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늑대×뱀파이어규 1 "우리같은 연인사이가 또 어디있으랴.." 이른아침 세수를 하고 방에 들어온 성규가 속삭였다. 침대 위에서 세상모르고 자고있는 우현은, 정말 세상모르고 귀와 꼬리까지 내놓고 자고있었다. "연애하기 전엔 저런놈인지도 몰랐는데.." 아이고 내 신세야, 하고 늘어져있는 우현을 깨웠다. 늑대소년은 일어나시져? 하는 성규의 부름에 우현이 기분좋게 그르렁거리며 꿈틀거렸다. 그 모습이 어린 아이 같아서 성규가 살풋 웃었고, 그들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 진짜 너 걱정되는거 알아?" "응? 왜?" 운전대를 잡은 우현에게 성규가 말했다. 너 요즘 너무 컨트롤 안하는거 아니야? 우현은 곰곰히 생각을 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너 만나고는 좀 소홀했지" "귀랑 꼬리좀 잘 챙겨, 누가 잘라가면 어쩌려구" 누가 남늑대 꼬리를 잘라? 쓸대없는 걱정인건 사실이였다. 그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체화를 한다 해서 그를 잡아갈 사람도, 이길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무시 할 수 없는 불이익들이 따랐기에, 일반 사람들처럼 잘 살던 우현이 걱정이 걱정되는 것 이었다. "너는 괜찮아? 아직 더위 끝나려면 더 있어야 할텐데" "몰라, 망할세상 더워지기만하고 추워질생각은 안해" 더위가 기승인 8월에 들어서자, 우현의 걱정이 늘어나는것도 있었다. 전깃세 걱정이 아닌 김성규걱정. 뱀파이어가 더위를 싫어하는건 알고있었지만, 얘 처럼 무기력해질 정도는 아닌데. 성규는 여름이 오면 차라리 피를 끊겠다고 할정도로 더위를 싫어했다. "점점 살기 힘들어져" "그렇다고 우리가 죽을 수 있는 몸도 아니고" 어휴,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동화같은 설정이지만 둘의 나이는 이미 700살이 넘었다. 성규가 우현보다 나이가 더 많은것으로 알고있지만, 사실 둘은 자신의 나를 모른다(300살이 넘고서는 세는걸 포기했다)늙지도, 죽지도 못하는 그들에게 세상은 너무 어려워지고 있었다. "점심 같이 먹을꺼야?" "아니, 오늘은 과장님이랑 먹어야 할것같아" "음, 힘내. 난 명수랑 먹어야지" 차에서 내리며 나누는 대화, 여기까지는 평소와 다름 없는 전개였다. 같이 눈을뜨고, 같이 밥을먹고, 같이 출근하고. 이후는 평소와 좀 달랐다. 사건의 발단은 점심시간. "우리 뭐먹을까?" "일식집 가고싶은데" 옆자리인 명수와 남은 일을 정리하며 말했다. 아, 나도 초밥먹고싶어. 근처에 스시집이 새로 생겼다며 오늘은 거기서 먹자는 결정을 내렸고. 점심시간이 되어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형. "응?" "그.. 한명 더 껴도 될까?" 아 요즘 같이다니는 걔? 자기는 상관없다고 답하자 명수가 3팀에 다녀온다며 조금만 기다리랬다. 잘됬다고 생각한 성규가 가방에서 텀블러를 꺼내더니 투명한 액체를 부었다. 적혈구를 제거한 피. 평소라면 출근할때 한포, 퇴근하고 집에서 한포를 마셨겠지만 오늘은 날씨가 너무 덥다는 핑계로 회사에서도 한포. 자신만의 짧은 티타임을 만끽하며 명수를 기다렸다. 뭔가를 빠뜨렸다는걸 망각한채로 말이다. "형, 가자" "안녕하십니까!" "어헣 키가 크네" 성규도 작은 키는 아니였지만, 명수가 저보다 조금 더 컸고. 오늘 처음 대화한 저녀석은 명수보다도 컸다. 뭐 어때? 빨리 통통한 회가 올라간 초밥을 먹고싶다는 생각에 둘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름이 뭐야?" "아, 3팀 이성열입니다" "아 3팀이면" 우현이 3팀의 팀장이였다. 이녀석도 고생 꽤나 하겠구나. 꼼꼼하고 확실한 성격의 우현 밑에서 일을 하려면 아마 많이 피곤할텐데. 라고 짧게 생각한 성규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말 편하게 해~ 얼마 안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그들은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우며 걸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따르는 수상한 그림자가 있다는걸, 명수 말고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뭐먹을까?" "런치로 하나씩 시키면 되지않나?" "그래, 그러자" 메뉴를 주문하고 주고받는 대화는, 주로 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였다. 너 3팀이면 고생좀 하겠다? 하고 성규가 웃으며 물으니, 처음에는 퇴사를 고민할정도로 힘들었는데 지금은 좀 적응했다며 말했다. 명수는 이 와중에도 이상한 느낌에 제대로 웃지 못했지만. "팀장이 괴롭히면 말해, 혼내줄게" "에? 어떻게요?" "있어 방법이~ 내가 팀장이랑 ㅊ.."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끼쳐 손까지 떨렸다. 왜 이러지? 고개도 못움직이고 그대로 굳은 성규의 모습에 명수의 표정이 살짝 심각해졌고, 이런 상황을 알리없는 성열은 당황할 뿐이다. "피..피냄새가 나" 일반인보다 청력이 발달된 성규의 귀에도 작게 들릴 소리면, 이 둘은 당연히 듣지 못했을것이다. 피 냄새? 성규가 머리를 굴리며 생각하다가도, 소름이 끼치는 느낌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가까워지는 의문에 목소리에 성규는 점점 패닉상태가 되어갔다. "어, 남팀장님?" 청량한 성열의 목소리에 명수의 시선이 돌아갔다. 식사를 마치고 나갈참인지, 커피를 뽑고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명수는 고민했다. 이 상황을 알릴것인지, 말것인지. 평소라면 고민하지 않았겠지만, 그의 옆에 있는 과장의 모습에 심각한 고민을 했다. 그래, 이건 알려야해! 명수가 성열에게 "넌 성규형 잘보고있어" 라고 말하고는 우현에게 빠른걸음으로 다가갔다. 이과장님! 남팀장님! 하고 넉살좋게 그들을 부르는 순간 뒤에서 큰소리가 났다. "뭐야, 무슨일이지?" 이과장이 소란스러운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명수는 우현에게 빨리 성규에게 가보라며 표정과 몸짓으로 전했다. 과장님, 위험할수도 있으니 얼른 나가시죠! 하면서 그를 회사까지 모셔다 드리는 명수였다. 큰 소리의 주인공은 성규가 맞았다. 명수가 일어나자마자, 누너기 행색의 남자가 성규를 덮친것이다. "너.. 피냄새가나.. 피냄새.." 그의 눈을 마주한 성규는 온몸에 힘이 풀리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정신이 아닌듯한 남자와, 다른의미로 제정신이 아닌 성규 둘다 위태로워 보였다. "뱀파이어.. 그렇지, 맞지?" 그가 미친놈처럼 웃으며 물었다. 성규는 심장이 빠르게 쿵쾅대고,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남자가 허리춤에서 접이식 칼을 꺼내들자, 성열은 물론, 주위사람들도 놀라 웅성거렸다. 성규의 하얀 뺨위로 눈물이 흐르는 순간, "미친 새끼" 우현이 나타났다. 성규 위에 있던 남자를 가볍게 집어던지자, 남자는 나뒹굴었다. 괜찮아? 안다쳤어? 성규의 상태를 확인하는중에도 그의 소름끼치는 웃음은 멈추지않았다. 시끄러운 새끼. 하고 생각하던 우현은 울고있는 김성규에 심사가 꼬일대로 꼬여있는 상태였는데, 뒤에서 그가 말했다. "늑대까지.. 완전 대박이구만..크크" 우현의 손길이 멈추고,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성규가 그의 손을 잡고 "안돼, 우현아 참아" 하고 작게 속삭이자 한숨을 푹 쉬며 우현이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 아저씨" 내가 기분이 말로 표현 할 수 없을정도로 더럽거든요? 낮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주위 사람들은 조용했다. 하 시발.. 고개를 푹 숙이고 화를 참는듯한 우현의 모습에, 남자가 또 웃어댔다. "둘이 사랑이라도 하는가보지?" "...." "더러운놈들" 우현의 눈동자에 회색빛이 일렁였다. 아무말도 하지않고 화난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볼 뿐이였다. 그의 눈색이 변하는게 흥미로웠는지, 더 가까이 다가오는 남자에게 주먹을 꽂았다. 둔기에 맞는듯한 소리가 났고, 남자는 쓰려졌다. "가자" "어? 어?" 여전히 화난표정인 우현이 성규의 손목을 끌었다. 성규는 그에게 끌려가다시피 하면서도, 혼자남은 성열에게 지갑을 던져주며 말했다. 계산하고 지갑은 나중에 가져다줘! 하고. 퇴근길 차 안은 정적이였다. 우현은 무표정하게 운전만하고, 성규는 우현의 눈치만 볼 뿐이였다. 한참을 조용히 가다가, 사거리에서 신호가 걸렸을때였다. "무서웠어" 성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를, 우현은 들었을것이다. "진짜, 무서웠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아직도 여운이 가지 않았는지, 손장난을 치는 성규의 손을 우현이 한손으로 잡았다. "나도, 무서웠어" 니가 잘못됬을까봐. 그게 무서웠어. 멀쩡하더라, 다행이지. 그지? 우현의 목소리가 허공에 맴돌았다. 진짜 걱정했구나, 성규가 속으로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고마워 우현아. 성규의 말에 우현은 대답없이 그의 손을 더 꽉 잡아줄 뿐이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성규는 쇼파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아 진빠져, 한쪽팔로 눈을 가린채 중얼거리자 주방에서 우현이 컵을가져와 성규에게 내밀었다. "어, 고마워" "..너 회사에서도 이거 마셨어?" 성규의 가방에서 텀블러를 꺼내던 우현이 놀라며 물었다. 어..더워서.. 하고 얼버무린 성규가 다시 컵을 입에 물었다. "약은 먹었어?" "응?" "야 이걸 먹었으면 약도 먹어야지" 아 진짜 김성규, 우현이 눈썹을 움직이며 말했다. 아, 그래서 냄새난다고.. 앞서 말했듯 성규는 피를 출근전 집에서 한포, 퇴근후 집에서 한포를 마시는데. 최근에는 계속 집에서만 피를 먹다보니 그 냄새를 제거해주는 약을 챙겨먹는날이 잘 없었다. 오늘 같이 회사에서 먹는날은 약도 먹어야 하는데, 그걸 무시하고 돌아다녔으니 그런놈이 꼬이지. 우현은 못살겠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뭐, 그래도" 니가 있으니까 된거지~ 하고 성규가 능청스레 그의 배를 툭 쳤다. 아 진짜 김성규.. "미치겠다 너때문에" 오랜만에 보는 우현의 밝은 웃음에, 성규도 같이 웃었다. 아 우현아, 아까 너 무서웠어. 응? 언제? 그 남자 쳐다볼때. 흥 그야 내가 누군데! 김성규만 챙기는 남늑대야, 남늑대.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