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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이게 회의야? 이제까지 술 마시느라고 핸드폰 꺼진 줄도 몰라?"
"회의 끝나고 방금 온 거야. 학생회 일이 바빠ㅅ"
"그 놈의 학생회, 학생회, 지겨워 죽겠어. 아니, 그렇게 바쁠 거면 나 왜 만나?""
"여주야."
"헤어져."
"....그래."
짧게 한숨을 쉬며 나를 보던 시선을 하늘로 돌리고 짧게 눈을 감았다 뜬 이재윤은 누가 봐도 지쳐보였다. 학교 앞 시끄러운 술집 거리 그 안에 우리만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아니, 나만 멈춰있는 것 같았다.
몇 분의 정적이 흘렀을까. 이재윤의 핸드폰이 진동을 울리고 술집 안에서 내가 신경쓰인다고 했던 한 학년 후배가 나와 핸드폰을 귀에 대고 두리번거리며 이재윤을 찾는 듯 보였다.
"오빠는 마지막까지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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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말을 뱉고 바로 뒤를 돌아 줄 지어 있는 택시를 타고 집 근처 편의점에 내려 소주와 맥주 하나씩 사서 컵에 다 때려붓고 원샷했더니 세상이 빙빙 돈다.
침대 헤드에 기대 벽을 바라보니 이재윤과 찍었던 인생 네컷, 이재윤 증명사진, 같이 찍은 인화 사진이 가득했다. 솔직히 실감이 안 난다. 내 2 년의 사랑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2 년 동안 사귀면서 숱한 이별의 순간 속에서도 이재윤은 항상 날 배려해줬고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술기운이 올라오니 이재윤과 좋았던 기억만 자꾸 머리 속에 맴돈다. 눈을 감고 한참을 가만히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이건 백퍼 이재윤이다 싶어 엎어져있던 핸드폰을 확인하니 "이상혁"이라고 뜬 화면만 내 눈에 들어온다.
"여보ㅅ.."
"야, 너 헤어짐?"
"이재윤이 벌써 불었냐?"
"미친... 진짜 헤어졌다고? 야, 너 술 마셨냐? 말 엄청 꼬이네."
"꺼져."
안 그래도 머리 아픈데 숨도 안 쉬고 말하는 이상혁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바로 전화를 끊고 인스타에 들어갔다. 인스타 피드는 학생회 술자리 사진으로 가득했고 웃으며 사진을 찍는 이재윤을 보니 또 빡쳤다. 아니, 얘는 왜 아무렇지도 않아? 나랑 헤어져서 행복하다, 개운하다는 표정이네. 그 와중에 이재윤 옆자리에 앉아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브이를 하는 그 여자애에 속으로 쌍욕을 하고 핸드폰을 닫았다. 그래 더 보면 뭐 하니... 내 성질만 버리지. 그렇게 이재윤과 그 여재애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다 그대로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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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아, 씨...."
'똑똑똑'
"앞에다 놓고 가세요."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어제 섞어 마시는 게 아니었는데.... 택배는 또 언제 시켰는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겨우 잠에서 깨 소리치듯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까지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자는 게 낫겠다 싶어 다시 눈을 붙이는데 다시 문소리가 들린다.
"아, 저 옆집인데요."
옆집? 눈이 번쩍 떠졌다. 내가 어제 너무 시끄러웠나? 아니면 뭐 따지러 왔나? 별별 생각에 겨우 몸을 이르키고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문을 열었다.
"저 오늘 이사와서 이거 떡 좀 드시라고요."
웬 훤칠하게 생긴 남자가 사람 좋은 웃음으로 나에게 떡을 건낸다. 아니, 요즘 이사왔다고 떡 돌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해맑게 웃으며 건내는 걸 무시할 수 없어 나도 억지로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떡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근데 그게 문제였다. 떡을 건내받자마자 갑자기 속이 미친 듯이 울렁거리며 식은 땀이 흘렀다. 남자가 뭐라 말하는 것도 안 들리고 그대로 화장실을 향해 뛰었고 위액까지 다 토해냈다. 식은 땀이 비오듯이 쏟아져 내렸고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화장실 바닥에 주저 앉았다. 가빠진 숨을 몰아 쉬는데 괜찮으세요? 하며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언제 화장실에 왔는지 나와 눈을 맞추고 말하는 그에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입을 물로 가시고 침대까지 나를 부축해 앉히는 그에 죄송하다고 말하고 바로 잠들어버렸다.
얼마나 잤는지 기억도 안난다.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보니 벌써 시간이 저녁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신 술 안 마셔. 내가 술을 마시면 개다. 겨우 몸을 이르켜 멍 때리고 있는데 핸드폰 뒤에 붙여진 포스트잇이 내 손에 잡혔다.
[ 떡은 냉장고에 넣어놨습니다. 멋대로 열어서 죄송해요.]
일어나 냉장고를 확인하니 진짜 한 켠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떡을 보고 민망함보다는 헛웃음이 나왔다. 다시는 우연이라도 안 마주쳤으면 좋겠다.
안뇽하세요 여러분 |
안녕하세요 새롭게 글을 쓰게 된 윰찌라고 합니다. 첫 글이라서 어디에서 끊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내용도 엉망이지만 귀엽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