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올해 대1인 익이니구 뉴스에 정전 60년~ 하길래 그거보다가 할머니께 여쭤 본 내용이야
모두 실화고 우리 할머니께서 직접 겪으신 얘기. 생각나는것만 몇 개 적어둘게.
할머니는 전라도에서 사셨던 것 같아.
당시 열 여섯살이셨지. 이팔청춘의 나이에 전쟁을 맞이하셨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하시더라.
그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부잣집이셨어. 외진주할아버지(할머니는 이렇게 부르시더라.)가 장사를 하셔서 돈이 많았거든.
"들판에 가면안돼. 뛰면안돼. 꾸물꾸물거리면 총을 갈겨버리거든. 산에 숨어있다가 내려오고. 숨어있다가 내려오고. 사는게 사는게 아니더라고..."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밤에 잠을 자고 있었어, 내가.
근데 저기 산에서 빨치산 꺼먼놈들이 우르르 몰려와. 가시나 한명이랑. 그러더니 문을열고 들어오는거야.
우리 외진주할머니가 날 꼭 껴안고 덜덜 떨었어. 빨치산놈들, 처녀만 보면 다 잡아간다고. 잡아가.
그런데 그놈들, 우리는 관심없고 방에 있는 시계를 똑 떼서 가져가드라고. 그때는 시계있으면 아유, 부잣집이었지.
그거 가져가고 베 있잖아. 짜다만거 그거 끝도 못매게 똑잘라 가더라고. 뭐? 베를 왜 가져가냐구? 베가 쓸데가 많았거든, 그때는.
그리고 먹을거를 가져가더라. 먹을건 많았지 우리집은 돈이 많았거든. 어유, 그거주고 살았어. 기쁜마음으로 줬지. 총맞고 죽는것보다는 낫잖아.
그 뭐냐. 널어놓은 음식이랑, 부엌에가서 쌀이랑 미숫가루랑 싹 가져가드라구. 아주 기쁜듯이 그거 가지고 가더라구... 덕분에 살았지."
"낮이었어. 아니이런 빨치산 놈들이 꺼먼놈들이 산에서 우르르 내려와 우르르. 처녀 잡아가려고.
외진주할머니가 그걸 보고는 아이고 내손을 잡아끌면서 저 뒤간으로 끌고가. 가서 이거... 장작 쌓아둔 데가 있단말야.
거기 들어있는걸 다 끌어내고 날이렇게... 던져넣더라고. 못찾게. 거기서 하룻밤들 있었어. 나때문에 고생하셨지 우리 외진주할머니.
처녀가 그때는 많이 끌려갔어. 저놈들도 남자놈들 아니냐."
"그렇게 살다가 전쟁이 끝났대. 근데 우리 육촌오빠가 빨치산 활동을 했나봐. 지네 집으로 못가고 우리집으로 온거야 글쎄.
밤에 자고 낮에는 산에가서 숨고. 그렇게 지냈어. 그래도 혈육아니냐. 근데 잡히면 죽어. 우리 가족도 다 끌려가 순사한테.
오빠가 한번 영창잡혀갔다가 도망쳐나온거야. 순사가 조사하러왔어. 그때 오빠를 이렇게 짚단에 숨겨놨어. 그속에다 이렇게 넣어놨단말야.
근데 아이고 세상에, 순사놈들이 이따만큼 긴 창꼬챙이 있지? 그걸로 짚단을 막 쑤셔 이렇게 이렇게! 그때는 창으로 사람을 죽였어. 총도 있었지만.
'아이고 죽었구나'했는데. 아이고,하느님. 저짝, 저짝에서 꺼먼놈이 순사들 보구 도망을 가! 순사가 그걸보구 총을 갈기더라. 근데 그 꺼먼놈 안맞고 잘도 도망가대.
그놈 발견한 순사가 저거 잡으라고 짚단 쑤시던 순사놈들 데려가 막. 살았지. 잡혔으면 간담이 서늘하다. 우리가족 다 죽었을거야. 오빠는 총맞아 죽을거구.
검은옷도 입으면 안됐고, 뛰어도 안됐어. 빨치산 취급 받으니까. 응? 도망간 빨치산? 죽었겠지. 우리 육촌 오빠 대신 죽었던거야...
육촌오빠 어떻게 됐냐구? 안잡히구 잘 살았어. 잘 숨었지."
"난 아직두 안믿겨 우리나라 이렇게 부자나라된거."
여기까지.
정말 뭐라고 할까. 현실감 없는 얘기같아. 정말로 일어났던 일인가 싶기도 하고.
익이니들도 할머님이나 할아버님께 그 때 이야기 한 번 들어봐. 아마 익이니들도 나랑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거야.
그렇게 먼 역사가 아니야. 그럼에도 엄청나게 생소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