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SECOND
"준면이만 괜찮다면 다음주부터 준면인 아저씨, 아줌마네 집에서 같이 사는거란다. 어때, 좋니?"
아득한 나의 어린날의 기억이 명확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은 그쯤에서부터이다. 아직 어린 14살의 나는 서울 한 보육원의 한 보육생이었다. 예닐곱살때 보육원에 맡겨진 이후로 보육원은 나의 집이었고 원장님은 나의 부모였으며 같이 사는 아이들은 형제나 다름없었다. 간혹 가다 낯선 아저씨, 아줌마가 와서 내 형제들을 데려가는 경우가 있긴 하였으나 그건 아주 드문 경우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 난 아이들을 데려가는게 입양이란걸 알았고 입양되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란걸 알았다. 하긴, 자신도 그 보육원에서 몇년동안 지내면서 딱 두번 본 일이었다. 어릴적 나는 바른생활어린이였다. 물론, 지금의 내가 나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정도가 달랐던 것이지. 일곱시가 되면 눈을 뜨고 학교선생님과 원장님의 말을 잘듣고 열시가 되면 자리에 누웠다. 어릴적부터 이리저리 치여온지라 또래보다 상황파악도 빨랐던 난 부모님이 없기에 자신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해야 다른아이들과 똑같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또 몇년이 흘렀다. 지금의 어머니가 날 찾아온것은 내가 중학교에 막 입학하기 전이었다. 아직도 어머니와 아버지가 보육원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입양을 하겠다면서 찾아온 어른들을 한 두번 본적이 있지만 저렇게 기품있고 우아한 사람들은 처음이었다. 저 사람들이 왜 저들과 도통 어울리지 않는 이 곳에 방문한 것인지 머리를 굴려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은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고 원장님과 응접실에 들어가 얘기를 했다. 어린 마음에 그 대화를 들으려 응접실문에 귀를 바짝대고 숨을 죽였다. 방음은 커녕 코고는 소리까지 다 들리는 방문은 그들의 대화를 여과없이 들려주었다. 입양, 그들은 남자아이 하나를 입양하러 온것이라고 하였다. 그 소리에 살짝의 기대가 들었던것은 사실이다. 밤마다 방천장에 붙은 야광별을 보며 야광별처럼 빛나는 생활을 꿈꿔왔던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난 이내 마음을 접었다. 같은방을 쓰는 철민이가 그러던데 보통 입양은 성격이 밝고 활발한 아이가 잘 된다고, 그러나 저는 활발하지 못했다. 어린나이에 보육원에 맡겨진것이 트라우마가 된 이유에서도 있고 원래가 활발한 성격은 아니었다. 보통 입양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집안에 활력을 줄만한 아이를 원했기에 이번에도 난 자연스레 나를 입양자선상에서 제외시켰다.
"네가 준면이지? 네가 그렇게 영리하다던데, 생긴것도 곱구나."
우아한 손짓으로 제 엉킨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곤 제게 살짝 웃어주었다. 어떻게 대꾸를 해야할지 몰라 멀뚱히 서있다 뒤에 서있는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저를 쳐다보았다.
그 후로 어머니는 홀로 나를 자주 찾아왔다. 어린 나이에 아저씨는 왜 안올까 생각했지만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시간이 곧 돈인 분이었기에. 어머니는 어린 나에게 종종 질문을 했다. 아줌마 집에서 살면 준면인 어떨것같니? 하고 말이다. 그러면 어린 나는 어어, 거리며 우물쭈물할 뿐이었다. 이미 그 시점에서 난 눈치를 챈것이다. 어머니가 저를 입양하려고 하는것을. 더 나은 생활을 꿈꿔왔던 내가 그렇게 망설인 이유는 7년간 쌓인 보육원에 대한 정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날밤 룸메이트 철민이는 난 네가 더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어,라고 내게 말했다. 이미 아이들도 내가 입양이 될것이란걸 눈치챈것이었다. 나는 그날밤 철민이를 꼭 안고 엉엉 울었다. 다른 집에 가더라도 꼭 놀러오겠노라고, 너희를 절대 잊지않을거라고. 철민이는 그런 내 마음을 안다는듯 밤새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다음날 입양서류에 빨간 지장을 찍었다.
[크리수호]지여애모 독자분들께 드리는 사죄의 글ㅠ.ㅠ + 연재공지 |
안녕하세요 세컨드입니다. 지여애모를 아직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죄송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지여애모가 한마디 공지도 없이 글이 올라오지 않던게 4개월정도 되었을거에요. 변명아닌 변명을 하자고 한다면 학교생활로 바빴습니다. 야자에 주말 보충수업에 학원에. 일주일에 컴퓨터를 잡고있을수 있는 시간이 30분도 채 되지않았습니다. 변명이란걸 저도 잘 알아요. 그래서 다시 글잡에 글을 올려도되나 고민도 많이 했구요. 그래도 다른 필명으로 찾아오는것보다는 제 글을 읽어주셨던 분들께 죄송하단 말을 전하고 다시 만나고 싶었어요ㅠ.ㅠ 저를 기다려주신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분이라도 계신다면 정말 사랑한단 말 드리고 싶네요ㅠㅠ.
그래서 연재공지를 확실하게 띄우고 가려합니다. 일단 첫번째로 지여애모는 연중이 아닙니다! 연재를 쉬는 동안 제가 적어놓았던 스토리노트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업로드간격이 매우 길것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절대 연중은 아닙니다. 연재텀이 매우 길기는 하겠지만 연중안해요! 저한테 나름 애착이 큰 소설이랍니다ㅠㅠ. 그리고 오늘 프롤로그가 올라온 변해간 세월 속에서 얘기를 좀 하려구요. 제목에서 볼수있듯 카준클 삼각구도입니다. 지여애모에 이어서 또 삼각관계냐 물으시면 어쩔 수 없어요. 제 취향이니까ㅎㅂㅎ.. 대신 크리스는 중반부부터 등장예정입니다. 변해간 세월 속에서는 그렇게 장편이 될것 같지는 않구요 중장편정도로 끝낼 예정입니다. 그리고 틈날때마다 제 메모장에 쓰는 썰들을 글잡에다가 풀 예정입니다. 연재물과는 달리 가볍게 읽으실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제가 인티를 안하는 동안 구독료라는게 생겼더라구요. 작가의 입장에서 좋은거 같지만 서도 제가 이런걸 받아도 되나 싶기도 하네요. 썰들이나 단편은 10p, 지여애모나 변해간 세월 속에서 같은 연재물은 20p로 정하려고 해요. 15p를 하고싶었으나 단위가 10단위인 관계로..ㅠ,ㅠ 지금은 방학이라 일주일에 한편씩은 업로드가 될것같은데 개학하면 또 언제 느려질지 몰라요. 그래도 제 글을 읽어주는 분들때문에 힘이 납니다. 독자분들 항상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