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지만 괜찮아
w.1억
"제가 우산 빌려줬으니까. 그리씨가 밥 쏴요."
"아, 그럴까요."
"네. 밥을 쏘려면 약속을 잡아야 하잖아요? 근데 약속을 잡으려면 연락이란 걸 해야 되는데. 번호 좀 주시죠?"
"…제가 카페로 오면 되잖아요."
"에?"
"카페로 와서 약속을 잡으면 되잖아요."
"아니 만에하나 제가 일찍 문을 닫아서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을 생각해서."
"……."
나를 향해 진지하게 막 상황을 꾸미는 효섭씨에 웃겨서 작게 웃으니, 안심하듯 웃으며 말한다.
"아, 뭐야. 장난이었어요? 나 진짜로 선긋는 줄 알고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잖아요."
"ㅎㅎ핸드폰 주세요."
"아 그리씨! 난 또 그리씨가 나 못 된 사람으로 생각하고 안 주는 줄 알고..."
"알아요."
"…에?"
"못 된 사람 아니란 거 알고있어요."
"…그쵸? 저 딱 보면 보이죠?"
"네."
"그럴 줄 알았어어!"
"밥은 뭐 먹고 싶어요?"
"그리씨는 뭐 먹고 싶어요? 난 그리씨가 먹는 거!"
"제가 신세를 졌으니까.. 효섭씨가 먹고싶은 걸 먹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그런가? 근데 난 그리씨가 먹는 거 먹고싶은데.."
"…아."
"제가 그리씨 어떤 거 좋아하나 맞춰볼까요?"
"…응?"
"그리씨는 치킨을 좋아해."
"어..어떻게 아셨어요?"
"…푸흡."
"……?"
"치킨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어요!!ㅋㅋㅋ"
"…아, 그러네요."
"너무 웃기다. 진짜..."
"처음이에요.."
"뭐가 처음이에요?"
"…누가 제 얘기 듣고 막 웃어주는 거요."
"…아, 진짜?? 아니 왜? 이렇게 재밌는데!?"
"……."
"자신감! 뿜뿜!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리씨 입만 열어도 웃겨. 되게 뭔가 진지해가지고는.. 엉뚱해서 더 웃겨.
아니 정말이요? 정말?? 웃어주는 사람 한명도 없었어?"
"…네.."
"네..도 웃긴데. 내가 이상한 건가??"
"…재밌다면, 다행이다.."
"……."
기분이 너무 좋았다. 누군가와 같이 마주보고 앉아서 얘기하는 것도 감지덕지인데.
내가 얘기할 때마다 웃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더 더욱 좋았다.
"……."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한주임을 한참 바라보는데 거울로 눈이 마주쳤다.
곧 '왜?'하고 해맑게 웃는데 나도 모르게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뻐서요."
"네가 더 예쁜데?"
"…아닌데요!"
"진짜야. 너 화장 진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 되게 막 예쁘잖아. 원래 예쁜 애들은 화장 연하게 해도 예쁘다니까??"
"……"
"그리고 편하게 그냥 언니라고 불러."
"아,네..!"
"저녁은 어떤 거 먹고싶어?"
"아무거나요..!"
"떡볶이 먹을까?"
"네!.."
"가자! 가즈아!!!"
"네!"
"허..얼..? 너 매운 거 못 먹어...!?"
"…네!"
"그럼 말을 하지.... 미안해. 내가 멋대로 매운맛으로 시켜버렸네에... 일어나자! 이거 말고! 다른 거 먹으러 가자!"
"아니에요! 맛있어요..!"
"…괜찮겠어?"
"…네!! 정말요."
"…너무 미안한데."
"괜찮아요 ㅎㅎ.."
"…왜 이렇게 귀엽냐. 진짜??"
"하하.."
처음이었다. 가족말고 다른 사람과 앉아서 떡볶이를 먹는 것.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나는 그냥 이 자리를 지키려고 했다. 나에게 미안하다며 음료수를 건네주고선 또 음료수를 시키는 언니에 고맙다며 웃어주었다.
되게 생긴 건.. 무심하게 생겨서 엄청 다정한 것 같네.
"서주임 그 인간도 매운 거 겁나 못 먹거든. 엊그제 여기 데려왔다가 눈물 콧물 다 빼고 간 거 있지? ㅋㅋㅋ."
"아아, 서주임님이랑 되게 친하신가봐요."
"…그런 것 같아. 안 친하지는 않지. 정대리님이랑 해서 셋이서 되게 친한 편인데.. 막 따듯한 정대리님에 비해서 서주임이 장난 되게 많이 치잖아."
"…되게 잘 어울려요!"
"에에에엥ㄱ!?!?!"
"…정말이요! 두분 잘 어울려요. 저는 당연히 사귄다고 생각 했는데.."
"…내가 아깝지!"
"…어, 그건 당연한 건데.."
"그치이!!!!!!????"
"네 ㅎㅎ."
"어제 이재욱이랑은 무슨 얘기 한 거야? 되게 진지한 얘기 하는 것 같던데? 나한테만 몰래 얘기햐봐.
이재욱이 번호 달래???? 아니면 막 초면에 미안하지만 썸탈래요? 막 이래??"
"…네?! 아뇨.. 그런 건 절대 아니구요."
"그럼?"
"…그냥 뭐 물어보길래. 대답만.."
"…아, 그래? 난 또... 이재욱 걔 우리 회사 사람들한테 인기 겁나 많잖아? 특히 누나들한테.. 그중에 안 넘어간 사람은 나뿐일 걸?"
"…아, 정말요..?"
"그런 애가 취향이 우리 그리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니. 근데 솔직히 이재욱보다 네가 더 아깝긴 해. 걔가 번호 달라 그러면 핸드폰 없다 그래.
내가 다른 남자 소개시켜줄게! 그 키만 멀대같은 쉬키는 버려!!! 애가 가끔 보면 되게 싸가지 없고 그렇다니까."
"…다른 분들도 잘생기셨는데."
"아, 서주임이랑 정대리님은 그냥 여자친구 있다고 뻥까쳐. 그게 편하거든."
"…아."
뭔가 정말 언니처럼 챙겨주고, 언니는 말이 많았다.
내가 말이 없다보니까 이런 사람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너무 만나고 싶었다.
"케이크 먹으러 갈래?"
"네?"
"단짠 단짠 몰라? 가즈앗!!!!!!!!!!아! 우리 귀걸이 사자! 맞추자, 맞추자!!"
"…귀걸이요?"
"뭐야. 너 귀 안 뚫었어??????"
"…어,네."
"하.. 안 되겠네. 언니가 귀걸이 하나 사줄게!!!"
케이크는 뒷전이고 제일 먼저 귀를 뚫는데 너무 아플 것 같아서 덜덜 떨었는데.
'안 아푸다니깡!!!'하는 언니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나도 안 아파.. 나 24년만에 처음으로 귀 뚫어보는데....
그리고....
"이거 어때?"
24년만에 누군가와 함께 무언갈 맞춰보았다.
"야아 너무 예쁘다. 예뻐서 재수없엉~"
"언니가 더 예쁜데..!"
"어머 야.. 그거 남이 들으면 되게 재수없어 해. 예쁜 애들끼리 서로 칭찬하면 얼마나 재수없는데."
오늘 하루 언니가 다 사줬는데. 너무 미안해서 한참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면, 언니가 커피를 마시다가 나를 보고 웃는다.
"…이건 제가 계산할래요! 다 언니가 사주셔서.."
"아, 괜찮아."
"네?"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텐 막 퍼주거든. 하나도 안 아깝고.. 나 돈 많아."
"…아?"
"이제 막 인턴이신 분은 그냥 저한테 얻어먹으십시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그래도 한 번쯤은 이런 행복에 속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언니에게만은 사실은 내가 아프다고 말을 해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잠깐 스쳐지나갔다.
"느아아아아앙아아!!! 너무너무 상쾌해! 아침부터 등산이라뉘."
"상쾌하면 매일 일 하지 말고, 등산하던가^^."
"아, 강대리님...? 그 말을 즉슨 죽으라는 뜻 아닌가요."
"그럼 지랄 하지 말고 가자 ^^."
"…무슨 강대리님은 웃으면서 사람을 저렇게 조져..?"
"재욱이랑 도현이는 투닥투닥.. 바쁘네, 바빠."
강대리와, 신팀장.. 둘은 이재욱 팀에 있는 분들이다.
두팀이 같이 등산을 하게 되다니.. 마주치기 싫어도
"아니 형은 왜 맨날 핸드폰을 잃어버려요?"
"야아 내가 잃어버리고 싶어서 잃어버리냐? 진짜 말 서운하게 한다 너???"
"도현이 핸드폰 아까 강대리한테 맡겼잖아."
"아 맞다..!!! 감사합니다 신팀장님!"
"다음 날 아침까지 정신 못 차릴 거면. 전날에 술 마시지 말라 했지, 도현아."
"헷."
"무슨 헷이야ㅋㅋ."
등산하는 것도 처음이라 너무 설레긴 했는데. 내가 끝까지 갈 수 있을까..가 의문이었다.
"근데 둘이 귀걸이 맞춘 거야?"
"…그러게? 야. 예쁘네! 역시 젊어서 그런가? 우리 막내! 다 잘 어울리고!! 시집 와라!!"
"미쳤나봐? 그리가 왜 그쪽한테 시집을 가요? 진짜 미쳤나봐"
"나 정도면 잘생겼지! 성격 좋지! 무시 당할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왜!"
"나는 지 잘생긴 거 알고 막 허세 부리는 사람 보면 패고싶더라. 그치 그리야."
그치? 하고 콧방귀를 뀌는 언니에 나는 어색하게 웃었고.. 정대리가 웃으며 말한다.
"난 싫어서 퇴사할 것 같은데."
"아니. 그 정도예요????????"
대화하는 걸 듣는데 어찌나 웃긴지.. 언니는 혀를 차고, 나는 웃으며 보고.. 한참 그렇게 걷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숨을 헐떡이면 언니가 멈춰서서 내게 묻는다.
"힘들어?"
"아, 괜찮아요..!"
"……."
언니의 말에 앞장서 가던 이재욱은 나를 보았고, 나는 그런 이재욱을 피해 다른 곳을 보았다.
힘들지만 더 가고싶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꾹 참고 걸었다.
나름 빨리 간다고 생각했는데.. 저 멀리 가는 서주임과 정대리에 비해 너무 느린 나 덕분에 소희언니도 나 따라 느리게 걷는다.
"미안해요.."
"아냐, 뭐가 미안해. 천천히 가~ 나도 빠르게 가는 거 싫어해."
"…먼저 가셔도 되는데."
"먼저 가라고오? 무슨 말도 안 되는? 힘내!! 이그리!!"
"ㅎㅎ고마워요."
갑자기 언니가 어억- 하고 배를 움켜쥐기에 '왜 그래요!..'하면 언니가 인상을 쓴 채로 입을 연다.
"급똥....."
"죄송해요 ㅠㅠㅠㅠ."
"아냐... 급똥인 내 잘못이야 ㅠㅠㅠㅠ미안해 하지 마."
언니랑 최대한 빨리 걷는데. 갑자기 앞장서 가던 이재욱이 우리쪽으로 걸어온다. 그럼 언니는 '뭐야 왜 다시 빠꾸해..?'하며 혼잣말을 했고...
"…먼저 가세요. 제가 그리랑 같이 갈게요."
"…네가??"
"네. 화장실 가세요."
"…어떻게 알았어???? 나 화장실 가고싶은 거."
"엄청 크게 말하셨는데. 급똥이라고."
"그래...?"
"…네."
"…야, 내가 화장실이 좀 급해서. 그럼 그리 좀 부탁한다?"
언니가 내 등을 토닥여주고선 곧 저 멀리 뛰어갔고, 난 네가 너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이가 없어서 멈춰서서 너에게 말한다.
"네가 왜 나랑 같이 가는데."
"너 이렇게 무리해서 등산 해도 되는 거야?"
"……."
"…이제 괜찮아진 거야?"
"…똑같아."
"부장님한테 말씀 드리고, 아래에서 쉬자."
"신경 쓰지 마."
"……."
"네가 걱정해주는 거 전혀 진심으로 느껴지지도 않으니까."
"…그래."
"……"
"알겠으니까. 무리해서 걷지나 마."
너무 힘이 들어서 잠시 쉬어서 숨을 고르면, 이재욱은 날 따라 멈춰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네가 너무 싫었지만.. 내 옆에 있는 네가 싫었지만.. 가라고 할 힘이 없었다.
심장이 조금 아파와서 가방을 벗어 가방에서 약을 꺼냈다. 그리고 혹시라도 저 멀리 앞에 있는 사람들이 볼까봐 눈치를 보고선.
약을 물과 함께 삼키면 이재욱이 내게 말한다.
"너 아픈 거 사람들이 모르냐?"
"…사람들한텐 말하지 마."
"…왜 숨기는데?"
"왜 숨기겠어."
"……"
"내가 아프다고 하면,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매정해지고, 떠나니까.
스스로 살아남으려고 택한 방법이야."
"……."
"나한테 좋게 대하다가도, 아프다고 하면 표정부터 바뀌는데. 너는 모르겠지."
"그런 사람들만 있지 않아. 아픈 걸 왜 숨겨? 너 그러다 쓰러져서 또 병원이라도 가게 되ㅁ.."
"내가 알아서 할게."
"……."
"예전에 잠깐 알던 사이였다고 계속 나의 대해서 아는 척 하지 마."
"…적어도."
"……."
"미련한 짓은 좀 하지 마라."
그런 너를 올려다보았고, 너는 나를 내려다본다. 서로 눈을 피할 줄도 모르고 바라보다가.. 결국엔 내가 먼저 피했고.
인상을 쓴 채로 앞장 서 걸으면, 네가 말 없이 날 따라 움직인다.
한참을 걷는데. 벌써 앞에 가던 사람들은 사라져서 없고.. 우리는 여전히 걷고있다.
그리고 언니에게서 전화가 오기에 전화를 받으면..
- 어디야?? 한참 뒤에 있어?? 왜 안 보이지?
"아, 네!.. 천천히 걷느라구요.."
- 그래애? 우리 다 점심 먹고있거든..! 얼른 와.
"기다리지 말고! 드세요.. 저도 잠깐 멈춰서 먹을게요."
- 그럴래?
"네."
- 알겠어 그럼! 밥 먹고! 빨리 와. 다들 걸음이 빨라서 뭐...
전화를 끊은 나는 저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았고, 이재욱도 나와 조금은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가방에서 아침에 급하게 사 온 김밥 한줄과, 물병을 꺼내들었다.
김밥을 하나 입에 넣다가도 내 옆에 앉아서 다른 곳이나 보고 있는 이재욱에게 말을 걸었다.
"다들 밥 먹고 있대. 너도 먹어."
"됐어."
왜 먹지 않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물어보긴 싫었다. 그냥 너의 말을 무시하고선 김밥을 하나둘씩 먹는데..
갑자기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기에 화면을 보자...
"어..."
효섭씨에게서 오는 전화에 좀 많이 놀랬다.
어쩔 줄 몰라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 너무 어색했다. 전화를 받아야 되는데.. 어떻게 받지? 뭐라고 하지? 당황한 티를 내면 좀 그러겠지.
"……."
- 여보세요?
"…네!"
- 뭐예요. 받아놓고 왜 말을 안 해요??
"…아."
- ㅎㅎㅎ 등산중!?
"지금 잠깐 앉아서 밥 먹고 있어요."
재욱은 그리를 힐끔 보았다. 핸드폰에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는 남자였고..
"…조금 힘든데요. 괜찮아요."
그리는 수줍게 웃고 있었다. 5년 전에도 보여주지 않았던 저 수줍은 웃음에 당황스러웠다.
- 너무 무리해서 걷지 마요. 힘들면 앉아서 쉬고.. 그래요. 그러다가 큰일나면 어떡해요.
"큰일 안 나요. 걱정 마요.. 안 그래도 천천히 걷고 있어요."
- 그래요? 밥은? 도시락 싸서 가져갔나?
"그냥 급하게 오다가 김밥 한줄 샀어요."
- 크으.. 또 내가 요리 엄청 잘하는데. 나중에 또 등산하면 제가 도시락 싸줄게요.
"…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 ㅎㅎ 그러고 싶어서요! 괜찮죠? 한 번쯤은!!
"…ㅎㅎㅎ.."
- 어.. 손님 오셔서! 제가 카톡할게요.
"…네?"
- 우리 전화도 한 사이인데. 카톡도 해도 되죠?
"…네 ㅎㅎ."
- 네! 카톡할게요.
"네..!"
전화를 끊은 그리가 웃으며 핸드폰을 손에 꽉 쥐고 있자, 재욱이 고갤 숙인 채로 손장난을 하다가 그리를 바라보며 말한다.
"남자친구냐."
그리가 고개를 저으면, 재욱은 그리에게 다시 묻는다.
"그럼."
"……."
"썸 타는 사이인가."
"…아니."
"……."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살풋 웃고선 오물오물 씹는 걸 본 재욱은 표정이 잠깐 굳었다.
너는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
"혼자 좋아하는 건 아닐 거 아냐."
"……."
"어떤 사람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도시락을 싸준다고 하냐. 멍청아."
"……."
"예쁘네."
곧 재욱이 일어섰고, 그리는 멍하니 재욱을 올려다본다.
"귀걸이 예쁘다고."
재욱이 먼저 가면, 그리는 급히 가방에 물과 김밥을 넣고서 재욱을 따라간다.
스물네살의 너는 열아홉의 너보다 키가 더 컸고, 목소리는 더 좋아진 건 확실하다.
결국에 우리는 정상에 가보지도 못한 채.. 결국엔 우리가 먼저 내려오고 만다.
이 정도면 많이 올라온 거지..
속이 안 좋아 내려왔다는 말에 부장님은 그럼 집에 얼른 가서 쉬라고 했고..
조금만 더 내려가서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이그리."
"……."
"태워줄게. 타."
이재욱은 벌써 어른이 되어서 차도 있다.
타라며 차를 턱짓으로 가리키는 너를 보고 나는 고갤 저었다.
"아냐, 싫어."
"이그리!"
이재욱이 내게 다가왔다. 내 손목을 잡은 너는 곧 내 표정을 보고선 바로 놔주었고..
너는 힘 없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불편해도 참고, 타."
"……."
"더 불편하게 하진 않을 테니까."
왜인지 집으로 안 가고 회사에서 내려달라고 하는 그리에 재욱은 별 의심 없이 알겠다 했고.
곧 차에서 내린 그리가 그래도 작게 '고마워'하고선 내리자 재욱은 고갤 끄덕이고선 그리를 보았다.
회사 옆에 있는 카페로 향한 그리는 곧 카페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효섭에게 다가가 웃는 그리를 본다.
효섭이 그리를 보고선 놀랐는지 급히 담배를 뒤로 숨겼고.. 그리는 괜찮다며 손을 마구 흔들었다.
"…아, 무슨 일이 있었더라? 그리씨! 방금 제가 무슨 짓 했어요? 기억 안 나죠? 그쵸?"
"ㅎㅎㅎ."
"기억 안 난다고 해요오! ㅎㅎㅎ 얼른!"
"안 나요.."
"영혼이 없잖아요!"
"ㅋㅋㅋㅋ."
"ㅋㅋㅋㅋㅋ왜 웃어요오!!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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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몰랑 !! 난 오늘도! 둘이 좋아 !
아.. 여주 키는 대애애애충 이재욱 안효섭한테 어깨? 까지 오는 키!!로 상상하시면 될 둣,,,쨥쨥
글고! 보고싶은 상황 있으면 댓글에 적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