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김여주 입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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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얼음 된 명호랑 여주. 언제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는지 눈 깜짝할 새에 여주랑 명호 앞에 서 있는 순영이었음. 표정 잔뜩 굳어서는 아무말도 안 하고 그냥 작은 여주 내려다만 보고 있는게 더 무서움...
"뭐하고 있었어."
"......"
"오빠가 묻잖아 여주야."
차갑게 말하는 순영에 여주 얼어서 고개만 숙이고 있으니까 순영이 그런 여주 보더니 한숨 푹 내쉼. 명호도 둘 눈치 보면서 어쩔 줄 모르고..
"저번에 한 번 다치고도 정신을 못차렸어?"
"......"
"우리가 괜히 하지 말라 그래? 다 너 생각해서 하지 말라고 하는 거잖아. 근데 왜 말을 안 들어."
"......"
"이렇게 단독적으로 행동할 거면 그냥 다 너 마음대로 해. 이제 신경 안 쓸 테니까. 마저 해."
차갑게 내려 앉은 목소리. 사나운 눈빛까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연습실을 나가는 순영에, 문소리가 나자마자 그제서야 눈물 뚝뚝 흘리는 여주였음. 진짜... 진짜 너무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오빠는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 지금 내가 어떤 심정으로 연습생 생활 하고 있는데.... 여자 연습생은 머리카락도 찾아볼 수 없고, 같이 연습하는 사람들은 다 남자들 뿐인데. 이런식이면 데뷔조 근처도 못 갈 거 같은데. 여주 많이 속상했다. 자기 마음 몰라주는 순영도 밉고, 이런 마음 가지고 있는 나 자신도 밉고, 연습 안 되는 것도 짜증나고, 순영이 자기 생각해서 하는 말인 거 누구보다 자기가 제일 잘 알아서.. 그래서 더 미웠음.
그냥 고개 숙이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으니까 그거 본 명호는 더 안절부절.
"여주.... 울지 마. 울지 마..."
명호는 그 연습실에서 한참동안이나 여주를 달랬고, 여주는 꽤나 오랫동안이나 눈물을 그치지 못했음.
순영과 여주의 관계 변화를 멤버들+연습생들은 아주 일찍이 눈치챘음. 그럴 수 밖에 없었음. 연습생들 사이에서 여자라고는 여주 하나라 다들 끔찍이 여주를 챙겼고, 그중에서도 순영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거든. 게다가 여주는 한 살 차이지만 순영 보다 어렸으니까 동생이라고 더 예뻐하고 챙겼음. 여주도 순영이 춤을 잘 추니까 항상 강아지 마냥 쫄래쫄래 쫓아다니면서 이거 가르쳐주세요, 이거 어떻게 해요?, 이 부분은 이거 맞아요? 했었단 말임.
근데, 이런 여주랑 순영이 연습한지 세 시간이 지났는데 멀찍이 떨어져서 서로 한 마디도 안 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눈치 채지.
"순영이 형이랑 여주... 아무래도 싸운 거 맞는 거 같지..?"
"어. 백프로. 아니, 이백프로."
"하아...."
여주랑 동갑내기인 석민과 민규 역시 그런 둘의 이상한 낌새에 바로 눈치 챘음. 옆에 있는 명호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한숨만 내쉴 뿐이었음.
순영은 여전히 여주를 무시했음. 저번처럼 다쳐서 다리 절뚝이는 꼴 다신 보고 싶지 않았고, 하지 말라고 분명 말했는데도 자기 말 다 무시하고 아크로바틱 연습을 한 것도 화나고. 그래서 정말 신경 끄려고 했음.
"하아...."
근데, 저렇게 자기 눈치 보면서 방금 배운 동작 버벅거리고 있으면 내가 뭘 어떻게 해줘야 하냐 여주야.
방금 배운 춤 동작들이 아직 헷갈리는 게 많은지, 연신 버벅거리면서 거울 보고는 다른 연습생들 힐끔 힐끔 쳐다보는 여주를 보며 순영은 한숨을 내쉬었음. 평소 같았으면 자기한테 쪼르르 달려와서 이 부분 어떻게 하는 거냐고 진작 물어봤을 여주인데 그러지도 못하고 자기 혼자 끙끙대는게 안타깝기도 했다. 다른 연습생들도 자기들 동작이 맞는지 확인하는 게 바빠서 여주 가르쳐 줄 사람은 몇 없었음.
"야. 지훈아."
"? 왜."
"너꺼 다 끝났지."
"어. 왜?"
"그럼 저기 가서 여주 좀 가르쳐줘. 쟤 반도 못 따라한다 지금."
순영의 턱짓에 시선을 옮기자 여전히 힐끔힐끔, 다른 연습생들 춤 보면서 따라 하는 여주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본 지훈이 순영 어깨 툭툭 치면서 한 마디 하고 여주한테로 향했음.
"웬만하면 빨리 어떻게 좀 해. 애가 니 눈치 보느라 기를 못 편다 야."
"......"
"이 부분 이렇게 하는 거야."
"? 아, 감사해요 오빠!"
그리고는 여주한테 가서 혼자 연습하고 있는 여주 옆에 자리 잡고 동작들 가르쳐 주는 지훈이었음.
그리고 둘이 화해 아닌 화해를 하게 된 건, 그 일이 있고 정확히 4일 뒤였음. 여주는 그 날 순영에게 들었던 말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한참동안을 고민했고, 그리고 내린 결론은 어떻게든 빠른 시일 내에 해내자, 이거였음. 진짜 초조했거든, 여주는. 혼자 여자인 자신이 이런 거라도 해내야 메리트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여주 생각이었음.
명호에게 더 도움을 받기는 너무 미안해서 그때 받은 가르침을 기억해 내며 혼자 매트 펴고 연습중이다. 몇 시간 동안이나 여러 아크로바틱 동작들을 연습하다 쿵, 하고 잘못 착지 하는 바람에 공중에서 다리부터 떨어진 여주가 발목을 잡고 끙끙댔음. 그래도 매트 펴고 한 덕에 그리 심하게 다친 건 아니었음. 그냥 대충 파스 붙이고 뿌리면 금방 나을 거 같다는 생각에 파스를 챙기러 나갔음.
여기 어디쯤 있을 텐데.... 워낙 연습하면서 많이 다치는 연습생들이라 회사에는 따로 구급상자가 존재했음. 구급상자가 구비 되어 있는 연습실에서 파스를 찾았고, 이제 치료하려는데 그때 마침 순영이 들어왔음.
"......"
"......"
허공에서 마주친 두 시선. 그러다 먼저 시선을 옮긴 순영의 눈에는 여주의 퉁퉁 부은 발목과 여주 손에 들린 뿌리는 파스가 눈에 들어왔음. 순영의 시선을 느낀 여주가 눈치를 보며 파스를 뒤로 숨겼고 그런 여주를 내려다 본 순영은 걸음을 옮겨 다른 구급상자를 꺼냈음.
여주 마음이 이상했다. 평소였다면 온갖 호들갑은 다 떨면서 우리 여주 괜찮냐고, 많이 아프냐고. 다친 건 난데 자기 보다 더 아픈 표정을 지으면서 울상을 지을 순영이, 다친 저를 무시하는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거 같았음.
근데 구급상자를 열고 이리저리 뒤지면서 여전히 여주는 바라보지 않은 채로 여주에게 말을 건넸음.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순영에 목소리에 여주 움찔.
"발목 다쳤어?"
".... 네."
"아크로바틱 하다가?"
".....(끄덕)"
"그렇구나. 잘 치료하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손에 붕대를 들고 구급상자를 제자리에 올려 놓은 순영이 연습실을 나가려 했음. 근데, 여주 왠지 모르게 막 서럽잖아. 또 눈물 퐁퐁 흘린다. 그러면서 순영한테 눈물 잔뜩 섞인 목소리로 말함.
"오빠는.... 오빠는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
"......"
"내가, 내가 어떤 심정으로 연습실에 오는지 알아요....?"
"......"
"하루에 수백수천 번은 고민해요. 내가 여기서 데뷔할 수 있을까. 여기 나가고 다른 회사 알아봐야 하나. 그 회사 들어갈 수는 있을까. 운 좋게 들어간다고 해도 내가 거기서는 데뷔할 수 있을까."
"......"
"나 혼자 여자라서 하는 고민들이에요."
"......"
여주의 진심이 와르르 쏟아졌다. 눈물 뚝뚝 흘리면서, 처음으로 자기 마음을 제대로 말하는 여주에 순영은 아무런 말 없이 그저 여주 내려다 보았음.
"... 그래서 이런 거라도 안 하면 초조하고 불안해서 미쳐버릴 거 같아요. 뭐라도 오빠들 보다, 다른 애들 보다 더 뛰어나게 잘하는 게 있어야 할 거 같아요. 내가 생각해도 회사에서 나를 데뷔 시킬 이유가 없는데..."
".... 왜 그런 생각을 해."
"......"
어느새 여주에게 가까이 온 순영이 무릎을 구부려서 여주와 눈을 맞췄음.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손 올려서 여주 눈물 닦아준다. 오랜만에 보는 원래 다정한 순영의 모습에 여주 또다시 눈물 흘림.
"우린 너 믿는데. 너가 널 못 믿으면 어떻게 해."
"......"
"너 데뷔할 수 있어. 너 실력 좋아. 얼굴도 예뻐. 근데 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 여주야."
"......"
"... 정 너가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안 좋으면 연습해. 아크로바틱 성공 시켜. 대신에, 혼자하는 건 안 돼. 옆에 준휘든 명호든 데리고 같이 연습해."
"......"
"너가 자꾸 이렇게 다치니까 오빠가 속상해서 허락을 못 해주지... 이게 뭐야. 안 아파? 얼른 치료부터 하자."
그러면서 여주 손에 들린 파스 뺏어간다. 그리고 여주 발목 조심스럽게 움켜쥔 순영이 퉁퉁 부은 곳 엄지손가락으로 어루만져 줌. 그 손길이 너무나도 따듯하고, 걱정이 묻어 나와서. 이제야 자기가 알던 순영으로 돌아온 거 같아서. 그래서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엉엉 울어버리는 여주였음. 갑자기 울음 터진 여주 보고 당황한 순영이 어쩔 줄 몰라했음..ㅋㅋㅋ
"으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 어... 여주야. 왜 울어... 응? 아파서 그래? 많이 아파? 병원 갈까?(당황)(허둥지둥)"
"ㅠㅠㅠㅠㅠㅠㅠㅠ안아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
"... 어? 어, 어. 어.. 그래..."
병원 갈까? 하는 순영의 말에 고개 빠르게 젓더니 눈물 때문에 눈도 못 뜨고 안아달라고 말하는 여주.... 악. 귀여워..... 그런 여주 말에 또 한 번 당황한 순영이 어정쩡한 자세로 여주 안아준다. 그리고는 토닥토닥....
꽤나 오랫동안 여주를 안아서 달랜 순영이었다고.......
***
제가 너무 늦었죠ㅠㅠㅠㅠㅠ 사실 정말 너무 생각이 안 나서 몇 번을 갈아 엎고 그랬답니다...ㅠㅠㅠㅠ 근데 너무 마음에 안 들게 써져버렸네요... 흑흑........
어쩌다 완전히 순영이 편이 되어 버려따..... 이렇게 적을 생각이 아니어따.... 휴우ㅜㅜㅜ
그래도 여주의 절박함? 은 조금은 나타난 거 같아서 그런 참 다행이네요ㅠㅠㅠ
기다려주신 독자님들 모두 너무 감사드립니다!!!!!!!!!! 진짜로ㅠㅠㅠ 너무 감사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