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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탬뉴] 음을 표현하는 사람들

 

 

 

 

 

w. 콩콩두부

 

 

 

 

 


04

 

 

 

 

 

 

“태민이 너 진기 기억하니?”

“그럼요, 덤으로 우리학교 선배에요. 3학년 중에 제일 노래 잘해요.”

“아, 아니 그 정도 까지는 아닌데...”

“그렇구나, 진기도 진로가 이쪽이구나?”

“네 아주머니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그럼~ 너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보고 못 봤는데.”

“얘, 애들 배고프겠다. 들어가서 이야기마저 해.”

“어머, 오랜만에 보는 거라 아줌마가 좀 주책을 떨었네, 호호.”

 

 

진기의 엄마와 태민의 엄마가 나란히 먼저 식당으로 들어가고 진기와 태민만 덩그러니 자리에 남았다. 서로 마주보고 멍하니 서 있다가 나란히 식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겨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어머니들끼리는 수다가 한창이었다. 이 상황에 난감해 하는 아들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으시는지 그간 나누지 못했던 수다를 열정적으로 쏟아내고 계셨다. 물수건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진기를 보던 태민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형, 오늘 왜 연습실에 없었어요?”

“어? 어떻게 알았어?”

“아, 그, 제 친구가 알려줬어요!”

“아아, 나 오늘 연습을 하고 집에 올 컨디션이 아니어서 집에 바로 갔었어.”

“어디 아팠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잠을 못자서...”

“잠을 못자요?”

 

 

태민의 말을 끝으로 식당 직원이 기본적인 밑반찬들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방으로 들어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것인데.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의 세팅을 보고 진기와 태민 둘 다 기겁하기 시작했다. 한창 성장기라지만 입이 짧은 편인 태민과 또래 애들만큼 적당히 먹는 진기가 다 먹기에는 상차림이 너무 화려했다. 물론 어머님들도 계시지만 또 아버지들도 오시는 중이라 여섯 명이서 오순도순 나눠먹을 음식이라지만 많아도 너무 많았다.

 

 

“엄마”

“응? 왜 진기야”

“뭘 이렇게 많이 시켰어요.”

“내가 이렇게 시키자고 안 했다?”

“이모가 많이 시키자고 했어, 진기야. 너도 힘들어하고 태민이도 이제 슬슬 몸보신해야 할 때라.”

“아, 엄마 그래도 이건 너무 많잖아!”

“아들 많이 먹고 건강하게 춤을 춰야지!”

“아 그래도!”

 

 

분명 물꼬는 제가 먼저 틀었는데 어느새 아웅다웅 다투고 있는 태민네 모자를 가만히 보던 진기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들리는 웃음소리에 태민과 태민의 엄마가 말싸움을 하는 것을 멈추었다. 겨우겨우 웃음을 멈춘 진기가 제게 쏠려있는 시선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름을 느끼고서 심호흡을 하였다.

 

 

“형,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응? 아니... 이모랑 너랑 같이 본 건 처음인데 참 많이 닮았다 싶어서.”

“어머 진기 너, 누가 들으면 애늙은이 인줄 알겠네!”

“하하, 죄송해요 이모.”

“아니 근데 이 양반들은 왜 이렇게 안 와? 태민 엄마, 태민 아빠한테 연락 좀 해봐. 진기 아빠랑 만났나.”

“알았어, 알았어.”

 

 

잠시 밖에 나가서 통화하고 오겠다며, 자기 기다리지 말고 음식 나오면 먼저 먹고 있으라고 태민의 엄마가 신신당부하고 나가자 진기의 엄마가 태민을 빤히 바라보았다. 갑자기 시선을 받게 된 태민이 잔뜩 긴장해서 자세를 굳히자 그 모습을 보고 진기의 엄마가 미소를 지었다. 진기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태민과 자신의 엄마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진기와 태민을 번갈아가며 보던 진기의 엄마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기야, 엄마는 아빠한테 연락해보고 올 테니까 태민이랑 이야기 좀 하고 있어.”

“어? 응, 알았어요.”

“다녀오세요, 이모.”

 

 

진기의 엄마가 자리를 뜬 후 둘만 남은 방 안을 정적이 감싸 안았다. 진기가 따뜻한 보리차가 든 물 잔을 들어 올리고 후, 후 불어 한 모금 마셨다. 그 모습이 흡사 다도 수업 때 다소곳하게 앉아 녹차를 마시는 여학생 같아 지켜보던 태민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까 전 부터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지만 진기는 매우 당황한 상태였다. 항상 만나던 가족이 아니어서 당황스러웠고, 저 이모의 아들이 태민일 것 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던 탓이었다. 진기가 보리차를 후후 부는 소리만 방 안에 울려 퍼지고 있는데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며 태민의 엄마와 진기의 엄마가 들어왔다. 어머니들은 아들들이 아무런 대화 없이 서로 마주보고 앉아 - 심지어 태민은 진기를 보며 아빠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물만 마시고 있어서 당황했고, 아들들, 아니 적어도 태민은 진기에게 대체 잠을 왜 못 잔건지 제대로 된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엄마들이 들어와서 당황했다.

 

 

“엄마, 아빠는 어디쯤이시래요?”

“아, 태민 아빠랑 방금 만나셨대, 곧 오실거야.”

 

 

엄마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진기가 다시 물을 호호 불어서 한 모금 마셨다. 물이 그렇게 뜨거운 편은 아닌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한 모금 마시자니 뜨거워서 물을 뱉을 것 같았다. 진기는 정말로 물이 뜨거운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 뜨겁게 느껴지는 것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었다.

 

 

“진기랑 태민이랑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어색한가?”

“그러게 둘이 말이 없네?”

“어색하기는요, 학교에서 보면 인사도 하는걸요.”

“제가 진기형 노래 연습실에 놀러가서 노래도 듣는걸요.”

“그래? 근데 왜 이렇게 어색해, 진기야 그거 기억나니?”

“네? 뭐요 이모?”

“네가 초등학생 때 단발이었잖아, 그때 태민이가 너한테 시집오라고 했었는데.”

“예?”

“뭐?”

“그치 진기 엄마?”

“그럼~ 진기 손 꼭 붙잡고 형아 나중에 꼭 시집 와! 하고 아주 신신당부를 했지.”

 

 

두 엄마의 폭탄 발언에 진기와 태민은 동시에 눈앞이 캄캄해짐을 느꼈다. 이거 무슨 상견례 같은 분위기 아닌가. 두 아들들의 멘탈이 붕괴되어가는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시던 어머니들은 호호 하고 웃으며 다시 본인들만의 세상으로 빠져드셨다. 서로의 남편 흉도 보고 아들들 흉도 보고, 자랑도 하고 하시며 할 말 다 하시고, 두 아버지가 도착할 때 까지 둘은 멍하니 서로의 등 뒤에 있는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진기는 차마 태민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시선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급속도로 얼굴이 붉어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태민도 마찬가지로 진기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엄마로 인해 강제로 알려진 제 과거의 프로포즈 때문에 이로 말 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휘몰아쳐 밀려들었다. 그리하여 태민은 태민대로 진기는 진기대로 생각의 구멍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식사를 끝마칠 때 까지 그 허우적거림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진기야 나중에 또 보자~ 진기 엄마 연락 좀 자주 해!”

“알았어, 잘가 태민 엄마! 태민이도 나중에 또 보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한 진기가 차에 올라타 창문에 머리를 기대었다. 과거는 과거고, 섣불리 김칫국을 마셨다가는 매우 큰 일이 날지도 모르니 신중해야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엎어진 진기는 씻을 새도 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머리가 복잡할 땐 잠을 자는 것이 최고니까, 다음날에는 이 일에 대하여 아무렇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에 도착한 태민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침대에 두 다리를 끌어 모으고 앉아서 무릎에 제 이마를 콩콩 박아대며 대체 그 때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후회를 하고 있었다. 사실 태민은 입학식 때 진기를 본 순간 한 눈에 알아보았었다. 어렸을 때엔 단발머리였던 예쁜 형. 키가 많이 자라고 머리가 많이 짧아졌지만 하얗고 순한 인상만큼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아는 척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저를 모르는 눈치였기에 말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었다. 얼마 안가서 진기가 찾아온 덕분에 여차저차 다시 좀 친해졌지만. 엄마의 폭탄 발언을 어떻게 수습하면 좋을지, 과연 내일 학교에 가서 진기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가 태민의 최대 난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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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후ㅠㅠㅠ 진짜 좋아요... 자습하다 보는 중인데 설레서 공부를 못ㅎ하겠어요 후하
9년 전
비회원30.52
언제 즘 나올까요...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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