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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봄백
(육상부물)
4-0.
"야 남우현! 빨리 와!"
"네! 잠깐만요!"
겨울의 입김이 가시기도 전에 시작한 야외 훈련이 지쳐갈때 쯤, 녹지않은 눈과 마주했다.
"…안녕?"
"…"
"여기 왜 이러고 있어?"
흙투성이로 바닥에 힘 없이 주저 앉아있는,
얼어붙은 너와의 만남.
4-1.
"…남우현."
"어."
"너는."
"…."
"잘 뛰어서 좋겠다."
"…"
"하루만…"
"…"
"그렇게 달려보고 싶다."
4-2.
"…업혀."
"싫어."
"또 고집 부린다. 또."
"…그래도 싫어."
"김성규."
"남우현."
"…"
"나 좀 내버려 둬."
"…"
"너 때문에 내가 더 작아진다는 걸 왜 몰라?"
"…"
"널 보면 죽고싶어."
"…"
"니가 부러워서."
4-3.
"남우현, 너 인마 기록이 갑자기 왜 이래?"
"죄송합니다."
"달릴때는 잡생각 하지 말라 했어, 안 했어."
"했습니다."
"출전권 따니까 이제 좀 살만 해? 어?"
"…아닙니다."
"다시 뛰어."
"감독님."
"뭐 인마."
"저, 못 뛰겠습니다."
4-4.
"성규야."
"…"
"이쪽 좀 봐."
"…"
"하…."
"…"
"그럼 그냥 말 할게."
"…"
"나 출전권 포기했어."
"…뭐?"
"내가 다리 할게."
"…야."
"내가 김성규 다리 할게."
"…"
"성규야."
"…"
"그러니까 이제 나 미워하지 마."
4-5.
"기록이 자꾸 늦춰지니까, 감독님 하시는 말씀이."
"…"
"잡생각 하지 말래."
"…"
"근데 어떡해."
"…"
"성규야."
"…"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네 생각만 나는데."
"…"
"통제가 되질 않아."
4-6.
"남우현."
"…"
"내가 재밌는 거 알려줄까."
"…?"
"나, 다리 못쓰게 된 거."
"…"
"애들한테 맞아서 그런 거야."
"…뭐?"
"엄마한텐, 계단에서 굴렀다고 했어."
"…"
"때린 애들이 너무 무서워서."
4-7.
"너 인마, 기록 복구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거야?"
"예."
"전국체전 가고 싶다던 새끼가 왜…"
"감독님."
"…"
"김성규 왜 버리셨어요?"
"뭐?"
"애들이 성규다리 분지른 거, 왜 눈감았어요?"
4-8.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달렸냐면,"
"…"
"내가 밟는 이 트랙이 김감독 얼굴이다."
"…"
"기왕이면 성규 몫까지 밟자."
"…"
"그런 생각."
"그래…"
"…"
"덕분에 속 시원하다 개새끼야…"
4-9.
"사실이야?"
"…"
"육상부 나오는 거."
"…"
"넌 다리도 멀쩡하잖아."
"…"
"혹시 날 동정해?"
"…"
"그래서 나오는 거야?"
"…"
"개새끼야…"
"…"
"다리 그렇게 쓸 거면 날 줘…"
4-10.
그리고, 어느 누군가의 말.
"기록 좀 나온다고 너무 자만하진 마."
"…"
"김성규."
"…"
"성규야."
"…"
"널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건 아주 쉬워."
"…"
"부디 몸 조심해."
"…"
"특히, 그 다리."
4-11.
"남우현, 그거 알아?"
"…"
"니가 전학오기 전에는."
"…"
"김성규가 육상부 유망주였던 거… 전성기땐 화려했었지 아마."
"…"
"이게 김성규가 널 미워하는 이유야."
"…"
"지금 니가 있는 그 자리가, 원래는 성규자리였다고."
"…"
"이제 좀 상황파악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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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는 직장 때려치우겠다고 이미 말해놓은 상태. 이건 어쩌면, 우리가 만날 기회가 더 늘어난다는 소식. 구인, 인수인계가 끝나는대로 필자는 하루 중 약 2-4시간의 여유가 생길 것임.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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