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억
턱을 괸 채로 사장님을 바라보면, 사장님은 오늘따라 유독 더 바빠서는 나를 신경쓸 겨를도 없이 움직였다.
안주 하나 시켜놓고서 오징어다리나 뜯으며 사장님을 구경하고 있으면.. 사장님이 드디어 나와 눈이 마주친다.
너무 반가워서 웃으며 호들갑을 떨면서 손을 흔들면, 사장님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
또 바쁘게 움직이는 사장님에 또 턱을 괸 채로 사장님을 바라보면.. 직원들도 주방에서 나를 보고 웃는다.
난 그냥 사장님 바라보기로 찍혔구만..키키키ㅣ.. 오늘... 어쨌거나 이렇게 왔으니까!! 나랑 데이트 해주는 거 맞겠지! 그렇겠지!!!!!!!!!!!!!!!!!!!
원래는 3시에 마감인데.. 오늘은 1시에 마감을 하는 분위기였고.. 나는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서 아직 남은 오징어다리를 입에 물고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퇴근하려고 직원실에서 나온 나랑 친해진 직원이 말한다.
"…뭐예요?? 완전 평소보다 더 예쁜데 오늘? 그래서 오늘 일찍 마감하는 건가~~?"
"네에?!??!!"
"사장님이 오늘 퇴근시간 앞당겼다구요."
"진짜여!?!?!?!?!"
"내 생각엔 그쪽 때문이야."
"아아앙ㅇ앙ㅇ ><!!!!!!!진짜인가봐앙!!!!!!!!!!!!"
"진짜아아아!! ><!!!!!!!!!!!!우리 사장님도 드디어 가ㄴ.."
"성재 너 할 거 없으면 청소 하고 퇴근해.
"아뇨. 할 거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럼 빨리 가. 이씨."
"네 ^^ 사장님! 즐데!~~"
"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원이 껄껄 웃으며 다른 직원과 함께 나갔고.. 나는 입을 틀어막고선 사장닌을 보며 말한다.
"진짜예요 사장님??? 와 저랑 데이트 안 할 것처럼 얘기하더니이이이~~~"
"일찍 마감하면 그쪽이랑 데이트 하는 건가. 그럼 이 동네에 마감 빨리 한 가게 사장님들도 그쪽이랑 데이트 하나?"
"헤헤헤."
"가자."
"어웅 진짜~~~"
아닌 것 처럼 얘기하고선 '가자'하며 문을 열어주는 사장님에 나는 또 웃을 수밖에 없다.
"데이트 신청한 건 저니까! 제가 장소를 정해도 될까요!!!"
"그래."
"혹시 어디 사세요???"
"태장동."
"그럼 백강공원!"
"공원?"
"네! 공원에서 맥주 한캔씩 딱! 하고싶은데요!!! 사장님이랑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새벽엔 추운데 굳이 공원에서 술을 마시자고?"
"싫으세요?? 그럼 사장님 집에서?"
"아니?"
"농담인데 너무 진지하게 받아치시네요....ㄱ-..."
"그럼 공원 가자."
"공원 갑시드앗!!!!!!!!!!!!갑시다아아앗!!!!!!!!!!!"
"어휴."
"왜요!!"
"원래 이렇게 시끄러워?"
"저 되게 시끄러워요????싫어요? 조용한 여자가 좋아요??"
"뭐 그런 건 아닌데."
"그럼 조용히 있어볼게요.."
"…그래 그러고 있어봐."
"……."
"……."
"……."
"ㅋㅋㅋㅋㅋㅋ."
"…?왜 웃으세요."
"조용히 있는다며 말하지 마."
"ㄱ-..?"
"ㅋㅋㅋㅋㅋ."
어느새 사장님도 날 보고 웃는다.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그래도 말도 많이하고 그랬더니 그래도 잘 통했나..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한캔씩 들고 나와서 공원에 있는 벤치에 앉기는 했는데.
"…ㅇㄷㄷ.ㄷ.ㄷㄷㄷ....ㄷㄷ...."
"……."
"ㅇ.ㄷ...ㄷ.ㄷㄷㄷ.ㄷ....ㄷㄷ..."
"거봐."
"…네?"
"춥다니까."
거봐- 할 때부터 갑자기 자기 겉옷을 벗는 사장님에 멀뚱히 사장님을 바라보면, 사장님이 무심하게 내게 겉옷을 건네준다.
그래서 '감사합니다악..'하고 옷 냄새 한 번 맡고선 음흉하게 웃으며 어깨에 걸치자, 사장님이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며 말한다.
"냄새는 왜 맡고. 또 옷을 왜 위에 걸쳐? 다리 위에 덮어."
"아, 안 돼요!"
"왜 안 돼? 추워 죽겠는데 짧은 치마 입고와서는."
"일부러 제 다리 보라고 입은 건데요! 가릴 거면 안 입었죠!"
"미안한데 한 번도 눈길이 안 갔어."
"-_-..?"
"나 때문에 입은 거야?"
"네!!"
"아아."
"왜요? 싫어해요?"
"청바지 입은 게 더 섹시하던데."
"아, 저 잠깐만요."
"왜."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치마 입을 거면 스타킹은 좀 신어. 얼어 죽어."
"아아 진짜아... 진작에 물어볼 걸..."
"그래 다 물어봐."
"-_-........근데 사장님."
"어."
"사장님 되게 고양이같이 생겼어요."
"ㅋㅋㅋㅋ."
"왜 웃어요...!"
"너 되게 참새같은 거 알아?"
"왜요오오!"
"말하는 거 짹짹짹 해."
"칭찬으로 알아듣겠습니다^^."
우리 둘은 아무 말도 없이 맥주를 마셨고.. 난 힐끔 사장님을 본다.
차가운 맥주를 손에 쥐고 있어서 그런가.. 손이 시려워서 호호- 하고 입김을 불면, 사장님이 나를 보고 말한다.
"일부러 손 시린 척 하는 거야?"
"아니! ㅡ_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예요! 진짜 손 시리다구요...... 사장님은 안 시려요?????"
"안 시린데."
"아하~~ 안 시리시구나~~~~"
"응 하나도."
"아~~ 진짜 하나도 안 시리시구나아아~~ 나는 엄청 얼음장 같은데에~~~~~"
"그러게 어쩐지 무리일 것 같더라니."
"……."
치........ 손시리구나~~ 잡아줄게^^~ 이런 드립이라도 하실 줄 알았는데.. 그런 말도 없이 그냥 저런 말들만 하길래
쳇...하고 고갤 돌려 맥주를 한모금 더 마시는데..
"……!?!"
갑자기 내 손을 잡는 사장님에 뭔가 싶어서 고갤 숙여 손을 확인해보면... 사장님이 나보다 훨씬 큰 손으로 내 작은 손을 잡아서는 감싸주는 것이다...
사장님 손은 너무 따듯해서 금방 내 손도 따듯해지는 것만 같았고...
"뭐예욥...........진짜........... 진짜 이상해애ㅐ애ㅐㅐ"
"그럼 놓든가."
"아아아아아!!!"
"뭐."
"그냥 한 소리."
"ㅋㅋㅋㅋㅋㅋ."
"헤헤헤헿..."
손은 따듯해졌고... 사장님이 이제 됐다. 하고 놓으려고 하길래 급히 다시 손을 잡으니, 사장님이 또 웃는다.
그래도 느낌은 되게 좋았다. 사장님도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닌 느낌이 들어서 뿌듯하고, 막 설렌다고 해야 되나.
손을 잡은 채로 나는 너무 어색해서 발을 동동 굴리며 말한다.
"아, 사장님은요! 어떤 연애 스타일 좋아해요??"
"연애 스타일?"
"네!"
"그냥.그런 거 생각해본 적 없는데."
"음.. 예를 들면... 막... 질투를 많이 하니까! 남자랑 안 엮였으면 좋겠다던가..!"
"그런 건 뭐 잘 신경 안 써. 서로 믿으면 그런 상황이 와도 신경 안 쓰게 되는 경우가 오지 않을까."
"오..오오오!!!!!!!!! 저 믿어주세요! 전 정말 확실합니다! 저는 남자가 없습니다!!"
"우리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믿어야 돼?"
"아니이!! 그냥 말이라도 알겠다고 해주세요!!"
"사귀게 돼서 그때 상황이 되면 생각 좀 해보지 뭐."
"참 진짜 어려운 사람일세.... 아, 그럼! 여자가 이런 행동은 안 했음 좋겠다!!!!!이런 건??"
"욕하는 거. 이건 여자 말고도 남자들도 포함인데."
"아, 저 욕 진짜 안 합니다."
"믿어도 되는 거야?"
"왜 못 믿는 눈치죠?"
"친구랑 있을 땐 엄청 할 것 같아서."
"아잇! 진짜!"
어떻게 알았지 ㅅㅂ...
맥주 한캔을 다 마셨고... 술을 마시면서 손까지 이렇게 잡고 있으니 너무 어색해서 서로 말도 별로 하지 못 했다.
손은 여전히 잡고있고... 사장님이 나를 바라보길래 '왜요..?'하면 사장님이 풉- 웃으며 말한다.
"너 벌써 취했냐?"
"에?? 아닌데요!?"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어두운데도 빨간 게 보이는데."
"…맥주는 좀 그런가봐요! 근데 취한 건 또 아닌데!"
"취하면 어떻게 되는데?"
"그렇게 막 유별나지는 않은데................... 사장님은요?"
"나는 자는데."
"아. 극혐."
"왜 ㅋㅋㅋㅋ."
"아니다! 좋다! 나중에 저랑 날잡고 술 마셔요!! 술 취해서 사장님 뻗으면 ~~~~제가~~"
"ㅋㅋㅋㅋ뻗으면 뭐."
"ㅎㅎ 비밀입니다아~~"
"ㅋㅋㅋ."
사장님이 웃다가도 핸드폰 알림 소리에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나는 사장님의 입술에 시선이 갔다.
와 입술이 어찌 저렇게 예쁘지......37세 아저씨에게서 저렇게 예쁜 얼굴과 입술이 있어도 되는 거 맞아?
혼자 속으로 생각하다가 결국엔 난 사고를 쳤다.
"사장님."
사장님이 내 목소리에 나를 바라보았고, 난 급히 사장님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고선 떨어진다.
사장님이 진짜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길래.. 나도 한참 사장님을 바라보다가 곧.. 쪽팔려서 일어서서 맥주를 벤치에 그냥 둔 채로 뛰기 시작했다.
"저기요. 쓰레기는 갖고 가셔야죠."
저 목소리에 다시 뒤돌아 후다닥 벤치에 올려둔 맥주캔을 가지고 다시 뛰면, 사장님이 또 말한다.
"이대로 그냥 가면 경찰에 신고해야겠다. 누가 키스하고 튀었다고."
그럼 또 다시 와서는 죄송합니다- 하고 얼굴을 가리고 있으면.. 사장님이 웃는다.
그럼 난 또 철판을 깔고 말한다.
"죄송한데요..진짜 죄송해서 그런데요.."
"……."
"번호만 주시면..."
"멋대로 키스 해놓고 이젠 번호도 달라?"
"아니이이..........."
"ㅋㅋㅋㅋㅋ."
"하....."
다음 날 나는 쪽팔려서 이불을 미친듯이 발로 팡팡 치다가도... 웃음이 나왔다.
흐흐흫ㅎ..흐흐흐 하고 웃으면 엄마가 얼른 학교 갈 준비나 하라며 혀를 찼고.... 나는 핸드폰을 확인해본다.
연락은 안 왔다.. 역시..... 내가 하는 게 맞기는 하지만.. 뭔가 바로 하기는 좀 그렇고....
헤헤헤헤헿
"왜 저래 저놈이 증말?"
"엄마 사랑해 ~!"
"미친년..."
학교에 와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나 덕분에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올라오는 길에
도현이가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곧 내 볼을 잡고선 말한다.
"너 미쳤냐....? 왜 이러는 건데??"
"…헤헤헤헿."
"밥 먹었는데도 배가 고파??? 뭐 사줘? 과자 먹을래?"
"헤ㅔ헤헤헤헤헤헿ㅎ"
"야 박수.. 얘 왜 이래?"
박수한테는 말을 아직 안 했기에! 박수는 모른다. 흐흐흐흐흐흐흐...
이도현은 정신 차리라며 내 볼을 세게 꼬집었고... 곧 누군가가 갑자기 달려가다가 이도현을 세게 치고선 가버렸다.
이도현이 아픈지 억-... 하고 어깨를 잡고선 저 멀리 가는 남자를 보았고... 나는 기분이 좋다가도 기분이 안 좋아져서 저 멀리 뛰어가는 남자에게 소리친다.
"야이 미친놈아!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뭐야 저새기!! 이도현 괜찮아?"
"…어 괜찮은데. 뭐냐.. 엄청 바쁜가보네.... 뒤도 안 돌아보고 그냥 막 뛰어가는 거 보니.."
"진짜!! 어우!!!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저 쌍넘 새끼!!"
"야아아아아 괜찮다고!! 나 괜찮다고!!!! 구름! 진정해!!!!!"
"감히 우리 이도현한테 ㅅㅂ!!!!!!!!!!!!!!!!!!!!!!"
학교에 와서는 괜히 아까 그 남자가 너무 찝찝해서 혼자 욕을 중얼거리다가도 박수가 내게 말을 걸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박수를 본다.
"근데 너 진짜 오늘 기분이 왜 이렇게 좋냐?"
"아, 맞다 나 어제 사장님이랑 손 잡았다?"
"…그래?"
"응. 나 손시리다니까 잡아줬어.. 그리고 내가 미쳐서 사장님한테 몰래 뽀뽀했다.......사장님 엄청 놀랜 것 같기는 한데.... 뭔가 싫어하시지는 않는 느낌이 좀 들었달까?"
"……."
박수는 턱을 괸 채로 나를 한참 바라보다 고갤 끄덕였고.. 나는 괜히 또 찝찝해졌다.
왜냐고...?"
"야! 박수! 어디가!!"
"……."
"뭐야 박수 왜 혼자 가냐?"
박수가 갑자기.. 나를 개무시한다...............................................
사장님 얘기를 하고나니까 바로 저렇게 변해버렸다...백퍼............박수의 기분이 안 좋아진 게 분명..하다..
"너 뭐 박수랑 싸웠냐?"
"…아니."
"…그럼 뭔데."
"몰라........"
"…어휴.. 피시방이나 갈래?"
"ㄱㄱ."
"ㅋㅋㅋ가자."
오늘은 이도현이랑 밥도 먹고, 피시방도 가고, 노래방도 가느라 11시쯤에야 사장님에게 갈 수 있었다.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고있는 사장님에 엇!!! 하고 손을 마구 흔들면, 사장님이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나를 보다가 곧 담배를 비벼 끄며 말한다.
"안 올 줄 알았는데."
"어유!.!!!!!!!!!어제 무슨 일 있었나요?"
"또 치마 입었네?"
"오늘은 스타킹 장착!"
"ㅋㅋㅋ들어가있어."
"네엡!!!!!"
아 맞아... 내가 이걸 말 안 했지.. 사장님은 어제 음식값을 받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단골이니까- 라고는 하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오오!!
사장님한테 장난으로 윙크하고 피쓰- 하며 술집 문을 열었을까.... 찰칵-...!
"……!?!"
놀래서 뒤를 돌아보면..... 조금 익숙하게 생긴 사람이 내 치마 안으로 핸드폰을 넣고 있었다.
이 사람은.. 그때 나와 어플로 물건 거래를 했던 사람이었다...
사장님이 도망가는 녀석의 멱살을 잡아 벽으로 몰았고... 곧 녀석의 핸드폰을 확인한다.
"이 미친새끼.."
"……."
"너 어제도 따라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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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힣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