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가는건 힘들 것 같네. 변호사 보낼게. 미안.
"..바쁘면 어쩔수 없죠. 알았어요"
특유의 무심함에 반해서 우리의 관계가 시작됐지만, 결국엔 그 무심함 때문에 이혼을 하는 이 상황에서도 하정우는 끝까지 무심하다.
25살이 되자마자 스타일리스트로 취직한 나는 정말 운이 좋게도 바로 탑배우 '하정우'를 담당하게 되었고, 팀에서 막내로 쫓아다니며 열심히 살았다.
처음으로 연예인이랑 같이 일하는거라 엄청 설렜는데 그게 하필 또 하정우라 동네방네 자랑하고 소문내고 다녔던게 기억난다.
내가 바로 그 유명한 하정우랑 일한다고. 나 이제 친하다고.
아마 어린나이에 뭣도 모르고 그냥 연예인 보고 좋은 감정을 이성으로서 좋아한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tv속 모습처럼 무심하고 시크한 모습이 멋있어 보였고, 가끔가다 한마디 툭 던지는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15살 차이나는것도 까먹을만큼 하정우는 정말 멋있는 존재였고 우상이었다. 그래, 우상. 딱 그 감정이 맞았을거다. 그치만 어렸고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던 나에게 그 감정은 이성으로 다가왔다.
어렸을때부터 좋아하던 배우가 나에게 보고싶다, 사랑한다, 잘해보자. 이따위의 말들을 지껄이는데 안넘어갈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도 결국 그 꼬임에 넘어간거라 애써 합리화 해본다.
뭐, 연애할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나쁜사람은 아니었다. 바쁜 스케줄 중에도 문자한통 전화한통이라도 더 하려 늘 시간을 내주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땐 벗어날 구멍이라도 있었기에 그리 숨막히지 않았을거다. 언제든 헤어지면 되는 가벼운 사이였으니까.
그치만 현실은 달랐다. 속전속결로 결혼을하고, 그 와중에 시끄러운 결혼식은 싫다며 서류만 작성하자는 말에 또 바보같이 응했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지. 우리 결혼해요!하고 사회에 떠벌리지 않았으니까.
아는 사람들만 아는 사실로 남았으니까. 하정우가 결혼한건 알아도 그 상대가 나라는건 모를테니까.
연애할때까지만 해도 좋았던 특유의 무심함은 점점 날 지치게 만들었고 숨막히게 만들었다.
3년을 참고 또 참다가 결국 폭발해버려 '이혼'을 들먹이는 상황에서도 하정우는 무심했다. 제발 나 숨 좀 쉬게 해달라고. 그냥 갈라서자고. 더이상 못해먹겠다고 울부짖는 내 앞에서도 '그래' 라는 답 뿐이었다.
그렇게 참아왔던 말을 뱉어내고 토해버리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마지막까지도 무심한 사람 덕분에 끝내도 끝낸 것 같지가 않다. 내가 다시 연애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신덕분에 난 확고한 이상형이 생겼다.
무조건 다정한 사람. 내 말 잘 들어주고, 다정한 얼굴로 바라봐주고, 대답해주고. 오바스러울 정도로 챙겨주고 아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내 이상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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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서 잠시 쉬었던 일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뭐.. 전에 하정우 담당으로 일했던 경력을 높게 쳐주는건지 이번에도 유명 배우를 맡았다.
"안녕하세요. ㅎㅎ"
"안녕하세요..! 이주연 입니다..!"
"28살이랬죠? 와, 나랑 11살 차이난다"
"네, 네!! ㅎㅎ.. 11살......"
"하정우 선배 담당했었다고 들었는데"
"아......."
내 반응에 현빈도 눈치를 챘는지 '아.. 미안해요! 그게..'하며 당황하기에 나는 또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답한다.
"잘해봐요, 우리. ㅎㅎ 잘생기게 만들어주세요~"
"이미 잘생기셨ㄴ... 아,아니에요!"
"ㅋㅋㅋㅋㅋ다 말해놓고 아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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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머~ 신작은 대충 요런느낌..?
무심한 하정우와 다정한 김태평... 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