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
Mark Lee / Jeno
O
Truth or Dare?
It'll be alright, Sweetie. 끝인가, 싶었는데. 짧은 말 하나 흘리고 그는 계속해서 입을 맞춰왔다. 혀가 진득하게도 얽혔다. 거센 파도처럼 밀려드는 그를 받아내느라 호흡이 절로 빨라졌다. 우릴 감싼 빈 교실의 공기는 농밀하기 짝이 없다. 오가는 타액이며 진득하게 부딪히는 소리며 어느 하나 그렇지 않은 것이 없어 부끄러웠다. 부끄러워 입을 맞추다말고 그의 어깨죽지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아, 이제 그만…. 해야될것 같은데. 입맞추는 대신 목덜미를 지분거리는 것에 호흡을 잠재울 새도 없었다. 수업에 들어가려면 달아오른 얼굴과 호흡을 어떻게 해서든 진정시켜야될텐데. 지금 이 꼴로 들어가면 어떤 뒷말이 돌지 감히 예상도 가지 않았다. Stop, honey. 우리 수업 들어가야 돼. 그가 고개를 든다. 거칠어진 숨을 다듬으려 천천히 호흡하자 그가 내 허리에 올라가 있던 손을 올려 축축해진 입술을 매만졌다. 조금 부었어. 그렇잖아도 퉁퉁 부은 느낌이긴 했다. 괜찮아. 그러는 너도 부었는데…. 내 앞에 선 그의 교복 셔츠를 보곤 뒷말을 잃었다. 정신없이 키스하느라 정갈하게 다려진 그의 교복 셔츠가 구겨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It's okay.”
And you too, sweetie. 입술 부은 것도 똑같고 교복 셔츠 구겨진 것도 똑같았다. 이민형이 손을 뻗어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풀러진 나의 넥타이를 고쳐 매주었다. 흐트러진 교복 셔츠는 같았어도 그의 넥타이는 멀쩡했다. 셔츠만 구겨졌을 뿐 정갈하기만 했다. 괜시리 그가 치사하게 느껴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걸터앉아있던 책상에서 내려왔다. 입술이 더 부었는데. 그가 걱정스러운 손길과 말투로 나를 멈춰세웠다. 내가 너무…, 그의 말꼬리를 싹둑 잘라먹었다. 대뜸 넥타이 풀고 그의 목덜미에 입술 파묻었다 슬쩍 깨물었다. Are you a vampire? 이민형은 어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살짝 깨문다고 깨물었는데 잇자국이 그의 목덜미에 옅게 남았다. 그냥. 나만 흐트러진건 억울해서. 심통난 내 목소리를 눈치 챈 건지 그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난 엉망이 된 이민형의 넥타이를 다시 매줬다.
“Can I kiss you one more time?”
“Honey, 수업 15분도 안남았어.”
15분도 남지 않았는데 심지어 수업하는 교실은 서쪽 탑에 있었다. 연회장을 지나쳐 더 가야하는데 밍기적거린다면 늦을 것이 불보듯 뻔했다. 내 말에 아쉽다는 듯 그가 이번엔 입술을 죽 내밀었다. 첫인상이랑 딴판일 때가 가끔씩 있다니까. 툭 튀어나온 입술에 짧게 입맞추곤 교실 문을 열었다. 따라나온 그가 손을 잡아왔다. 함께 복도를 걸으며 난 입맞춤으로 끊어진 잡념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거짓말이 들통나자 나에게 지팡이를 들이민, 모든게 익숙치 않은 이제노와 뭘 알고 있는 눈치였던 이동혁에 대한 잡념들을. 이제노가 나에게서 숨긴 게 대관절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했고 이동혁이 이제노 추궁하던 나를 보내고 난 뒤 했던 얘기는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했다. 이걸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까. 얽힌 실타래가 뇌 한복판에서 빙빙 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민형한테 물어본다고 무슨 답이 나오긴 할까. 나올리가 없지. 얘가 뭘 안다고. 연회장까지 몇걸음 남지도 않았는데 발걸음이 멈췄다. 벽보 붙이는 란에 빛깔 허연 종이가 하나 붙어있는거다. 그리고 그 앞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학생들까지. 발길 멈춰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너 무도회 누구랑 갈거야?”
“그러게, 옷은 또 뭐입지.”
무도회? 앞에 선 학생들의 대화 중 꽂히는 단어 하나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무도회한다고? 아니나 다를까. 학생들 겨우겨우 헤치고 새로 붙은 벽보를 보니 크리스마스 무도회한다고 휘황찬란하게 꾸며놨다. 참가를 못하는 1,2,3학년들은 이른 방학일지도 모른다며 반색하며 다가왔다가 실망하면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자리를 고학년들이 채웠다. 작년엔 누구랑 갔니 마니, 복장 없어서 참가 못하겠다는 둥 시끌벅적한 가운데 이민형이 날 잡아당겼다. What is that? 물어오는 것에 무도회라고 답하자 아, 하면서 고개 끄덕인다. 복잡한 틈을 비집고 나와 수업이 있는 서쪽 탑으로 향했다. 다행히 같이 듣는 수업이라 보내기 아쉽네 뭐네 이런 소리 할 필요도 없었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며 바깥을 힐긋 쳐다봤다. 희끗희끗 눈발 날리고 있었다. 한겨울인거 가끔씩 까먹었다. 학부모들로 이뤄진 이사회 요구로 전보다 따뜻해진 학교라 망토를 굳이 챙겨다니지 않아도 되었기에. 그나저나 무도회 어떡하지.
“무도회 갈거야?”
“안갈거야?”
글쎄. 이민형의 되물음에 바로 답하진 못한 채 머리를 긁적였다. 여태까진 무도회 이런거 관심 없어서 이동혁 나재민 등등 그리핀도르 애들이랑 강강수월래에 가까운 춤 한 번 추고 음식 배터지게 먹고 기숙사에 퍼질러 누워있었는데. 남자친구도 생겼으니 이참에 제대로 즐기고 올까 하는 마음 반, 그거 하나 때문에 또 헬렐레 정신 팔려 내년에 있을 N.E.W.T (고난도 마법사 시험) 시험 제대로 못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 반. 이렇게 반반 나눠진 마음으로 그 짧은 시간에 벌써부터 갈팡질팡 하고있었다. 그러다 Sweetie, 하고 부르는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퍼뜩 들었다. 교실 문 앞에 서서 빤히 쳐다보는 눈길에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며 뒤를 따랐다. 들어서자마자 먼저 도착해 앉아있던 줄리가 손을 붕붕 흔들었다. 같은 수업이면 뭐하냐. 주변에서 붙어있는 꼴을 못보는데. 조금 있다 봐. 허탈한 마음을 안건지 그가 잡았던 손에 슬쩍 힘 주었다 놓으며 말한 뒤 자리에 가앉는다.
“봤어? 너 갈거야?”
어김없이 무도회 얘기가 나왔다. 고민 몇 초 더 하다가 고개 끄덕였다. 어차피 내년이면 7학년 제왼데 뭐. 방금 전 보고 온 벽보에서도 N.E.W.T.(고난도 바법사 시험) 치는 7학년 학생들 제외라고 큼지막하게 덧붙여져있었다. 퀴디치는 허용해도 무도회는 안된다 이거였다. 별 수 있어? 마지막 학교 무도횐데 즐겨야지. 너 누구랑 갈거야? 말 꺼내기가 무섭게 화색 돈 얼굴로 줄리가 말을 쏟아낸다. 잔뜩 기대감에 차 있는 얼굴에 덩달아 나까지 신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까지 들떴다. 뭐 입고 가지. 우리 입에서 제일 많이 나온 말이었을거다. 수업 시작하기 전까지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떠들며 무도회에 대한 기대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그건 비단 우리뿐만이 아닌듯, 교실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할 만큼 '아주' 시끄러웠다.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파트너 신청 하느라 바빴다. 난 이민형을 쳐다봤다.
“조용.”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곧바로 고개를 돌려야했다. 약초학 교수님이 문 벌컥 열고 교실로 들어온 탓이다. C등급 거래 금지 품목에 속하는 마법 식물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시작하신 교수님은 침튀기며 책 한구절 읽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온 교실을 울리는 큰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난 밀려오는 졸음을 참으려 안간힘 썼다. 이미 내 앞자리 후플푸프 애는 상모 돌리는 것처럼 머리 뱅뱅 돌리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안자고 버텨. 흐리멍덩한 눈으로 필기내용과 책을 번갈아보는 걸 반복했다. 진짜 양심있으면 수업 40분 해라…. 그러다 책상 끝에 아주 조용히, 조심스럽게 내려앉는 쪽지 한 개에 잠이 달아났다. 쪽지 쥔 손을 책상 밑으로 얼른 내렸다. 꾸깃꾸깃 접혀진 쪽지 조각 펴니 얼마나 눌러쓴 건지 잉크 번져버린 문구가 날 반겼다.
‘D'you want to go to the ball with me? M.’
너무나도 익숙한 영어 필기체에, 마지막에 찍힌 이니셜 'M'에, 미소 못 참고 이민형을 돌아봤다. 단번에 시선이 맞물렸다. 가만 보면 그는 정말 내 마음 속을 읽는 것 같다. 이따끔씩 든 느낌이었다. 몇자 더 적어 쪽지 날릴 필요도 없이 그저 고갤 끄덕였다. 눈 가만히 맞추던 그가 씩 웃는다. 삽시간에 차오른 설렘을 안고 나도 마주 웃어보였다. 큼큼, 아무도 제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있단걸 알아차린 교수의 헛기침에 돌아보았던 시선 거두며 졸음 대신 아까 멈췄던 생각을 이어나갔다. 나에게서 어떠한 걸 숨기기에 급급했던 이제노와 이동혁의 행동들. 그리고… it'll be alright, 이라며 날 안심시키던 이민형.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자신의 한국 이름을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일말의 불안도 찾아볼 수 없던 느긋하기 짝이 없던 태도. 그 또한 뭘 알고 있는 걸까. 조각을 맞출 수록 의문은 의심이 되고 의심은 확신이 된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는 존재한다. 분명히, 의심할 여지도 없이.
*
종이 울렸다. 오매불망 저녁시간만 기다리던 학생들이 다급하게 끄는 의자소리가 시끄러웠다. 저녁 먹으러 안가냐는 줄리의 물음에 나중에 먹겠다고 답한 뒤 밍기적대며 짐 챙겼다. 해가 짧은 겨울인 탓에 바깥은 6시 30분밖에 안되었는데도 벌써부터 어두컴컴했다. 잉크와 깃펜 가방에 넣고 나가려 몸 틀었다. 그러다 교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인영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밥 먼저 먹으러 가지. 그는 대답 대신 손 내민다. 자연스레 손 겹치면서 교실을 빠져나왔다. 끝도 없을 것 같은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며 생각 끝에 물어보리라고 결심한 질문 곱씹었다. 물을까 말까 던질까 말까. 갈팡질팡 오도 가도 못하고 계단 밟아 내려갔다. 그러다 그를 불렀다. Mark. Why? 그가 부름의 이유를 묻는다. 난 잠시 망설인다. 내 질문이 후에 불러올 파장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말문을 겨우 열었다.
“아까, 괜찮아질거라고 했잖아.”
“Yes. 그랬었지.”
“혹시 너 뭐 알고 있는거 있어?”
이제노가 네 이름 알고 있다고 해도 너 별 말 안했잖아. 네 이름 알고 있는거 이 학교에서 나밖에 없고.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의연해서. 의연? What does it mean? 별 신경 안쓰는 것 같다고. 아, 일련의 대화 끝에 그가 탄식했다. 그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는 웬일인지 나와 눈을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옆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확신에 확신이 겹쳐져 그것이 사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는 입술을 달싹인다. 머뭇거리고 있다. “뭐든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 법이야. It must be.” 도통 알 수 없는 말이 이어진다. 그 말 속에 내포된 의미도 말 하는 이유도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말. 그리고 덧붙인다.
“나중에. 나중에 말해줄게.”
그제서야 시선을 맞댄다. 그 시선을 보내는 눈을, 그 눈이 새겨진 얼굴을 보았다. 또한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엿보았다. 그 기색과 함께 토해낸 말은 일종의 회피였다.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 나중이 언제야?”
“Maybe…the day after Christmas?”
아침에 기숙사에서 얼핏 보았던 달력을 떠올린다. 크리스마스 무도회까지 남은 시간은 2주에 불과했다. 과연 그는 14일 동안 변명으로 포장된 거짓을 준비할까, 아니면 날 것의 진실을 준비할까. 그리고 그 숙성된 무언가는 나에게 타격이 있을까? 가깝지만 먼 '나중'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연회장으로 향했다. “I promise you. 약속해. 그 날 다 말해줄게.” 정적을 깨며 그가 잡지 않은 손 새끼 손가락을 흔들어보였다. 그래 설마 거짓말 하겠어? 설마가 사람 잡는다지만 진짜 설마 싶었다. 마음 속으로 한 번 믿어나 보자며 도착한 -오늘도 어김없이 촛불이 둥둥 떠다니는- 연회장은 여전히 무도회 얘기로 가득했다.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후플푸프 래번클로 너나 할 것 없이 눈 빛내며 하나의 주제에 포괄되는 얘기를 해대었다. 질리지도 않을까. 4,5,6 학년 학생들만 열띈 기세였다. 얼굴도 못내미는 저학년들과 시험 공부나 주구장창 해야하는 7학년들은 밥맛 없단 얼굴로 접시 위의 음식들을 깔짝이고 있었다.
“같이 먹을까?”
“난 항상 좋지.”
이젠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는게 더 익숙하단 얼굴로 그가 물어왔다. 긍정의 답을 내놓자 바로 옆에 걸터앉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행동에 주변에 앉아있던, 누가 봐도 저학년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놀란 얼굴을 하며 저들끼리 쑥덕인다. 하긴, 슬리데린 학생이 대놓고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습이 신기하긴 하겠지. 심지어 저 나이 때면 슬리데린은 무조건 적이다, 라는 공식을 머리 한켠에 박아놓고 있을 때니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폭립을 배어물었다. 열심히 우물거리며 눈으로는 꽤나 흥미진진한 연회장 안을 훑었다. 호그와트 내에서 이름 여기저기서 불릴 만큼 인기 있는 애들한테는 기숙사 가릴 것도 없이 파트너 신청 하기 마련이었다. 선착순 한명이 아니다 보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니나 다를까 래번클로 6학년 반장은 식사도 못하고 일일히 웃으면서 상냥하게 거절하고 있었다.
“저기….”
“……?”
정재현 인기 어디 안가네. 쟤는 머글 세계에 있었으면 아이돌 했을거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잔에 담겨있던 호박 주스를 들이켰다. 그러다 갑자기 들려오는 음성에 고개 휙 돌렸다. 붉은색과 금색 넥타이들의 소굴에서 초록색과 은색 섞인 넥타이가 너무나도 빛난 탓일까. 이민형도 호그와트 내에서 만만치 않게 거론되는 인물이란 걸 깜빡해서일까. 입에 가득 찬 호박 주스 삼킬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이민형 앞에서 얼굴 붉히고 선, 노란색과 검은색 넥타이를 맨 여학생 바라보았다.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후플푸프 학생한테 파트너 신청 받는 슬리데린 학생이라. 이질적이지 않은게 없었다. 그의 수저가 멈추었다. 고개 돌리더니 할 말 있냐고 묻는다. 나도 알고 테이블에 앉아 흥미진진한 얼굴로 우리 보고 있는 학생들도 그 할 말 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이마크는 구태여 물었다. 저기, 나랑 무도회 같이 갈래? 너무나도 수줍게 내밀어진 물음을 그는 단박에 잘라냈다. 미안, 나 같이 갈 사람 있어.
“아…여자친구?”
“응, 나 얘 여자친구.”
날 겨냥한 질문이었다. 헐, 미안. 그래서 호박주스 마저 삼키고 고개 빼꼼 내밀며 수긍하자 굉장히 미안하단 얼굴로 사과를 한 그녀는 쏜살같이 우리 앞에서 사라졌다. 순간이동 불가능한 호그와트에서 순간이동이라도 했나 싶을 만큼 빠르게. 괜히 내가 더 미안한데. 콧잔등 잘게 긁으며 식사를 마저 이어나갔다. 그래 그렇게 대놓고 이민형 여친있다고 널리 알렸는데. 이민형은 그 후로 세번이나 더 신청 받았고 다 깠다. 개중엔 골키퍼 있음 골 안들어가냐는 소리하는 애도 있었다. 밥먹다 괜히 화나서 엿가락 다리 마법 걸었다. 눈치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눈치 없는 남자애들도 있었다. 한 두세명 정도? 붙어있는 건 안중에도 없단 듯이 물어오는 것에 식사 마치고 내 손 대놓고 잡고 있던 그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내가 아주 훌륭하게 거절했긴 하지만 마뜩찮은 얼굴이었다. 왜, 괜찮아. 우리 둘 다 잘 막았어. 잘 막았다 싶었는데,
“…여주야.”
기척이 느껴진다 싶었다. 연이어 미운 목소리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무도회날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
이제노였다. 그의 등장에 내 손 쥐고 있던 이민형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가는 걸 여실히 느꼈다. 거기에다 뒤돌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미간도 안 찌푸리고 그냥 정색하고 이제노 쳐다보고 있다는 걸. 난 어이없단 표정으로 내 앞에 선 내 오랜 친구를 바라보았다. 서로에게 오랜 친구였으나, 몇 시간 전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지팡이를 겨눌 만큼 큰 비밀을 사이에 둔 그런 오랜 친구. 너와 나 사이에 어떤 대화가 더 이어질 수 있을까. 원망스런 마음은 지울래야 지울 수도 없었다. 내가 너한테 시간 몇 분 내주면? 또 지팡이 들이밀게? 원망 숨길 생각 않고 질책부터 했다. 두 감정이 어지럽게 섞인 말에 이제노는 그저 고개 휘휘 젓는다. 아니야, 그런 거. 시선도 피하지 않고 부정한다. 시선은 도리어 내가 피했다. 과연 내가 널 믿어도 될까. 울려오는 골머리 짚으며 머리 굴렸다. 문득 이민형의 얘기 듣기 전에 이제노 말부터 먼저 듣는게 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스쳤다. 다시 시선을 준다. 이제노는 그 시선을 받아들인다.
“그래 그럼.”
뒷통수 거하게 맞았어도 난 그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준다. 일종의 도박이었다. 무려 세 명이 꽁꽁 숨기고 있는 패 하나 알아내기 위한.
“고마워.”
내 승낙에 이제노는 그거면 되었다는 듯 뒤를 돈다. 그는 그대로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난 한동안 그의 뒷모습에서 짐을 지우듯 얹어 둔 시선을 떼어내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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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덫...! ㅎㅅㅎ 덫은 무조건 완결한다는 마음으로 쓰고 있어요. 우리 다함께 완결까지 열심히 가봅시당
수요 조사를 하나 할까합니당 빌런이랑 히어로....에 대한 글을 쓰고 있긴 한데 묵혀놓을까 꺼내볼까 고민중이에요. 멋대로 쓸 가능성이 상당히 많지만 그래도 물어봐요.
늘 하는 말이지만 읽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드려요. 짬내어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도 온 맘 다해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૭ ᐕ)૭
사랑하는 암호닉분들♥ |
제티 / 맠키 / 라온 / 말랑 / 이마크 니내별★ / 루키 / 꽁 / 세송 / 후유 / 삐약 / 쿵야 / 젠 / 초코머핀 |
기존에 있던 암호닉 신청글이 아닌 '덫' 암호닉 신청글에 암호닉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존 글에 신청하신 분들도 번거로우시겠지만 꼭! 다시 달아주세요! :)
https://instiz.net/writing/16495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