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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한/시우민] 하루달

 

 

 

※'희특'이 원커플링이며, 제가 원작가입니다.

BGM으로 동방신기의 '하루달'을 추천합니다.

 

 

 

 

 

 

 

 

 

#

 

 

 

 

-

 


 달이, 구름 뒤로 사라졌다. 연필을 쥐고 한 글자씩 천천히 써내려간다.


 민석아,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이 났어. 니가 없는 하루가. 무사히 끝이 났어.
 오늘은 하늘에 별이 없어. 달도 사라졌고…. 슬프다, 민석아. 하늘을 올려다 봐도 아무것도 없어서. 슬퍼.
 민석아. 그래서 니가 더 보고싶어. 사랑해.


 세 줄. 이 짧은 세 줄의 글 중 단 한 글자라도 니가 볼 수 있다면.
 단 세 줄이 적힌 종이는 오늘도 곧바로 찢겨 방 한구석을 차지한다. 이렇게 쌓인 종잇조각이 벌써 수북했다.
 녀석이 보고싶어진다. 늘 그리워하고 있는데, 나는 매순간 내가 녀석을 보고싶어 한다는 것을 새롭게 여기고 있다. 또다시, 보고싶어진다.

 

 

 

 

-

 


 민석이는 처음 봤을 때부터 슬픈 아이였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아이가 골목 입구에 멍하니 서 있었는데 그게 민석이였다. 아이는 내가 오전에 출근했다가 저녁 늦게 들어올 때까지 꼼짝도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다가간 나도 이상한 녀석이었다.

 

 

 내가 다가서자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 눈 속에는 나도, 우리가 서있는 골목길의 풍경도 담겨있지 않았다. 하늘. 새까만 하늘만 가득히 담겨 있었다. 뭔가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마침 사탕이 있길래 그것을 아이에게 내밀었다. 박하맛 사탕. 딸기맛이나 레몬맛 사탕을 주고 싶었는데, 내 주머니 속에는 하늘색 포장지 박하사탕 뿐이었다. 그러자 아이는 그 것을 조심스레 가져갔다. 그 때 나는, 기뻤다. 아이는 먹지 않고 그것을 손에 꼭 쥐었다.

 

 "그럼…."

 

 더 이상 아이에게 해줄 것이 없었다. 그래서 뒤돌아 섰는데 아이가 한발자국, 나를 향해 움직였다. 다시 뒤돌아서서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벽에 기대어 서있을 때는 몰랐는데 몇 걸음만 더 걸으면 그대로 쓰러져 버릴 것 같이 위태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다급히 아이의 손을 잡았다. 내가 다가서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기대어 서며 눈을 감았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 길로 바로 아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검은 머리칼에 창백한 피부를 한 아이는 내 이불 속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잠이 든 것 같기도 했지만 손에 꼭 쥔 사탕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니 그냥 눈을 감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분명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인데, 나는 아이에게 홀린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가만히 누워 있는 아이를 쳐다보고 있기만 할 뿐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른 채 쳐다보고 있는데, 아이의 입술이 달싹였다. 눈은 그대로 감은 채였다.

 

 "감사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감사하다는거지. 아이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그 다섯글자 이후, 아이의 입술은 다시 닫히고 곧 쌕쌕대는 숨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잠이 든 것 같았다. 여전히 사탕은 손에 꼭 쥔 채 였지만 잠이 든 게 확실했다. 사탕을 줘서 감사하다는건가. 궁금증을 접어두고 그냥 조용히 이불을 정리해주었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아이의 가슴을 조심스럽게 토닥여 주었다. 토닥토닥. 내내 굳어있던 아이의 얼굴이 조금은 펴진 듯 보여 기분이 좋았다. 다른 할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아이의 옆에 누워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것이 민석이와의 첫번째 만남이었다.

 

 

 

 

-

 


 눈을 떴을 때 아이는 떠나고 없었다. 내가 덮어주었던 이불을 나에게 그대로 덮어놓고 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실 예상했던 일이라 나는 담담히 이불을 정리하고 혼자 아침밥을 챙겨먹었다. 밥을 먹는데 아이가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아무것도 먹이지 못 했는데. 그 위태로운 몸으로 어딜 갔을까. 내가 준 박하사탕은 전혀 도움이 안 될텐데…. 결국 나도 밥을 다 먹지 못 하고 집을 나섰다.


 딱 한 번, 아이를 업었던 등이 자꾸만 허전했다.

 

 


-

 

 

 

 

 아이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건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이번에는 정확히 우리집 대문 앞에 서있었고, 일주일 전 그 날과 같은 모습으로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서있었다. 내가 다가서자 아이는 처음과 같은 그 검은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여전히 위태로운 그 모습을 향해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서자 아이가 빤히 나를 바라보다 입술을 달싹였다.

 

 "사탕을… 잃어버렸어요."

 

 어린아이처럼 내민 두 손은 텅 비어있었다. 그토록 꼭 쥐고 있던 박하사탕이 없었다. 아이는 그것을 잃어버렸다고 나에게 찾아온 것이었다. 한참 후, 아이의 두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내가 사줄게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슈퍼로 갔을 때, 아이는 사탕진열대 앞에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처음 내가 줬던 것과 같은 사탕 한 봉지를 집어들었다. 하늘색 포장지에 싸여진 사탕들이 투명한 봉지에 잔뜩 담겨져 있었다. 그것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동안 아이는 다시 내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괜히 쑥스러워져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탕을 좋아하나보다. 그것도 박하사탕을. 박하사탕보다는, 레몬맛 사탕이 어울리는데.

 대문을 열면서 생각했다. 오늘은 꼭 뭐라도 먹여야겠다고. 한쪽 손으로는 내 손을, 나머지 손으로는 사탕봉지를 꼭 쥔 아이에게 물었다.

 

 "좋아하는 음식 있어요?"

 

 신발을 벗고 집으로 들어선 아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선 사탕봉지를 내보이며 살짝, 아주 살짝 웃어보였다. 사탕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사탕말고 밥을 먹어야죠. 밥 잘 안 챙겨먹죠?"

 

 내 물음에 아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사탕봉지를 꼭 끌어안은 채 벽에 기대어 앉았다. 그제야 아이가 매우 지쳐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일주일 전 그 모습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도…. 정말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괜찮은지 다시 한 번 묻자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나, 오늘 여기서 자도 되요?"

 

 그렇게 묻는 아이의 모습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여서 대답도 하지 않고 얼른 이부자리를 펴주었다. 전기장판이 아직 차가울텐데 아이는 바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내가 사 준 사탕봉지는 여전히 꼭 끌어안은 채로.

 

 "사탕 다 녹으면 어떡해요."
 "…괜찮아요."

 

 아이는 곧바로 눈을 감았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니길래 저렇게 지쳐있는건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선뜻 물어볼 수가 없었고, 나는 아이가 깊이 잠들 수 있도록 조용히 욕실로 들어가려 했다. 그 때 아이가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이불 밖에서 자지마요. 감기 걸리잖아요."


 아프면, 안돼요.

 

 아이의 쉰 목소리가 나를 조용히 매만졌다. 아이는 그 말을 끝으로 바로 잠들어버린 듯 했다. 잠든 아이의 모습 때문인건지, 나를 걱정해 준 아이의 모습 때문인건지. 이상하게 가슴이 아팠다.

 

 

 

 

-

 

 

 

 

 아이는 며칠에 한 번씩 꼭 우리집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 네번째 만나던 날에는 어떻게 알아냈는지 나에게 '루한씨' 하고 이름도 불러주었다. 그 때의 기분이란. 살아오면서 수천번, 수만번 들어온 이름이었지만 아이의 입을 통해 나온 내 이름은 이상하게도 내 가슴을 자꾸만 간지럽혔다. 하지만 나는 그 때까지도 아이의 이름을 몰랐었다.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아이는 이름을 가르쳐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아이는 올 때마다 내가 사준 사탕봉지를 뜯지도 않은 채로 들고있었다. 왜 먹지 않냐는 내 물음에 아이는 말했다.

 

 "너무 좋아서 못 먹겠어요."

 

 그 때는. 그저 사탕을 너무 좋아해서 그러는 줄로만 알았다. 나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

 


 나는 점점 아이가 오는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산타클로스를 밤새 기다리는 어린애마냥, 나는 아이를 기다리며 들뜨는 가슴을 진정시키곤 했다. 늘 우리집에서 잠이 들었다가 아침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지만 나는 그렇게라도 아이를 볼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좋았다. 아이 역시 늘 창백한 모습이었지만 점점 나를 대하는 행동에서 활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처음보다는 대화도 꽤 많이 늘었고, 이제 아이는 내가 잘 준비를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잠들곤 했다. 한 손으론 사탕봉지를, 나머지 한 손으로는 내 손을 꼭 잡고서.

 

 

 

 

 

 "루한씨. 나는 평생 루한씨에게 감사할꺼에요."

 

 나와 함께 누운 아이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왜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저도요. 저도 평생 감사할꺼에요."

 

 왜요, 하고 아이가 물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한참동안 아이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창백하게 질린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매만져보다가 뼈가 불거진 아이의 등을 쓸어내렸다. 여전히 아이의 눈동자는 검은 하늘을 담고 있었다. 그 눈을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입을 맞추었다.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맞닿았다가 떨어졌다.

 

 "저를 먼저 찾아와주었잖아요. 고마워요."

 

 아이는 놀란 듯 했다. 하지만 곧 예쁘게 웃어보였다. 아이를 만난 후, 아이에게서 처음으로 보는 웃음이었다. 그게 너무나도 예뻐서 나는 또다시 입을 맞추었다.

 

 

 

 

 

 


 우리는 만난 지 한달만에 서로를 각자의 가슴 깊이 새겨놓았다. 어째서 처음 본 사람에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다가설 수 있었는지 나는 지금도 알지 못 한다. 하지만 내가 만약 아이를 그냥 지나쳤더라면…. 그건 생각도 하기 싫다.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둘 다 특별한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애틋한 사이가 되어있었다.

 

 

 

 

 

 아이를 만난 지 두달 째 되는 날.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고 있었고, 아이는 벌써 이주일 째 나를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일주일까지는 그저 사정이 있겠지 싶어 그러려니했다. 그 이후로는 매일같이 밖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그래도 아이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생각했다. 나는.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그리고 왜 그렇게 위태로운 모습으로 나를 찾아오는지. 그래도 아이는 나의 이름을 알고, 내가 사는 곳을 알고, 언제나 나를 먼저 찾아와 주었는데. 그에 반해 나는,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화가 났다. 쏟아지는 빗소리가 들렸다. 무작정 우산을 쓰고 골목 입구까지 내려갔다. 그 동안, 갑자기 우리집의 위치를 잊어서 찾아오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를 처음 만났던 골목 입구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올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나면 이름이라도 꼭 알아내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가을이 끝나가는 시점에 내리는 비라 그런지 날씨는 꽤 쌀쌀했다. 따뜻하게 입고와야 할텐데. 그 몸으로 오늘같은 날 올 수 있을까. 차라리 오늘 하루만 더 참고 내일 오는게 더 좋을지도 몰라.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은데 아이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비는 점점 더 쏟아졌다. 시간은 계속 해서 흐르고, 오늘도 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오늘은 날씨가 안 좋으니까. 오기 불편해서 못 오는걸꺼야. 스스로 애써 위안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였다. 저 멀리 익숙한 형체가 보였다. 아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빗 속을 뚫고 걸어오는 아이의 모습은 여태껏 내가 봤던 아이의 모습 중 가장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눈을 한 번 깜빡이면 당장이라도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신기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잡아야했다.

 

 무거운 우산을 내던지고 아이의 앞으로 달려갔다. 굵은 빗줄기에 순식간에 온 몸이 젖어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아이는 달려오는 나를 보고 놀라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대로 아이를 껴안았다. 사라지면 안 돼. 아무데도 가지마. 속으로 계속해서 되뇌이며 아이를 꽉 끌어안았다. 나 때문에 아이의 몸도 함께 젖어갔다.

 

 "루한씨…."

 

 여전히 갈라지는 목소리가 나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 도대체 이 아이가 뭐길래, 내가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슬퍼해야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이제 이 아이 없이는 허전해서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내 등을 토닥이는 아이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대로 아이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말했다.

 

 "나는 이제 니가 필요해. 니가 있어야 해. 내 옆에 계속 있어줘. 아무데도 가지마."

 

 아이의 손길이 뚝, 멈추었다. 그래서 아이를 더 꽉 끌어안았다. 정말 없어질 것 같아서, 그래서. 시끄러운 빗소리 사이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한씨. 나… 루한씨한테 사랑한다고 말 해도… 그래도 돼요?"

 

 빗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이의 그 목소리만이 계속해서 내 귓가에 들렸고 다른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천천히 아이의 어깨를 감싸쥐며 아이의 눈을 마주했다. 그 검은 하늘에, 내가 있었다. 내가 아이의 눈 속에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눈물을 따라 나도 함께 흘러내렸다. 천천히 흘러내리는 아이의 눈물을 보며 그대로 아이에게 입을 맞추었다. 한 번, 두 번. 부드러운 아이의 입술을 머금으며 나도 함께 울었다. 더욱 깊게 입을 맞출 수록 어째서인지 나는 더 슬퍼지기만 했다.

 

 맞닿은 우리 둘의 몸 위로 비가 세차게 쏟아져 내렸다. 아이가 들고 있던 우산이 바닥에 나동그라졌고, 아이의 양 팔이 나를 감싸안았다. 다시 귀에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나는 더욱 깊게 아이를 내 가슴에 묻었다.

 

 

 

 

 "김민석이에요."

 

 예쁜 이름이었다. 평소처럼 손을 맞잡고 누운 이불 속에서 나는 계속해서 그 이름을 되뇌었다. 민석. 김민석. 민석아. 민석. 내가 계속해서 부르자 쑥스러웠던건지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그러더니 곧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루한. …루한아."

 

 그리고 기침 몇 번. 아이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는 사실에 좋아할 새도 없이 나는 아이를 향해 걱정스럽게 말했다.

 

 "감기 걸린거야? 아까 비 맞아서?"

 

 고개를 젓는다. 갑자기 목이 간질거렸다고 했다. 그래. 나는 그 말을 바보같이 믿었다. 그 거짓말을 믿고 아이의 손을 더욱 꽉 잡으며 또다시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민석아. 민석아. 아이가 말했다. 루한아. 루한아.

 

 

 이상하게도, 나는 아이를 생각하면 자꾸만 슬퍼졌다. 그 예쁜 이름을 부르던 그 때에도. 어째서인지 그 이름을 부르면 부를수록 자꾸만 가슴이 아파와서 나는 이름 부르는 것을 멈추고 아이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그리고 그 때. 아이는 내 품에 안긴 채로 몇 번 기침을 더 했지만 나는 아이의 그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서 잠이 들었다.

 

 

 

 

 

 

 

 

 

-

 


 다음 날도 아이는 여전히 내 곁에 없었다. 텅 빈 옆자리를 보며 어쩌면 나는 매일 밤 꿈을 꾸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곧 고개를 저으며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며칠 후면, 아니 어쩌면 오늘 또다시 나를 찾아와 줄 아이를 생각하며.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아이는 단 한 번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더 이상 아이는 집 앞 골목길을 걸어오지 않았고 나는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다. 하지만 나를 찾아온 것은 아이가 아닌, 한 통의 전화였다.

 

 「…루한씨. 민석이가 당신에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아이의 사촌형이라는 사람은 하얀봉투에 든 편지와 내가 언젠가 아이에게 사주었던 사탕봉지를 내게 주었다.

 아이가, 죽었다고 했다. 얼마 남지 않은 그 생명을 가지고 몰래 병원에서 나와 나를 찾아왔던 것이라고 했다. 아이의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었고, 결국 그 비를 모두 맞고서 나를 떠나간 것이다.

 

 떨리는 손으로 펼친 편지지에는 처음 보는 아이의 글씨체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처음 보는 아이의 글씨체는 참 예뻤다. 그런데 그 글씨체마저도 어쩌면 그렇게 슬픈지, 첫 줄에 적힌 '루한' 이라는 글자를 채 읽지도 못 하고 눈물을 쏟았다.

 


 「루한씨. 나는 루한씨에게 감사해요. 루한씨는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인데, 내가 루한씨한테 너무 나쁜짓을 하고 가는 것 같아서 너무너무 미안해요. 나를 알게 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난, 루한씨를 알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행복해요. 하루하루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던 저에게 하늘색 그 사탕을 건넸던 루한씨를 잊을 수가 없었어요. 오랫동안 병원에서 지냈더니 너무 답답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날, 정말 오랜만에 하늘이 보고싶어서 잠깐 나갔었는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는게 좀 힘들어서 그 골목에 서 있었던거였어요. 하늘이 검게 변할 때까지 있다가 병원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루한씨가 저를 잡은거에요. 갑자기 하늘색 사탕을 내미는데, 저한테 그 하늘색이 얼마나 예뻐보이던지…. 그 때부터 루한씨는 저에게 하늘이 되었어요. 얼른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만큼 고통스러운 날들이 많았는데 루한씨를 만난 이후로는 그런 생각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죽지 않게 해달라고 처음으로 기도도 했어요. 병실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질 때마다 루한씨를 찾아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루한씨는 저에게 희망이 되었고 기쁨이 되었고 행복이, 되었어요. 루한씨의 이름을 처음 발견했을 때, 루한씨는 저에게 완벽한 하늘이 되었어요. 루한씨에게 안길 때마다 꼭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이 기분이 좋아져서 병원으로 돌아가기 싫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병원으로 돌아오면 다시 새까만 어둠 속에 갇히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루한씨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나는 곧 떠날 사람인데 루한씨가 나를 좋아하게 되어버리면 혼자 남을 루한씨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그래서 끝까지 루한씨한테 사랑한다는 말, 안 하려고 했는데…. 한 동안 제가 찾아가지 않았을 때가 있었죠? 그 때 저는 내가 이제서야 죽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정신을 잃은 뒤로 며칠동안 호흡기 달고 일어나질 못 했었거든요.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루한씨를 찾아가지 못 한지 2주나 되었더라구요. 사람은 자기가 죽을 때가 되면 그 느낌을 안다고들 하잖아요. 정말 그날, 딱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루한씨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죠. 하필이면 그 날 비가 오긴 했지만… 저는 그 날 루한씨를 찾아갔던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은 비를 루한씨와 함께 맞을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루한씨. 나를 원망해도 좋고, 미워해도 좋고, 마구 욕해도 좋아요. 그런데 루한씨. 딱 하나만 부탁할께요. 저를 잊지만 말아주세요. 저에게 루한씨는 커다란 하늘같은, 단 하나뿐인 존재였어요. 루한씨에게 제가 그런 존재까진 되지 못 하더라도 그냥 김민석이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해요. 루한씨가 저에게 사주었던 사탕 다시 돌려드릴께요. 루한씨가 잘 가지고 있어주세요.

 짧은 시간동안, 고마웠어요. 사랑한다는 말 허락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루한.」

 


 뜯지도 않은 사탕봉지가 내 앞에 놓여있었다. 그 봉지를 끌어안으며 울고, 또 울었다. 정성스럽게 적힌 예쁜 글씨체가 자꾸만 울렁이며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

 

 

 

 


 쌓여진 종잇조각들을 모두 끌어모아 상자에 담은 뒤 제일 위에 사탕을 얹고 조심스럽게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그 위에 민석의 편지를 올려두었다. 살짝, 미소를 지어본다.

 나는 너를 잊지 않아. 너를 잊을 수가 없어, 민석아. 내가 너에게 단 하나뿐인 하늘이었듯이 넌 내 전부가 되었어. 넌 날 떠난 게 아니야. 이제는 니가 나의 하늘이 되어 내 곁에 있고, 나는 그런 너의 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거야. 나는 너를 원망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고, 욕하지도 않아. 그러니까 민석아. 너도 나를 잊지 말고 언제나 내 곁에 하늘로 남아줘. 사랑한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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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엉엉엉엉엉엉엉민석악쥬그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루한아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작가님짱짱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빨린기분이에요ㅠㅠ
11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글잡에서 울어본거 처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민석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3
글잡에서 처음으로 울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민석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언젠가 둘이 만나서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겠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4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글은 명작잊ㅔ여요ㅠ퓨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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