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주..준홍아!!"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된대요"
"준홍아 제발 내려와 응?"
"내가 형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내가 잘못했어 내가 미안해..제발..."
"형은 나 없이도 행복했어요? 나는 죽을거 같았는데"
"아냐..나도 지옥이였어 나도..너없어서 괴로웠어.."
".........."
"내가 무릎 꿇고 빌께 제발 준홍아 이리와 응?"
"정대현"
"준홍아"
"...거짓말쟁이"
아침부터 지독한 악몽을 꿔서 그런지 등뒤가 약간 축축했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 눈앞에는 준홍이가 있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순간 분간이 안가길래 준홍이 볼을 살짝 쓰다듬어보았다.
확실하게 만져지는 거 보니 이건 꿈이 아니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준홍이는 내 코앞에 있다. 준홍이의 귀여운 머리통을 내 가슴팍에 안아서 머리도 쓰담쓰담 해보고 잠든 준홍이 볼에 뽀뽀도 해보았다. 이대로 준홍이랑 결혼하면 어떨까??
행복한 가정에 웃고 뛰어다는 아이 아이와 놀아주는 준홍이 저녁을 준비하는 나 비록 남자인 나에게 허용되는 현실은 아니였지만 상상은 자유 아닌가?
행복한 상상을 하며 준홍이만 멍하니 바라보다 시계를 보았다 벌써 아침 9시 힘찬이 형은 11시 비행기로 떠난다고 나에게 문자를 해줬다. 준홍이를 보는데 갑자기 내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다.
한국에 계속 남아야 하는 걸까? 한국에 있다간 계속 더러운 생활 뿐이다. 하지만 준홍이는? 그래도....
그래도...
난 이 더러운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자 나는 준홍이 몰래 일어나서 옷을 입었고 그대로 나는 힘찬이 형 집으로 돌아갔다.
미안하다...미안해 준홍아
나는...난 이 더러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
자고 일어나니 없다. 정대현은 내 눈 앞에서 바로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그가 있던 자리에 남아있는건 한장의 쪽지였다. 미안하다는 한마디 나는 그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서는 바닥에 내동댕이 쳤지만 그래도 다시는 못볼...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정대현이..남긴 쪽지였기에 나는 한조각씩 다시 주워서 테이프로 한장 한장 붙여나갔다.
미안해 라고 적힌 쪽지만 멍하니 봤다. 나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정대현의 물건이였다. 이젠 주인이 없는 이 집 내가 다시 올 일이 없는 집을 나는 쪽지를 꽉 쥐고선 밖으로 나갔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니 땀이 계속 줄줄 흘러내린다. 하늘은 저렇게 푸른데 내 마음은 먹구름이 잔뜩 낀것처럼 어두컴컴하네...
그냥 생각 없이 걷다보니 내 눈앞에는 학교가 있었다. 토요일이였기에 고삼들은 자습중이였고 나는 몰래 들어가 음악실을 향했다. 음악실 의자에 앉아서는 눈을 감는데 정대현이 쳐주던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나를 좋아한다는 그 피아노 소리 내가 있어 행복하다는 피아노 소리 너무 설레 미치겠다는 그 피아노 소리
정대현의 감정이 대신 담겨져있던 피아노 소리가 계속 내 귓가에 울려퍼진다. 그걸 다 알아채놓고선 나는 애써 외면했다. 단지 정대현이 남자라는 이유 하나로 꼬투리 잡을 것만 생각했고 그 꼬투리는 정대현의 깊은 상처였다.
피아노 뚜껑을 열어 도 건반을 눌러보니 은은한 소리가 퍼져나온다.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미 레 도 레 미 미 미 레 레 레 미 미 미 미 레 도 레 미 미 미 레 레 미 레 도
비행기 정대현을 태우고선 저 큰 태평양을 건너가버린 비행기 난 너무 늦게 반성하고 사과하고 후회했다.
그걸 행동을 옮겼을땐 이미 대현이는...대현이 형은 나에게서 점점 아주 많이 떠나가버리고 난 뒤였으니까...
음악실 창가에 기대어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이 동네 근처 꼬마애들이 비눗방울을 불며 뛰어 다니고 있었다. 그 비눗방울은 하늘 위로 계속 계속 올라갔고 바람에 휩쓸려 이리저리 흔들려버린다.
어릴 적 엄마가 읽어주던 인어공주가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정작 좋은일은 지가 다 해놓고 다르다는 이유로 왕자를 피해버린 멍청한 인어공주 기껏 목소리 까지 잃어놓고 왕자한테 갔더니 표현하나 못해서 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린 가녀린 인어공주
나는 이웃나라 공주인걸까 아님 인어공주 인걸까
정대현을 오래 전부터 도와주던 김힘찬이 인어공주 인걸까? 근데 나는 왜 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것처럼 정대현을 놓친걸까
나도 모르게 볼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직 못한 말이 너무 많은데 사랑한다는 말을 100번이나 더해주고 싶었는데 정대현이 힘들었던 일을 들으며 다독여주고 위로해주고 싶었는데 밀어내서...상처줘서 미안하다고 무릎꿇고 사과하고 싶었는데 왜 정대현 너는 날 이렇게 떠나가버리는 거냐고...정대현..대현아...대현이 형...
너무...보고싶어...미치도록...죽을 만큼..보고 싶어.....
준홍은 무릎을 끌어 안은채 계속 울기만하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켰고 뭔가에 이끌리는 듯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대현과 처음 마주치던 중앙현관 벌청소 같이 해주던 체육관 같이 조잘조잘 떠들던 스탠드 지나가는 곳마다 대현을 그리며 준홍은 천천히 움직였고 그의 두눈에서 총기란 이미 없어진지 오래였다. 남은건 계속 흐르는 눈물뿐
2년뒤 준홍은 그리운 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또 2년뒤 대현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하... |
이 년을 매우쳐라!!!!!! 분량이 이게 뭐냐 하겠지만.. 네..죄송해요.. 너무 죄송해서 석고대죄라도 해야될 판인거 같아요... 완결을 슬슬 내야되는데 왠지 판을 더 벌린 기분은 뭐죠...끵... 하지만 저는 빠른전개를 좋아하니까 짧고 굵게 끝내고 새로운 글들 쓰러가야겠어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