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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멘탤 전체글ll조회 1169l 1

 

 

 

 

 

 

 

“팔천 원입니다.”

 

 

천 원짜리 일곱 장에 오백 원짜리 두 개. 배달원에게 내밀려는데 눌러쓴 모자 아래 입술 언저리가 이상하게 익숙하다. 안쓰러울 정도로 너덜너덜 튼 입술에 정신을 빼앗겨 멍때리고 있으려니까 안 그래도 왜소한 몸에 고개를 더 푹 숙이더니, 홱 손을 뻗어 돈을 낚아채 간다. 그 바람에 동전 두 개가 고스란히 짤그랑 떨어지는데도, 입버릇인지 뭔지 감사합니다. 속삭이고는 현관문 쾅 닫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와. 너 좀 웃겼다.

 

 

“너 안 먹음? 면 다 분다.”

 

 

벌써 시원하게 랩을 뜯는 김유권이 상 앞에서 외친다. 그러거나 말거나 베란다로 달려가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무진장 황급히 스쿠터에 올라타는 깜찍한 저 정수리.

 

 

“이태일!”

 

 

5층 높이에서도 훤히 보이게 움찔한 녀석의 인영이 다시 아랑곳 않은 척 스쿠터를 출발시킨다. 반짝, 철가방이 빛났다. 너 잘 걸렸다 인마. 뭐, 이태일? 화들짝 놀라 젓가락도 집어던지고 이쪽으로 득달같이 달려들어 아래를 내려다보는 김유권을 내버려둔 채 유유히 현관에 떨어진 동전을 집었다. 저 많은 사람들 중 대체 누가 이태일이냐 투덜대는 김유권을 다시 불러 상 앞에 앉히고는 짜장면을 비비는데도, 자꾸 웃음이 나온다. 생각할수록 쌤통이네 고거.

 

 

“실성을 했나, 미친 놈.”

“누가 미친 놈이래.”

“진심 이태일 봤냐?”

“왜 너도 보고싶냐.”

“어. 쬐끔.”

 

 

솔직하기는. 짜장면을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는데 맛이 제법 괜찮다. 앞으로 자주 먹게 될 것 같은데 잘 됐네. 나무젓가락 포장지에 적힌 번호를 봤다. 설마 내가 좀 괴롭힌다고 때려치우고 튀는 건 아니겠지?

 

 

“안 보여줘.”

“맞냐? 설마 너, 걔 끼고 사는거? …알아봤네.”

 

 

갑자기 집 안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하는 김유권을 한심하단 눈빛으로 한번 봐주고. 쿠폰에 인쇄된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했다. 징그러운 덩치를 가지고 저도 집에서 시켜먹게 번호 달라고 징징대는 김유권한테 침 뱉는 시늉을 좀 하고 쿠폰이랑 젓가락 포장지를 뒷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넌 네 여친이랑 치킨이나 퍼먹어 인마. 이태일은 이제 내 전용 짱깨 셔틀이니까. 아니 셔틀 짱깨가 맞나.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아져서 입 안에 단무지 우겨넣은 채 발광을 좀 했더니 김유권이 욕했다.

녀석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하고 가정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뭐라고 말을 붙여야 할지, 어떤 얼굴을 해야 좋을지. 거짓말 좀 보태면 천 번은 한 것 같은데. 그래도 머릿속에서 만난 수많은 이태일 중 짱깨로 전직한 놈은 없었다. 덕분에 나는 일말의 준비도 안 되어 있었고, 황당해서 눈도 풀렸고. 다시 만난 이태일과 내가 한 달콤한 대화라면. 얼마에요? 팔천 원입니다. 헐. 나는 다른 의미로 또 좀 발광하고 거울 앞에 가서 머리를 만졌다. 입가에 묻은 자장은 아까는 없었을 테니까 패스. 그래도 신경이 쓰여서 먹다말고 욕실로 쿠당탕 달려가서 말끔하게 씻고 나왔는데 김유권은 없고 빈 그릇만 있다. 아 가면 간다고 말을 하지. 또 아무생각 없이 그릇 쌓아서 내놓으려다가 아차 싶어 그냥 상 위에 두고 신문지로 덮었다. 안 내놓으면 부르지 않겠어?

질풍노도의 고등학생 시절, 덩치가 아깝단 소리를 과하다 싶게 듣고 지내던 난 시쳇말로 이태일의 매점셔틀이었다. 대놓고 일진이란게 있진 않았어도 그 때 이태일은 원래가 그렇게 생겨먹었는지 친구를 잘못 만났는지 모르지만 소위 껌 좀 씹는 라인에 속했던 것만은 확실했다. 중학교 동창이라던 김유권이랑 사촌이라 안다던 1년 꿇은 정한해랑. 그 밖에도 많았는데 각설하고 난 2학년 때 그런 이태일네 반에 전학 왔었다. 초딩 때부터 덩치 때문에 괜한 시비 붙은 적이 많았으니까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원래 이태일은 삥도 안 뜯고 쌈도 걸어온 것만 상대해 주는 매너 놈팽이였다고. 나한테 첫눈에 꽂힌 게 맞는 건지 뭔지 난 전학 간 첫날 영광스럽게도 짝지가 된 이태일 보고 한번 멋쩍게 웃었다가 쥐어 터졌다. 얼마나 신나게 팼는지 얼굴은 상기 되가지고선 날더러 눈이 사나워서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다른 이유였으면 안 믿었을 건데 그거라서 좀 믿겼다. 불행 중 다행인 게 그렇게 이태일한테 왕창 깨지고 나서 나한테 시비 거는 다른 놈은 없었다. 사실 김유권이 한번 걸긴 했는데 존심 상하게 이태일이 막아줬다. 어떻게 보면 나름 녀석 덕분에 순탄한 고교 시절을 보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난 이태일한테 줄곧 삥도 뜯기고 아프진 않았어도 얻어맞기도 많이 맞고 매점 심부름은 말할 것도 없었고 그래서 감정이 썩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뭐 그 때도 주제에 귀여운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딩동.

 

 

왔다. 거울보고 외모 점검 한 번 더 하고. 목소리 좀 가다듬고 현관으로 다가가 누구세요. 물었다. 신문 보란다. 김 팍 새서 보는 거 있다고 외치고 도로 들어왔다. 그릇을 안 내놔서 그런지 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아 창문을 활짝활짝 열고 컴퓨터를 켰다. 부팅되는 동안 별 생각 없이 졸업앨범을 꺼내봤다. 나랑 김유권이 9반이었고, 이태일은 3학년 7반. 덕분에 김유권이랑도 친해져서 지금도 얘랑은 자주 연락하고 지낸다. 같은 대학이고. 롤을 한 30분 했나, 창밖에서 스쿠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내다봤더니 이태일이 맞다. 또 거울 좀 보고 새색시처럼 현관문 앞에 앉아서 기다렸는데, 땡 하고 엘리베이터 멈추는 소리랑 철가방 부딪히는 소리랑 다 들었건만 정작 벨은 안 누른다. 뭐지 싶어 구멍으로 밖을 봤는데 이태일이 졸라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다. 갈등 때린다 이거지. 지가 안 누르면 어쩌겠나 싶어서 다시 살금살금 들어와서 거실 바닥에 앉았는데, 한참 지나도 소식이 없다. 답답할세. 다시 바깥을 봤다. 아뿔싸. 없어졌다. 후다닥 창밖을 봤다. 어깨가 축 처진 이태일이 빈 철가방을 들고 스쿠터로 향하는 게 보인다.

 

 

“이태일!”

 

 

또 흠칫, 작은 몸이 움찔했다. 망설임이 무진장 묻어나는 걸음으로 스쿠터를 향해 한 발짝 더 갔다. 난 급해져서 또 소리쳤다.

 

 

“이태일 이 병신아!”

 

 

홱 하고 이태일의 얼굴이 이쪽을 향했다. 멀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 쳐진 눈에서 안광이 번쩍인 것 같아서 솔직히 좀 쫄았지만.

 

 

“그릇 안 찾아가냐!”

 

 

이태일이 저 밑에서 한숨을 폭 쉬더니, 이내 발길을 돌려 아파트로 향한다. 컴퓨터를 끄고 신나서 기다리려니까 쾅쾅쾅 문을 두드린다. 얼씨구, 지화자 현관을 여니 지 버릇 개 못준 이태일이 주먹으로 내 얼굴을 후려쳤다.

 

 

“아야야.”

“처먹었음 빨리 내놓지 않고 뭐해.”

“얼굴 좀 보고 싶어서.”

“나 바쁘니까 얼른 그릇 줘.”

“모자 좀 벗어봐.”

 

 

입술을 깨물고는 또 주먹을 들길래 손목을 낚아챘다. 야, 내가 힘이 없어서 너한테 맞은 줄 아니. 존심 빼면 시체인 우리 태일은 길길이 날뛰다가 양 팔이 다 잡힌 채 우리 집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발로 민 현관문이 쾅 닫혔다. 버둥대다가 잠잠해진 이태일을 내려다보는데 머릿속부터 소름이 쫙 돋는 기분이었다. 이런 희열. 그것도 잠시, 녀석이 내 정강이를 무진 아프게 걷어찼다. 눈물이 핑 돌아서 주저앉았는데 이태일은 완전 의연하게 밥상 위에 둔 그릇을 착착 챙겨가지곤 문을 나선다. 망할. 가까스로 다리를 붙잡았다가 걷어차였다.

 

 

“아, 이태일!”

“너 또 우리 집에서 시켜먹으면 죽는다 진짜.”

 

 

쾅 하고 현관문이 닫히고, 이태일은 가버렸다. 썅.

 

 

 

 

 

 

 


주저리

일단 먼저 올리겠다고 했던 코일 조각글 먼저..!

나머지 카톡들은 밤중에 와서 올리려하는데 괜찮을까요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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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헝.. 제가 정말 좋아해요. 이태일 귀여워 무섭지만.. 쿠폰 12개모아서 탕수육먹어라 지호야
11년 전
독자2
대애박 태일이 쪼고만 게 지호를 그렇게 괴롭혔다니 그것도 애정을 베이스로 깔고... 게다가 철가방남이라니!!!!
11년 전
독자3
ㅋㅋㅋㅋㅋㅋㅋㅋ왜 둘다 귀엽죸ㅋㅋㅋㅋㅋㅋㅋ어휴 둘이 내꺼하자
11년 전
독자4
어휴 코일행쇼^^완전좋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5
ㅋㅋㅋㅋㅋㅋ둘다귀여웤ㅋㅋㅋㅋ코일은사랑입니다
11년 전
독자6
ㅋㅋㅋㅋㅋㅋ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7
아이고 됴타 지호 정말 쿠폰 드레곤볼처럼 열심히 모아서 탕수육이나 팔보채세트 시켜먹어라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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