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고 고대하던 방학.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외박도 좀 해보고 친구들이랑 몰래 술도 좀 마셔보고. 그저 평범하고 일상적인 고등학교 2학년의 풋풋한 여름방학을 꿈 꿨던 제게 첫날부터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하느님. 진정으로 신께서 살아계신다면 개씨발 저 여자를 좀 어떻게 좀… 예?
"일어나 오세훈"
"아 왜…"
"죽고싶냐"
"아… 방학이라고"
"아 그래도 이 새끼가"
고작 한달인 방학 그 짧은 기간 내내, 아니 방학이 시작한 한주만이라도 한껏 도취해 여유를 즐기고싶었건만 첫 날부터 완전히 산산 조각이 나버린 것은 분명했다. 아침부터 몽롱한 정신 속 자잘한 잔소리와 구타들이 쌓이고 쌓여 일어날 무렵에는 오세훈의 등 위로 커다란 멍울이 생기고야 말았다. 분명 매 아침마다 오세훈에게는 참을 수 없는 시간 중 하나가 되었지만서도 설마 방학 때 마저 이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도중 잠에 취해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에는 시야 위 잔뜩 열이 뻗친 오세나의 모습이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오세훈은 오세나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되도록 깊이 숙였고, 그 숙인 시선 끝에서 그녀의 맨발이 사라지면 말 없이 고개를 들며 짜증어린 질타만 느즉 뱉어냈다, 다만 혼자만 들을 수 있도록.
…
"아 왜 깨우냐고 방학인데"
"밥 쳐먹어"
잔뜩 무언가 차려져 있는 식탁 위로 앉기무섭게 짜증어린 말을 뱉어낼라치면 그녀는 대답했다. 밥 쳐먹어.
…
당근 계란말이, 당근 밥, 딱 봐도 주황빛 가득 도는 당근 세네개는 거뜬히 썰어 넣은 듯한 당근 오므라이스까지. 아주 당근을 지지고 볶고 삶아먹고… 주황빛 가득 도는 식탁 위의 메뉴는 가관이였으며 나이와 덩치에 맞지 않게 편식이 심한 놈에게는 아주 고역임이 분명했다. 감정의 과잉을 스스로 폭로 해버리듯 오세훈은 아주 짜증이 난 상태였고 그 직접적인 화근은 오전 내내 오세나가 만든 것이 분명하였다.
"아 당근 안 먹는다고, 무슨 당근 장사하냐 장사? 어?"
ㅎ..소재고갈이랄카요,..
재밌게봐주시면감사할것같아연하트
댓글좀주세요굽신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