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사님을 사랑하게 되었다
written by. 핑키포키
"너 아파서 챙겨주는 것 뿐인데 그게 그렇게 기분 나빴어?"
"기분 나쁜게 아니라,"
"그래, 너 좋아하지. 직장 동료로서. 내 동료가 아프다는데 가만히 있어?"
"......."
"너는 내가 너 걱정해주고 신경써주고 챙겨주는게 부담스러운거 같은데,
알았어. 이제 너한테 신경 안 쓸게. 됐어?"
"......."
"푹 쉬어."
이사님이 나가고 나는 펑펑 울었다.
이사님께 정말 미안하지만 우리 사이를 거리 두지 않으면 나는 이사님을 좋아하는게 더 커질 까봐 두려워서 이사님한테 상처를 줘버렸다.
다음날 출근했더니 이사님이 나한테 인사랑 스케줄만 물어볼 뿐, 그 이외 말은 더 하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일주일 후, 한달 후에도 이사님은 이제 나에게서 철벽을 친 것 같다.
평소처럼 일 하고 퇴근시간에 이사실로 예지가 왔다. 예지를 반겨주었고 때 마침 이사님이 나왔다.
이사님은 예지를 보며 회사 로비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왜 올라왔냐고 물었고
예지는 거기서 기다리기 싫어서 올라왔다고 했다.
"아빠, 우리 패밀리 레스토랑 가서 밥 먹자!"
"어, 그래. 가자."
"하늘이 언니도 같이 가자! 아빠 괜찮지?"
"그, 그게.."
"아빠, 하늘이 언니도 데려가자, 응? 응?"
나는 예지와 눈 높이를 맞추려 쪼그려 앉아 예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다음에 같이 먹자고 말했다.
예지는 처음에 울면서 싫다며 같이 가자고 얘기했지만 내가 끝까지 다음에 꼭 같이 먹자고 겨우겨우 달래고
예지가 입술이 대빨 나온채로 모른다며 울면서 말하고 이사님이 예지를 안으며 퇴근하라고 말하며 나갔고
나는 6시 30분 즈음 되서 회사에서 퇴근하는길에 버스를 탔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슬픈 음악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
송이도 일이 끝나서 송이가 다니는 회사 근처에 송이를 데리러 갔다.
예지는 우리 둘만 먹는거 아니냐고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했다.
예지가 내 말을 듣고 아까보다 입술이 대빨 나왔다.
그 사이 송이가 나와서 뒷 좌석에 탔다.
전화도 안했는데 어떻게 데리러 왔냐는 송이의 질문에 그냥 찍었다고 대답하고 미소를 지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와서 각자 먹을 음식을 시켜서 먹는데 아이가 도통 먹지 않고 포크로 스파게티를 깨작깨작 거린다.
송이가 아이에게 오늘 무슨 일 있었냐면서 아이를 살살 달래보지만 아이는 심통난 듯 송이의 말에 대꾸도 않는다.
아이의 심통 때문에 저녁이 흐지부지가 되어버렸고 송이를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아이를 처음으로 혼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자고 한건 예지 였잖아. 근데 왜 안 먹고 언니가 물어보는데 왜 말 안해,"
"....나한테 언니는 하늘이 언니거든..?"
".....후... 또 하늘이 얘기네."
"아까 하늘이 언니 왜 안데려갔어...?
하늘이 언니랑 싸웠어...?"
"이제 하늘이 얘기 그만해. 예지도 이제 하늘이 만날 생각 하지마."
"아빠.. 왜 그래."
"아빠 송이 언니랑 결혼 할거야. 그러니까 이제 하늘이 만나지도 말로 전화도 하지마."
"....아빠 미워. 아빠 그 아줌마랑 결혼하면 나 돌봐주는 고아원 갈거야!!"
아이가 되려 방을 들어가며 문을 세게 닫고 펑펑 우는 소리가 집안에 울렸다.
그렇게 아이랑도 사이가 나빠졌고 아이는 나에게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학교도 자기 스스로 간다.
그 사이 나는 송이와 같이 알아 볼 집을 보러 다니고 상견례 준비로 미국에 계신 아버지를 잠시 한국에 오시게 하려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
'그래. 예지가 그러는데 요새 네가 여자 만난다고 말하더구나.'
"아, 네."
'혹시 네가 만나는 여자가 오하늘 대리 인가? 아, 아니지. 오 비서야?'
"제가 오 비서를요? 아뇨, 김송이라고 EB그룹 계열사인 영화사 EB 컬쳐 이사인 여자 만나고 있어요.
그 여자랑 결혼 하려고요. 상견례는 이번달 말 주말에 하기로 했는데 아버지가 그 사이에 오셔야 해서요."
'그래서 그런가 예지 표정이 안 좋았구나.'
"........"
'예지가 나랑 영상통화 할때마다 오 비서 얘기 많이 했었는데.
요새 너 때문에 못 만난다고 할아버지가 아빠 설득 좀 해달라고 하는데.
너 오 비서랑 무슨 일 있냐?'
"아뇨, 무슨일은요. 없어요.
그나저나 언제쯤 오실 수 있으세요?"
'다음주에 가마.
오랜만에 손녀도 보고 오 비서도 보고.'
"알았어요. 몇시 비행기로 오시는지 바로 알려주세요.
데리러 갈게요."
'참, 오 비서 요즘엔 밥 먹나?
볼때마다 말라서 말이야.'
"....네, 뭐."
하늘이가 사람 신뢰하게 만드는 마술이 있나보네.
천하의 우리 아버지까지 걱정하는거 보면.
-
"언니! 여기야!"
"예지야, 집에서 어떻게 나왔어? 예지 집에서 못 나온다고 했잖아."
"아빠 지금 김송이 그 아줌마 만나러 가서 나도 나왔어."
"나중에 아빠한테 혼나면 어떡해. 언니가 예지 먹고 싶어하는 떡볶이 사줄테니까
떡볶이 먹고 집에 데려다줄게. 알았지?"
"응! 알았어!"
주말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예지한테서 전화가 와서 내가 사는 동네 근처 카페에 예지가 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트레이닝복 바람으로 나와서 예지를 데리고 분식집에 데려와 떡볶이를 사주었다.
예지는 떡볶이를 먹다말고 포크를 내려놓으며 나에게 묻는다.
"언니. 아빠랑 싸웠어?"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랑 싸우다니. 안 싸웠어."
"내가 분명 아빠한테 언니 잘 챙겨주라고 말했던 날이 있었는데
아빠가 그 날 이후로 언니얘기 한번도 안하고 주말마다 언니 안부르고
언니 집에도 안가고... 아빠가 이제 언니 얘기 하지말고 언니한테 전화 하지도 말고 만나지도 말래."
"........"
예지가 갑자기 울 듯 말 듯 표정을 짓다 결국 울음이 터져버렸다.
예지의 울음에 당황해서 예지를 내 허벅지에 앉혀 달래주었다.
예지가 어느정도 진정이 된 건지 울음을 그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빠가... 아빠가 그 아줌마랑 결혼 할 거 같아..."
".....뭐...?"
"아빠... 요새 그 아줌마랑 집 보러 다녀..."
"....그, 그렇구나.. 그럼 잘 된거 아니야? 예지 엄마 생기는거잖아."
"싫어.. 난 그 아줌마가 내 엄마 되는거 싫어.."
예지 말을 듣고 뒤통수가 얼얼했다.
이사님이 김송이 그 여자랑 결혼한다니... 결국 결혼까지 가는구나..
예지를 달래가며 떡볶이를 먹이고 예지를 안고 집 앞에까지 데려다 주는데 하필 차에서 내리는 이사님과 김송이씨가 내렸다.
충분히 오해 할 만한 상황이다. 이사님은 나와 예지를 보자마자 김송이씨에게 예지를 데리고 들어가라고 했고
이사님은 나를 화난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네가 예지한테 전화해서 나오라고 했어?"
".....죄송합니다."
"뭐, 내가 오늘일은 어떻게든 이해할게. 이해하겠는데 이제 절대 안돼. 알겠어?"
"....결혼.. 하신다고 들었어요.. 예지한테."
"......."
"축하드려요.."
"고맙다."
"그럼.. 가볼게요."
이사님한텥 인사하고 뒤 돌자마자 소리없이 울며 집까지 걸어가는데 설상가상인지 비까지 내렸다.
집에 들어와서 씻으면서, 옷 입으면서, 머리를 말리면서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요새는 눈물파티다. 이틀에 한번꼴로 눈물이 나는 것 같다.
그렇게 주말과 휴일이 지나가고 월요일 아침 출근해서 이사님 스케줄을 확인했다.
오늘은 특별히 없네. 밖에서 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렸고 이사님이 출근했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오늘 이사님 스케줄 없습니다."
"안그래도 오전만 하고 퇴근할거야.
오후에 볼 일 있어서."
"....네."
이사님이 이사실로 들어가시고 자리에 앉아 파일 정리를 하며 어느새 오전근무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이사님은 아침에 말한대로 오전근무만 하고 퇴근했고 나도 딱히 오후에 할 게 없어서 인사과에 찾아가서 컨디션 난조라 조퇴한다고 말하고
그대로 회사에서 퇴근해 공원에 와서 잠깐 산책하는데 야외 라디오를 하는건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자세히 보아하니 유명한 공중파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이 야외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었다.
디제이가 몇몇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주며 에피소드가 있냐고 물어보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에피소드를 말한다.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듣다가 디제이와 눈이 마주쳐버렸고
디제이가 스태프에게 마이크를 가져다 주라고 말하고 스태프가 나에게 마이크를 가져다 주었다.
하아.. 에피소드 같은거 없는데.
"너무 예쁘시다. 어디사는 누구세요?"
"서울 어디선가 살고 있는 여자 입니다."
"오... 목소리 엄청 시크하시네요."
"...뭐... 네."
"혹시 이름이...?"
"익명 입니다."
"아, 익명. 오케이, 혹시 에피소드 있어요?"
"없는데요."
"에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나라도. 재미없는거라도 괜찮아요."
".....회사 상사님과 화해 하고 싶어요."
"오우.. 상사님과 다툼이 있으셨어요?"
"다툼이라기 보다 제가 상사님께 상처를 드렸어요.
한달전에 제가 감기 걸려서 아팠는데 상사님이 외부일정을 끝내시고 제가 좋아하는 어묵탕 사다주셨거든요.
상사님은 평소에 저를 많이 신경써주시고 챙겨주시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제 더 이상 신경써주시지 말고 챙겨주지 말라고 말씀 드렸어요."
"그러한 이유라도 있어요?"
".....제가 상사님을 좋아합니다. 아, 아니... 사랑하게 되었다고 과언이 아니죠."
"와우! 이거 그린라이트야 그린라이트! 상사님도 익명언니 좋아해요?"
"아뇨, 저 혼자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오 마이 갓... 짝사랑이네요."
"상사님한테도 말했거든요. 직접적으로는 말 못하고 돌려 말했습니다.
좋아하다 말거라고. 상사님은 제가 상사님 좋아하는거 꿈에도 몰라요."
"고백하셔서 상사님과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
"아, 네."
얼떨결에 말했긴 했지만 이사님이 어디선가 안들었길 바랄 뿐이다.
이사님은 원래 라디오 듣는걸 별로 안 좋아하지만 아주 가끔 듣는 사람이라.
내가 소원 비는걸 안 좋아하는데 이 상황에선 빌어야겠다.
제발 이사님이 어디선가 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안 들었길.
*특별편 : 예지 이야기 2 *
안녕! 나 또 왔어! 아빠 이준혁 딸 이예지가 또 왔어!
혹시... 나 또 와서 불편한거 아니지...?
오늘은 초! 초! 초특급 소식이야!
그것은 바로! 미국에서 할아버지가 왔어!
뭐.. 아빠 결혼 때문에 할아버지가 오시긴 했지만...
아빠 따라서 공항에 와서 할아버지를 모시고 아빠차에 탔는데
아빠가 차에 기름 없다고 주유소에 갔어.
아빠랑 할아버지가 화장실에 간 사이 나는 라디오를 틀었어.
오늘 라디오에 내가 좋아하는 아역배우가 나오거든.
라디오를 틀었는데 아직 아역배우가 안나왔나봐.
사람들 사연 듣는거 하고 있어. 사람들 사람들 사연 듣는데 으응...? 하늘이 언니 목소리...?
"어, 언니 목소리다..! 언니가 왜 라디오에 나왔지..?
녹음, 녹음!! 핸드폰!!"
하늘이 언니가 라디오에 어떻게 나온건지 알 수 없지만
오랜만에 언니 목소리 들어서 나도 모르게 흥분하면서 핸드폰으로 언니 목소리 녹음하고 있어.
녹음하며 듣는데 언니 사연 듣고 입을 손으로 막고 언니 사연이 끝나고 나는 오히려 좋았어.
왜? 왜냐구?
"언니가 우리 아빠 좋아한대.. 사랑한대... 히히.
그럼, 본격적으로 김송이 그 아줌마 실체 벗기기 작전 실행하고
내가 언니랑 아빠 이어지게 큐피드 역할 해야겠다.
할아버지한테 도와달라고 해야지."
저번에 증거 모은 이후로 몇번 친구들이랑 김송이 그 아줌마 더 캐낸게 있는데
내가 아빠 상견례 장소에서 터트리려고 아직 공개 안했어.
김송이 아줌마 실체 벗기기 작전은 할아버지랑 같이 실행할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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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요.... 제가 일주일에 한번씩 연재 하는거 독자님덜 생각은 어떠세효...
제가 매일 연재 할 순 없지만 주말이나 휴일엔 꼭 연재 할게여...(소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