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et
게이트를 향하면서도 태형은 자꾸만 뒤를 돌았다.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그의 연인이었던 자의 입술은 굳게 닫혀만 있는데.
누구도 볼 수 없게 가린 마스크 속 태형의 입이 자꾸만 달싹였다.
불러야 된다. 아니, 그래선 안 돼.
시간은 누구의 사정도 고려하지 않는다.
손목에 찬 디지털 시계의 숫자가 바뀔수록 태형의 속도 조급해졌다.
여전히 윤기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형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소리내면 안 돼. 하지만 형이….
윤기가 고개를 돌렸다.
태형이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디딘 순간이었다.
태형의 눈이 커졌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거슬러 뛰어가려던 태형이 곧 몇 사람에 의해 저지당했다.
둘의 눈이 오랫동안 마주쳤다.
보라색 달이 뜨고 있다.
바이올렛, 모두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