
"형 진짜 솔직하게 여름이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걔 20살 됐을때 학원 같이 다니던 학생 통해서 사진 한번 봤는데 엄청 예쁘더라구."
"형 완전 도둑 아니에요?"
"아니 그냥 예뻤다고ㅡㅡ"
"ㅎㅎ"
"그럼 그동안 연락은 한번도 안하다가 올해 만난거에요?"
"응. 연락하려고 몇번 찾아봤는데, 아무것도 못찾았어. 근데 이렇게 가까운데 살고 있을줄이야 ㅋㅋ"
"완전 운명이네"
"ㅋㅋㅋ"
"근데 형 원래 여자한테 관심 없었잖아요. 만나봤자 맨날 여자쪽에서 매달리고.. 그나마 많이 만난게 고보결씨잖아요 ㅎㅎㅎ"
"갑자기 그얘기가 왜 나오냐"
"진짜 궁금해서요! 도대체 여름이 매력이 뭐길래 형이 죽고 못사나..그런"
"나도 그걸 모르겠는데. 그냥 챙겨주고싶어"
"아... 괜히 물어봤어..."
오글거린다며 토하는 시늉을 하는 해인의 머리를 살짝 치는 태평이다.
[연락 안할거에요?]
알림소리에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여름이었고, 태평은 그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옷을 챙겨 자리에서 나와 여름이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미안"
-뭐가 또 미안한데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된 줄 몰랐어. 집으로 갈까?"
-왜.. 쌤이 먼저 일찍 연락한다 그랬으면서 안하는데요
"미안해.."
-짜증나 진짜. 끊어요.
술이 들어가다보니 깜빡해버렸다. 하루종일 기다렸을텐데.
-
어제는 내가 너무 심하게 말한것같아 오늘 만나면 꼭 미안하다고 해야지.하고 다짐했는데 하루종일 연락이 없는 선생님이다.
그렇게 나가버렸으면서 연락 한 통 없는 선생님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피곤하게 일하고 온 사람한테 내가 너무했나. 그냥 한번 더 참을걸 그랬나.. 하다가도, 정말 나랑 자려고 만난건가 싶기도 하고..
진짜 섹스하려고 만났던건가. 그래서 이대로 연락을 끊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무서워 내가 먼저 연락을 한다.
내 연락에 바로 전화를 하는 선생님이다. 이렇게 쉽게 연락할거면서 왜 먼저 안했나 싶으면서도, 그래도 내가 했던 나쁜생각은 아닌것같아 안도감에 짜증이 난다. 자기가 잘못했으면서 왜 나만 애타는건데.
피곤한사람 데리고 너무 감정싸움하고 싶지않아 내가 먼저 손내밀려 한건데. 또 짜증내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
'띵동-'하는 소리에 나가 문을 열어보면 선생님이 서있다. 술에 찌든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데 또 화가난다.
"선생님. 제가 만만해요?"
"아니"
"근데 왜 그러는거에요?"
"내가 뭐"
"어제 그렇게 나가버렸으면. 최소한 연락이라도 먼저 해야되는거 아니에요?"
".."
"내 감정은 아무 상관도 없어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든. 선생님은 관심도 없어요?"
"그게 아니라,"
"맨날 그게 아니라. 그거 아니야. 미안해. 그거면 끝이에요? 내 기분은 왜 생각도 안하냐구요"
"..."
"내가 어려서 만만한거잖아요. 내가 맨날 선생님 좋다고 쫓아다니니까 나는 항상 선생님 뒤에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잖아"
"아니야"
"아니면 도대체 뭔데요. 왜 맨날 내가 먼저 연락해야되는데. 나도 자존심 상해요. 진짜 나랑 섹스할라고 만난ㄱ"
"적당히해"
"선생님이야말로 적당히해요. 나 어리다고 무시하는거."
"너 자려고 만나는거 아니야. 진짜 좋아해서 만나는거야. 내가 아직도 너한테 그만큼밖에 믿음을 못줬어?"
"쌤 행동이 그렇잖아요. 맨날 와서 섹스만하고"
"하..."
"근 한달동안 우리가 뭘했는데요. 같이 밥을 먹었어요, 나가서 데이트를 했어요? 뭘 했냐고 우리가"
"바빴잖아. 알면서 그래?"
"바쁜게 중요한게 아니라구요. 어제도 말했잖아요. 밤이어도 얘기 할 수 있는 거라고."
"그래. 내가 미안하다. 내가 다 잘못했네"
항상 내가 이렇게 화를 내면 다 받아주고 져주던 선생님이었는데. 조금 낯설다.
"요새 좀 바빠서 신경 못썼어. 그래도 밤에 같이 누워서 자는것만으로도 좋아서 맨날 여기로 퇴근했고. 얘기 많이 못해줘서 미안해. 나 하고싶은대로 해서 미안해. 내 욕구만 채우서 미안해"
"..."
"됐어?"
"뭐가 돼요?"
"이 말을 원했던 거 아니야? 너랑 섹스만해서 미안하다"
"....."
"계속 말해봤자 똑같을 것 같다. 그냥 기분 풀리면 연락해. 간다."
-
그 후로 1주일이 넘도록 우리는 아무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동안 피하던 성우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난 너가 연락 끊은 줄 알았지 ㅎㅎ"
"야..!!!! 나 대학친구라고는 너 하나뿐인데 어떻게 연락을 끊냐"
"하긴.. 나마저 없으면 진짜 친구는 1도 없지"
"닥쳐"
"ㅋㅋㅋㅋㅋㅋ근데 나 만나는거 남자친구가 싫어하는거 아니야?"
"..괜찮아, 뭐"
"싸웠어?"
"응?"
"딱봐도 싸웠는데 ㅎㅎ"
"아니거든!! 그냥 너 생일 축하해줄라고 보자 한거거든!!!!!"
"나 생일 지난지 1달이 다 되가는데"
"말이 많네"
"ㅋㅋㅋ반가워서 그렇지. 보고싶었어"
보고싶었다는 성우의 한마디에 왜이렇게 기분이 묘한건지 모르겠다.
.
"오랜만에 데려다줄까?"
"그래!"
진짜 오랜만에 성우랑 같이 집으로 걸어가는데 전화가 울려 꺼내보니 선생님한테 전화가 오고 있었다. 받을까, 하다가 그냥 성우랑 얘기하고 싶어서 받지 않은채로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전화 안받아?"
"안받아도 돼"
"남자친구 아니야?"
"..."
"왜 안받아?"
"..그냥! 너랑 오랜만에 만났잖아. 너랑 얘기하고싶어"
"...."
"이상하게 생각하지마라"
"오해하게 만드네"
"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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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숭생숭한 마음을 어디 털어놓을곳이 없어 항상 혼자 앓았는데, 오랜만에 성우를 만나서 얘기를 하다보니 머릿속도 정리되고 쓸데없는 생각도 안하게 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인스타에 들어가서 친구들이 올린 사진을 구경하다가, 문득 생각나 선생님 계정에 들어가본다.
..분명 내 사진이 꽤 여러장 있었던 것 같은데 다 지워지고 처음에 올린 손 사진 하나만 남아있다. 언제 지웠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또 생각이 많아진다.
나도 내 계정에 들어가 선생님과 관련된 게시물을 모두 지워버린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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