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오세훈]
독방에서 글 클릭 잘못 하는 바람에 오세훈 과거로 옴.4
"진짜 이상한 아줌마네."
핫. 이런 미친. 차분히 나에 대해 일러주어도 모자를 판에 이젠 오세훈 앞에서 갑자기 잠들어버리기까지 하다니. 잽싸게 손으로 눈가를 비벼 눈꼽이 있나 확인 한 뒤 흠흠, 헛기침을 해 민망한 마음을 애써 감췄다. 괜찮은 척, 쪽팔리지 않은 척. 그렇게 세훈을 향해 지금 몇시야라고 담담하게 물으니 어이리스한 표정으로 아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라고 한다. 그,그렇구나. 넌 시계를 볼 새가 없었겠구나.
근데 너 이 자식, 설마.. 내가 잡혀갈까봐 깰 때까지 옆에 있어준거야? 그런거야? 고,고마워..라고 금방이라도 감동받아 뒤질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한 뒤 빠르게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 했다. 간당간당한 배터리 속 빛이 들어온 핸드폰 화면엔 8시를 가리키는 시간이 써져있다. 지금이 8시구나.
...에엑? 졸라 늦었잖아!! 나 때는 분명 6시 전에는 꼭 들어가야 했더라고 기억이 나는데. 초등학생에게 귀가시간 8시는 엄청 부적절한 시간 아닌가? 기겁하며 매우 놀란 눈으로 세훈을 쳐다보니 정작 그 당사자는 태연한 얼굴이시다. 뭐 어쩌라고, 말은 하지않아도 눈빛으로 말하는 것 같은 세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데려다 줄게."
"싫어여."
벤치에 앉아있는 세훈에게 손을 내밀며 데려다 주겠다라고 했다. 아 시발, 나 보디가드 하러 과거에 왔니? 대체 나란 스렉은 기껏 과거에 까지 와놓고 이 뭐하는건가 싶었지만 아직은 다행히 윤리를 따라 어린아이는 건들이지 않기로 이성과 약속을 한다.
근!데! 이 시끼가 싫어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싫단다. 집에 데려다주겠다 라는 말에 저렇게까지 정색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흔들림 없는 표정. 요지부동인 자세로 말이다. 허공에 뻗어진 나의 손과, 혼자 일어난 내 다리 그리고 그런 날 올려다보는 오세훈 이 삼박자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안 그래도 안타까운 캐릭터인 날 더 찌질하게 다운그레이드 시킨다.
"하하..하하하.. 왜? 아! 맞다. 세훈이가 집까지 따라오는 건 싫다 그랬지? 미안 미안 누나가 까먹었-"
"할 말 있댔잖아요."
맞다, 할 말. 애초 세훈이와 공원에 온 목적은 나는 세훈에게 할 말을 하러, 세훈은 나에게 그 할 말이 뭔지 들으러 온 것이었지. 싫어서,라는 대답이 아닌것에 참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 그 할 말, 대체 그 할 말을 어떻게 풀어내야하냔 말이냐구요.. 세훈이의 앞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우물쭈물, 안전부절하는 내 모습을 가만히 앉은 채 보던 세훈이가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손을 탁탁 털고는 내 옆을 지나쳐 가버린다. 어디가! 급히 내던진 내 외침에 할말 없으시면 갈게요. 뒤도 안돌아보고 소리친다. 이 매정한 놈!!. 쿵쿵쿵 다급해지는 마음에 심장이 세게 뛴다. 지금 헤어지면 못 보지 않을까, 이게 마지막은 아닐까. 세훈이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고민 으로 가득 찬 내 머리보다 몸이 먼저 나가, 세훈에게로 달려갔다.
"세훈아!!"
세훈의 앞으로 달려가 세훈의 눈을 한 번 바라보니, 이내 굳은 결심이 서서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허리를 숙이고 세훈과 시선을 더 가까이
"나는 사실"
"....어?? 저기 잠깐만..."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 아 저 설마 나랑 자장면 같이 먹었던 사촌누나예요?"
나는 사실 널 보러 온 미래의 사람이야.
"어..? 아 어!!! 맞아 네 사촌누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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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왜 그 때 나 만나러 온다고 하고 안 왔어?"
그 때와 마찬가지로 허리를 숙여 자신을 바라보던 나를 보더니 결국 오세훈이 날 기억을 해내어 준다. 그래 기억상실도 아니고 그런 산전수전까지 같이 겪었으면서 날 잊었을리가 없어!!! 근데 이 새끼.. 이럴거면 좀 빨리 기억해주지 말이야. 냉철하게 날 보던 오세훈은 어디가고 바로 어제에도 날 봤던 것 마냥, 쉴 새 없이 질문을 내뱉는 어린 오세훈만이 내 앞에 있다. 마치 아까 전 오세훈에게 매달리는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픽하고 웃음이 난다.
은근슬쩍 세훈아 우리 손 잡고 걸을까?라고 흑심을 내비추니 이게 컸다고 끝까지 손은 잡지 않겠다고 튕긴다. 치. 6살 때는 지가 먼저 잡았으면서. 그래 뭐, 사람이 쉽게 살고자 하면 죽는거랬어. 그리고 아직 초등학생일 뿐인데.
"아 누나 그때 집 가느라.. 많이 기다렸어?"
"치 누나는 집을...! 잠시만.. 하나.. 두울.. 셋.."
말을 하다말고 멈춰서서 손가락을 접으며 숫자를 세기 시작하는데, 지금 얘가 뭘하는건지 무슨 의도이지 도.통..! 알수가 없다. 그렇게 세훈아 뭐해 라고 혼잣말을 하며 (사실 물은 건데 오세훈이 씹었다) 뻘줌하게 서 있는데, 6을 뜻하는 고사리 같은 손가락이 내 앞에 보이며 뒤이어 세훈의 앙탈어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6년이나 가 있어? 무슨 집이 그래. 거짓말쟁이야!"
나아아아아!!! 지금 납치하라고 나 유혹하는거지, 오세훈.그래. 얜 태생이 연예인인데 존나 꼬리가 무한대로 달려서 엉덩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구미호인데!저번 낮, 내 허릿춤에 오는 세훈이의 정수리를 보고는 어린아이를 실감한터라, 어린아이에겐 정도를 지키겠지 하고 푸욱 마음을 놓고 있었더랬다. 근데 젠장, 한 방 먹어도 제대로 먹고 말았다. 미칠 듯한 귀여움에 눈 앞에서 별이 뱅글뱅글 도는 느낌이다. 그리고 세훈아...
숫자를 어떻게 센거야. 6년이 아니라 5년이라고! 한 참동안이나 숫자를 세어 댔으면서 그걸 틀리는 오세훈이 진짜 귀여워 미치겠어서 존나!! 또! 다시 어금니를 깨물고 허벅지를 찌른다.
"알았어~ 미안해 누나가. 누나가 많이 바쁜 사람이야."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람이야를 대신해 줄 가장 정상적이고도 진부한 대답으로 처리한다.
"뭐하는데?"
시발. 니 팬이요 니 빠순이!!!!! 어린 시절 만화영화를 보며 아 세일러문 진짜....그냥 세일러문이라고 얘기해 바보야!!!. 라고 말했던 나를 반성한다. 차마 어린 마음에 당신들을 이해하지 못했으니 용서해 주길 바라며 나 또한 그 수순을 함께 밟아가기 스따뜨.. ★ 근데 진짜 웃기긴 하다. 얘네들은 지구를 구하는 용사였다치자. 나는 뭐냐 오세훈을 납치 할 미래인?
"그냥, 그냥 많이 바쁜 사람이야. 크면 알게 돼."
자신이 원하는 딱 맞아떨어지는 대답이 안 나와 그런지 세훈이 다른 질문 없이 찝찝한 표정으로 멈춘 걸음을 다시 걷는다.
"아 근데 누나. 그 때 말이라도 해주지. 나는 누나가 꼭 와줄 줄 알고 유치원 앞에서 계속 기다렸단말이야. 그 때 세훈이 생일이었는데."
와 시발. 난 빠순이 자격 박탈이다. 그 때가 4월 12일 이었단 말이야?! 쓰니!!!쓰니!! 어딨는거야. 왜 나를 세훈이 생일도 같이 하지 못하게 그 날 밤에 잡아간거냐고! 소리를 내도 못 들을 판에 마음 속으로 부르짖어 보는데 역시나 그에 따른 답이 돌아올리가 없으니, 그만 하고 세훈에게 다가갔다.
"미안해 미안해! 많이 기다렸어?? 누나가 깜빡했구나.."
눈물만 안 나오지, 이건 무슨. 수능을 끝 마치고 본 늑대소년을 볼 때보다 더 슬픈 표정이다.
"솔직히 나 말야. 그 때 막 엄마 아빠가 가자고 하는데도 안간다고 떼썼다? 사촌누나가 온다고 그랬다구. 근데 글쎄 아빠가 멀리 사는 사촌누나가 없다는거야. 그리고 누나가 몇 년동안 나타나주지도 않길래 "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줄 알아써."
헐.
딩동댕; 대박.... 오세훈이 정말로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 걸 알지만 엄청나게 찔리는 내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 세상 사람은 맞는데, 훈아.. 니가 살고 있는 시공간의 사람은 아니야.아무튼. 난 내가 사라짐과 동시에 오세훈이 날 잊어버린 줄로만 알았는데. 나를 찾고 찾았다니. 나는 하루 사이, 오세훈은 무려 5년이나 걸렸을 시간에 미안하고 또 가슴이 아려 세훈의 앞에 쭈그려 눈을 맞췄다.
"이제는 누나가 말하고 갈게, 가더라도 우리 세훈이한테 꼭 말하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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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11살의 세훈이와 영원히 함께 했냐고? 아니. 아니다. 오세훈을 집 안으로 들여보내며 손을 흔드는데 손 끝이 또!! 투명하게 변해가는 거다. 순간 급히 그 손을 등 뒤로 숨기고 뒤로 걸으면서 소리쳤다. 누나가 다음에 또 세훈이 볼러갈게! 라고 소리치니 집에 들어가려던 오세훈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는 또 몇 년 후에나 보는거야? 라고 말하며 나에게 다가오려고 하는 것이다. 밤이 늦었으니까 빨리 들어가리며 말하고는 꼭 널보러 오겠다라고 했더니, 오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는 나 잊어버리지마. 그게 비록 몇 년후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세훈이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다른 주택가의 담장 뒤로 몸을 숨겨 팔을 내밀어 보니 벌써 팔꿈치 까지 그 투명함이 번져버렸다. 이씨 이젠 어디로 가는 건데 또 잊혀지게 5-6년 뒤로 보내면 진짜 죽일꺼야.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마냥 주택가 주변으로 지나가던 찻소리 마저 정지 되고
다시 눈을 뜨니 내가 있는 이 곳은
"00초등학교 제 28회 졸업생 여러분! 졸업을 축하합니다!!!!!"
세훈이의 첫번 째 졸업식이었다. 그리고
"어? 누나아아!!! 와줬구나! 역시 누나가 올 줄 알았어!!!"
저 멀리서 두리번대는 나를 발견했는지, 남자아이하나가 꽃다발을 들고 다다다다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달려온다. 나를 잊지 않은 조금 더 자란 13살의 세훈이가 말이다.
"세훈아 넘어진다!! 이 분은 누구.. 세훈이가 아는 누나니?"
내 앞에서 활짝 웃는 오세훈의 뒤로는 나란 사촌을 둔 적이 없는 오세훈의 부모님이 나를 쳐다보시고 있으셨다.
"...아... 저는..."
처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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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3,4편은 수정을 못 했어요 ㅠ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