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린다
W. odod
08
밤새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고는 2시간 못자고 일어났다. 아직 이른 새벽 6시였다. 갈증나서 1층으로 터벅터벅 내려갔다. 혹여나 지민이가 밤샘 작업을 하고 있을까봐. 윤기작가님이 깨어있을까봐 조심스레 내려가면 현관에 누가 움직이고 있었다. 석진씨였다. 아침부터 운동하려는건지 캡 모자를 쓰고 트레이닝복에 운동화를 신고 일어섰다. 이거 꿈인가. 내 볼을 살짝 꼬집었다. 꿈이 아니네. 내 남자친구 김석진이네. 베시시 웃으며 소리 안나게 다가가 뒤에서 그를 와락 안았다. 깜짝 놀랐으나 이른 새벽이라 소리를 못내고 헙거리며 천천히 뒤돌아보는 석진씨. 나를 발견하고는 아, 뭐야. 라며 나를 더더욱 안았다. 내 볼에 살짝 뽀뽀를 하고는 왜 이리 일찍 일어났냐며 자상하게 말하는 그였다. 아씨, 반칙이잖아. 그 얼굴로 자상하게 말하기 있냐. 난 고개를 올려다 그를 봤다. 잠이 안왔어요.
" 어제 일이 한 여름밤의 꿈 같아서요. "
석진씨는 조용히 웃더니 내게 속삭였다. 사실 나도 어제 꿈 같아서 잠이 안오더라. 그래서 이른 새벽에 운동하러 가. 그의 속삭임이 내 가슴을 간질었다. 근데 석진씨 나한테 반말하네? 장난스레 웃으면 석진씨는 푸흡 웃었다. 내 여자친구잖아. 뭐 어때. 너도 해. 그렇게 하겠단 말이지. 그럼 나도 석진아. 김석진 불러도 돼? 개구쟁이처럼 웃으면 석진은 그게 더 좋다며 나를 꽈악 안았다. 여주야 너도 운동 갈래? 석진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 더 잘래. 얼른 갔다와요. 석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다가와 두어번 뽀뽀를 하고는 밥 먹을 때 깨워준다며 현관문을 열고 가버렸다. 기분 좋게 다시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뒤돌아 기지개를 펴는데 멍하니 서 있는 정국이가 보였다. 마치 못볼걸 봤다는 표정과 까치집이 생긴 머리로 말이다. 뻘쭘해서 큼큼 두어번 기침하면 정국은 한숨을 내뱉더니 누나 담배 필래요? 라며 내게 고개를 까닥였다. 어어어, 좋지. 창피해서 후다닥 달려가 베란다에서 담배를 받아 입에 물었다. 결국 사귀네. 정국은 헛웃음 지었다. 뭐. 불만이야? 콱. 정국은 내가 때리는 것을 살짝 피했다. 불만은 무슨. 그럴 것 같았어요. 석진형이 뭐 고백했겟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연기를 허공에 뱉는 정국. 난 어젯밤 일이 생각나 또 가슴이 몽글해졌다.
" 뭐. 이왕 사귀는거 오래 가세요. "
" 고마워. 야 연예인 소개 시켜줄까? "
갑자기 정국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괜히 팔을 툭 치며 물어봤다. 정국은 관심없는 듯 됐어요. 라며 담배꽁초를 던져 슬리퍼로 꾹 눌렀다. 먼저 베란다로 나가더니 누나, 헤어지면 저한테 이야기해요. 또 꼬시게. 장난스레 웃으며 자러갑니다. 하고는 가버리는 정국이었다. 난 그런 정국의 뒷모습을 보고는 픽 웃었다. 전정국. 진짜 나 좋아했나봐. 어깨를 으쓱거리며 담배꽁초를 버리고는 다시 나와 2층으로 올라갔다. 제 방에 가려다가 멈칫하고는 뒤돌아 태형이가 있는 방으로 조심히 노크했다. 아무소리 없어 아직 자려나 조심히 문을 열면 후드티 모자 푹 쓴 채 이불을 벌러덩 던지고 자고 있는 태형이가 보였다. 하긴 해외투어 돌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잤을텐데 피곤했겠다. 조심스레 이불을 덮어주고 바닥에 있는 노트북을 들었다. 마우스의 움직임 덕분에 화면이 켜졌다. 얘가 뭐 봤을려나. 궁금하네. 비밀번호 아는 나는 익숙하게 비밀번호 치고 화면이 전환됐다. 유튜브에 자신이 나오는 팬캠영상을 보거나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곳에서 구경하고 있었는지 창이 여러개 떴다. 태형이다웠다. 전원 끄려고 하는데 인터넷 창 밑에 있는 다른 창. 유튜브이긴 한데 더블클릭해서 열면 유튜브 제목이 '배우 김여주, 연기 명장면 모음' 적혀 있는 동영상이었다. 살짝 놀라 태형을 바라봤다. 김태형. 진짜 누나 감동받게 하네. 노트북을 얼른 바닥에 놓고 침대에 내 몸을 던져 태형을 와락 안았다. 태형은 으음거리며 뒤척거렸다. 이내 실눈 뜨며 나를 보더니 모야. 누나였네. 라며 나를 안고 자는 녀석이었다.
" 태형아, 김태형. "
" ... 으응. "
" 나 남자친구 생겼어. "
태형은 익숙한 듯 손으로 훠이훠이 내치더니 뭐. 또 누군데. 라며 중얼거렸다. 난 태형을 안은채 옆으로 가서 속삭였다. 여기 사장님. 이라면 태형은 아무말 안하더니 그 의미를 파악하고는 벌떡 일어나 나를 바라봤다. 어쩌다가? 왜? 누가 먼저 고백했는데? 누나가 일반인이랑 사귄다고?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계속 물어왔다. 물음표 살인마야. 무슨. 태형을 겨우 진정시켜 이야기하려는데 누나 잠시만. 이러더니 제 캐리어에 주섬주섬 무언가를 챙겼다. 미국 과자였다. 머나먼 땅에서 가져온 미국과자를 들고와 아침부터 먹는건 김태형밖에 없을거야. 이제 이야기해. 고개를 끄덕이는 태형이었다. 한숨 한 번 내쉬고는 처음부터 석진이랑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을까. 내 이야기를 다 들은 태형은 벙찐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버벅거렸다. 그러니까. 7년 전부터 누나 좋아했던거야? 태형의 말에 조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 와. 그 형 대박이다. 7년이라니. 뭔가 영화같다. "
태형은 영화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도 아니고. 7년동안 짝사랑 한 사람 진짜로 있더라고. 내 말에 태형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아차하더니 또 다시 캐리어 주섬거리다가 내게 건넸다. 약통이었다. 여기 오기 전에 남준형이랑 잠깐 연락했었는데 나 여기 간다니까 이거 누나한테 전해달라던데.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약통을 달그락거렸다. 태형은 턱을 괴고 다시 나를 빤히 바라봤다. 뭐. 할 말 있어? 내 말에 태형은 제 턱을 쓸어냈다. 누나. 그래서 그 형이랑 사귀니까 어때? 뭐 아직 하루밖에 안됐지만. 태형의 말에 난 생각을 곱씹었다. 그 사람 생각만 해도 내 마음이 간지러웠고 몽글해진다. 베시시 웃으며 태형을 바라봤다. 앞으로 내 나날들이 행복한 일들만 있을 것 같아. 그 사람이 그랬어. 내 옆에 있을테니 이야기 뭐든 들어준다고. 내 무릎을 안았다. 태형은 피식 웃었다. 다행이네. 예전보단 덜 외로워보여서. 태형 말에 당황했다. 무슨 말이야?
" 누나는 누굴 사겨도 항상 외로워보였잖아. "
" ... "
" 그래서 누나 전남자친구, 전전남자친구. 아무튼 애들한테 욕했는데. "
야 그걸 멤버들한테 욕하면 어떡하냐.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태형을 바라봤다. 누나 외롭게 만드니까 그렇지. 투덜거리며 입 삐죽 내미는 태형이었다. 그래. 날 위해서 하는 행동이니까. 태형의 머리를 쓰담았다. 헉, 누나 나 더 자야돼. 오랜만에 같이 잘까. 태형은 웃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보통 남매라면 싸우거나 말을 안하거나. 아니 적어도 이정도는 아닐테다. 우리도 아빠 있을 때는 싸우고 치고박고 했었지만 아빠 돌아가시고나서는 엄마 눈치보거나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서로뿐이었으니까. 그리고 태형은 연습생시절부터 힘든 학창시절을 보내고 나도 힘든 뉴욕생활을 보냈었기에. 그래서 더더욱 애틋했고 그립고 보고싶은 사이였다. 태형은 내 손을 잡고 꼼지락거리더니 근데 난 누나가 누구랑 연애하고 이런 건 상관없어. 누나 삶이니까. 그래도 말이야. 난 맨날 기도했다? 어린아이처럼 마냥 웃으며 두 손을 모아 눈을 꼭 감았다. 누구랑 연애하든 상관없지만 그래도 우리 누나 좋은 사람 만나게 해주세요.
" 하나뿐인 우리 누나. 행복하게 해주세요. "
바다가 들린다
야. 석진형이 뭐라고 한거야 방금? 호석은 황당한 듯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귀를 후비적거렸다. 지민도 입을 떡 벌리고 있었고 윤기작가님은 꽤나 놀란 듯했지만 안놀란척 하는게 너무 웃겨서 웃음을 꾹 참았다. 석진은 반응이 뻘쭘했는지 제 품에 있던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뭐야. 윤기형 봤어? 여주한테 하는 행동?! 호석은 호들갑 떨면서 옆에 있는 작가님을 붙잡았다. 작가님은 얼떨결한 듯 어어. 봤어. 라며 무심코 말했다. 아이, 아무튼 그렇게 됐다고요. 다들 왜 이렇게 놀라요? 아는 줄 알았지. 난 능청스럽게 휘파람을 불었다. 호석은 야, 너 나한테 말 안했잖아. 전정국 너 알고 있었어? 정국은 뭐. 대충. 이라며 영혼없이 대답했다. 김태형도 알고 있었어?! 호석의 호통에 태형은 저도 어제 알았어요. 어제. 라며 웃어댔다. 호석은 억울하다는 듯 내게 말했다.
" 야 김여주. 너 너무한다? 몇년 친구한테 말 한마디도 없고 "
" .. 지금 이야기했잖아. 미안해. 홉아. 봐줘라. "
" 아니 어제 어쩐지 저녁 준비하는데 둘이 달라붙더라 어? 아주 꽁냥꽁냥거리던데 내가 잘못본건가 싶어서 애들한테 말안한거였고! 나쁜놈들아!! "
호석은 씩씩거리며 말했다. 지민은 그런 호석을 진정시켰다. 와. 이건 진짜 놀랬다. 근데 둘이 잘 어울리네요. 축하해요. 지민은 자기 일인것 마냥 기분 좋은 듯 짝짝 박수쳤다. 호석은 그런 부분은 인정하는지 금새 흥분을 가라앉혔다. 정호석. 존나 단순하다니까. 태형은 갑자기 흥분하더니 석진형이 우리 누나 7년 짝사랑했대요. 라면 다들 놀란 눈치였는지 일제히 석진을 바라봤다. 석진은 귀가 빨개졌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일 낮에 태형씨 간대. 그래서 다 같이 모여서 술 먹을까 했지. 또 태형은 옆에서 끼어들더니 짝사랑썰 풀어준대요. 라며 베시시 웃었다. 석진은 당황했고 호석은 벌떡 일어나 정국에게 손가락으로 가르키더니
" 전정국, 오늘 가게 쉰다. "
" 미쳤어요? 언제는 돈 버는 기계가 되자면서요. "
조용히해. 내가 사장이야. 그리고 태형이가 마지막이래잖아. 그런 호석이가 못말린다는 듯 정국은 고개를 저었다. 호석은 정국과 안주탕을 만들겠다고 나섰고 지민과 석진은 마트 갔다오겠다며 차를 끌고 가버렸다. 태형은 뭐가 그렇게 좋은 지 기대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긴, 친구들이랑 이렇게 논 적도 없으니. 나도 마찬가지였다. 윤기작가님은 태형을 무심히 바라보더니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태형씨. 언제 한 번 드라마 잠깐 나왔지않나? 태형은 고개 끄덕였다. 네. 사극 한 번 했어요. 아, 어쩐지. 드라마에도 본 적 있는 것 같았어요. 누나도 연기 잘하더니 동생도 제법 하던데. 작가님은 피식 웃으며 태형을 칭찬했다. 난 살짝 흥분해 태형의 어깨를 두어번 쳤다. 야야. 이 분 슈가작가님이다? 순간 아차해서 윤기작가님을 바라보면 괜찮아요. 말해요. 여주씨라면 뭐. 라며 먹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슈가라는 말에 태형은 허업. 제 입을 가렸다. 작가님이 방금 제 연기를 칭찬한거에요? 대박. 작가님 드라마 다 좋아해요. 진짜 엑스트라라도 좋으니까 한번만이라도 출연하게 해주세요? 네? 속사포로 말하며 은근슬쩍 작가님의 손을 잡는 태형이었다. 이런 미친놈이. 나도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태형의 등짝을 탁 때렸다.
" 야, 작가님 부담 주게 하지마. "
" 히잉. "
동시에 석진과 지민이가 양 손 봉투를 꽉꽉 채워서 돌아왔고 때마침 안주탕과 다른 안줏거리를 만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호석과 정국이었다. 드디어 다들 소주 아니면 소맥잔을 들어 서로의 잔을 부딪치며 원샷하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석진의 썰부터 태형의 썰. 그리고 윤기작가님이 말하는 방송계 썰과 내가 활동했을 때의 이야기를 무슨 보따리 푸는 것처럼 대화가 계속 이어갔다. 지민의 패션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스쿠터를 사고 싶다는 정국이까지 다들 숙취가 올랐는지 한창 불태우며 이야기나누다가 술게임도 하고 다들 웃느라 바빴다. 더더욱 태형은 신세계였는지 계속 하루도 빠짐없이 웃었다. 녀석. 재밌나보네. 끝없는 술판에 석진은 괜찮냐며 걱정했지만 난 이미 술취했지만 기분 좋은 상태라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은 빨개진 채 내게 잔을 내밀더니
" 누나아. 저 진짜 누나 좋아하는거 알죠? "
그럼 알지. 베시시거리며 지민을 안으려고 했을까. 석진은 내 손을 잡고서 지민에게는 박지민 떨어져. 라며 손으로 훠이훠이했다. 지민은 입 삐죽 내밀더니 이 형 질투해. 질투. 아, 이게 아니라 누나 언젠가 제가 만든 옷 입어주세요. 내 소원이야. 진짜로. 지민이는 소원이라며 간절히 두 손을 모았다. 나도 비틀거리며 두 손을 모았다. 당연하지. 지민이가 입은 옷 내가 입을거야. 정말로! 아, 지민아 그래서 회사 서류 넣었어? 내 말에 지민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가 가끔씩 들려서 포트폴리오 도와줬잖아요. 틀린 영어문장도 고쳐주고 자신이 모델출신이라며 자기 사이즈로 옷 한 번 해보라고 그러고. 진짜 누나 대박 천사였어. 그 때. 지민은 정말 감동했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악. 지민아 지금 울면 애들이 놀린다? 라고 속삭이면 어느새 눈물이 쏙 들어가더니 베시시 웃었다. 난 타겟을 돌려 윤기작가님한테 다가갔다. 아니 석진이가 손 잡고있어서 다가가기보단 얼굴만 내밀었다. 어느새 빨개진 작가님은 멍만 때리고 있었다.
" 작가님.. 아직도 그 주인공 저에요? "
" 응. 너야. 변함없이. "
그럼 해피엔딩으로 해주겠다는거 약속한거죠? 헤벌쭉 웃으면 윤기작가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응. 해피엔딩해야지. 라며 갑자기 문득 이야기가 떠올랐다며 메모지를 찾으러 제 방에 들어가는 작가님이었다. 석진아. 작가님 취했나봐. 까르륵 웃으면 석진은 아무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여주야. 지금 다 취했어. 석진의 말에 두리번거리면 진짜 다들 취해서 잠들었다. 호석은 애초부터 취해서 어느새 이불 가져와 잠들었고 정국은 팔짱을 끼고 소파에 기대서 잠들었고 민은 정국 무릎 베고 잠들었다. 어느새 태형은 석진이 옆에서 기대며 잠들고 있었다. 지금 새벽 3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널브러진 술병들 세려고 하는데 너무 많아서 셀 수 없을 정도였다. 태형도 꽤 술 하는데 나보다 취해서 잠드네. 딱꾹질을 하고는 석진을 툭툭 쳤다.
" 애들 다 방으로 보내야되는거 아니야? "
" 됐어. 태형이만 옮기자. "
석진은 태형을 업히고 난 비틀거리며 뒤따라 올라갔다. 태형의 방에 도착해서 태형을 눕히면 태형은 뒤척거리며 나를 찾았다. 왜. 나 여기 있어. 태형에게 다가가면 웃으며 내 손을 꽉 잡았다. 누나아아. 나 오늘 진짜 행복했어. 너무 재밌다. 발음 뭉개지며 말하는 태형이가 너무 귀여웠다. 석진형 저 다음에 또 놀러와도 돼요? 태형의 말에 석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에 놀러오라고 머리를 헝클었다. 진짜 너무 너무 좋다. 중얼거리며 다시 잠드는 태형이었다. 우린 조심스럽게 방에 나왔다. 너도 방에 가서 잘래? 석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더욱 취해 비틀거리는데 석진은 내 허리를 감싸며 부축해줬다. 어느새 내 방에 도착해 바로 침대에 엎드렸다. 석진은 침대에 앉더니 내 머리를 쓰담았다.
" 너도 오늘 기분 좋았어? "
" 응. 너무 좋았어. 다들 너무 좋아. "
베시시 웃다가 태형이가 생각났다. 태형이 많이 아쉬운가봐. 이렇게 술 많이 마시는 애가 아닌데. 중얼거리면 태형이와 내가 왜 애틋한지 가족이야기부터 천천히 이야기했다. 분명히 발음 뭉개지고 혀가 꼬였을텐데 석진은 아무말 하지 않은 채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그래서 태형이만 보면 너무 애틋해. 눈물나. 어느 새 내 옆에서 누운 석진은 그랬어? 라며 자상하게 나를 토닥였다. 응. 그래서 잘생긴 아이돌이 눈에 들어와도 하나도 관심없어. 태형이가 제일 잘생기고 제일 이뻐죽겠어. 맞아. 태형씨 잘생겼더라. 라며 내 말에 다시 맞장구치며 말해주는 그였다. 진짜 어쩜 이렇게 이야기 잘 들어주고 자상한걸까. 7년전에 이 남자에게 내 이름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그래도 지금 내 남자니까 됐어.
" .. 김석진, 오늘 여기서 자. "
" 뭐? "
당황한 석진이었다. 석진은 피식 웃더니 내가 뭘 할 줄 알고 그래? 라며 나와 눈을 마주했다. 아씨, 존나 야릇해. 김석진. 난 비틀거리며 상체를 일으켜 석진 위로 올라갔다. 반대로 내가 뭐 할 수도 있잖아. 내 말에 석진은 당황하며 나를 올려다봤다. 그것도 뭐. 맞는 말이긴 하네. 어쩔 줄 몰라 하는 석진이가 너무 귀여워 그의 목덜미를 잡고 볼에 뽀뽀. 눈에 한번, 코에도 한 번. 입에도 한번 가볍게 뽀뽀했다. 석진은 그런 나를 바라보더니 어느새 다가와 내 허리를 감싸며 키스를 해왔다. 천천히 내 허리를 매만지고는 서서히 입 안의 혀가 들어왔다. 서서히 몸이 뜨거워지면 어느새 석진의 손은 옷 안에 넣어 내 등을 어루어만졌다. 살짝 입술을 떼어 그의 아랫입술을 깨물면 석진은 아픈지 인상을 찡그렸다. 아, 나 변탠가. 입술 깨물고 난리네. 술취해서 더 난리야. 진짜.
" .. 아파? "
" 아파. 여주야. 이런거 어디서 배웠어. "
" 연기하면서?.. "
그 말에 석진은 좀 화나네?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키스해왔다. 천천히 내 허리를 감싸 돌리고는 어느새 내가 밑으로 오고 석진은 내 위로 올라탔다. 더더욱 열기가 더해졌고 석진의 손은 속옷 위로 올라왔다. 난 더 이상 못참아 셔츠 단추를 하나둘씩 풀었다. 속옷이 드러나고 석진은 입술을 떼고는 목부터 쇄골까지 하나하나 어루어만지며 키스를 하더니 내 손을 잡아 제 입술을 포갰다. 왜 이렇게 사랑스러워. 그의 낯간지러운 말에 딴청을 피웠을까. 딴청 피우다가 내 눈에 들어온 석진의 어깨. 이렇게 넓었나. 매만지면서 그와 마주했다. 어느새 석진은 귀마저 빨개졌다. 장난 좀 칠까하여 석진의 목덜미를 감싸 그의 귀를 앙 깨물었다. 김여주 미쳤어. 진짜. 그렇게 말하고도 싫진 않은지 내 품에 들어와 나를 안았다. 안되겠다. 김여주. 더더욱 품에 파고들어 속옷 후크를 탁 풀었다. 잠깐만. 석진이도 술 취했었나. 눈에 힘 풀렸는데. 이제서야 술기운이 달아올랐는지 목부터 얼굴까지 완전 빨개진 그였다. 그냥 장난치려고 한거였는데. 불안한 마음에 침을 꿀꺽 삼켜 석진을 바라봤다. 그는 제 셔츠 단추를 재빠르게 풀어헤쳤다.
" 다음 날 기억 안나는 척 해봐. "
작가의 말 |
청포도 / 핫초코 / 민트슈가
아오씨.. 19금인 듯한 19금은 뭐야. 죄송해요. 더 이상은 못 써요. ㅠㅠ 흑흑 .. 후후.. 다들 .. 굿밤..하세요... 나 못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타 웹사이트에서 〈꽃 피는 봄이 오면> 다시 올리고 있어요. 수정할 부분은 수정하고 추가할 내용도 추가했답니다..! 근데 이거 언급이 안되서 뭐 어떻게 알려줘야할지도 모르겠고.. (한숨) 일단 그렇다궁 ㅛㅠㅠ ㅠ엉엉.ㅇ어.. 나 새벽이라서 미쳤나봐.. 다들 굿밤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