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과 다정 그 사이
by.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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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정신차리고 아까 밥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나 몰래 계산하고 갔길래 확인차 연락 한거다.
다른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래도 밥을 샀는데 그거에 대한 얘기는 해야 할 것 같아 연락했다.
정말 그게 끝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미 기분이 상한 현빈은 이 상황이 이해가 안간다는 듯 한숨만 쉬다 나가버린다.
10분정도 지났을까, 밖에 나갔다 들어온 현빈에게서 낯선 냄새가 난다.
담배냄새. 만나면서 담배피는 모습은 한번도 못봤는데, 담배를 피는구나..
같은 거실이지만 현빈은 쇼파에, 나는 바닥에 앉아 서로 허공만 쳐다보다가도 내가 잘못했으니 다시 굽히고 들어간다.
"진짜 미안해요. 기분 나쁜거 다 이해돼요.."
"..."
"근데 진짜로.. 진짜 뭐 다른 이유 있어서 연락한게 아니라"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데"
"...아니, 기분 나쁜건 알겠는데.. 그래도 말도없이 계산을 하고 갔으ㄴ"
"그니까 그게 싫다고"
하.... 나였어도 화났을 것 같아 끝까지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는데 계속 제자리만 돌고있는 것 같다. 이미 감정이 상해서 말이 안통하는건 알겠는데, 그래도 이쯤되니 나도 짜증이 올라온다.
사과를 하는데도 계속 똑같은 말만 하니, 내가 뭐라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어쩌라고요"
"뭐?"
"아니.. 계속 사과하는데 밑도끝도없이 싫다고만 하면 난 어떡하라는 건데요"
참다참다 짜증을 내버렸다. 진짜 나보고 어쩌라는건지 모르겠어서. 까놓고 말해서 내가 일부러 연락한것도 아니고, 밥사달라고 한것도 아니고. 일부러 만난것도 아닌데.
따지고보면 내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 나한테 화내고 짜증나는게 어이가없네..
"도대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되는건데요"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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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같이 있어봤자 답없이 싸우기만 할 것 같아, 집에 간다고 짐을 챙겨 나와버린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봤자 잠도 안 올 것 같아, 편의점에 들려서 술이나 사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집 근처 편의점으로 가는데 하정우한테 전화가 온다.
받을까말까 고민하다 아까 답장도 안했으니 일단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어디야?
"집 앞이요"
-....그.
"네"
-술이나 한잔 할까
"..."
-....
뭐, 어차피 혼술하려던거 같이 마시면 좋지. 하는 생각에 별 고민없이 알겠다고 하면, 집으로 오라기에 바로 택시를 잡아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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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도착해서 벨을 누를까, 비밀번호를 칠까 고민하다가 내 생일이었던 비밀번호는 바꿨는지 궁금해져 눌러본다.
'930812'
어쩌면 당연하게도, 문이 열린다.
그러면 하정우는 내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게 이상하지도 않은지 아무렇지 않게 '왔어-'하고 인사한다. 하긴, 저번에 우리집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왔을때 나도 그러려니 했으니까..
.
"..밥은 왜 샀어요?"
"사주고 싶어서"
"..."
"왜? 맛없었어?"
아니 이런 상황에서는 싫었냐, 불편했냐가 먼저 나와야 하는거 아닌가? 끝까지 하정우다운 질문에 나도 모르게 '헣'하고 작게 웃으면 하정우도 따라 웃는다.
"보통 이럴때는 불편했냐고 물어보는거 아니에요?"
"그런가?"
"..."
"불편했어?"
"아뇨"
"너도 이상한데?"
"ㅎㅎ.."
.
"영화 개봉했어요?"
"응"
"잘됐으면 좋겠다."
"?"
"엄청 힘들게 촬영했잖아요!.."
"아."
약간 취해서 그런가. 별 쓸데없는 말을 다 한다.
"근데요. 나한테 왜 갑자기 잘해줘요?"
"잘해주고 싶어서"
"....왜요?"
"딴남자랑 붙어먹는 꼴 보니까 싫던데"
뭐지... 좋은 감정은 아닌데, 뭔가 이상한 기분에 괜히 맥주캔만 쳐다본다. 그러다, 의식의 흐름대로 말해버린다.
"자고 가도 돼요?"
.
씻고, 여전히 그대로 있는 내 잠옷을 입고 나와 침대에 누우면 하정우가 불편한건 없냐고 물어본다.
참나... 샴푸도 린스도 내가 사다놓은 그대로고.. 잠옷도 내옷이고.. 침대도 베개도 이불도. 몇달전까지만 해도 내가 쓰던건데 불편한게 더 이상하지않나..
"불편할리가 없잖아요"
"ㅋㅋ."
당연히 같이 잘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방에서 옷을 챙겨 나가는 하정우에게 물어본다.
"어디가요?"
"담배피러"
"....아니.. 어디서 잘거냐고..."
"아. 옆방에서 잘거야. 안건드니까 걱정 마"
"..."
촬영하고 새벽에 들어와서 괜히 나 깨우기 싫다며, 옆방에도 침대를 놨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 많이 신경써줬네.
그렇게 하정우가 나가고, 혼자 누워 익숙한 하정우 냄새를 맡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바로 잠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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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곳이라 그런가. 오랜만에 푹자고 일어나 나왔더니 하정우는 이미 나갈준비를 하고 있다.
"무슨 1시가 넘도록 잠을 자"
".....나가요?"
"미팅 있어서 사무실."
"아.."
"밥은 없어."
"기대도 안하는데요"
"알아서 뭐라도 먹고 가"
"손님한테 할 소리에요?"
"손님 아니잖아."
..손님이 아닌건 확실한데.. 음.. 손님이 아니면 난 뭐지.. 싶다.
시간 다 됐다며 먼저 나가버린 하정우때문에 이 집엔 나 혼자 남았다. 같이 있을때보다 더 싱숭생숭한 마음에 괜히 핸드폰을 확인해보지만, 아무 연락도 없다.
물론 현빈한테 먼저 연락오길 기다리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직은 내가 먼저 연락 할 생각도 없다. 지금 상황을 생각해보면 나도 쓰레기 같긴한데.. 그래도.. 그냥 지금은 연락하고 싶지가 않다.
집을 둘러보니 아무것도 안건드는건지 청소할것도 없기에, 그냥 간단한 쪽지만 남겨놓고 집을 나온다.
'갈게요! 잘 챙겨먹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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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할 사람도 없고, 일도 없고. 혼자 집에서 핸드폰이나 하는데, 무슨일인지 인터넷 실검에 '현빈'이 1위다.
현빈을 누르고 들어가보면 ,
[현빈, 여배우 A와 열애설]
롸???? 기사창이며 블로그며. 왠 여배우와의 열애설로 난리가 났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데 겨우 진정하고 기사를 클릭해보면 대충.. 현빈하고 여배우하고 한강에서 데이트를 했고... 카페를 갔고... 뭐... 어디 많이도 돌아다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뭐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상황들에 곧바로 현빈에게 전화를 걸지만, 통화중인건지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 이후로도 5번은 더 한 것 같은데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저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생각들에 웃음밖에 안나오네...
열애설? 처음엔 터무니없는 소리에 웃겼는데 왠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추가 된 기사로는, 본인확인중 이라는데.. 진짜 맞으면 어떡하지.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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