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은 멍하니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오후 연습 중에 살짝 접질린 발목이 아프다며 피지컬 코치님에게 다녀온다던 자철은 삼십분이 지나도록 방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많이 아픈가 싶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분명 연습이 끝날 때 까지만해도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이것 참 낭패였다. 발목 좀 보자는 내 요구에 한사코 괜찮다며 이리저리 다리를 움직여보이던 자철의 발목을 더 자세히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렇게 괜찮다고 우겨대더니….”
또다시 무거운 한숨이 터져나왔다. 데려다 줄걸 그랬다. 워낙에 나한테 걱정끼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녀석이라 나에게 발목이 아프다는 사실을 말해준 것 만으로도 고맙긴 했다. 혼자 갔다 올 수 있다며 고집을 부리길래 그 황소고집이 고집을 꺾을리도 없고 어쩔 수 없이 혼자 보내긴 했는데…. 금방 갔다 온다던 녀석이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니 걱정이 되서 미칠 것 같잖아. 괜히 애가타서 애꿎은 침대만 주먹으로 통통 치고 있는데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방문이 열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녀석이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침대에서 튕겨오르듯 몸을 일으킨 나는 자철에게 후다닥 걸어갔다.
“어때? 좀 괜찮아?”
하얀 붕대를 감고있는 자철의 발목을 이리저리 살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녀석은 자신의 발목을 보느라 쭈그려 앉아있는 날 일으켜세우며 고갯짓으로 침대를 가리켰다.
“일단 좀 앉자. 나 괜찮으니까.”
태연한 녀석의 행동에 그리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자철의 손에 들려있던 얼음주머니를 받아들고 녀석을 침대에 앉히고는 나도 옆에 걸터앉았다. 내 무릎을 톡톡 손바닥으로 쳤더니 자연스럽게 제 발을 내 무릎위에 올려놓는 녀석이 귀여웠다. 녀석의 발목위에 얼음주머니를 조심스럽게 올려놓으니 차가워서인지 아파서인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신음소리가 자철의 입술 새로 작게 새어나왔다.
“코치님이 뭐라셔.”
“가벼운 1도 염좌. 냉찜질하고 내일까지는 쉬어야 된다고 하시던데. 걱정할거 없어.”
“니가 아픈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해?”
“축구선수한테 이정도 부상쯤이야 뭐가 대수라고.”
“…하긴.”
사실 자철의 말이 맞았다. 이정도의 발목 부상도 겪어보지 않은 축구선수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렇게도 걱정스럽고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바로 이 녀석이 ‘구자철’ 이기 때문이겠지. 자철의 몸에 작은 생채기 하나라도 생기는게 너무나도 싫었다. 속상한 마음에 슬며시 자철의 발목을 어루만져주었다. 동시에 말없이 내 손만 바라보고 있던 자철의 시선이 내 얼굴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오늘따라 너무 다정해서. 성용아, 너 뭐 잘못 먹었어? ”
자철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새삼스럽긴. 지금까지 내가 녀석한테는 항상 나름대로 다정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물론 가끔씩 싸웠을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시끄럽고. 너 훈련 시작하기 전에 발목 테이핑 제대로 안했지?”
“…엉.”
“제정신이 아니구만. 안그래도 발목 잘 다치는 애가 테이핑도 안하고 그렇게 뛰어다녀? 내 말은 죽어도 안듣지.”
“귀찮기도 하고….”
“귀찮긴 개뿔. 다른 애들은 몰라도 넌 발목 부상이 잦아서 테이핑 빼먹으면 안된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 그러다가 발목 한번 부러져 봐야 정신 차릴래? 이것도 습관성이야. 제발 조심 좀 해라. 엉? ”
“알겠어. 내가 잘못했다 잘못했어. 하여튼 그놈의 잔소리는. 다정하다는 말 취소. 에이씨.”
“에이씨? 죽고싶냐?”
한껏 인상을 찌푸리곤 녀석을 쳐다봐 주었더니 녀석이 입을 삐쭉거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작게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저 입술 귀여워 죽겠네. 아프다는 놈을 확 잡아먹을 수도 없고. 그래도 키스정도야 괜찮을 텐데. 키스만 하고 끝낼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여전히 투덜대는 녀석의 입술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리가 없는 자철은 어느새 투덜거림을 멈추고 나를 밀어내곤 침대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아닌가. 슬쩍 슬쩍 아닌척 하면서 내 눈치를 살피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귀찮으니까 괜한 생각 하지말고 니 침대로 가. 나 피곤해. 잘거야.”
“와, 구자철. 어이없다. 내가 너 괴롭히기라도 했냐? 찜질 해주고 있는 사람한테 귀찮댄다. 헐.”
“그럼 뭐. 여기서 같이 잘려고? ”
“어.”
같이 누우면 좁고 불편하다느니 어쩌다느니 하는 자철의 말을 살짝 씹어주곤 녀석의 옆에 몸을 뉘였다. 싱글 침대치곤 큰 편이라 그리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한 침대에서 같이 잔게 한두번도 아니었으니 나에겐 오히려 따로 자는게 어색할 정도였다.
“야. 등 돌리고 눕지 말고 나 좀 봐봐.”
“아, 왜. 나 잘거라고.”
“셋 셀 때 까지 안보면 알아서 해.”
“…….”
“하나, 둘, ㅅ … ”
셋 까지 세기 전에 홱- 하고 내 쪽으로 몸을 돌린 녀석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셀틱 일진. 셀틱 깡패.”
“나처럼 착한 사람이 어디있다고. 아까 니 입으로 다정하다고도 했잖아.”
“그 말 취소라고 한 건 못들었냐? ”
“야, 구자철.”
“왜.”
“자꾸 까칠하게 굴래?”
“내가 뭐 어쨌다고.”
사실 이 녀석 자체가 애교가 많다거나 부드러운 성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서 이정도 틱틱거림이야 별로 신경쓰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자철에게 애교넘치는 성격까지 있었다면 아마 난 미쳐버렸을 거다.
“나랑 있기 싫어? 그냥 다른 방 쓸까?”
“아,아니!!!”
자철을 살짝 놀려주려고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겁을 주듯 물었더니 놀라 눈이 땡그래져서는 다급하게 아니라고 부정하는 녀석을 보니 웃음이 나오려고했다. 발목도 아프고 하니 얌전히 재워주긴 해야겠는데 벌써 참기가 힘들다. 아오. 이 사랑스러운 놈.
“아닌데 왜그래.”
“…뭐가?”
“분위기 좀 잡아보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눈치가 없느냐고. 아니다. 눈치가 없는게 아니지.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거지?”
정곡을 찔렸는지 말문이 막힌 채 우물쭈물 하던 자철은 차마 내 눈은 마주보지 못하고 한참을 내 손만 쪼물딱 거리고 있다. 무언가를 말할 듯 말 듯 입술만 달싹 거리길래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안 잡아 먹으니까 걱정마라. 내일 훈련도 있고, 넌 발목도 안 좋은데 내가 너 건드릴까봐? ”
“…그,그럼 다행이고….”
“대신 좀 떨어져라. 손 좀 놓고. 이렇게 붙어있으면 건드릴 수 밖에 없거든?”
“…….”
장난이 아니고 진심이었다. 한 침대에 같이 누워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곤욕인데 이렇게 붙어있으면 정말 곤란했다.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아무 대답이 없다. 게다가 여전히 내 손을 잡고 놓지 않은 상태였다. 입술이 부루퉁하고 나와 있는 것이, 무슨 불만이 있다는 표시 같은데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알더라도 지금은 녀석을 달래 줄 여유가 없다. 진작부터 슬그머니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내 분신이 이제는 아예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더 이상은 참기 힘들 것 같아서 직접 녀석의 손을 떼어놓고는 똑바로 누워 눈을 감았다.
“나 잘테니까 너도 얼른 자라. 피곤하다며.”
눈을 감은 채로 나직하게 말했다. 눈을 감고 있는 상태라 녀석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피곤하다는 녀석이 왜 안자고 자꾸 꼼지락거리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뒤척이길래 왜 이러나 싶어 슬쩍 눈을 뜨고 돌아보았다.
“왜 안자. 자라고 할 때 빨리 자라.”
“……야. 기성용.”
“왜.”
“…넌 지금 잠이 와?”
불만 가득한 자철의 목소리에 어떤 대꾸도 하기 전에 순간 몸이 굳었다. 상황을 파악하기까지는 5초정도 걸린 것 같다. 왜 내 바지위에, 그것도 중요부위 위에 녀석의 손이 올려져 있는가. 녀석은 왜 그 부분을 지그시 누르기까지 하는가.
“야, 구자철. …너 뭐하냐?”
“너야 말로 뭐하는데? 자겠다는 놈이 이렇게 세우고 있냐? 이래서 잘 수 있겠어? ”
“빨리 손 떼.”
“싫어.”
“……니가 먼저 시작했어. 후회하지마.”
*여러분 성용자철이 진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떡밥이 넘쳐나요 트윗만 봐도 답은 정해져 있잖아요
어째서 성용자철이 마이너인가요??ㅋㅋㅋㅋㅋㅋㅋ
암튼.....첨이자마지막 글이 될것같네여
이렇게 끊어서 죄송해여...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