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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근 산 중턱에 구석에 위치한 남자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김종인은 지극하게 평범하기 그지 없었다. 아니 외향만 본다면 평균 이하였다. 좆돼지 혹은 일반적으로 안여돼라고 부르는 안경 여드름 돼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이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 너를 만났던 것도, 지금에서야 내 끔찍하게 기억하기 싫은 모습이었을 때. 그 시점이였다.
주변 학교라고 해봐야 수컷 냄새 그득 풍기는 남자 고등학교 정도였다. 그 때의 우리는 동성 양성 이성에 관계 없이 잠자리를 맺거나 사귀던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리만큼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동성을 좋아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되 김종인의 미스가 하나 있다면 거대한 살집을 이고서 그렇게도 예쁜 너를 마음에 품었다는 것. 너를 좋아했다는 것. 혼자서 너를 사랑했다는 것.
오세훈과 눈이 마주치려는 찰나 항상 일관된 수줍은 모습으로 바라보았던 게 화근이었다. 그 후 동경하리만큼 좋아했던 세훈과의 첫키스는 쉽고, 달콤했고 어리석기만큼 간단한 일이었다. 제 목을 감싸안고 붉은 입술로 제게 입 맞춰 왔을 때, 아… 행복했다. 찰나의 달달한 입 맞춤 후 세훈은 종인에게 많은 것을 바랐다. 머저리 같은 자신은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사랑했으니까. 청소년들 사이 유명한 모 브랜드의 가방을 사주기도 했으며 목걸이며 심지어는 반지도 선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너는 내 전부였다.
고작 네게 돈을 조금 쓴다고, 고작 그 짧은 첫키스에 핀트가 나가버린 것도. 그 예뻤던 너와 좆돼지인 내가 사귄다고 착각 했던 것도. 모든 것이 종인의 미스였다. 일주일 후 만났던 네 모습과 네 말은 김종인을 좌절에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세훈은 밝은 탈색 머리의 양아치 품 속에 안겨 종인에게 비수를 꽂고 꽂았다.
" 그깟 뽀뽀 한 번 했다구 사귀는 거라구? 가방은 고마운데 엿 먹어 종인아"
…
그 후 나는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았다. 지독하게 거지 같은 이 학교에서 지독한 너를 올곧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젠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양 거대한 살집을 보고서 인상을 찡그리는 너도. 차마 그 싸늘한 시선에 버틸 수 없던 나날에 나는 인근 모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버렸고, 노력하고 노력했다. 살을 뺐고 어마한 돈을 들여 피부과를 다녔다. 마치 죽은 듯한 시신에 생기를 부여하는 것과 같았으나 결과는 한 줄기 빛과 같이 지옥과 같던 내 인생을 구원 해줌과 같은 의미였다.
이 후 여자가 드물기 그지 없는 이 동네에서 예쁘장한 기집년이란 기집년은 모두 만나보았던 것 같다. 시내라도 나가는 날에는 두어번 번호를 따이기 일쑤였고, 그렇게 나는 지옥과 같은 과거를 홀가분 하게 털어버리고 모든 것을 잊은 것과 같은 줄 알았다.
…
운명인지 좋아라 해야 할 일인지 나는 너를 다시 만났다. 매끄러운 살결하며 붉은 입술하며 짙게 깔려 음영 드리운 긴 속눈썹도, 너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나를 마주했다. 아니, 조금 다른 것이 있다고 하면 그때의 수줍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던 것이 현재는 김종인이 아닌 오세훈 이라는 점.
좆돼지의 이름 따위 기억 할 리 없었다. 그 때의 그 비수 가득한 말로 제게 상처 주었던 모난 입술은 제게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사랑해 종인아 사랑해'
…
그때의 그 양아치에게도 똑같이 사랑한다고 속삭였을까. 그때의 나를 왜 버린거야 세훈아?
입을 맞춘 뒤에도 농도 짙은 관계 후에도 너는 내게 요구하지 않았다. 그리고 머저리 같은 너는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나를 마음에 품은 것. 나를 사랑한 것, 머저리 같은 그 좆돼지와 같이 고작 한 번 잤다는 전개 하에 사귀고 있다고 착각한 것.
제가 좋아하는 상큼한 향취 가득 풍기는 기집년을 끌어안고 있는 제게 세훈의 시선이 닿았다. 표정? 멍청하고 멍청하고 멍청했다.
"그깟 섹스 한 번 했다고 사귀냐?"
ㅎ...너무뻔한내용이였나여...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하나하나 소중하게 읽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