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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무제(無題) | 인스티즈



무제(無題)

written by. 핑키포키 






때는 10년전, 고등학생때였다. 난 조용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고 당연히 학교에서도 그렇게 큰 존재감이 없었다.

2학년으로 올라오고 4월달 중순쯤에 우리 학교는 떠들썩 했다. 교생이 온다는 소식에 다들 들떠있었다.

교생이 오는 날이 되었고 당연히 우리반 여자애들이 제발 교생이 우리 반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들어오고 뒤이어서 어떤 남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한달간 교생으로 온 이준혁 이라고 합니다."






역시. 교생이었군. 우리반은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곧바로 여자애들이 꺅꺅 거리며 교실이 떠날아가듯 소리를 질렀고 

겨우 담임 선생님이 진정시키고 교생 말 잘들으라고 하며 나갔고 아직 1교시까지는 시간이 있었는데 

여자애들이 교생한테 첫사랑 얘기 해달라, 여자친구 있느냐 등등 전형적인 질문을 물어봤고 

교생은 미소를 지으며 그런거 물어보는거 아니라고 말했고 교탁 위에 있는 출석부를 보았다.

교생은 애들 이름을 차례대로 불렀고 드디어 내 이름도 불렀다.




"##오하늘,"

"......."

"하늘이 어디있... 아, 저 맨 뒤에 있구나."

"......."

"선생님이 부르면 대답해줬으면 좋겠어."

"......."






반장이 교생한테 쟤는 원래 말 안해요. 오죽하면 쟤 별명이 유령이겠어요? 라고 교생한테 말했다.

교생은 당황하며 친구한테 그런말 하는거 아니라고 했고 반장은 한술 더 떠서 쟤 벙어리예요. 라고 교생한테 말했고

나는 그 말을 듣고 뚜껑 열림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반장이 있는 자리에 가서 반장의 뺨을 때렸고 

반장의 멱살을 잡았다.




"....함부로 말 지껄이지마. 다시 한번만 벙어리 라고 말하면 다음번엔 너 말 못하게 내가 네 입 찢어 놓을거야. 말 조심해."





반장이 겁 먹은건지 알겠다며 놓으라고 했고 반장의 멱살을 놓고 교생을 보며 죄송하다고 말하고는 교실에 나와서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하며 거울을 쳐다봤다.

사실 나는 말 안하는 이유가 혼자 있는게 편하고 애들하고 말 섞는것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서 말을 별로 하지 않는다.

교실에 다시 들어와보니 교생은 없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오전 수업이 다 끝나고 애들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교실을 빠르게 빠져나갔고 

책상에 엎드려 자려는데 교실문이 열리더니 교생이 들어왔다.






"넌 밥 안 먹어?"

"....네."

"그럼 선생님이랑 같이 먹자."

"싫은데요. 별로 먹고 싶지 않아요."

"점심을 먹어야 남은 오후 수업도 열심히 듣지. 얼른 일어나."

"....선생님."

"응?"

".....저 신경써주지 마세요. 그냥 저 좀 가만히 놔두세요."





-





"그렇다고 뺨을 때리면 어떡하니!!"

"......."

"들어보니 네가 학교에서도 별로 말도 안한다며! 하, 무슨 애가 버르장머리가 없어?!"

"......."

"이래서 부모없는 것들이 싸가지없고 버르장머리가 없다니까!"

"....할 말 다 하셨어요?"

"ㅁ, 뭐?"

"할 말 다 하셨으면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죄송하다는 말은 안하겠습니다."

"뭐, 뭐야?! 너 진짜 학교 중퇴시켜줘?!"






5교시가 시작하기 전에 다른 반 애가 와서 나보고 교무실로 오라고 해서 교무실로 갔는데 반장 엄마가 와 있었다. 

반장 엄마는 학교 자모회 회장이라 학교 내 파워가 막강하다. 반장 엄마가 나를 혼내켰고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무표정으로 반장 엄마 말을 듣기만 했다. 

반장 옆에 있던 담임 선생님도 왜 그랬냐고 물었고 나는 사실대로 말했는데 반장 엄마는 거짓말 치지 말라고 했고 

담임선생님은 반장 엄마를 편들며 그렇다며 거짓말 치지 말라고 했다.

하, 억울해 죽겠네. 내가 억울하고 분해서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교생이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고 

내 옆에 서서 무슨 일이시냐고 물었고 담임선생님이 교생에게 정말로 반장이 나를 건드려서 내가 화나서 뺨 때린게 맞냐고 물었고

교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장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다.







"네. 담임 선생님께서 나가시고 제가 출석부를 보면서 애들 이름을 불렀는데 하늘이만 대답 안했어요.

그런데 다윤이가 하늘이는 별로 말 안한다고 유령이라고 그러고 벙어리라고 했어요."

"우리 다윤이는 누굴 놀리는 그럴 애가 아니예요!"

"하늘이도 다윤이를 때린건 잘못했지만 먼저 벙어리라고 말한 다윤이 잘못도 있습니다."

"뭐예요?!"

"자식을 너무 오냐오냐 키우지 마시라고 말씀 드리는겁니다."






반장 엄마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거린채 교무실을 나갔고 담임선생님께서 자기가 돌아오기전까지 반성문 쓰고 기다리라고 하며 반장엄마를 따라 나갔다.

나는 담임선생님 자리에 앉아 A4용지에 반성문을 다 쓰고 담임선생님이 귀신같이 들어와서 내 반성문을 보더니 

다음부턴 친구 때리지말고 자기한테 조용히 와서 말 하라고 한다. 옘병. 집안 좋은 애들 말만 잘 들으면서.

나 같은 애들이 말하면 듣지도 않을거면서. 

나는 대충 담임선생님한테 꾸벅 인사하고 교무실에서 나왔고 교생도 같이 나왔다. 





"이따 선생님이랑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왜요."

"왜긴. 아까 너 점심 안 먹었잖아."

".....신경쓰지 말라고, 가만 놔두라고 말했잖아요."

"그러기엔 네가 너무 말라보여서. 너 엄청 말랐어."

"......."

"그러니까 주차장에서 선생님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

"응? 알았지?"

".....생각해보고요."






-






"......."




결국, 난 교생을 기다리고 있다. 애들이 가고 선생님들도 한두명씩 나오고 교생이 나왔다.

교생은 늦게 나와서 미안하다고 하며 교생 차가 있는 곳에 왔다.

교생 차를 보고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올 뻔 했다.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싸다던 BMW 외제차다.

내가 타도 되는걸까. 망설이다가 교생이 빨리 타라고 하며 교생 차에 탔다. 





"뭐야, 지금 그 눈빛 엄청 놀란 눈빛 같은데?"

".....조금인데요."

"네가 놀랄때도 있구나?"

"외제차 안타고 다니는 사람인줄 알았는데요."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하면 안되지."

".....그래서 뭐 먹으러 갈건데요."





교생은 피자 먹으러 가자며 피자 가게에 왔다. 교생은 자주 오는 곳인지 먹던걸로 달라고 말했다.

교생과 자리에 앉았고 교생은 나에게 내일부터 자기랑 밥 먹자고 말한다.

난 다른 사람이랑 밥 먹는거 안 좋아하는데.





"내일부터 선생님이랑 밥 먹자."

"안 먹어요."

"그럼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어?"

"정 배고프면 빵 아니면 라면 정도 먹어요."

"그런거 밖에 안 먹어?"

"네."

"그럼 더더욱 내일부터 선생님이랑 같이 밥 먹어야겠네."







이 교생 왜 오지랖을 피우는거지.

교생과 얘기하는 사이 피자가 나왔고... 뭐야. 이거 페퍼로니 피자잖아.

교생은 피자를 잘라서 앞 접시에 주며 먹어보라고 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한 입 먹었는데 맛있네. 

내가 한 조각 먹었는데 교생은 벌써 4조각이나 먹었다.

엄청 빨리 먹는다. 





"...그렇게 빨리 먹으면 배탈 안나요?"

"한번도 배탈 난 적 없어. 아, 미안. 내가 반절 먹어버렸다."

"전 다 먹었어요. 선생님 다 드세요."

"겨우 한 조각 먹어놓고 다 먹었다고 그래, 하나 더 먹어."







피자를 다 먹고 교생 차에 탔고 내가 사는 집을 말해줬다.

교생은 알겠다며 운전했고 내가 사는 집이 있는 동네는 엄청 비싸고 부자들만 사는 동네라고 말해줬다.

그런가. 평소엔 집에만 있으니 사람들이 부자인지 동네가 비싼건지 느낄 수 없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이요. 내가 살고 싶어서 사는 집 아니예요."

"....어, 그래?"

"후견인이 살으라고 해서 살고 있어요."

"......."

"그 후견인도 선생님처럼 오지랖 넓은거 같아요."

"...뭐?"

"굳이 도와주지 않아도 될 애를 도와주잖아요."

"에이, 그렇지 않을거야. 그 사람이 어디선가 널 보고서 도와줘야겠다 생각해서 네 후견인이 되었는지 모르지."

"....선생님도 제가 불쌍해요? 동정해요?"






내가 부모한테 버림받은 고아라 불쌍하고 동정해요? 내 질문에 교생은 잠시 말이 없다가 내가 불쌍하지도 동정하지도 않지만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그냥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어느새 집에 도착했고 교생 차에서 내려 문을 닫았는데 교생이 창문을 열어 나를 불렀고 몸을 돌려 교생을 봤는데

교생은 나를 보며 미소지으며 말했다.





"내일부터 같이 선생님이랑 밥 먹자."






-





"......."

"하늘아, 얼른 먹어. 맛있는데 왜 안 먹어?"

"다 먹었어요."

"겨우 한 숟가락 먹었으면서 다 먹었다고? 얼른 먹어.

너 다 안 먹으면 여기서 못 나가."








교생은 정말로 나를 급식실로 데리고 들어와서 밥을 먹는다.

난 학교 다닌 이래로 처음 급식실에 와서 밥을 먹었다. 딱 한 숟가락이지만.

교생은 나에게 식판에 있는거 다 먹으라고 한다. 다 먹지는 못하고 네 숟가락 먹고 교생과 급식실에서 나오고

때마침 나오던 교감 선생님 부름에 교생은 교무실로 갔고 나는 교실로 가서 오후 수업을 듣는 내내

점심에 먹었던 급식을 잘못 먹었는지 급체를 하고 학교 끝나자마자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 먹고 집에 왔는데 

우체통에 후견인의 돈 봉투가 들어있었다. 




돈 봉투를 가지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누웠고 오늘도 내 후견인에 대해서 생각한다.

사실, 난 중 3때 보육원에서 퇴소했다. 원장선생님이 나한테 후견인이 생겼고 원장선생님이 써 준 종이를 들고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살게 되었다.

후견인과의 연락은 가끔 메일로 연락한다. 처음에 집에 들어왔을때 거실 테이블에 후견인의 편지가 있었고

편지 내용에 필요한거 있으면 메일로 보내달라, 가끔 안부 메일 달라, 용돈은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한달에 한번씩 사람 보내서 우체통에 넣어주겠다 라는 글이 써 있었다.

그렇게 한번도 본 적 없는 후견인과 3년째 메일로 연락하고 있다.

방에 들어와서 컴퓨터를 틀고 후견인한테 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오랜만에 메일함을 보니 후견인한테서 메일이 와 있었다. 3주전에 보냈네.




안녕, 하늘아. 

그동안 연락 못해서 미안해. 내가 많이 바빴거든.

너 혹시 아직도 밥 안 챙겨 먹고 다니는거 아니지?

밥 잘 챙겨먹어야해. 그래야 건강하지.

나중에 또 연락할게.

용돈 부족하거나 필요한거 있으면 메일 꼭 보내.

또 연락하자^-^」






오지랖 여전하네.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답장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타자를 쳤다.



「안녕하세요, 후견인 님도 잘 지내고 있습니까?

저도 그동안 메일 보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용돈은 부족하지 않아요. 

제 안부를 말하자면 어제부터 제가 다니는 학교에 교생실습 나온 선생님이 왔는데요.

그 선생님이 어제 내가 점심 안 먹었다고 저녁에 피자 사줬는데

제가 한 조각 먹었을때 그 선생님은 네 조각을 먹었어요.

그 선생님 피자 엄청 좋아하시나봐요.

그리고 그 선생님하고 오늘 처음으로 급식실 가서 밥 먹었는데요.

한 숟가락 먹었는데 그 선생님이 다 먹으라고 해서 다는 못 먹고 네 숟가락 먹었어요.

그 선생님 이상해요. 어제 처음 봤는데 왜 나한테 잘해주려고 하고 저를 신경쓰는지 모르겠어요.

또 메일 보낼게요. 아프지 말고 아프면 병원가서 약 타서 드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





시간이 흘렀다. 교생이 우리 학교에 온 지 2주가 지나갈 무렵 교생이 오늘은 자기가 수업하겠다고 하며 책을 펴라고 했다.

아, 교생 과목은 사회다. 대학교에서 사회학과 다닌다고 했다.

처음에 떨려 하는게 보였는데 30분이 지나갈 무렵 교생은 긴장이 풀린건지 여유롭게 수업했다.

사회 시간이 끝나고 교생과 난 옥상으로 올라왔다.





"처음에 경련 일어나는거 보여서 못 하는 줄 알았어요."

"처음이라서 그랬어. 그래도 수업 거의 다 끝나갈때쯤 잘 하지 않았어?"

"그건 선생님 긴장이 풀려서 그렇고요."

"하늘아. 넌 소원이 뭐야?"

"갑자기 뜬끔없이 소원 얘기가 왜 나와요. 뭐지, 중2병 스런 질문은."

"그냥. 궁금해서."

"날 후견하고 있는 후견인님 얼굴 보는거요."





내 대답에 교생은 당황한 얼굴을 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뭐야, 왜 교생이 당황하고 그래.

좀 더 구체적으로 소원을 말해보라고 해서 내가 왜 이렇게 알고싶어하냐는 표정을 지었고 

교생은 또 궁금해서 라고 대답한다. 





"후견인님을 실제로 만나고 싶어요.

메일로만 주고 받아서 후견인님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어요.

메일로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쓸래도 후견인님이 부담스러워 하실까봐 그 부분은 못 쓰고 있어요.

솔직히 처음에 나한테 후견인이 생겼다고 고아원 원장선생님이 말씀하셨을때 뻥 인줄 알았어요.

후견인님은 나를 도와주다 어느순간 내 앞에 나타나서 나를 어떻게 하는 나쁜사람 인 줄 알고 겁 먹은 적도 있어요.

그런데 가끔 메일로 풍경사진이나 어디 좋은 곳 가서 사진 찍은거 보내주면 좋은 사람 같아요."

"........."

"그래서 소원이 후견인님 만나고 싶은거예요.

이제까지 후견인님께 받기만 했거든요.

후견인님 한테 한달에 한번씩 용돈 받는데 

편의점 음식 사먹을때, 생필품 살때 빼고는 거의 안 썼거든요.

후견인님이 주신 용돈 중에 남은 돈 모은걸로 후견인님 실제로 만나서 

이제까지 받은 용돈 돌려주고 싶어요.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인거 같아서요."





-




다시 시간이 흘렀고 교생과 나는 어느정도 친해진 상태에서 어느새 교생은 실습기간이 끝나서 마지막 날이 다가왔고 우리반 여자애들은 아침부터 침울해있었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물론, 나도 약간 정 들었지만 그렇게 막 슬프지는 않다.

그런데 뭔가 아쉽고 섭섭한 기분이 밀려왔고 하교시간이 되었고 교생이 들어왔다.

교생이 고마웠다고 학교 생활 잘 하라는 말만 하고 교생에게 인사 하고 난 후 여자애들이 펑펑 울었고 

교생이 나가고 나도 나와서 교생의 팔을 붙잡았다.






"왜? 할 말 있어?"

"....이거."

"이게 뭐야?"

"처음에 선생님이 나 데리고 갔던 그때 그 피자가게 쿠폰이요."

"어...?"

"선생님한테 뭘 해 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낸게 피자가게 쿠폰 주는걸로 생각했어요."

"......."

"선생님 그동안 저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선생님한테 보답해줘야죠."

"....하늘아."

"쿠폰 모으려고 일주일에 세번은 좋아하지도 피자 시켜서 먹어서 열장씩 모았어요. 스무장 될 거예요."

"......."

".....선생님 많이 생각 날 거 같아요."

"그러게. 나도 너 생각 많이 날 거 같다."





약속해요. 10년 뒤인 내 28살 생일날 저녁 7시에 남산타워에서 만나요.

교생에게 내 생일을 알려주고 교생은 알겠다면서 잊지 않겠다며 말하고 가는 마지막 모습을 끝으로 

10년동안 서울땅에서 교생을 만나거나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후견인도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대기업 회사인 다인 그룹 마케팅과에 다니게끔 해주었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내 명의로 돌렸고 가끔 안부 메일만 주고 받자고 했다.

최근엔 서로 바빠서 못해도 3개월에 한번씩 메일을 주고 받고 있다.




「안녕하세요, 후견인님. 오랜만에 메일 보내네요.

후견인님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참, 저 다음주부터 10년동안 회사에서 본 적 없는 대표이사님 비서로 일하게 됐어요.

인사과에서  대표이사님이 저를 비서로 발령내게 하랬다나 뭐라나.


저 이번주 금요일이 생일이예요.

저 이제 자리 완전히 잡아서 

후견인님께서 저 학교 다닐때 도와주셨던 은혜 갚으려고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후견인님 보고싶어요.

꼭 오세요. 꼭 이요. 저 후견인님 오실때까지 기다릴게요.」







5일동안 치열하게 회사에서 일하고 금요일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택시를 타고 

남산타워 입구에 왔고 도착하니 6시 55분이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남산타워까지 뛰어 올라왔다. 7시가 넘었다.

교생도, 후견인도 없었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렇게 8시, 9시, 10시가 되도록 둘 다 나타나지 않았다.

후견인의 메일을 확인했는데 수신확인은 되어있었고 답장은 보내지 않았다.

이제 안 오나보다 하고 의자에서 일어나려는데 뒤에서 누가 나를 톡톡 치길래 

뒤 돌아봤는데...






"...선생...님..?"

"늦게와서 미안해. 화 난거 아니지?"

"화가 왜 나요.."

"안 본사이에 많이 예뻐졌네. 아가씨 다 됐는데?"

"그럼 내가 아가씨지, 아직도 애 예요?"

"말 한마디도 안지는거 여전하네. 가자. 밥도 안 먹고 나 기다렸을텐데."







10년전이나 10년후인 지금이나 교생은 잘생겼네. 똑같아. 나이는 나만 먹은거 같고..

교생이 가자길래 아뇨, 한 사람 더 오기로 했어요. 그때 내가 말했던 후견인님 기다려야해요. 

교생은 내 말을 듣고 갑자기 표정이 진지해졌다. 뭐야, 왜 갑자기 진지해져, 







".....안 올거야. 그 후견인."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네가 10년전에 나한테 말했던 그 후견인 안 온다고."

"....선생님.."

"네가 말했던 그 후견인이 나니까."




교생 말을 듣고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것 같다.

그러니까.. 중3때부터 고3때까지 나를 후원하던 사람이 교생.. 이었다고...?

그럼.. 고등학생때 나를 알고 있었음에도 모른척 하며 교생실습을 나온거고..?

그럼... 내가 살고 있는 집도 원래는 교생 집 이었던거고...?

10년넘게 메일로 연락 주고받던 후견인이 교생...?

난 충격을 먹어 뒷걸음질 쳤고 교생은 내 손을 잡고 여긴 추우니 따뜻한 곳으로 가자고 했다.




남산타워에서 내려와 근처 카페에 왔고 나는 교생을 화가 난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교생은 미안하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얘기해주겠다고 그러니까 표정 좀 풀라고 했다. 

그래. 어디한번 얘기나 들어보자.




"너를 처음 봤던건 내가 봉사활동 갔었을때 였어. 

넌 다른 아이들하고 놀지도 않고 그늘 진 나무 밑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어.

원장선생님한테 너에 대해서 물어봤고 너는 다른 아이들하고 노는걸 안 좋아하고

혼자 있는걸 좋아하고 밥도 먹을때보다 안 먹을때가 많고

다른 아이들이 너한테 별 말 안했는데 너는 다른 아이들을 때리는걸 좋아한다고 그러셨어."

"........"

"그래서 원장선생님이 너를 다른 고아원으로 보낼까 생각하고 계셨었대.

내가 그랬지. 그럼 너를 내가 후원할테니까 내보내라고.

원장선생님이 내가 그렇게 말하니까 좋아하시더라."

"....그래서 나를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후견 한 거예요?"

"...응."

"선생님은 나를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렇지않게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로 실습 나와서 실습 했고요?"

"어쩔 수 없었어. 너한테 그때 말했으면 넌 도망쳤을테니까."

"....그때 옥상가서 처음으로 내 소원 말 하던날 선생님 표정 보고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

"그때 내 소원 듣고 어땠어요? 내가 생각했을땐 속으로 엄청 비웃었을거 같은데.

널 후견하고 있는 사람이 나다, 네가 뭘 얼마나 돈을 갚는다고 그러냐 그러면서."

"....기뻤어."

"기쁘긴 뭐가 기뻐요."

"소원이 나를 만나는거라니. 그 말 듣고 정말 기뻤어."







고마워. 나를 만나는게 소원이라고 해줘서. 

교생이 말하며 자기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교생의 손길에 나는 울컥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부모한테 버려졌을때도 울지않고 눈물을 흘리지도 않던 내가 왜 교생 말을 듣고 교생 손길에 쓰다듬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거지...?







"왜 울어, 내가 뭐 잘못 말했어? 잘못 말한거 있으면 말해줘."

"...없어요. 없는데.. 그냥 눈물이 나요.."

".....하늘아, 우리 피자 먹으러가자."

"이 와중에 피자라니.."

"오늘 네 생일이잖아. 생일 끝나가기전에 피자 먹으러 가자.

그동안 모은 쿠폰 오늘까지 써야해. 얼른 가자. 피자가게 문닫기 한시간 전이야, 얼른."







교생과 난 카페에서 나와 고등학생때 갔던 피자가게에 왔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여기 한번도 안 왔었는데 아직까지 가게가 있었네.

교생은 쿠폰을 30개나 모았다며 나보고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말하라길래

페퍼로니 피자 먹고 싶다고 했는데 자기랑 통하는게 있다면서 페퍼로니 피자만 3판을 시켰다.





"선생님 세판을 다 먹을 수 있어요?"

"세판은 껌이야. 다섯판까지 먹을 수 있어."

".....피자덕후가 따로없네."

"참, 다음주부터 대표이사 비서로 출근한다고?"

"네. 안그래도 회사에서 말 나오고 있어요. 

하루아침에 어떻게 대표이사 비서가 될 수 있냐고.. 전문적인 교육도 안 받았으면서.

나도 같은 생각이예요. 갑자기 느닷없이 대표이사님이 나를 비서로 발령나게 했다는 말 듣고 놀랐어요."





교생과 얘기하다 페퍼로니 피자 3판에 콜라랑 피클이 나왔고 교생은 10년전 처럼 피자를 엄청 빨리 먹는다.

피자 빨리 먹는건 여전하네.

교생이 피자를 먹다 나를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이제 불안하다. 또 무슨말이 튀어나올지 몰라서. 








"놀랄거 딱 하나 남았는데."

"뭐 이제 놀랍지도 않아요. 선생님이 내 후견인이었다는거에 너무 놀라서요."

"정말?"

"당연하죠."

"내가 너 비서로 승진하게 해달라고 인사과에 쪼았어."








아, 선생님이 인사과에 나를 비서ㄹ.... 예???????? 뭐, 뭐요?????

내가 하필 콜라를 먹다가 교생 말을 듣고 콜라를 뿜었다. 

나는 사레가 들려 콜록거렸고 교생은 휴지로 내 입을 닦아주었다.

하, 이번엔 정말 0.1톤 망치가 내 머리를 때린 것 같다.






"선생님 정체가 뭐예요?"

"다인그룹 대표이사."

"원래 대표이사였어요?"

"아니. 이번에 처음 직무 맡은거야."

"저 다음주부터 안나가요. 오늘부로 관둘게요."

"내가 마지막으로 후견하는게 너를 내 비서로 두는게 후견하는거였어."

"왜 하필 저예요?"

"그야, 네가 나를 더 잘 아니까."







.....앞날이 무지하게 깜깜하다, 깜깜해. 

10년동안 거의 한번도 안 빠지고 안 아프고 잘 다녔는데 10년만에 회사 관두게 생겼다.

미리 사직서 써야겠다. 이직 할 자리도 알아보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약 2주만에 돌아왔습니다요.

글이 너무 안 써져서 2주동안 자체휴ㅈH.....★

이준혁 배우는 그냥 즉흥적으로 썼는데요...

연재고민중입니다요.

이 글과 이어지게 연재를 할까 아님 새롭게 쓸까 그것도 아님 그냥 쓰지 말까ㄱ-...ㅋㅋㅋㅋ....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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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흐어어엉 너무 좋아요ㅠㅠㅠ
4년 전
핑키포키
❤감사합니다❤
4년 전
독자2
후견인 왜이렇게 다정하죠?
너무 스윗

4년 전
핑키포키
❤감사합니다❤
원래 무뚝뚝한 컨셉으로 쓰려고 했는데
쏘스윗 컨셉이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에 썼어요ㅋㅋ

4년 전
독자3
아니 진짜 작가님 필력이렇게 좋아버리면 어떡하냐구요ㅠㅠㅠ 진짜 넘넘 재미있어요. 역시 준혁님은 스윗달달 컨셉이ㅠㅠㅠ 글 잘보고있어요 항상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오!!ㅠㅠ
4년 전
핑키포키
❤감사합니다❤
에구... 엄청난 칭찬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더 잘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4
재미있어요!
다음편도 써주세요!!!!!

4년 전
핑키포키
❤감사합니다❤
이 글은 다음편이 아닌 단편 이예용❤
정식연재는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4년 전
독자5
작가님!!!!!★★★ 너무 좋아요 다음 편도 보고 왔는데 완전 재미있어요!!!!!
4년 전
독자6
왕댜님이네 왕자님 ㅋㅋㅋㅋㅋ다음화 넘 궁금해요
3년 전
독자7
우왕,,, 키다리 아조씨,,,? 넘 멋진 얘기에요,,, 뒷얘기가 궁금해져요ㅎㅎ
3년 전
독자8
후견인님 사랑합니다❤️❤️❤️❤️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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