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가 어릴 적 무심결에 본 누드화보 같았다.
바보같던 내 호기심,그리고 후에 몰려오는 구역질.
넌 그랬다.
평범한 척 속은 그렇지 않았고,나를 바보천치로 만들었다.
너도,그랬다.
**04**
"손에 땀이 많았나보다."
"...."
"다시 사다줄게,기다리고 있어."
그는 터져버린 빈 우유곽을 집어들었다.그리곤 내게 싱긋 웃어보였다.그 모습에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다 몸이 대문에 닿았고 도망치듯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그의 미소와 웃음소리가 날 쫓아오는 듯 했다.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마자 그대로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간단히 입고 있던 옷이 축축하게 젖어 무거워졌다.바닥으로 주저 앉았다.얼굴에 떨어지는 물을 손으로 훔쳐냈다.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몸이 빨개지도록 씻었는데 그가 어떻게,왜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머릿속이 어지러워 무릎을 세워 얼굴을 묻었다.몸 위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등을 아프지 않게 때리고 지나갔다.고갤 들어 미친듯이 몸의 냄새를 맡았다.내가 항상 쓰던 플라워향의 바다로션 냄새가 났다.고갤 들어 눈을 감았다.내 얼굴 위엔 눈물인지,물줄긴지 모를 것이 흘러갔고,빈 집 안엔 높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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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몸을 수건으로 대충 닦으며 화장실을 나왔다.물에 오래있으면 항상 그렇듯 머리가 아파왔다.옷을 벗어 세탁바구니에 대충 던져놓은 후 나신으로 계단을 올라갔다.젖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고,계단에 톡톡 떨어졌다.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내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몸을 뉘였다.김종인과 김준면,단 두 사람만으로 내 머리는 충분히 터질것만 같았다.두사람은 닮지 않은 듯,많은 것이 닮아있었다.깨질 듯한 머리에 눈이 저절로 감겨왔다.맨몸에 마르지 않은 물기때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감겨가는 눈으로 본 창밖에는 소나기가 다시 오고 있었다.
잠에서 깼을 땐 꽤 많은 잠을 잤던지 창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제대로 떠지지 않은 눈으로 봤을 땐,창문 앞에 그가 앉아있었다.뜨이지 않던 눈이 번쩍 뜨였다.목으로 마른 침이 넘어갔다.한참을 바라보고 있을 때,그가 눈을 떴다.그에 따라 나는 황급히 눈을 감았다.그는 몸을 일으켜 한숨을 쉬었다.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한모금 빨아 다시 담배연기를 내쉬었다.그는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몸 위로 이불을 덮어주곤 방을 나갔다.그의 행동에 의구심이 들어가면서도 눈꺼풀이 다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옅게 남은 그의 체취와 담배연기,그 향에 취해 눈을 감았고,얼핏 본 창밖 옆 집엔 누군가가 서있었다.
** I **
가만히 자고 있는 그 애의 얼굴을 바라봤다.어렸을 때 처음 만난 날부터,저 아이는 항상 저 표정,저 얼굴이였다.어린 날에 처음 본 그 애는 남자애가 장난감을 좋아하듯,그렇게 옅은 감정이였다.그 감정은 나와,저 아이가 한 살씩 들어갈수록 향수를 뿌린 듯 더욱 짙어졌다.처음에는 다들 그렇듯 몰랐다.근데 얼굴을 보면 볼 수록 깊어가는 감정이 13살 어린 나이에 주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다가왔다.모든 것에 서툴러서 무조건적으로 피하고 더 모질게 대했다.그러면 되는 줄 알았다.근데 그러면 그럴 수록 감정은 쌓이고 쌓여 감당할 수 있는 수위를 초월했고,그게 남들과 다른 나의 사랑방식이 되버렸다.억지로 몸을 섞고,때리고,욕을 하며.근데도 바보같게 그 애가 울면 나도 속으로 같이 울었다.
잘못된 걸 알았지만,이미 돌이킬수 없었다.
어제는 아침부터 화가 났다.그 애가 아닌,나에 대해 화가 났다.아침 일찍 집을 나왔을 때,김준면이 집 앞에 앉아있었다.같은 학년임에도 김준면은 이유없이 싫었다.그저..그저,그 애 옆에 있는 것이 싫었다.아침마다 학교를 같이 가고,그 애와 말을 하는.그것이 너무 싫었다.나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나는 그를 노려봤다.대문 앞에 앉아있던 그는 고갤 들어 날 쳐다봤고,알듯말듯한 웃음을 띄었다.그것에 화가 나면서도 애가 탔다.그 애에게 다가가는 김준면이,불안했다.
** M **
동이 트지도 않은 새벽에 눈을 깨면 그때부터 하루가 시작된다.옷을 갈아입고 항상 그 애의 집 앞에 앉아있는다.어느날은 5시에,어느날은 6시에 집 앞에서 기다리곤 한다.몇년을 기다렸으니까 몇 시간을 기다리는 건 힘들지도 않았다.그 애를 보면 자제할 수 없을 정도로 웃음이 지어졌다.언제나 그렇듯 내것이였으니까.오직 내것이였으니까.그래서 오늘은 화가 났다.내 소유물이 다른 사람과 몸을 섞고 온몸에 정액비린내가 진동을 하는 것이,너무나도 싫었다.
사실 비린내따윈 나지 않았다.항상 나던 그 애의 플라워향 로션이 내 코를 진동했다.그냥 그 날 밤 창밖으로 지켜본 것일뿐이였다.그랬음에도 장난을 치고 싶었다.아니,장난이라기보단 일종의 경고였다.새하야진 네 얼굴이 볼만했다.네 행동이 꽤나 재밌었다.뒷걸음쳐 돌아가던 너를 생각하며 웃다가,슈퍼에 도착해 우유를 사 대문 앞에 놔두었다.소나기가 차츰 내리고 있었다.가방에 넣어놓았던 우산을 폈다.노란색 메모지에 펜으로 쓴 글씨가 번졌다.글씨가 비에 젖어 일그러져 갈수록 내 입꼬리는 올라갔고 한참을 지켜보다집으로 들어갔다.
너는 망가지던,일그러지던 언제나 나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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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개가 빨라지고 있어요..핳
단점은 너무 빨라졌어요..헣
I는 종인,M은 준면이에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