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팬, 그리고 02
형, 백현이 형. 아침이예요. 좀 일어나봐요. 누군가가 곤히 잠든 백현의 몸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었고 그의 입에서 백현의 이름이 나왔다. 항상 누군가가 백현을 깨웠기에 익숙하다는듯 눈을 비비고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거기까진 평범했다. 별 다른 점이 하나 없었고 똑같은 패턴이었기에 의심을 할 수가 없었다. 졸음으로 인해 내려앉은 눈이 떠지고 바로 앞에 있는 누군가를 확인하자마자 잠이 확 달아났다. 아담하시고 앞치마를 두른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약간 노란빛이 나는 머리색을 가진 웬 사내 하나가 있었다. 그러나 백현은 잠에서 깬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오세훈?
"형 때문에 저 밥 못 먹게 생겼어요, 빨리 가요."
세훈은 자신을 보고 놀란 백현의 표정은 개의치 않은지 무작정 손목을 잡아끌어 방을 나섰고 거실에 다다랐을 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과연 졸음을 쫓아내지 못해서일까? 아니다. 바로 거실에 옹기종기 사내들이 모여 백현을 쳐다보았기 때문에, 그 사내들이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리고 자신이 쫓아다닌 엑소 케이였기 때문에 백현은 말을 잇지도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못했다. 손목을 잡아끌던 세훈이 놀라 백현에게 다가가 형, 왜 그래요? 미끌어졌어요? 아무렇지 않게 말했고 멤버들 중 찬열만이 웃음을 보였다.
"미친, 야 변백현. 오빠 얼굴이 그렇게 멋있냐."
"형, 지랄도 병이라 했어요."
"깜댕이가 말이 많아."
"그래요, 나 까매요."
종인과 찬열은 늘 그랬듯이 투닥투닥 싸웠고 그 상황이 언제는 없었을까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경수였다. 부엌에서 나온 준면이 주저앉은 백현을 보고 후다닥 달려와 왜 그러냐고 무슨 일 있어? 걱정을 해주었다. 이게 꿈인가? 아니면 내가 무슨 상상을 이렇게 해대는 건가? 왼쪽엔 세훈, 오른쪽엔 준면 정면엔 찬열, 종인, 경수 아,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분명해.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자신의 집이 아니다. 포동포동한 볼을 세게 잡아당겼지만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랐고 옆에 세훈이 형 왜 그래요? 왜 볼을 꼬집어요? 곧 바로 물음을 해왔다.
꿈이 아니다. 꿈이었다면 분명 아픔이 없었을 거고, 생생하지 않을 거니까. 서로서로 백현에게 말을 걸었고 질문을 던졌지만 백현은 받아치지 않고 생각하기 바빴다. 그리고 내린 결론, 나는 백현이다. 엑소 케이에 백현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없고 자신이 있다. 고로 서로 뒤바뀌었다. 놀란 표정에서 백현이 환호를 했고 그 환호에 다들 놀라 일제히 백현의 표정이 되었다. 내 소원이 이루어졌어! 나는 이제 엑소 케이의 백현이야!
"야, 변백"
"네?"
"김종인!!!! 변백현이 미쳤나봐!!!"
찬열의 외침에 종인이 후다닥 뛰어왔고 백현을 가리키며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변백현을 불렀는데 쟤가 네? 이랬어 미쳤나봐. 헐. 종인의 표정=찬열의 표정이었다. 백현은 그제서야 자신이 말 실수를 한 것을 알고 입을 찰싹찰싹 때리곤 좋단다. 비아냥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아 어떡해!! 너무 좋아!! 다시 한 번 기쁨이 가득 찬 환호를 지르고 싶지만 이상하게 볼 게 뻔했다. 자신은 지금 남팬의 백현으로 행동해선 안 된다. 금방 의심을 살 게 분명했으니까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야 변백현!!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많이 틀려 어? 죄송합니다…. 정신 좀 차려라, 백현아. 자꾸 안무 실수를 하는 덕에 하루종일 꾸중에 다들 숙소에 들어갔을 때 남아서 연습까지 했다. 남팬이었기에 춤은 어느정도 안다, 그러나 정확히는 몰랐고 제대로 출 수도 없었기에 틀리고 또 틀렸다. 노래야 매번 들으니까 상관 없는데 춤은 진짜…. 이때 문이 열리고 종인의 모습이 보였다. 백현은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 종인과 눈을 마주할 수 없었고 그저 춤 연습에만 몰입을 했다.
제가 가르쳐줄게요. 종인의 한 마디에 놀라 백현이 쳐다보았고 종인은 신경도 안 쓴 채 백현을 가르치기 바빴다. 이걸 이렇게, 아니 이렇게요. 땀 한 방울 없었던 종인이었으나 언제 그랬냐듯 백현과 같이 흠뻑 젖어있었다. 생전 처음 춰보는 춤과 최초로 오래 몰입한 탓에 지쳐 바닥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 모습에 종인이 웃고는 걸치고 있던 수건을 백현의 얼굴 위로 던졌고 저 먼저 갈게요, 빨리 와요. 말 몇 마디를 남긴 채 숙소로 향해 큰 연습실에 혼자가 되었다.
마마, 마마…. 이제 그만해야지. 종인처럼 문을 나섰고 숙소로 향했으나 문제점이 없을 줄만 알았다. 문 앞까지 오면 뭐해, 비밀번호를 모르는 걸.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는 백현이었기에 문 앞에서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이리저리 쏘다녔다. 주머니를 뒤적거려도 나오는 건 하나 없었기에 연락도 어쩌지도 못했다. 초인종을 누를까? 아냐, 그러면 이상하잖아. 손가락이 초인종 주위를 맴돌다 툭 하고 힘없이 떨어졌고 백현의 몸도 덩달아 떨어졌다. 어떡하지….
"변백, 뭐하냐."
"찬열아!!"
"왜 안 들어오고 거기 있냐고 빨리 들어와."
백현을 구제해주는 백마탄 왕자님처럼 찬열이 짠 하고 등장했다. 숙소 안에서 하도 들어오지 않는 백현이 걱정돼 멤버들한테 묻고 또 묻고 한 결과 나오지 않았다. 시발, 빨리 빨리 좀 다닐 것이지. 걱정 반 짜증 반을 품고 연습실로 향하려는데 문 앞에 웬 강아지 한 마리가 웅크려있는 게 아닌가, 보았더니 역시나 변백현이었다. 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지 않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우선은 백현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지친듯한 표정에 또한 걱정이 되었다. 이러다 아픈 거 아냐?
예상치 못한 찬열의 구제에 간신히 들어올 수 있었고 줄줄 흐르던 땀도 씻어낼 수 있었다. 머리를 말리지도 않은 채 자려는 백현을 찬열이 툭툭 건들였다. 머리 말리고 자. 저음의 목소리, 다정한 듯 하면서도 무뚝뚝한 그런 투였다. 싫어. 귀찮아. 아까 찬열의 이름을 부르던 백현은 온데간데 없고 톡 쏘아 거절하는 백현만이 남아 찬열은 당황스러우면서도 마음 한 쪽이 아려왔다.
"말리고 자라고."
"싫어, 나 피곤하단 말야."
"시발. 내가 너 걱정돼서 이러는 줄 알아?"
"..."
"감기 걸려서 무대에 지장 있으면 어쩔래."
"..."
"멤버들한테 피해주고 싶어서 이래?"
"…아니."
"그럼 말려."
백현이 얼마나 피곤한지 알고 있다. 연습을 그렇게 하고 또 하고 여러모로 힘든 건 알고 있지만 혹여나 백현이 감기에 걸린다면? 앓아누울 백현을 생각하니 편치 못했고 다정스레 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톡 쏘아 말해버렸다. 찬열은 그랬다. 항상 좋아하는 사람이나 연인에게 다정한 말 한 번 건내주지 못하고 반대로 말해 상대에게 상처만 남겼다. 찬열의 말에 백현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곤 머리를 말렸다. 두 사람 사이에 냉기가 흘러 온기를 뿜는 드라이기는 머리 말리는 데에 효과가 없었다.
변백현 자? 재차 확인을 하고 바로 옆에 있는 백현에게 다가갔다. 아까 한 말이 마음에 걸려 피곤해도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부드러운 머릿결 그리고 토실한 볼 그 모든 게 귀여웠고 예뻤다. 이때 아니면 언제 어루어만질 수 있을까. 미안해, 백현아. 한없이 다정했고 백현의 머릿결만큼 부드러웠다. 한숨을 푹 내쉬고 다시 자리에 가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언제쯤 소유할 수 있을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을까.
암호닉감사함미당다기억하고있어용*_*!!!!!!!!!!!
스릉해요제맘알죠~~~이해안되는부분있으심말씀해주셍ㅇ용
불친절하게답해드림다뎨둉ㅋㅋ담부턴쪼까길게..스릉해여암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