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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우유 배달부 소년 02 | 인스티즈 

 

우유 배달부 소년 

02 


 

 

ㄴ 꼭 재생해 주세요! 


 


 


 


 


 


 


 

 여주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방학 때 우연히 만난 우유 배달부가 같은 학교 학생이라니. 교실에서 정국을 마주했을 때 처음으로 귀가 먹먹해지며 공간에 둘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을 겪었다. 가서 아는 척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정국은 친구에게 빌려간 교과서만 빠르게 전달해 주곤 교실을 빠져나가 그럴 수 없었다. 몇 반일까, 나이는 동갑이겠지? 축구가 전공인가. 알바는 왜 할까. 정국을 향한 궁금증은 여주의 머릿속을 괴롭혔다. 한 마디로 개학날이랍시고 마음을 다잡고 학업에 열중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흘러가는 물처럼 여주의 귀를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거다. 정국의 생각을 하다가 턱에 손을 괴고 창문을 바라보면 체육시간인지 운동장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정국이 보였다.  


 

 넋놓고 정국을 바라보았다. 누구 집 자식인지 참 잘났다. 짙은 쌍꺼풀은 자칫하면 느끼한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정국의 눈은 맑고 별을 박아놓은 것 같아 눈에 홀리는 느낌이었다. 뿐만 아니라 코도 오똑하고, 입술도 적당한 두께에 마치 앵두를 현상케 하는 다홍빛 색을 가졌다. 피부도 하얗고 웃을 때 도드라지는 앞니와 눈 옆에 살짝 접히는 주름은 개구쟁이 같은 게 여주가 본 누구보다도, 토끼보다도 더 토끼 같았다. 정국의 얼굴을 감상하다가 여주는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올 뻔했다. 혹시 아까처럼 자신이 밖으로 내뱉은 건 아닌지 주변을 살짝 돌아보면 졸거나 노트에 낙서를 하는 애들만이 눈에 띄었다. 안심하고 다시 창밖을 돌아보면 정국이 마치 제 쪽을 쳐다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 


 

 뭐지. 나랑 눈 마주친 건가? 정국은 정확히 5초 동안 여주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착각이 들었다. 정국이 허공에다 멍을 떄린 게 아니라면 내 쪽을 쳐다본 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은 곧 뿌리를 박고 자라나는 나무의 나뭇잎처럼 이리저리 퍼졌다. 나를 기억하는 건가? 쟤도 아까 나를 알아본 걸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쟤도 나에 대해 생각하려나. 말... 한번 걸어볼까? 왠지 모르게 들뜨는 마음에 혼자 말을 걸고 같이 떡볶이를 먹고 있는 상상까지 하고 있으면 선생님의 목소리가 여주의 상상을 방해했다.  


 

"김여주. 침 닦아라 침. 남자친구 생각이라도 해?" 


 

 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지원이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생님, 여주 남자친구 없어요! 아... 여주는 숨고 싶었다. 마치 정국을 상상한 것을 들킨 기분이었다.  


 


 


 


 


 

/ 


 


 

 학교가 끝나고 여주는 어김없이 학원으로 향했다. 예체능 특성상 실기가 중요해 선생님께 말하고 야자는 진작 신청하지 않았기에 지원이는 홀로 남아 공부에 찌드는 게 억울하다며 여주를 붙잡고 칭얼댔다. 네가 공부하는 만큼 나는 몸을 쓰니까 열심히 하라고 토닥여주곤 빠져나왔다. 학원에 도착하니 이미 연습실 안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보였다. 밖에서 까치발을 들고 빼꼼 쳐다보다가 익숙한 얼굴을 찾자 반갑게 웃으며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김태형! 박지민!" 


 


 

[방탄소년단/전정국] 우유 배달부 소년 02 | 인스티즈
 

"엉, 왔냐." 


 


 


 

[방탄소년단/전정국] 우유 배달부 소년 02 | 인스티즈 

"여주 오랜만. 생각보다 일찍 왔네?" 


 


 

 앞서 말했지만 여주는 무리지어 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친구는 지원이밖에 없었지만 학원에서는 나름 두 명이나 친했다. 태형과 지민. 여주와는 중학생 때부터 알던 사이로 여주가 춤을 시작한 지점에서 처음 만났다. 태형과 지민은 가만히 있으면 냉적으로 보이는 얼굴이라 여주도 처음엔 말을 붙여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고맙게도 친화력이 좋은 태형이 여주에게 끝나고 떡볶이 먹으러 가자는 말로 꼬셔 세 명이서 단짝이 됐다. 얼굴과는 다르게 순박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둘은 여주와는 다르게 예고로 진학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같은 과 같은 반이라고 하던데 그도 그럴 것이 둘은 정말 지독하게도 붙여 다녔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사적으로도. 지민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둘은 마치 소울메이트와 같은 관계다. 


 

"그러게, 오랜만이다. 한 일주일 만인가?" 

"와, 일주일도 오랜만이라 느껴지다니. 우리가 방학 때 지독하게 붙어있긴 했나 보다?" 

"말이라고 하냐. 거의 피부처럼 붙어 있었지. 으으." 


 

 학기 중일 때도 자주 보지만 방학이 되면 세 명은 거의 학원에서 살다시피 했기 때문에 가족보다 더 자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회가 끝나고 휴식 겸 쉬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한동안 학원을 나오지 않았는데 그게 오늘로써 정확히 일주일 째였다. 일주일이 오랜만에 느껴진다는 게 어이가 없는지 지민이 헛웃음을 치며 지독하다고 말했고, 그에 태형은 징그럽다는 듯이 거의 피부 수준이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주는 그런 둘을 보며 살짝 웃곤 머리를 올려 묶었다. 일주일밖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주에게는 일주일이나 쉰 거였다. 굳어있던 몸을 풀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면 태형이 걱정된다는 듯 여주에게 말을 건넸다. 


 

"야, 김여주. 너 살 왤케 빠졌냐 진짜." 

"뭘 새삼스레." 

"아니, 진짜. 너 일주일 동안 더 빠진 거 같은데? 맞지 짐나." 


 

 응, 좀 심각하긴 해 여주야. 지민까지 그렇다고 말하니 여주는 찢고 있던 다리를 풀고 거울 속 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레깅스를 입어 그런가 여주 본인도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가 끝남과 동시에 부족한 잠을 몰아 자느라 많이 먹질 않아서 그런가.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확인하던 여주는 순간 눈을 반짝이며 어느새 참참참을 하고 있는 태형과 지민에게 말했다. 


 

"우리 그럼 오늘 떡볶이 먹을까?!" 

"역시 김여주. 엉아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콜. 튀김도 먹자." 


 

 당연하지.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는 태형과 지민에게 긍정의 미소를 보였다. 몇 달만에 먹는 떡볶이였다. 아싸. 여주는 좀이따 먹을 떡볶이를 생각해 오늘은 연습을 더 빡세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노래를 틀었다. 오랜만에 하는 연습인데도 몸이 가벼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학원이 끝나고 옆에 있는 분식집에서 1인 1떡볶이와 튀김, 순대까지 먹고 어묵 국물을 마시며 분식집을 나왔다. 아, 배불러. 오랜만에 밀가루를 섭취해서 그런지 셋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어둠이 내려온 하늘은 낮과는 다르게 조금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다. 며칠 전만 해도 엄청 더웠던 거 같은데 9월달이라고 바람이 마중 나왔나 보다. 몸을 살짝 움츠리며 따뜻한 어묵 국물을 호로록 마시면 천국이 따로 없었다. 먹는 건 여주를 정말 힘들게 했다. 많이 먹어야 춤추는데 유리하면 얼마나 좋아. 오랜만에 떡볶이를 먹을 때마다 늘 여주가 하는 생각이었다.  


 

"여주. 우리 오랜만에 피시방 갈 건데 니도 갈래?" 


 

 태형이 사투리를 살짝 섞어가며 말했다. 태형과 지민은 각각 거창과 부산에서 꽤 오래 살다 올라와 아직까지도 가끔씩 말할 때 사투리 억양이 섞여 나왔다. 서울로 이사 왔어도 가족들은 아직도 사투리를 쓴다는 게 둘의 핑계였다. 둘의 말로는 집안에서 제일 서울말을 잘 쓴다고 하지만 서울토박이인 여주의 귀에는 다 똑같이 들렸다. 태형이 여주에게 묻자 어느새 국물을 다 마신 지민은 종이컵을 구겨 제 가방에 집어넣으며 여주에게 같이 가자는 눈빛을 쏘아댔다. 오랜만에 한 판 할까. 안 간 지 오래되어 가고 싶긴 한데. 갈등하던 여주는 그래, 콜! 하며 웃어보였다.  


 

"오케이. 가서 짜계치도 먹는 거다?" 

"그만 좀 먹어 돼지야." 


 

 신나서 앞장을 선 태형은 방금 떡볶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짜계치 타령을 하며 뒤로 돌아 걸었다. 그런 태형에게 그만 좀 먹으라며 타박했지만 지민의 입꼬리는 이미 올라간 지 오래였다. 거꾸로 걸어가다 다칠 것 같아 똑바로 걸으라고 여주가 말하고 있으면 셋이 들어가려는 건물 옆에 카페에서 익숙한 인영이 튀어나왔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우유 배달부 소년 02 | 인스티즈
 


 

... 전정국?  여주의 눈이 커졌다. 전정국이 저기서 왜 나와...? 우연히 정국을 학원 근처에서 마주쳤다. 학교와 학원은 적어도 다섯 정류장은 차이가 나는데 쟤가 저기 왜 있지? 여주는 마치 신이 계시를 주는 것 같았다. 이쯤 했으면 가서 말이라도 걸어보라고. 생각해보면 한 번도 서로를 찾아서 만난 적은 없었다. 우유를 배달했을 때, 우연히 같은 학교였을 때, 그리고 지금. 학원 근처에서 마주쳤을 때. 여주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건물을 들어가던 태형과 지민은 갑자기 고장난 것처럼 길가에 멈춰 한곳을 바라보는 여주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김여주 빨리 와! 태형이 소리치면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된 지민이 여주의 곁으로 다가갔다. 여주야, 왜 그래? 


 

"... 지민아." 

"응. 무슨 일 있어?" 

"나... 찾은 것 같아." 

"응...?" 

"운명의 상대." 


 

 알 수 없는 말만 지민에게 남긴 채 여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국을 따라갔다. 갑자기 가버리는 여주에 당황한 지민은 어어? 하고 있으면 태형은 무슨 일인데. 하며 귀찮은 듯 건물을 빠져나와 지민의 옆에 섰다 저 멀리 보이는 여주를 보며 이씨, 하며 소리쳤다. 야 이 배신자야!  


 


 


 


 

/ 


 

 얼떨결에 정국을 쫓아가는 꼴이 된 여주는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았다. 분명 얼른 붙잡아서 말을 건넬 속셈이었는데 정국의 걸음은 빨라도 너무 빨랐으며 어딜 가는 건지 가파른 골목길만 골라서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헉헉대며 저 멀리 보이는 정국을 찾으면 힘들지도 않은지 폐지를 잔뜩 담은 리어카를 끌고 가고 있는 할머니를 대신해 자신이 리어카를 끌고 올라가고 있었다. 리어카를 끌고 올라가는 바람에 정국의 속도가 조금 느려져 여주는 열심히 다리를 움직여 정국과 저의 보폭을 좁혔다. 낡은 파란색 대문 앞에서 리어카를 세우고 할머니에게 꾸벅, 인사를 한 정국은 다시 열심히 언덕을 올라갔다. 그에 못지않게 여주도 막판 스퍼트를 내 정국에게 따라 붙었고 정국을 붙잡은 건 언덕을 다 올라와서였다. 


 

"하아... 전정국." 


 

[방탄소년단/전정국] 우유 배달부 소년 02 | 인스티즈 

 

                                                                                                                                           "... 누구세요?" 


 

 언덕을 넘어 내려가려던 정국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놀라며 여주를 바라보았다. 경계를 하며 돌아보다 같은 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여주의 모습에 경계를 살짝 풀곤 누구냐고 묻자 여주는 숨을 고르게 내쉬며 침을 꿀꺽, 삼키곤 숙여 있던 몸을 일으켜 정국을 바라보았다. 같은 위치에 서있음에도 정국과 여주는 키차이가 10cm는 났다. 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여주를 쳐다보는 정국은 눈이 반짝거려 마치 정국의 눈이 별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렇게 오래 따라올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다 오래 따라 다니게 되었으니 마치 스토커가 된 기분이었다. 여주는 일단 놀란 것 같은 정국에게 사과했 


 

"아, 그게... 미안. 이렇게 따라올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근데 내가 스토커는 아니고! 그냥, 그러니까." 

"......" 

"... 미안해. 네가 너무 반가워서 그만." 

"... 괜찮아." 


 

 분명 여주가 제게 사과하는 건데 사과를 받는 저보다 더 무섭다는 표정을 하고 있어 정국은 마치 제가 미안한 것마냥 괜찮다 말했다. 괜찮다는 정국의 말에 여주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정국을 살짝 올려다보았다. 근데 뭐가 반가운 건데? 너 나 알아? 정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게 그러니까. 


 

"너 혹시 나 기억 안 나?" 

"응. 안 나는데." 

"지인짜 기억 안 나? 그... 방학 때 말이야." 


 

 제발 기억해라. 제발 제발 제발. 여주는 속으로 빌었다. 저만 정국을 기억하고 있는 거면 억울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방학이라는 여주의 말에 정국은 곰곰히 생각하다 아. 하고 짧게 탄성을 내었다.  


 

"희망로 5길 78." 

"... 어?"
"너네 집." 


 

 내가 우유 가져다준 곳. 순간 자신의 집 주소를 읊는 정국에 놀란 여주는 당황하다 이어지는 정국의 말에 안도했다. 나 참, 내가 물어봐놓고 놀라고 있네. 여주는 자신이 어이가 없어 살짝 웃다가 정국이 저를 기억해 준 게 기뻐 활짝 웃으며 정국에게 손을 내밀었다.  


 

"맞아. 기억해 줘서 고마워. 나 이안고 2학년 2반 김여주야." 

"어... 나는 2학년 3반 전," 


 

 전정국. 맞지? 손을 내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여주를 멀뚱히 바라보다 정국은 어버버 하며 여주의 손을 잡았다. 여주와 같이 자신의 소개를 하고 있으면 자신이 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전정국 맞지? 라고 말해오는 여주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정국의 말에 여주는 미소를 보이며 붙잡은 손을 살짝 위아래로 움직이곤 손을 풀어 제 쪽으로 가져와 양손가락을 맞닿게 해 꼼지락거렸다. 


 

"혹시 너만 괜찮으면...," 

"......" 

"인사 정도 하면서 지낼 수 있을까?" 


 

 고백하는 것도 아닌데 몸이 떨려왔다. 워낙 낯을 많이 가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처음이라 간지러웠다. 정국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은 채 시선을 피해 말을 하면 정국이 피식,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우유 배달부 소년 02 | 인스티즈
 

"응. 그러자." 


 

 여주가 정국의 말에 정국을 바라보았다. 마주친 눈동자는 너무나 밝게 빛나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밝은 조명이 비춰주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진짜? 진짜지? 신난 여주가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하면 정국은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다 쌩, 하고 바람이 불어 추운 기운이 몸을 감싸 몸을 움츠렸고 그와 동시에 여주의 눈에는 가디건 하나 없이 하복 교복을 입고 있는 정국이 보였다. 여주는 망설이지 않고 제가 입고 있던 집업을 벗어 정국에게 건넸다.  


 

"이거 입어." 

"어? 아니야. 너 입어." 

"입어. 인사하는 사이 된 기념으로!" 

"아... 안 그래도 되는데." 


 

 고마워. 정국이 멋쩍게 웃었다. 집업을 건네는 여주의 손을 거부하자 여주는 되도 않는 이유를 대며 집업을 정국의 몸에 입혀주기까지 했다. 자크까지 꼭 잠가준 여주는 만족하며 얼굴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정국의 얼굴이 가까이 있어 놀라 살짝 뒷걸음질 쳤다. 정국이 응? 하는 표정으로 여주를 쳐다보고 있었으나 여주는 가까이서 본 정국의 얼굴이 눈 앞에서 떠나가지가 않았다. 방금까지 신나서 제게 옷까지 입혀준 여주가 갑자기 벙찐 표정을 하고 있으니 정국은 무슨 문제가 있나, 하고 여주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면 여주는 그런 정국이 당황스러워 한 발자국 뒷걸음질을 쳤다.  


 

"왜 그래?" 

"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아, 아니야." 


 

 계속해서 다가오는 정국에, 여주는 아니라며 뒤로 물러서다 발을 헛디뎌 몸이 뒤로 쏠렸다. 헐 어떡해. 나 이렇게 죽는 거야? 도저히 중심을 잡을 수 없어 어어, 하며 눈을 꽉 감으면 단단한 팔이 제 허리를 받쳐주는 느낌이 들었다. 위태롭던 공중에서 안정감을 줄 만큼 단단한 팔이었다. 꽉 감고 있던 눈을 뜨면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가까이에서 정국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안 다쳤어?" 

"......" 


 

 여주는 순간 숨을 헉, 하고 참았다. 가까이서 보는 얼굴이 당황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귓가 가까이 들리는 정국의 목소리가 마치 귓속을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주는 중심을 잡고 똑바로 서 정국의 팔을 살포시 잡아 제 허리에서 떼어냈다. 저도 모르게 방어적으로 여주의 허리를 붙잡은 거라 잡고 있는 줄도 몰랐던 정국은 당황하며 아, 미안. 하고 여주에게 사과했다. 여주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얼굴이 빨개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혹시 화났어?" 

"... 아니. 아니야." 

"아... 진짜 미안해." 


 

 정국이 안절부절 못하며 여주에게 줄곧 사과를 했다. 여주는 화가 난 게 아니었지만 정국의 입장에선 제가 허리를 붙잡은 이후로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으니 자신이 큰 잘못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국의 계속 되는 사과에 괜찮다고 말하던 여주는 결국 정국의 마지막 말에 얼굴이 펑, 하고 터졌다. 


 

"그래도... 진짜 미안해," 

"......" 

"여주야." 

"... 아냐. 아냐 나 진짜 괜찮아. 괜찮은데, 근데 나 지금 갈게. 안녕." 


 

 나 진짜 괜찮으니까 걱정 마! 내일 학교에서 보자! 여주야. 정국의 입에서 제 이름이 나오자 결국 참을 수 없어진 거였다. 태형과 지민이 불렀을 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정국이 부르니까 마음이 혼자 집을 짓는 것처럼 요란했다. 여주야. 여주야. 정국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 그 소리를 막기 위해 여주는 괜찮다고 소리 치며 힘들게 올라왔던 언덕을 빠르게 뛰어 내려갔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려오던 초가을날의 밤이었다.  


 


 


 


 


 


 


 


 


 

- 

1. 청춘물을 쓰고 싶었지만... 청춘이 뭔지도 몰라 힘드네요. 

2. 여주와 정국이는 18살 동갑내기. 태형이, 지민이, 지원이도 동갑이에요! 

3. 정국이가 알바를 많이 하는 이유는 다음 편에 밝혀집니다. 

4. 별로 특별한 이유는 아니에요...! 평범한 이유예요. 

5. 댓글과 추천은 저에게 큰 힘이 된답니다 

6. 초록글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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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둘 다 귀여워요ㅠㅜㅜㅜㅜㅜ 풋풋해🙊🙊
4년 전
비회원218.38
둘 다 넘 귀여워용 ... 담편도 보고싶어요 ㅎㅎ❤️
3년 전
독자2
헉 여주가 생각보다 되게 적극적인 성격이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 둘다 넘나 귀엽... 담편 기대할게용 ㅎㅂㅎ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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