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팬, 그리고 01
we are one! 안녕하세요, exo-k 입니다! 엄마, 내 남자들 나왔어? 어? 아까 거 틀어봐. 빨리! 네가 계집도 아니고 저런 사내 놈들을 왜 좋아해. 화면이 다시 돌아가고 여섯 명의 남자들이 화려한 의상을 걸친 채 얼굴엔 웃음을 걸고 앉아있다. 아, 어떡해. 완전 잘생겼어. 리모콘을 붙잡고 있던 여자가 티비 앞 예의를 차리는 것마냥 무릎을 꿇고 다소곳하게 앉아 넋놓고 있는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찬 후 부엌으로 자리를 옮겼다. 야, 변백현!! 너 언제까지 그거 보고 있을 거야. 어? 아, 엄마 조용히 좀 해봐! 안 들려!!
내가 변백현이었음 좋겠어. 평범한 변백현이 아닌, 엑소 케이의 변백현.
말해요 마마, 마마. 남들이 쳐다봐도 혹은 비웃어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흥얼거리기에 바빴다. 백현은 평범한 대학생이다. 파고들자면 결코 평범하다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과 같은 남자 애들이 소녀시대, 에이핑크 아니면 아이유를 좋다고 쫓아다닐때 백현은 처음으로 여섯 명의 남자들을 따라다녔다. 게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그런 백현은 그랬다. 사실 백현도 그 여섯 명이 데뷔를 해 티비에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유를 외쳐대고 소녀시대를 외쳐댔다. 멀쩡하게 생긴 여섯 명의 남자들이 마마거릴 때 저게 노래냐며 뭐 저렇냐고 비웃음을 보일 정도로 평범했다. 그러나 그게 문제였다.
아, 시발 또 이 노래야? 얘네 노래 왜 이렇게 웃겨. 마마, 이젠 내게 대답해줘…. 왜 따라 부르고 있지. 내가 미쳤나? 거기서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였다. 계속 듣고 흥얼거리고 그러다 뮤비 찾아보고 비웃음을 치려 나오는 프로마다 꼭 챙겨보다보니 좀 괜찮네? 생긴 것도 괜찮고 그러다 수록곡을 찾아서 듣고 괜찮다. 그리하여 의도치 않게 엑소 케이의 남팬 변백현이 된 것이다. 오라는 학교는 안 가고 음악방송 공방은 필수요, 팬싸인회는 돈을 털어서라도 갔다. 갈 때마다 남팬이 신기했는지 여기저기에서 말도 걸어주었다. 엑소 케이의 백현 아니냐면서 되게 닮았다고 쌍둥이냐고 이런 질문이 대다수였지만. 이젠 남팬 변백현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야, 변백현. 네가 좋아하는 가수만큼 너도 좀 떴다?"
"내가? 구라 좀 치지 마, 김종대."
"진짜야. 엑소 케이 검색하면 너도 떠 병신아."
어디 봐봐! 바닥에 배를 맞대고 웹서핑을 하던 종대를 밀어내고 백현이 자리를 차지했다. 연관검색어: 엑소케이 마마, 엑소케이 플레이어, 백현, 남팬 백현…. 헐, 대박!! 거봐, 내 말이 맞지? 입을 귀에 걸었네 할 정도로 백현의 얼굴엔 웃음이 가시지 않았고 어떡해, 어떡해. 하며 옆에 있던 죄없는 종대를 때리는 덕에 종대 등엔 아픔이 가시지 않았다.
종대의 노트북을 뺏고 아예 자리를 잡아 웹서핑을 했다. 물론 다 엑소케이의 대한 것이지만. 백현은 세훈을 제일 좋아하기에 검색창엔 '세훈' 이름이 떡하니 있다. 그때 보이는 건? 세백 잤잤. 헐, 변백현 오세훈!!!! 사랑한다ㅠㅠㅠㅠ세배규ㅠㅠㅠㅠ 안 누르면 그게 이상한 거고 누르자마자 뜨는 건 세훈과 자신의 이름과 같은 백현의 사진이었다. 언제 보고 있었는지 종대가 백현아, 너랑 얘랑 진짜 닮았다. 도플갱어냐? 하는 항상 듣던 소리를 해왔다. 백현은 신경도 전혀 쓰지 않고 모니터가 뚫어져라 사진을 응시했다.
"종대야."
"왜."
"나랑 얘랑 닮았다고 했지."
"존나 쩔어."
"근데 난 왜 여기 있고, 얜 왜 저기 있을까?"
"쟨 나라를 구했었겠지."
"아…."
"대신 내가 있잖냐."
농담을 던졌지만 백현의 표정은 상당히 구겨졌다. 누가 종이를 구긴 것처럼. 이상하리만큼 닮았었고 똑같았었다. 이름도, 생년월일도, 혈액형도, 가족관계도, 키도, 그리고 생김새까지. 둘이 붙여놓고 누가 엑소 케이의 백현인지, 누가 대학생의 백현인지 맞춰보라고 해도 모를 정도로 닮았다. 그 닮은 것들 중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지금의 위치. 백현은 평범한 그리고 엑소 케이를 좋아하는 대학생 겸 남팬이었고 저 백현은 가수, 즉 백현이 좋아하는 그룹의 한 멤버였다. 그래서 백현은 여섯 명 중 백현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기 대신 저기에 속해있는 것 같아서, 자신의 자리를 빼앗은 것 같은 기분이 항상 들어서.
"우와, 진짜 백현 오빠 아니예요?"
"완전 닮으셨어요!"
"아, 감사합니다. 전 그냥 남팬인 걸요."
공개방송이 있다는 스케줄표를 보고 급하게 달려왔고 백현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엑소 케이의 백현과 말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기에 대리만족으로 남팬인 백현을 찾고 말을 걸고 관심을 주는 것 같았다. 거기다 덤으로 사진까지. 친구들한테 자랑하겠지. 엑소 백현이 사진 찍어주었다고 말도 같이 했다면서 후기도 남길게 뻔했다. 남팬 백현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은 쉽게 아 정말요? 좋으시겠다ㅠㅠ 이런 멘트를 날릴 게 또 뻔하다. 더 웃긴 건 그걸 즐기는 백현이다. 자신이 정말로 엑소 백현이 된 것만 같아서 너무 행복했다 그 순간 순간들이.
입장을 하고 조금 뒤에 엑소 케이 입니다! 하는 소리와 함께 타이틀곡이자 데뷔곡인 마마가 흘러나왔고 여섯 명의 남자들이 나왔다.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보다 더 목관리를 철저히 했다. 왜? 그래야 자신의 소리가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들릴 것이니까. 오늘도 황홀함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오자마자 티비는 당연히 백현의 것, 백현의 소유였고 티비를 버리면 컴퓨터는 또 백현의 것이 되었다. 항상 보는 사진,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보고 또 보고, 질리지도 않는지 그것을 반복했다. 잘 땐 노래를 켜고 모든 수록곡을 다 듣고서야 만족함에 잠이 들었다. 그러나 만족함에 가려 안 보이는 자신과의 닮은 백현에 대한 분노도 있었으나 느끼지 못하고 항상 잠이 들었다. 오늘도 엑몽을 꿔야지, 하는 마음이 덧붙여졌기에.
설레이는 마음을 붙잡고 집을 나섰다. 향하는 곳은 학교도 아닌 다른 곳이었다. 한 손엔 앨범을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역시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흥얼거리며 목적지로 향했다. 가다 유리창이 보이면 머리를 매만지고 또 가다 보이면 옷을 점검하고 도착한 곳은 역시나 여자들만이 존재하는 곳, 어, 남팬이다!! 하는 소리들도 존재했다. 그곳은 바로 엑소 케이의 팬싸인회다.
입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현의 차례가 왔고 첫번째는 준면이었다. 백현의 얼굴엔 웃음꽃이 잔뜩 피었지만 준면의 얼굴은 놀람과 황당함 뿐이었다. 어, 백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백현의 웃음 소리가 퍼졌다. 내용은 같았다. 백현이랑 닮으셨네요, 이름도 백현이예요? 쌍둥인가? 와 신기해요. 대화를 끝마치고 악수 그리고 허그까지.
그 다음은 종인이었고 종인도 놀라기 마찬가지였다. 어버버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쳐다보기만 바빴다. 다음인 찬열도, 그 다음인 경수도 놀라기 마찬가지. 그다음 세훈이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세훈은 앞처럼 닮으셨네요 이런 식상한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세훈이 어!! 하자마자 백현이 선수를 쳤다.
"어, 저기 세훈 씨, 제가 팬이예요!"
"정말요? 되게 좋네요. 형이죠? 말 놓으세요."
"세훈아, 부탁이 있는데 한 번만 안아보면 안 돼?"
"남팬 1호니까 안아드릴게요"
세훈의 넓디 넓은 품에 조그만 백현이 폭 안겼고 뒤에서 안돼!! 세훈아!!!! 안지마!!!!! 하는 절규의 소리들이 들렸고 백현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얼굴이 빨개져서는 다음 차례인 자신과 닮은 백현에게 갔다. 이게 누군가, 거울이 있나? 어째서 나 닮은 사람이….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한 백현이 바로 앞에 앨범을 가지고 있는 자신과 닮은 사람을 보며 놀래 눈만 깜박거렸다. 와, 대박이다. 백현의 차례가 끝날 때까지 헛웃음과 대박이다. 이것만 연신 뱉어댔고 그리하여 팬싸인회가 끝이났다.
침대에서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며 앨범에 있는 세훈의 싸인과 ps. 백현이 형 사랑해요~♡ 그리고 오늘 입고 간 맨투맨을 꼬옥 껴안았다. 아, 완전 좋아. 대박 좋아. 아, 어떡해!! 그러다 침대 옆에 붙어있던 브로마이드에 눈이 갔다. 한 명 한 명씩 얼굴을 어루어만지다 손이 강아지처럼 생긴 남자의 얼굴에서 멈췄다. 나랑 얘랑 이름도 똑같고 나이도 똑같고 생긴 것도 나름 비슷하게 생겼는데 얜 여깄고 난 왜 여깄지? 귀에 걸렸다해도 믿을 정도로 입꼬리가 올라가있었으나 금방 뚝 추락했다.
내가 백현이고 싶어. 그냥 변백현이 아닌 엑소 케이의 변백현이었음 좋겠어.
exo-k - 너의 세상으로, 침대에 누워 항상 그랬듯이 엠피쓰리를 켜고 듣던 노래를 들었다. 그러나 가사와 멜로디는 들리지 않았고 머릿속엔 온통 '백현' 바로 케이의 멤버만 오롯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내가 저기 있으면 무지 행복하겠지? 내가 저 자리에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야. 저 자린 내 거였는데…. 우울함과 황홀함을 동시에 품고 백현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채 눈을 꼭 감고 자신이 좋아하는 엑소의 멤버들이 나오길 바라며 잠을 청했다.
안녕하세요ㅎ.ㅎ첫작임다찬백이없는데담편부터찬백들어가고용
엑소케이백현과남팬백현은모르는사이+서로다른애들임다
빅이랑비스무리하다고봐주세용ㅜ근데다름
아무튼많이사랑해주시길바람다
이틀에한번나올듯아닐수도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