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길의 집 앞에 선 차에서는 재욱이 말없이 담배를 태우고 있었음. 운전석에 앉아있던 기사가 말하길 ' 도련님 어떻게 할까요. ' 재욱은 창 밖으로 다 피운 담배를 던지더니 ' 냅둬. 잠시라도 즐기게. ' 하며 차를 돌리자 함. 기사는 약간 놀란 눈으로 ' 그냥 가신다고요? ' 하니깐 재욱은 눈을 감고 피곤한 듯 가만히 있었음. 기사는 더이상의 토는 달지 않고 그대로 차를 다시 돌림.
집으로 도착한 재욱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서랍 밑에 있던 금고에서 파일로 싸여진 계약서를 꺼내듬. 재욱은 워낙에 흡연자이기도 했으나 책과 같은 종이에 담배 냄새가 깊게 베어 나는 퀘퀘한 냄새가 무척이나 싫어 집 안에서는 특히 방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계약서를 천천히 꺼내들며 담배를 피워댔음. 한 모금 빨아들일 때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 이참에 이 계약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좀 알려줘야겠네. "
홀로 중얼거리고선 다시 금고 안으로 계약서를 집어넣음. 마침 핸드폰 화면이 밝아지며 알람소리가 울림. 확인해보니 여주의 메세지였고, 재욱은 답장 대신에 망설임없이 여주에게 전화를 걸었음. 얼마 안있어 여주가 전화를 받음. 재욱은 먼저 말을 하지 않았고 여주가 ' 여보세요..? 재욱씨? ' 하자 그제서야 ' 여주씨. ' 느리게 대답함.
" 지금 어디에요? "
" ...아 저, 잠깐 친구 만나러 왔어요, "
" 친구랑 뭐하는데요. 내 전화도 안받고. "
" ㅈ, 죄송해요 재욱씨. 지금 가려구요. "
" 그래요. 빨리 와요. "
죄송하다는 말에서 재욱도 여주가 자신이 어느정도 알아챘음을 눈치챘다는걸 느낌. 재욱은 담배를 물고 천천히 방 안을 배회하며 갑갑하게 목을 졸라 메던 넥타이를 끌러내림. 그 시각 여주는 황급히 남길의 집에서 뛰쳐나옴. 택시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만감이 교차했음.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지금이라도 집에 가서 재욱씨한테 빌면 용서해줄까. 어떡하지. 재욱씨는 이미 다 알고 있을것만 같아. 하며 사무치게 두렵다가도 재욱을 만나던 날 계약서를 작성하며 서로의 사생활에 신경끄기 라는 문장을 가르키던 재욱이 생각남. 그러면서 그래, 재욱씨도 나 말고 다른 여자들을 만나잖아. 남길씨랑 내가 뭐 어때서. 자신을 정당화하기도 함. 그와중에 집으로 가야겠다며 다급히 나가는 자신의 뒷모습을 말없이 보던 남길이 생각남. 미안하다는 한 마디 말로도 괜찮다고 자길 보내주던 남길에게 미친듯이 미안했음. 급하게 남길에게 미안하다고 메세지를 남기려는데 이미 남길에게서 먼저 연락이 와있었음. [ 조심히 들어가고 잘 도착하면 연락줘요. - 남길씨 ] 그걸 보니 또 괜스레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음.
집으로 도착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데 여주는 멈칫 하다가 무언가 마음을 먹은듯한 표정을 하고 집 안으로 들어섬. 언제 들어가도 내 집에 들어온게 아니라 낯선사람이 된 것만 같은 이 집안의 공기는 적응이 안됐음. 크게 숨을 고르는데도 숨결이 떨려왔음. 집안은 불이 꺼져있었지만 얕게 불빛이 세어나오는 재욱의 방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음. 문을 열자마자 담배 냄새가 확 풍겨와 여주는 순간적으로 기침을 했음. 몇 개피를 피운건지 방 안에서 진동하는 담배냄새에 여주는 아예 방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음. 그리고 방안에서 담배를 태운걸 생각하니 분명 재욱은 뭔가 알아채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걸 알아챔. 여주는 겨우내 진정을 하고 고개를 드는데 문 앞에 재욱이 서서 여주를 보고 있었음.
" 엄청 빨리왔네요. 택시타고 왔나봐. "
" 재욱씨.. "
" 택시비 많이 나올텐데. 차를 하나 사줄까요? "
" 아뇨, 아니에요. 저 어차피 운전면허도 없어요. "
" 아.. 그래요. 뭐 어차피 차 생기면 지금보다 더 잘돌아다닐텐데. 그쵸. "
재욱은 다시 뒤로돌아 책상으로 감. 책상 위에는 양주 한 병이 놓여있었음. 재욱은 계약서를 들어보이며 ' 제가 다시 봤는데, 계약서 내용에 중요한게 빠졌더라고요. ' 하며 여주에게 손짓함. 여주는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천천히 들어옴. 재욱의 바로 옆자리에 앉자 양주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여주의 코를 찔렀음. 재욱은 계약서를 보며 ' 내가 오늘 느낀게 있는데.. 중요한 걸 계약서에 안넣었더라고. ' 하며 자신이 쓰는 만년필(볼펜 아니고 만년필이어야함. 개비싼 만년필. 그게바로 간지)을 꺼내들더니 거침없이 써내려감. [ 서로의 전화는 두 번 안에 받는다. ]
여주는 자기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으며 고개를 끄덕임. 재욱은 여주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 알겠죠. ' 나즈막히 얘기함. 여주는 차마 재욱의 눈을 바라볼 수도 없어서 연신 고개만 끄덕였음. 재욱은 급하게 오느라 미처 잠그지 못한 여주의 블라우스 앞 단추를 잠궈줌. 여주는 너무 놀라 차마 재욱의 손길을 뿌리치거나 할 수가 없었음. 재욱의 손길이 더 밑으로 내려가는가 싶더니 이내 몸을 돌림.
" 피곤할텐데 먼저 들어가 자요. "
여주는 도저히 목소리가 나오질 않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듯 재욱의 방을 나왔음. 여지껏 보던 재욱의 모습 중에 가장 풀어져있으면서도 위협적인 모습이었음. 여주는 방으로 돌아와서 한참을 침대위에서 무릎만 꼭 끌어안은체 몸이 떨리는게 멈추길 기다렸음. 그러다가 남길의 연락이 생각나 핸드폰을 켜고 [ 저 잘 도착했어요. 오늘 너무 미안했어요. 정말 미안해요 남길씨. ] 메세지를 보내고 그대로 무릎에 고개를 푹 파묻어버림.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아침을 알리는 청소기 소리에 눈을 뜸. 여주는 방에서 나오다 재욱을 마주침. 출근 준비를 마친 재욱이 ' 오늘은 같이 나갈거니까 밥먹고 같이 회사 갈 준비해요. ' 하고선 방으로 들어감. 여주는 어리둥절 했지만 일단 재욱이 하란대로 먼저 밥을 먹으러 부엌으로 감. 이미 여사님이 차려주신게 있어 천천히 한 숟갈 뜨려 하는데, 박실장님(재욱의 개인 비서이자 재욱의 대변인, 오늘의 스케줄을 쫙 읊어주는 그런 수행원)이 다가옴.
" 여주씨, 지금 쓰던 핸드폰은 저희에게 주시고 이제 이 핸드폰을 사용하십시오. "
" ...네? "
" 최신 핸드폰이라 아마 사용하시기에 이게 훨 나을겁니다. 그리고 도련님께서 지시하신 일입니다. "
" ..아.... "
여주는 당황스런 마음으로 박실장이 내민 핸드폰을 받아듬. 밥먹고 바로 갖다 드릴게요. 여주의 말에 박실장은 알겠다며 자리를 떠남. 여주는 밥을 먹는둥마는둥 하며 급하게 나갈 채비를 함. 씻고 방으로 들어오니 침대 위에 왠 쇼핑백이 있었음. 안을 열어보니 하얀색 레이스에 검은색으로 포인트가 된 원피스가 있었음. 아, 이걸 입으라는건가. 오늘 중요한 자리인가보네. 생각하며 원피스로 갈아입음. 재욱이 기다리고 있다는 박실장 말에 여주는 빠르게 밖으로 나옴. 집 앞에서 있던 재욱이 여주를 보더니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있다가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
" 혹시 이 옷 재욱씨가.. "
" 네. 잘어울리네요. "
" 아, 고마워요. 잘 입을게요. "
" 핸드폰은 어때요? "
" 네? 아, 그것도 잘 쓸게요. "
" ..그래요. "
재욱이 먼저 앞장서 차에 탐. 차에 타기 전 박실장이 여주에게 다가옴. 여주는 거의 뺏기다시피 본래 핸드폰을 박실장에게 넘기게 됨. 아직 전화번호부도 다 못 옮겼어요, 여주의 말에 박실장은 전화번호가 필요한 사람을 말하면 번호를 주겠단 말을 하며 가버림. 여주는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그럴 겨를도 없이 차에 올라탐. 회사에 도착해선 재욱을 따라다니며 알지도 못하는 높아보이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공식적인 회의에서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몇 명의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갔음. 그럴때면 정말로 재욱이 엄청난 사람이고 이런 계약결혼이 실감이 났음.
한편 열혈그룹 사장실에선 남길이 무심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었음. 재욱과 여주가 같이 있는 사진이 실시간으로 기사로 올라옴.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이 드는지 표정이 굳어진 남길은 노트북을 닫아버림. 남길의 비서실장은 그런 남길을 보며
" 대성그룹이 요즘 이미지메이킹을 하는데 바쁜것 같네요. 저희는 가만히 있어도 되겠습니까? "
" 누가봐도 만들어진게 보이잖아요. 내 눈엔 웃길 뿐인데. "
" 그런가요. 그런데 우리 도련님은 정말 연애 안하시나요? "
" 뭐.. 굳이요. 맘에 드는 사람도 없고. "
" 몇 달전에 진짜 마음에 드는 분 만나셨다고 하지 않았어요? "
" 아- 그랬었나. "
남길은 아침에 여주에게 보냈지만 아직까지도 읽음표시가 사라지지 않는 메세지를 말없이 바라보았음.
" 저기, 김비서님. "
" 네? "
" 유부녀 좋아해보신적 있으세요? "
" .....미치셨어요? "
" 미친건가요? "
입을 떡 벌린체 충격을 금치 못하는 비서를 보며 남길은 말없이 웃을 뿐이었음. 어차피 오후 2시에 대성그룹과 열혈그룹이 기부행사로 같은 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남길은 무언가 다짐한듯 핸드폰을 꽉 쥐며 창밖을 바라보았음.
9탄은 불맠 가즈앙ㄱㅇㄲㅇㄲ~~~~~~ 주신 짤들은 다응ㅁ 썰 쓸때 두고두고 애껴 쓸게요오오오옹 힝힝허가ㅓ앟ㅇㅎ 사랑해여 당신들,,,,,체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