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소설 남주와 사랑에 빠짐;;
Written by. 핑키포키
"여긴 내가 사는 집이고요, 그나저나... 왜 따라 들어온거예요?!"
"부인이 이상한 곳으로 들어가길래 나도 들어왔소."
"그렇다고 무턱대고 따라 들어오면 어떡해요!! 못살아 정말!!"
"그나저나 여기는 신기한 물건도 많이 있는 것 같소."
"만지지 말아요."
시바... 내 인생 망해도 제대로 망해버렸다.. 스무살 밖에 안 먹었는데 이게 뭔 상황인지;;
일단 진정하고 이 사람한테 옷 입힐 것을 사야하는데...
하아... 이모한테 용돈 좀 달라고 해야하겠다.
'응, 그래 나윤아 무슨 일이니?'
"이모, 나 용돈 좀 앞당겨 줄 수 있어?"
'그게 무슨 소리니^^? 우리 나윤이 벌써 용돈을 다 쓴 거니^^?'
"아, 아니? 용돈 남았는데 내가 지금 급하게 쓸 일이 있어서.."
'급하게 쓸 일이 뭔데^^?'
"어, 나 다음주에 MT가는데 MT 회비 내야 한다고 해서.."
'그래 알았다^^ 한번만 더 거짓말 하면 그땐 용돈 50만원에서 10만원으로 깎이는거야^^ 알겠지^^?'
"아, 진짜 MT 회비 50만원이라고!!"
'얘도 참^^ 알았다 얘^^ 지금 네 통장으로 쐈다^^'
사실 내가 용돈 때문에 이모한테 거짓말 한 전적이 몇 번 있어서 이젠 이모가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그래도 이모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나를 바른길로 이끌어 주신 부모님 같은 분이시다.
이모는 지금 미국에서 한창 잘나가는 의류회사 사장님으로 계신다.
은행 앱을 확인해보니 100만원이 들어와 있었다.
50만원만 보내달라니까.. 이모도 참...
이모한테 감동을 받으려던 찰나 쨍그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놔, 시파.... 김선호 이 남자 사고 친거 같...
엄마야, 유리컵이며 유리접시며 그릇이며 다 깨먹었네..
"이봐요!! 뭐한거예요!!!"
"아, 그냥 구경 한다는게.. 신기해서 만져보다가 그만... 미안하오.."
"아휴 증말 내가 못 살아!!! 이리 나와요!!"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깨진 유리조각들을 쓸어 담고 잔 조각들까지 청소기로 돌렸다.
김선호를 째려보다가 김선호를 이끌고 옷 가게에 와서 김선호한테 맞는 옷과 바지 속옷도 사고 마트에 왔다.
식기그릇을 고르고 반찬도 사고 집에서 먹을 인스턴트 음식과 간편 음식들을 사고 집에 왔다.
김선호에게 편한 의상으로 갈아입고 나오라고 했다.
"편한 의상이 뭐요?"
"아까 쭉쭉 늘어나는 바지랑 그쪽이 편하다고 했던 옷 말이예요. 그거 입고 나와요."
"아, 아, 그거요? 알겠소. 내 금방 갈아입고 나오리다."
"....으휴..."
김선호가 아까 샀던 의상으로 갈아입고 나오고 저녁을 먹고 있는데 현관문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 시바... 오늘 윤정이 오는 날인거 깜빡했다... 윤정이가 언니~ 이러면서 구두를 현관에 놓는 소리가 나고
김선호를 얼른 내 방 옷장에 들어가게 했다.
"부인, 왜 이러는거요?"
"조용히 있어요! 절대 나오면 안돼요, 알았어요?"
"저 처자가 누군ㄷ... 악!!!"
김선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옷장 문을 닫고 윤정이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윤정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기서 뭐하냐고 물었고 옷 정리하고 있었다고 얼버무리고 윤정이를 주방으로 데리고 왔다.
아오 씨... 심장 쫄려...
"음? 누구 와 있었어?"
"....어..?"
"여기 누가 밥 먹다가 만 것 같은데..."
"아, 아, 그게.. 나 혼자 두 사람 밥 차려놓고 먹고 있었어."
"아닌데.. 분명 나 오기 직전까지 누구랑 밥 먹은거 같은데..
솔직하게 불지? 말해봐, 언니 남자친구 있지?"
"뭐, 뭐, 뭔, 개소리야..!! 나, 남자친구는 개뿔, 야, 나 비혼주의자인거 몰라?!"
"스무살 밖에 안됐으면서 비혼주의자는 무슨..."
"하아;; 됐고;; 너 왜 왔냐;;"
"당연히 놀러왔지~"
하, 시바;;; 고윤정 얘 왜 왔어;; 윤정이는 이모 딸이다. 이모랑 이모부가 미국에 가 있으니 가끔씩 외롭다며 내가 사는 집에 놀러오곤 한다.
윤정이는 나랑 동갑이지만 5개월 늦게 태어났고 이모부 유전자를 세게 받아서 컴퓨터에 대해서 모르는게 없고
이모부가 국정원 출신이라 이모부가 윤정이를 국정원에 추천 넣었는데 붙었다고 이모가 말해줬다.
그래서 얼마전에 축하파티도 해줬구만 그새를 못 참고 우리집에 놀러왔다. 하필 오늘;;; 시바...
"지금 밥 먹고 치킨시키고 소맥말아서 먹자."
"그거 다음에 하면 안되겠냐? 나 과제도 해야하고.."
"과제? 뭔데?"
"아, 있어. 학교에서 여름방학으로 내 준 과제. 2학기 평점 걸려있다. 졸라 중요하거든?
아, 제발 좀 오늘은 그냥 가고 다음에 와라, 어?"
"치... 바쁜 일 끝내놓고 언니보러 달려온건데... 너무해..."
"후.. 알았어, 알았으니까 울지마. 일단 밥 먹고 있어봐."
윤정이를 달래고 내 방으로 와서 옷장을 열었다. 김선호 표정이 말이 아니다.
땀을 있는대로 흘리며 숨 막혀 뒤지겠단 표정으로 나를 보고는 웃으며 물어본다.
"부인, 저 처자는 누구요?"
"누구긴 누구예요, 내 사촌동생이지!
일단 사촌동생 어떻게든 재울테니까 그쪽은 내 침대에 누워있어요.
내 방은 동생도 못 들어오니까. 알았죠?"
"아, 알았소. 그리 하리다."
김선호를 타이르고 방에서 나와 윤정이랑 저녁을 먹고 치킨을 시켜먹으며 소맥까지 먹었다.
윤정이는 예상대로 뻗었고 거실 소파에 눕혀 이불을 덮어주고 방에서 김선호가 나왔다.
김선호가 이번엔 배가고파 뒤지겠단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본다.
"부인... 나 배 고프오..."
"미안해요, 얼른 밥 줄게요."
"아까 되게 맛있는 냄새 나던데..."
"아, 치킨. 마침 남았어요. 이리와요."
김선호를 자리에 앉히고 치킨 살을 발라주어 앞 접시에 놓아주었다.
김선호가 젓가락으로 집어먹더니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다가 맛있다며 더 달라고 말한다.
치킨 먹는법을 알려주니까 곧잘 먹는다. 콜라도 줘봤는데 콜라도 잘 먹는다.
이 남자 뭐든지 잘 먹는 남자다.
"생전 처음보는 음식들인데 엄청 맛있었소."
"다행이네요. 입에 맞지 않으면 어쩔까, 했는데."
"이제 난 뭐 하면 되오?"
"내 방에 가서 편히 쉬어요. 졸리면 먼저 자도 돼요."
"부인은 안 잘거요?"
"난... 할 일이 있어서요."
김선호가 알겠다며 내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식탁을 치우며 설거지까지 하고 나니 새벽 3시가 다 되었다.
하아... 방학 시작한지 사흘밖에 안됐는데 벌써 지치냐... 김선호는 어떻게 보내고...
김선호가 깊게 잠이 든 틈을 타 노트북을 가지고 나와 썼던 소설을 지울까 라고 다시한번 생각하다 쓰기 시작했고
언제 잤는지도 모른채 자다가 일어나니 윤정이가 없다. 아, 출근했겠구나. 라고 하는 순간 내 머리에 뭐가 붙어있다.
이마에 있는걸 떼고 봤는데 나는 눈이 땡그래졌다.
「언니 언제 결혼 한거야? 출근하려고 일어났는데 어떤 남자가 떡 하니 나오는거 있지?
그래서 언니 남친인 줄 알고 인사했는데 막 이상한 말투 쓰면서 나보고 처제라고 그러고
남자가 언니 남편이래. 우리 언니 비혼주의자 라면서 언제 남친 사귀고 결혼까지 했어?
조만간 엄마 아빠 미국에서 오라고 할게^^ 언니 남편, 아니 형부 너무 잘 생겼다^^」
김선호 이... 이... 이 새ㄲ...!!!!!!!!
"이봐요!!!!!!!"
"어, 어이쿠... 아, 부인 일어났소..?
난 처제 배웅해주고.."
"누구맘대로 남편이고 처제야!!!!!!!!!!!!!!!!!!!!!!!!"
"부인, 그건.. 그게.. 내가 거짓말을 잘 못해서.. "
"그렇다고 남의 동생한테 남편이라고 그러고 처제라고 그래요?!"
"그, 그... 미안하오."
"당신 뭔가 착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당신은 나한테 남편도 아니고 뭣도 아니라고요!!
그냥 당신은 내가 쓴 소설 속에 있는 허구 인물이라고!!!!
설마 당신 지금 실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겁니까?!"
"허구... 인물...?"
"그래요!!! 그러니까 제발 좀 설치지 말라고요!!
안 그래도 당신을 어떻게 소설 속으로 들어가게 할까 머리 터지겠는데
왜 자꾸 일을 벌리고 사람 짜증나게 만들어요!!!! 어휴 진짜!!!"
문을 쾅 닫고 윤정이에게 전화해 그냥 같은 과 동기라고 둘러댔다.
원래 말투가 이상한 말투를 쓴다고 했고 장난삼아 그렇게 말한거라고 전했고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었다.
핸드폰만 들고 나와 잠깐 산책을 하며 점집을 지나가는데 점쟁이 할머니가 나를 부르는건지 아가씨 라고 부른다.
고개를 돌려 나 부른거냐고 물었고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점집 안으로 들어왔고 할머니가 특별히 나한테만 공짜로 점을 봐주겠다고 했다.
"저 점같은거 안 믿는데요."
"아가씨 집에 지금 남자 있지?"
"....네, 그걸 어떻게 할머니가.."
"이땅의 역사에서도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서도 실존하지 않은 남자지?"
"....제가 글을 쓰고 있는데 그 글의 주인공이예요. 허구의 인물인데요.
제가 쓰고 있는 글에는 그 남자와 제 이름을 한 여자주인공의 사랑이야기죠.
이틀 꼬박 밤 새서 그 글을 쓰다가 잠이 들었는데 제가 그 여자주인공이 되어 있었고
그 남자는 저에게 부인이라고 부르고 있고...
그 글은 보름마다 한번씩 과거와 미래를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있어요."
"그런데 그 남자가 소설 속에 있다가 아가씨를 따라 여기에 왔지?"
"...네.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소설 속에서는 북한산 자락에 있는 시공이란게 있어서 극적으로 왔는데.."
"어쩐지 사흘전에 하늘의 기운이 심상치 않더라니..."
"제 잘못이죠. 제가 그 글을 쓴게.."
"지금 아가씨 집에 살고 있는 남자 사주가 좋지 않네."
"지금 쓰고 있는 글에서는 그 남자 완전 행복한데요..?"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이 현실세계로 왔다는건 큰일이지.
아가씨가 쓴 소설에서는 행복할 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시공을 넘고 현실세계로 왔으니
그쪽 세계에선 그 남자 죽을수도 있어."
"죽어요...?"
"그래. 그 남자한테서 죽을 팔자가 보여. 시공이란거 매달 보름마다 그쪽 세계와 현실세계에서 동시에 열릴 수 있네.
그 남자가 시공을 초월해 현실세계에 한번이라도 온다면 그 남자는 그 세계에서 죽네."
"......."
"그 남자는 아가씨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게 보여. 하지만 아가씨가 살기 위해선 그 남자에게 단단히 일러둬.
다시는 현실세계에 오면 안된다고. 오면 그쪽 세계에서 죽는다고. 알겠나?"
"......."
*
"......."
"부, 부인..."
"......."
"그... 아까 아침 일은 정말 미안하오. 내가 많이 반성했소.."
"....네."
"부인.. 괜찮은거요?"
"....괜찮아요."
"그렇담, 다행이오! 아, 내가 부인 기분 풀어주려고 맛난거 만들어봤소. 이리 와보시오."
집에 들어왔는데 김선호가 나에게 미안하다며 반성한 표정으로 말하고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맛난걸 만들어봤단다.
주방에 오니 달고나를 만든 것 같다. 김선호가 하하 웃으며 자기가 만든거라고 한번 먹어보라며 나에게 달고나를 먹여줬다.
맛있네. 맛있는데 왜 울컥해지냐...
"부인, 어떠오? 맛있소?"
"...네.. 맛있어요.."
"내가 유일하게 만들 줄 아는게 이거요. 돌아가신 어머님이 알려주셨...
부인 기분이 안 좋은거 같은데.."
"아니예요. 좋아요."
"그... 생각해봤소. 내가 허구의 인물이란거에 대해서."
"......."
"아무리 내가 허구의 인물이지만 난 부인을 사랑하오.
부인은 나를 사랑하지 않은 것 같지만 나 혼자라도 부인을 사랑하겠소."
"......."
"대신, 부인은 그저 내 옆에만 있어주시오. 그거면 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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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핑키포키 입니다:D
언제 글 쓸지 모른다고 했던게 일주일 전인데 언제 다음편 나오냐는 댓글들이 많아서 빨리!!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2주는 걸렸었을 글...😅)
1화인데 벌써부터 슬픈예감 드는건 저만 그런게 아니겠쥬...😥....
다음에 또 올게요🙇♀️
(여자주인공 TMI를 드리자면 여자주인공 부모님은 여자주인공이 어렸을때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이모와 이모부가 정성껏 키웠죠! 약간 성격이 지ㄹㅏㄹ...인게 흠이긴 하지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