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과 다정 그 사이
by.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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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만나고 처음 갖는 술자리인데, 괜히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 집에 오기전에만 알려달라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데 사실 할것도 없고.. 시간도 안가고..
뭘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tv를 켜 현빈이 나왔던 영화를 찾아본다.
....뭐가 엄청 많은데 하나도 안봤네 ㅎㅎ... 뭐부터 봐야하나.. 왠지 협상은 포스터가 지금이랑 이미지가 다른것 같아보이는데?
오.. 긴머리에 수염에...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스토리에 집중했는데 보다보니 얼굴만 구경하고 있다.
머리 긴 남자 진짜 싫어했는데 현빈은 섹시한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 얼굴에 빠져 감상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어
"네?"
-진짜 가도 돼?
"벌써 다 마셨어요?"
-응
"빠르네.. 진짜 와도 돼요!"
-진짜?
"ㅋㅋㅋㅋ네 ㅋㅋㅋㅋㅋ"
-진짜 간다
"네네 진짜 오세요 ㅋㅋㅋㅋㅋ"
생각보다 금방 연락이 온 현빈은 이미 취한건지 진짜 와도 되냐고 몇번을 확인하고서야 전화를 끊는다.
근처에서 먹은건지 전화를 끊고 얼마 안있어서 초인종이 울리기에 현관문을 열면, 현빈이 서있다.
약간 오버핏의 후드티에 반바지, 그리고 슬리퍼를 신었는데 매번 어느정도 꾸며진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편하게 입은 모습을 보니 또 색다르다.
오늘 색다른 모습을 많이 보는것 같은 생각에 혼자 미소지으면 '들어가도 돼?'하고 물어온다.
"아..! 네!"
"얼굴만 보고 가야되는 줄 알았잖아"
"ㅋㅋㅋㅋㅋㅋㅋ"
신발장을 벗어나 집 안으로 들어온 현빈은 날 쳐다보더니 양팔을 벌려 안기라는 제스처를 보인다. 바로 품에 안기면, 날 꽉 끌어안고 '보고싶었어-'라고 말해준다.
술마시고 바로 와서 그런지 술냄새도 심한데, 후드티에서 나는 현빈의 포근한 향이 너무 좋아 품에 안긴채로 코를 킁킁거리자 뭐하는거냐고 날 품에서 살짝 떼어낸다.
"옷에서 오빠 냄새 나요 ㅎㅎㅎ"
"그렇다고 옷을.. ㅋㅋ"
"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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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에 나란히 누워 아까 보다 잠깐 멈춰놨던 영화를 다시 틀었다.
"아까 보면서 혼자 계속 생각한건데여"
"응"
"저런 스타일도 좋은 것 같아요 ㅎㅎ"
"섹시한거?"
음.. 어.. 뭐.. 섹시한 스타일을 말한건 맞는데 그래도 본인이 직접 저런 얘기를 하는게 너무 웃기면서도 귀여워서 '풉'하고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면, 현빈이 '왜-'하고 무심하게 물어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본인입으로 본인 섹시하다구..."
"아니야?"
"맞는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뻔뻔하시네"
화면만 쳐다보다 계속 뻔뻔하게 나오는 현빈이 너무 귀여워 고개를 돌려 쳐다보면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쓴채로 날 쳐다본다.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았어... 섹시하다고 안할게.. 그만 웃어..ㅠㅠㅠ"
여태껏 본 모습중에 제일 귀엽게 하고선, 이런 얘기를 하는게 너무 귀여워 아예 몸을 돌려 누워 현빈을 끌어안았다.
현빈의 한쪽 팔을 베고 품에 안겨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으면, 현빈은 다른 한팔을 내 허리에 올려뒀다가 슬금슬금 옷 안으로 손을 넣는다.
조금 놀라긴 했는데 이정도로 놀란걸 티내버리면 괜히 오바하는 것 같을까봐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 등을 만지던 손이 자연스레 넘어와 속옷 위로 가슴을 만진다.
이번엔 내가 주먹으로 옆구리를 살짝 때리자, '아..' 하며 아무것도 안한 척 다시 허리를 쓰다듬는다.
"이럴라고 왔어요?"
"아니..."
"근데 왜 만져요ㅡㅡ"
"....미안"
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장난친건데 진짜 시무룩해져서 사과하는것도 귀여운게 술버릇이 귀여워지는건가..?
이쯤되면 그냥 만질법도 한데, 또 한번 하지말랬다고 끝까지 참고 허리에 손을 올린채로 가만히 있는 현빈에 감탄하며 엉덩이를 두어번 쳐주면 '너도 만지지마'하며 행동과는 다르게 잔뜩 삐친 현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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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케줄이 프로필 촬영밖에 없어서 끝나고 진~~~짜 오랜만에 친구하고 카페투어를 가기로 했다.
잔뜩 신나서 이미 어젯밤에 뭐입을지도 다 정해놓았기에, 아침에 일어나서 고민없이 바로 챙겨입었다.
오랜만에 노는거니까 사진도 많이 찍으려고 한껏 꾸미고 크롭티에 청바지를 입었지!! 크롭티라해도 배꼽도 안보일만한 길이지만..
평소보다 화장도 빡세게 하고 출근을 했는데 현장에 있는 다른 스텝분들이 전부 오늘 예쁘다고 해주셔서 허헣ㅎㅎㅎ- 하고 웃으며 대기실로 들어간다.
"뭐야?"
날 발견하고 얼굴과 옷을 번갈아보던 현빈의 첫마디였다.
"뭐가요?"
내 말에 따로 대답은 안하고 빤히 허리만 쳐다보길래 팔로 가리고 '왜요오...!'하자, 흐음-하며 인상을 찡그린다.
"이상해요???"
"음..."
"왜요ㅠㅠㅠ"
"몰라"
마음에 안드는건가.. 싶어 괜히 눈치만 보게된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서로 별말없이 있다가, 촬영준비를 위해 앞에 서서 머리를 정리해주는데 팔을 올리니까 티도 계속 따라 올라간다.
살이 보이는건 괜찮은데 괜히 배 나와보일까봐 배에 힘을주고 있으면, 현빈이 손을 올려 양쪽에서 옷을 잡고 쭈욱- 끌어내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살 보이는게 난 괜찮은데, 본인이 싫었나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이거 입고 왔어?"
"오늘 진~짜 오랜만에 놀러가니까요!"
"여기 막 다 보이는데.."
"그러라고 입는 옷인데요, 뭐"
"왜 보여주는데"
"에..?"
"아니.. 아니, 막 다른사람들도 볼 거 아냐"
"아무도 신경 안쓸걸요.."
"어떻게 알아"
"여기서도 오빠 말고는 아무도 신경 안쓰는데"
"..."
누가봐도 마음에 안드는 것 같은데 차마 입지말라고는 못하고 괜히 꿍얼거리는게 웃겨서 일부러 신경안쓰는척 머리만 계속 만져준다.
"나도 막 배 까고 다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돼?"
"ㅋㅋㅋㅋ어떻게 까고 다닐건데요?"
"단추 하나도 안잠그고 다녀야지"
내가 계속 웃으면서 대꾸도 안하자 자기가 못할 것 같냐면서 셔츠 단추를 하나씩 푸르기에 참으라고 달래준다.
"앞으로 안입으면 되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입지 말라는게 아니구.."
"그럼 내일도 입고"
"아니..! 아 그게 아니라"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중에 또 옷을 양쪽에서 붙잡고 안올라가게 잡고 있는데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이 옷은 안입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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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가기전에 일단 밥부터 먹자며 식당 근처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옆에 영화관에 연예인이라도 왔는지 사람들이 전부 카메라를 들고 서있다.
나랑 친구는 무슨 연예인이면 저렇게 사람이 많냐며 시시콜콜한 농담을 하며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아, 그 연예인이 하정우였나.. 영화 개봉한다는 얘기는 얼핏 들은 것 같은데.. 그랬구나....
남들은 살면서 하정우 한번만 봤으면 좋겠다는데 왜 나는 하필 이 주차장에서 쉽게 마주쳐버리는걸까...
아는체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데 옆에 있던 유진이도 덩달아 내 눈치를 본다. 정말 몇안되는 나랑 하정우 관계를 알고 있는 친구다. 하정우한테도 소개시켜줬으니까 서로 알겠지...
"어.. 안녕하세요.. ㅎㅎ"
나말고 유진이가 먼저 인사를 하면, '어. 유진이 안녕.'하고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받아주는 하정우다.
나랑은 별다른 인사 없이 눈빛만 주고받다가 민망해서 '밥..! 먹으러 왔어요.. ㅎㅎ....'하고 자리를 피하려 하면, '어디?'하고 묻는다.
"...저기...."
나도 모르게 식당을 가리키며 말하자 하정우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더 서있을 이유도 없어, 그냥 간단히 눈인사만하고 자리를 피해버렸다. 진짜 여기서 만날줄 상상이나 했겠냐고...
오랜만에 만나서 할 얘기가 끊임없어서 한 1시간 앉아 있었나.. 얼추 밥도 다 먹었겠다, 계산하고 카페에 가려고 나왔는데 누가 계산을 했단다.
식당 아주머니도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어떤 젊은 남자가 와서 하고 갔다는데...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이 떠오르는 사람은 하정우였다. 아마 매니저였을거다.
밥을 자기가 왜 사는거야... 식당에서 나오며, 하정우에게 문자를 남긴다. 혹시 식당 와서 계산하고 갔냐고.. 답장이 바로 없는 걸 보면 아직 스케줄때문에 바쁜가보다.
카페에가서도 한참을 떠들고 사진을 찍다보면 하정우따위는 금방 잊혀지고 만다.
밤이나 되어서야 친구와 헤어지고 우리집이 아닌 현빈 집으로 향한다. 카페에서 먹은 케이크가 너무 맛있어서 사주고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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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케이크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거실에 같이 앉아 오늘 친구 만난 얘기를 잔뜩 풀어놓는다. 그냥 나랑 친구 얘기라 별로 재미도 없을텐데 신난 내 텐션에 맞춰 같이 반응해주니까 더 신나서 한참을 떠들었다.
그러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고 자랑하려고 핸드폰을 켜면, 더 자세히 보고싶다며 아예 내 핸드폰을 가져가버린다.
"나 이사진 보내줘"
"안돼요!!! 이거 너무 뚱뚱하게 나왔어요"
"아닌데.. .. 그럼 이사진 보내줘"
"싫어요!! 이거 눈 감았잖아요ㅡㅡ"
"귀여운데 ㅎㅎ. 이사진두"
"아아.. 그냥 제가 보정해서 예쁜사진만 보내면 안돼여?"
"다 예쁜데?"
"거짓말이잖아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진짜야, 다 예뻐"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고.. 다 거절하는 나하고 뭐든 좋다는 현빈하고 투닥거리고 있는데 알림이 울린다.
[응. 맛있게 먹었어?] - 하정우
화면에 뜬 문자를 확인 한 순간 몸이 얼어붙고 뻥안치고 숨도 몇초동안 안쉬었다.
헙... 진짜 큰일이다....... 고개도 못돌리고 눈알만 요리조리 굴리고 있는데 핸드폰을 들고 있던 현빈이 큰소리가 나게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빨리 뭐라도 변명을.. 아니 변명도 아니지. 상황을 설명해야 되는데 뇌가 멈춰버린건지 움직이질 못하겠다. 그냥 눈물만 날 것 같다고 해야하나..?
현빈도 내가 말하길 기다리는건지 아무말 안하다가 내가 계속 가만히 있으니 '뭔데'하고 물어본다.
조금전까지만해도 웃으면서 밝던 사람이 갑자기 목소리 깔고 물어보는게 무서워서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내리고 있자 다시 물어온다.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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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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