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은 저기 앉아. 반장, 니가 잘 챙겨줘라. 이상."
"차렷. 경례."
"사랑합니다!!"
군대에서 여아이돌이 나오면 지르는 탄성 비슷한 목소리가 3학년 3반 교실을 울렸다. 굵직 굵직한 목소리들이 모여 사랑합니다!, 하고 합창을 하는 모습은 꽤나 웃긴 상황이었지만 전학생은 차마 대놓고 웃지는 못하고 눈치를 보며 입꼬리를 비실비실 올렸다. 그런 전학생의 등을 툭, 소리나게 치며 다가오는 이가 있었으니... 생김새는 꽤나 껄렁껄렁해 보였지만 모습과 달리 그 아이는 3반 반장이었다. 전학생은 혹시 자기가 웃은 것 때문에 이러는건가 싶어 침을 꼴깍 삼켰다.
"너도 내일부터는 3반의 일원으로서 내가 차렷. 경례하고 말하면 사랑합니다!! 하고 크게 외친다. 알겠나!"
3초 내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해야할 것만 같은 분위기에, 전학생은 저도 모르게 네! 하고 대답했다. 반장은 그 모습을 꽤나 만족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전학생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그리고는 허리를 푹 숙여 전학생의 귀에 자신의 입을 바싹 대고 말했다.
"자, 지금부터 우리 반에서 엄청난 인물들을 소개해 줄게. 우선─ 아, 저기 보이지? 쟤가 기성용. 일명 기식빵."
"기식...빵?"
"씨발이 아주 입에 붙은 놈. 위험한 놈이지."
반장은 자기가 말하고 자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옆은 이청용. 일명 이건빵."
"응?"
"건빵 몰라, 건빵?"
"건빵은 아는데..."
"얘가 왜 이건빵이냐면 건들면 빵!"
반장이 빵! 하고 소리치자 전학생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 몸을 움찔 거렸다. 반장은 전학생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고 터져서 이건빵. 보기엔 멍청해 보이지만 어쩌면 기식빵보다 더 위험한 놈일지도 몰라."
멍청해 보인다는 반장의 말대로 기성용과 이야기하고 있는 이청용은 1초에도 수십 번을 웃는, 꼭 동네 바보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전학생은 왠지 모르게 반장의 말에 믿음이 갔다. 일부러 쎈 놈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고등학생은 아니었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주위의 다른 고등학생들과는 달랐다.
"아, 내 소개를 안 했네. 내 이름은 구자철이야. 니 이름이...손흑민이었나?"
"손흥민..."
"발음 어렵다. 어쨌든 1교시까지 시간 많으니까 내가 기식빵과 이건빵 이야기 해줄게. 일어나."
"...왜?"
"이런 이야기는 매점에서 해야지, 매점."
그렇게 구자철은 반강제로 손흥민을 매점으로 데리고 갔다. 가는 내내 기식빵이 어쩌고, 이건빵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 뿐이었다.
"그러니까 이건빵이도 전학을 왔는데 그게 2학년... 언제더라? 아무튼 4월인가 5월인가 그 때 전학을 왔어. 담임은 아까 봤던 그 선생님이셨고..."
* 2학년 5반 학기 초
"사랑한다는 말은 힘을 주는 말이다. 근데 너희들이 어디가서 그런 소리를 들어보겠냐. 자급자족이다. 오늘부터 아침 인사는 사랑합니다. 오케이?"
"아아 ─"
"우웩."
"선생님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니 얼굴이 더 아닌 것 같습니다. 자, 인사. 똑바로 안 하면 쉬는 시간이고 뭐고 인사만 한다."
"차렷. 경례."
"사랑합니다!!"
반장 구자철의 경례 소리에 맞춰, 아이들이 탄식을 섞인 사랑합니다, 가 터져나왔다.
- 똑똑똑
"들어오세요."
"선생님. 전학생이요."
"어? 청용이 선생님 반이었잖아요."
"그게..."
8반 선생님이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짓자 선생님께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반을 나갔다. 잠시후 들어오신 선생님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청용을 바라보다가 헛기침을 몇 번 하시고는 앞에서 오른쪽 분단 앞에서 두번째 자리를 가리켰다. 이청용은 터덜터덜 걸어 자리로 갔다. 청용은 조례시간에 엎드려 자고 있는 자신의 짝꿍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선생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선생님은 흠─, 하고 숨을 깊게 내쉬더니 자철에게 전학생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는 반을 나갔다.
자철이 청용에게 다가오기 전에 청용이 옆에 있는 짝꿍에게 먼저 손을 뻗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순간 교실 분위기가 쏴해졌다. 모두 놀란 표정으로 청용을 바라보았지만 정작 청용은 짝꿍 깨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아 씨발."
짝꿍이 일어나자 청용은 헤실헤실 웃으며 안녕, 이라고 말했다.
"뭐?"
"나 전학생."
"근데 씨발아."
"인사가 꽤 거치네."
"별..."
청용이 다시 잘 준비를 하는 짝꿍을 흔들었다.
"아 왜!!"
"나는 이청용."
"근데!"
"너는?"
"...기성용."
성용은 헤실헤실 웃는 청용에게 욕 대신 먹고 떨어지란 듯이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이름만 말해주면 더 이상 깨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성용의 생각은 짧고 짧은 생각이었다. 성용이 엎드리기 무섭게 청용이 성용을 흔들었다.
"아 씨발놈아! 나한테 질문할 거 있으면 빵 사가지고 와!"
결국 폭발한 성용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렇게 몇 십초가 흘렀을까? 성용 씩씩거리면서 자리에 앉자 이번엔 청용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용은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리며 청용을 올려다보았다. 청용이 숨을 깊게 내쉬었다. 긴장감이 교실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고 모두 숨을 죽인 채 둘의 다음 행동을 지켜보았다. 둘은 아무말 없이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청용의 입이 떨어졌다.
"매점 어딨어?"
예상외로새벽뻘끌을기워여해주시는분들이계셔서
기분좋았어요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