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가 어릴 적 무심결에 본 누드화보 같았다.
바보같던 내 호기심,그리고 후에 몰려오는 구역질.
넌 그랬다.
평범한 척 속은 그렇지 않았고,나를 바보천치로 만들었다.
너도,그랬다.
**07**
닫힌 대문을 뒤로 하고 도망치듯 집 안으로 들어왔다.다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가로등 불빛에 비춰진 그의 얼굴이 꿈 속에서 보던 그의 표정과도 같았다.그는 화가 나 있었다.항상 꿈 속에서 보던 그가 오늘 다시 나타날까 무서웠다.그래서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계단을 뛰어올라가 내 방 침대에 올라가 앉았다.뛰어오느라 가빠진 호흡을 가다듬고 있으니 그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숨을 헙하고 들이쉬었다.이불자락을 말아쥔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그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왔다.그러곤 열린 방문으로 침대에 앉아있는 날 바라봤다.
"..씻고 자."
뜻밖의 말이였다.솔직히 말해서,그의 화난 얼굴이 오늘도 내 몸을 탐할 것이라 생각했다.근데 그는 아무런 행동 없이 나를 바라보다 씻고 자란 말을 하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그의 말에 되려 당황한 나는 교복치마만 내려다보던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하지만 그랬을 땐,이미 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후였다.침대에서 일어나 서랍장으로 향했다.이불을 말아줬던 손에선 땀이 흥건했다.계단을 내려가는데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
그 다음 날 아침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깼다.꿈 속엔 그가 나왔다.하지만 항상 꿨던 악몽과는 달랐다.나와 그는 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길 한복판에 가만히 서있었다.그런 나와 그는 서로 아무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고,그는 내게 작게 웃어보였다.그리곤 무어라 말하기 시작했다.입모양은 어떤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소리가 들리지 않아 알수가 없었다.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물론 주변에 지나다니던 사람이 모두 사라진 채 나는 하얀방에 혼자 있었다.그러고선 꿈에서 깼다.자느라 헝크러져 얼굴로 내려온 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겼다.창밖엔 햇살이 밝았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한껏 후끈해진 얼굴에 찬물로 다시 세수를 하고 나오니 새엄마가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다.여느때처럼 거절하실 걸 알면서도 새엄마 옆으로 다가가 도울 것이 없냐 물었다.그러면 새엄마는 괜찮다며 웃어보이며 식사준비가 다되면 내려오라며 내 등을 떠미셨다.방 안에 들어가 머리를 말리고 가방을 챙긴 후에 교복으로 갈아입곤 1층으로 내려갔다.새아빠는 다시 출장을 가셨고,새엄마는 이제는 익숙한 듯 식탁엔 밥그릇 두개와,숟가락과 젓가락을 두개만 놓으셨다.숟가락을 들어 입 안에 밥을 넣고는 반찬을 집어먹었다.그 때 2층에서 머리를 덜 말렸는지 머리를 탈탈 털며 그가 내려오고 있었다.그는 언제나 그렇듯 부엌으로 들어와 홈바를 열어 오렌지주스를 마실 것이다.아무렇지 않은 척 밥은 먹고 있었지만,온 신경은 그에게 쓸렸다.근데 그는 오렌지 주스가 아닌 물 한잔을 따라와 식탁에 앉았다.
"..제건 없어요?"
"..어?...아..그래 기다려라.갖다줄게."
식탁의 앉은 그를 보곤 나는 물론 새엄마까지 놀랐다.그는 항상 짓던 무표정으로 일관한 채 자신의 것은 없냐 물었고,그에 놀란 새엄마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작게 미소지으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내 새엄마가 그의 앞으로 밥그릇과 국그릇,숟가락과 젓가락을 놓아주셨다.그는 젓가락으로 밥을 조금 떠 먹곤 반찬을 집어먹었다.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나도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밥을 한숟갈 떴다.그가 있어서 인지 불편한 감에 손이 잘게 떨렸다.입 안으로 밀어넣은 밥알들이 입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
준면은 항상 그렇듯 대문 앞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내가 나오면 나를 향해 웃어보인 뒤 내 손목을 약하게 그러쥐어 끌고 간다.그의 미소는 언제봐도 적응이 안될뿐더라,무서웠다.준면은 그 이후로 말하는 것이 줄긴 했다.그렇다고 해서 아예 안하진 않았다.물어보지도 않은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시작을 해서 한창 애들이 관심을 가지는 가쉽거리까지.매일 그렇게 자신만의 대화를 이어갔다.오늘은 그렇게 가는 우리 둘 뒤로 그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앞지르지도 않고,지금 자리보다 더 뒤쳐지지도 않았다.계속 같은 거리를 유지한 채로 우리 둘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걷고 있었다.상어같은 두 남자의 시선에 죽어나는 쪽은 나였다.
반 앞까지 데려다준 준면은 내게 인사를 했다.그러면 나는 그의 인사만 받은 채 반으로 들어가곤 한다.그런 내 행동에도 준면은 항상 웃으며 자신의 반으로 향했다.그것이 더 소름끼치는 일이였다.오전수업에는 그냥 저냥 수업을 들었다.수업시간에 창밖을 바라보며 멍때리다가 손을 창밖으로 내밀어 햇빛의 쬤는데,그것을 선생님 눈에 걸려 반 애들에게 창피를 당한 것만 빼면 말이다.
점심시간 종이쳤고 수정이가 급식을 먹으러 가자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별로 생각은 없었지만 오늘 맛있는 것이 나온다며 빨리가자 재촉을 하는 수정이에 그냥 어쩔수 없이 끌려왔다.하지만 급식실까지 내려온 수고도 무색하게 내가 못 먹는 치즈케이크가 후식으로 나왔다.수정이는 치즈케이크에 신이 난건지 계속 들뜬 듯 했다.그냥 수정이에 맞춰 나도 따라 웃다가 급식을 받곤 앉을 자리를 찾고 있었다.하지만 오늘따라 애들이 많아 자리가 많지 않았다.그 때,자리를 찾아 헤매는 수정이와 날 누군가가 불렀다.
"김종인 동생!"
그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4인용 식탁에 그와 찬열 둘이서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그는 찬열을 노려보다 머리통을 쳤다.찬열은 그런 그에게 투덜대듯 입을 삐죽이곤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내게 손짓을 했다.고갤 돌려 수정이를 바라보자 눈치가 빠른 편이던 수정이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웃으며 저기 앉아서 먹자며 말을 했고,그런 수정이의 말에 어거지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김종인동생!니 친구?"
"안녕하세요 선배,정수정이에요."
"안녕!나는 박찬열."
자리로 다가온 우리 둘을 위해 그의 앞에 앉아있던 찬열은 그의 옆으로 식판을 들어 자리를 옮겼다.어쩌다보니 그의 앞에는 내가,수정이 앞에는 찬열이 앉게 되었다.서로 소개를 한 찬열과 수정이는 둘이 뭐가 그렇게 죽이 잘 맞는지 쉼 없이 말을 했다.그에 상반되게 나와 그는 아무런 말이 없이 밥을 먹었다.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밥을 먹는다기보단,깨작대는 것에 가까웠다.얼마 퍼오지도 않은 볶음밥도 깨작대며 먹다 불편한 속에 조금 남기곤 식판에 식기를 내려놓았다.손을 치마 위로 모으곤 가만히 앉아서 내 앞에 앉아있는 그를 보다가 고갤돌려 찬열과 수정 둘이서 얘기하고 있는 것을 바라봤다.내 식판에는 손도 안댄 치즈케이크가 남아있었다.가만히 밥을 먹던 그는 자신의 젓가락으로 치즈케이크를 콕 찍어 찬열의 식판 위로 올려놨다.
"야!이거 ㅇㅇ이꺼야.니가 날 위한다니 감격이긴.."
"얘 치즈케이크 못 먹어."
찬열의 식판으로 치즈케이크를 옮겨놓은 그는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밥을 먹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런 그를 제외한 나머지 셋은 그의 행동에 놀랐다.찬열은 그의 행동에 당황한 건지 내것이라며 자신의 젓가락을 들어 다시 치즈케이크를 집어들려 했다.근데 묵묵히 밥을 먹던 그가 무심하게 말을 했다.그의 말에 놀라 내 눈이 커졌다.그가 어떻게 알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당황한 탓에 그를 올려다봤다.그는 아무렇지 않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손에 쥐곤 식판을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찬열에게 자신 먼저 간다며 말을 하곤 잔반통에 남은 음식을 버리고 급식실을 나갔다.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수정이 내게 정말 못 먹느냐 질문을 했다.나는 그 질문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 멍해진 머릿속으론 급식실의 소음도,찬열과 수정이의 말도,그 어떤 것도 들리지 않았다.
****
드디어 종인이딴의 적극적인 구애 시작.
다음편정도까진 준면이 얘기는 많이 없을 거 같아요.
와와 댓글 달아주는 사람 이뻐이뻐
뽀뽀
쪽
비회원분들도 에블바디 쪽쪽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