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J
본래 아이는 겁이 없다고 했던가, 그저 적당히 시끄럽고 적당히 울어재낄 줄 알았던 아이의 존재는 제 상상 이상을 넘어섰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변백현의 형인 김종인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적어도 김종인은 울어재끼지는 않았으며 귀며 몸이며 개새끼 취급을 할 때는 있었으나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저보다 두세배는 덩치가 큰 박찬열을 올려다보면서도 꼬릴 붙잡고 털을 잡아뜯고, 귀를 물고 멍뭉이 멍뭉이 하며 여간 귀찮고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분명히 해두자면 나는 개가 아니라 늑대라는 말이다. 이것 참 듣는 늑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지 않을 수 없다. 마음 같아선 저 쪼끄만 것 앞발로 내차버려 반 죽여놓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몇 년을 함께한 친애하는 주인님의 아들이니 내 참을 수 밖에.
오늘도 세시 정각 즈음 되어서였나, 어린이집 유니폼은 그대로 입고 짧은 다리로 쫒아와 흙 묻은 손으로 잠 자는 늑대의 털을 뽑고 꽉 껴안고. 아오 콱. 잠 좀 자자 이 새끼야.
"차녀라, 차녀라! 사람해서 안아조 응? 응? 응?"
여기서 내가 자각 해야 할 점은 친애하는 주인님은 여행 중이시라는 것, 제가 사람의 꼴로 변형하여 이 애새끼를 돌봐 주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기는 하나 피곤해서 죽겠다고, 돌아버리겠다고! 또 징징징 제 등 위로 올라타 안아달라며 여기 패고 저리 패고. 신이시여 이 걸 제가 어떻게 해쳐나가야 하는 걸까요.
내 언젠간 찢어발겨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짜증으로 인해 으르렁, 거칠어진 숨소리만 애써 숨기며 백현의 옷자락을 이로 물곤 질질질 욕실 앞에 세웠다. 뭘 봐 인마 씻으라고.
" 손 씻으라고 그럼 안아줄테니까"
" 거짓말 아니지이? 안아주꺼지?"
대답 대신 본 사람의 모습으로 변형해 돌아온 제 모습을 보곤 개새끼 같은 눈을 헤실헤실 접어웃으며 조막만한 손을 마구 씻어대는데 이럴 땐 살짝 귀여워보이는 것 같기도…
는 무슨 옷 위로 잔뜩 물까지 튀겨가며 전쟁 아닌 손 씻기를 마친 후 채 물도 닦지 않은 채 제게 안겨드는데
"차녀라 뽀뽀! 뽀뽀!"
그래 내가 이 새끼를 어쩌면 좋으리.
쪽.
오늘도 역시나 급전개 후 마무리ㅎ.... 허접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정말 소중하게 읽고 있어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