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빚쟁은 고향이 지방인데 대학을 서울로 와서 혼자 자취하며 사는 전형적인 자취생이야.
대학교 올라와서 정택운이라는 두 학년 선배랑 사귀고 있어. 키도 크고, 하얗고, 얼굴도 잘 생긴 편이어서 인기는 많은데
분위기라는 게 생각보다 영향이 컸던지 정택운 특유의 무서운 아우라 때문에 왠만한 여학생들은 좋아하기만 하지 잘 다가가진 않았어.
그런데 너빚쟁은 워낙에 성격이 활발하고 밝아서 그런지 아무 거리낌 없이 택운이에게 다가가고, 택운이는 그런 너빚쟁이 신기하기도 하고, 계속 옆에서 쫑알대는 게 귀엽기도 하고, 그래서 옆에 그냥 내버려 두고. 하다가 어찌어찌해서 사귀게 됐어.
택운이가 고백하거나, 너빚쟁이 고백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귀는 사이가 된 거지.
어쨌든 그렇게 나름대로 너빚쟁은 순탄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었어.
하루는 학교에 가려고 아침에 눈을 떴는데 뭔가 기분이 평소랑 다르게 이상했어.
뭐지, 조금 기분나쁘다. 하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덮고 있던 이불을 걷자마자 몸이 으슬으슬하고 덜덜 떨려.
여름 감기에 걸린 거지. 날씨가 덥다고 잘 때 선풍기 예약꺼짐도 설정하지 않고 며칠 동안 계속 잤던 게 원인인 것 같아.
원래 몸이 그렇게 약한 편은 아니었는데 혼자 서울로 올라오면서 돌봐주던 가족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너빚쟁은 학교도 못 가고 겨우 머리 위에 있는 핸드폰을 가져와서 같은 강의를 듣는 친구한테 아파서 못 간다고 카톡 한 줄 날리고 다시 이불 끌어덮고 잠에 들지.
택운이는 너빚쟁이 오늘 강의가 있는 걸 아니까 본인 강의 다 듣고 너빚쟁을 기다리고 있는데 애들은 쏟아져 나오는데 너가 안 나오는거야.
그래서 얘가 왜 안 나오지, 아픈가 하고 혼자서 집에 돌아가는데
매일 옆에서 반응이 없어도 종알종알 얘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없으니까 뭔가 미묘한 게 기분이 싱숭생숭한거야.
'빚쟁이 보고 싶다.'
자기도 모르게 든 생각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여태까지 여자친구는 몇 번 사귀었지만 한 번도 얼굴을 안 봤을 때 허전하고 보고 싶고 그러진 않았었거든, 냉정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택운이는 그랬어.
무슨 소리야 정택운, 여태 한 번도 그런 적 없었잖아 하면서 애써 부정하며 자신의 집으로 가는데 어느 새 발걸음은 너빚쟁의 집을 향하고 있어.
집에 도착은 했는데, 비밀번호를 모르겠는거야.
몇 분 동안 끙끙대며 고민하다가 결국 너빚쟁의 생일부터 전화번호 뒷자리, 앞자리까지 눌러보는데 아무것도 맞는 게 없어.
그래서 뭐지, 하고 혹시나 싶어서 자신의 생일인 1110을 눌렀는데 문이 열려.
설마 진짜 자신의 생일일 줄은 몰랐던 택운이는 너빚쟁이 귀여워서 피식-하고 웃고는 집에 조심스럽게 들어가.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끙끙거리며 자고 있는 너빚쟁이야.
택운이는 그런 너빚쟁을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버려. 학교도 안 와서 아픈가, 하고 예상은 했지만 이 여름에 생각보다 애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는거야.
급하게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이마에 손을 짚어봤는데 불덩이야. 살짝 흔들어서 깨우면서 빚쟁아, 빚쟁아- 불렀는데 정신도 못 차리고 응, 응 하고 대답만 반복해서 하는 너빚쟁에 택운이는 얼굴을 더 굳혀.
열이 날 때는 이불 덮고 있으면 더 심해지니까 일단 이불을 걷어내고 수건에 찬 물을 적셔서 얼굴, 목부터 몸을 살살 닦아줘.
너빚쟁은 아프고 정신없는 와중에 몸에 차가운 게 닿으니까 막 밀어내려고 하고 이불 끌어올리고 등 돌려 누울려고 하는데
택운이는 조용히 그런 너빚쟁을 달래면서 계속 열 내리게 닦아주고 해서 처음 봤을 때 보단 많이 나아진 상태가 됐어.
택운이도 이제 됐다 싶어서 부엌으로 가 없는 재료로 죽을 끓이고, 너빚쟁의 옆에 앉아서 머리를 쓸어넘겨 주며 쳐다보고 있어.
너빚쟁은 슬슬 정신이 드는데 뭔가 몸이 개운해진 것 같고 열도 내린 것 같고 해서 얼굴을 찌푸리면서 눈을 떠.
근데 눈 앞에 택운이가 있는 거야. 이게 뭐지? 꿈인가? 해서 멍청하게 눈을 깜빡깜빡 하는데 택운이 얼굴이 피식- 하고 웃어.
내가 아파서 헛것이 보이는구나- 나은 게 아니었네. 하고 도로 눈을 감고 더 자려고 하는데 이마에 뭔가 따뜻한 게 닿아.
그리고 옆에서 택운이의 목소리가 들려.
"이제 좀 괜찮아?"
"...?"
"아프면 아프다고 연락이라도 하지, 걱정을 시켜."
"...꿈인가?"
"요게- 꿈 아니야. 아직 덜 나았네, 그렇게 열심히 간호를 했는데."
"선배가 우리 집에 어떻게 들어왔어요?!"
"내 생일이던데?"
"아..."
너빚쟁은 누운 채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침대 주변에 펼쳐져서, 또는 접혀서 널려 있는 여러 장의 물수건과 집안에 가득한 죽 냄새로 대충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어.
시계를 보니, 4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어. 너빚쟁은 택운이에게 고개를 돌려서 얘기를 해.
"몇 시에 오셨어요?"
"강의 끝났는데 너가 안나와서-"
"...그럼 적어도 1시부터 지금까지 이러고 계셨던 거에요?"
말없이 고개만 끄덕하는 택운에 너빚쟁은 기가 차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
여태 사귀면서도 너빚쟁만 옆에서 얘기하고 택운은 듣는지, 한 귀로 흘리는지 모르겠는 태도로 듣고 그런 날의 반복이어서 아무리 감안하고 사귀었다지만 서운한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아프니까 비밀번호까지 맞추고 들어와서 간호해주고, 죽 끓여주고 해서 사실, 좀 놀라웠지.
"선배, 전 여자친구분들 한테도 이렇게 아프면 문 따고 들어와서 간호해주고 그랬어요? 평소에는 얘기도 잘 안 듣더니, 나 맨날 아파야겠다. 그쵸?"
"혼난다. 다음부터 말도 없이 아프기만 해봐? 전에는 이렇게 안 해줬어, 걱정 마."
"와, 제가 처음이에요? 우와, 우와?"
"죽 끓여놨으니까 나 가고 데워 먹고, 밤에 더 아프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나한테 전화해, 알았어?"
택운은 이 말을 끝으로 가방을 챙겨서 일어나.
너빚쟁은 간호해준 것도 고맙고 너 때문에 몇 시간을 소비시킨것도 미안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배웅하려고 해.
택운이는 몸을 일으키는 너빚쟁의 어깨를 꾹 하고 눌러서 다시 침대에 눕게 만들어.
"아, 왜요! 배웅할거에요!"
"필요없어ㅡ 더 자고 나아서 내일 학교나 와."
택운은 씩씩거리면서 누워 있는 너빚쟁이 귀엽고 예뻐 보여서 충동적으로 입술에 뽀뽀를 짧게 촉- 하고 떨어져.
너빚쟁은 방금 일어난 일이 뭔지 아직 인식을 못한 채로 멍하게 있고, 택운은 또 그게 귀여워서 피식 웃고 너의 집에서 나가.
"잘 자, 빚쟁아."
아.. 글은 쓰면 쓸수록 어려운것 같아요 하하하핳ㅎ하
네... 되게 오랜만인 것 같은데 이런 글이라서 죄송해요 여러분
그래도 열심히 썼..으니까... 구독료 조금만 붙일게요...♥ 사랑합니다 여러분
그리고 제 원래 장르라고 해야되나.. 여튼 저는 원래 글쟁이가 아니라 그림쟁이에요 여러분
곧 팬아트가 하나 완성될 것 같으므로 기대는 하지 마시고 기다려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