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안녕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니 내가 늦게 와서 미안
저번에 어디까지 말했지? 돈 줬다고 했었지?
그래 난 그때 이후로 기분은 더러웠지만 그래도 안 맞고 잘 해결된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음.
김지원한테 걸리면 최소 죽빵 3대인데 난 안 맞고 오히려 돈까지 받으면서 돌아간 거 잖아ㅇㅇㅇㅇ
이제 우리는 다시 마주칠 일 없겠구나! 했지. 근데 미쳤나 봄.
무슨 급식실에서 또 만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급식실 나 싫어하나 봄
내가 저번에 의자 안 넣고 가서 미안한데 나한테 너무 심하다 생각했음ㅠㅠ
웃긴 게 저번이랑 거의 비슷한 상황으로 만남.
티격태격하면서 가다가 서로 부딪쳐서 국 져지에 쏟음
그것도 내 져지가 아니라 김지원 거...
이번에는 진짜 죽을 각오하고 미안하다 빌었음
무릎까지는 안 꿇었지만 진짜 계속 미안하다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
애들이 쯧쯧 거릴 때까지 빌었음...
김지원 친구들도 평소 같으면 나 비웃으면서 깔깔 거렸을 텐데 그날은 완전 불안해하면서 동공 지진 일어났었음.
나중에 들어보니까 그거 진짜 아꼈었다고 하더라.
"저기... 진짜 미안해. 정말로... 세탁비 물어줄게. 진짜 미안해. 어떡해... 진짜..."
"...김한빈"
"...응?"
"괜...찮으니까 그만 미안하다고 해도 돼."
??????????????????
내 이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괜찮다고 하는 게 더 놀라웠음.
부들부들 떨면서까지 괜찮다고 미소 유지하는 데 그게 더 무서워.
김지원 친구들도 동공 확장돼서 미쳤냐고 김지원 흔들면서 정신 차리라 함.
그 정도로 심각했던 일인데...
뭐 나야 솔직히 무섭지만 좋으니까 미안하다 하고 밥 먹으러 앉음.
밥 다 먹고 일어서니까 애들이 전부 나한테 시선 집중돼있어서 뒤돌아봤는데 김지원이 서있는 거임;
아 안 괜찮구나... 난 죽었구나...
진짜 식판 떨어질 정도로 덜덜 떨고 있는데 김지원이 갑자기 핸드폰 내밀면서
"물어볼까 말까 아까부터 계속 생각했는데 번호 좀..."
????????????????????????
아니 이게 무슨 개소리 콤보야
나도 처음엔 아 세탁비 때문에 그렇구나 했는데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탁비 얘기하는데 얼굴이 빨개질 리가 없잖아 그렇지?
안 주면 또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덜덜 떨면서 주긴 줬어...
김지원 가자마자 친구들이 너 미쳤냐고 내 머리 존나 때리더라...
나도 미쳤지 싶었는데ㅠㅠㅠㅠ 왜 지들이 더 난린가 싶으면서도 이해되더라...
튼 급식 사건 이후 6, 7교시에는 아무 문제없이 잘 넘어갔음.
도중에 김지원이 문자 하는 것만 빼면...
계속 진짜 안 미안해도 된다고 보내는데 이게 더 무서워서 그냥 전원 꺼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미쳤지 전원을 왜 껐을까...
전원을 끈 결과는 당연히 뭐...
학교 끝나고 나오는데 반 앞에 김지원이 벽에 기대서 우리 반을 아니꼽게 노려보길래
설마 나는 아니겠지 설마
하면서 신발 갈아 신고 애써 지나치는데
"김한빈."
시발
"왜 전원 꺼놨어."
망했다.
정말 늦게 와서 너무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아예 잊고 있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