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여김없이 열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이 돼서 뭘 먹을까 차장님이랑 둘이 고민 중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이과장님도 함께 가게 됨
"뭐 먹을 거야"
"몰라"
"모르는 게 어딨어"
"너 팀에서 왕따냐?"
"아니"
내려오는 중에 두분이서 또 투닥거리시는데 언제봐도 재밌음
저번에 갔던 비빔밥집에 왔음. 오늘도 내 밥은 차장님이 대신 비벼서 건네주셨음
"내 것도 해줄래"
"너 왜그러세요 진짜"
차장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짜증이 얼굴에 드러남
"커피가 사는 거야?"
"그러죠 뭐"
밥을 먹다가 이과장님께서 입을 여시니까 차장님이 또 이과장님을 쳐다보심. 아니 노려봄
"왜 자꾸 우리애한테 빌붙어"
"내가 뭘, 서운하다"
"아 그래~ 그래~ 내 돈 주고 먹어야지 뭐~"
차장님이 한심하다는 듯이 과장님을 한 번 쳐다보고 자켓을 챙겨 카운터로 가셔서 계산을 하고 먼저 나가심
"뭘 곱게 해주는 법을 몰라, 그치"
이과장님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냥 허허. 하고 웃었더니 까칠해,까칠해. 하심
양치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이대리님이 자리에 앉으셔서 나를 부르심. 모니터에는 반지사진이 있었음
"주변에 물어볼 여자가 없어서. 이거 괜찮은 것 같아?"
여자친구분과 커플링 맞추신다는데 역시 박대리님이 나보다 보는 눈도 나으신 듯 함. 어느새 차장님과 이대리님도 옆에 오셔서 넷이 함께 반지에 대해 토론 함
-
일찍 퇴근을 하고 간만에 차장님이랑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함.
쇼핑몰 건물에서 밥을 먹고, 영화관이 있는 옆 건물로 넘어가서 표를 끊고 조금 일찍 상영관에 들어와 자리에 앉음
화장실에 다녀 오시겠다던 차장님이 광고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의 그 긴 시간동안 돌아오지 않으심
"뭐하다 이제 왔어요"
"영화 시작해요"
그렇게 영화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차장님께서 내 왼팔 소매를 살짝 걷고 처음 보는 시계를 채워주시곤 아무일 없다는 듯 다시 스크린으로 눈을 돌리심
이게 뭐냐고 속삭이며 묻자 조용히 하라는 말밖에 안하셨음
영화가 끝나고 제일 마지막으로 상영관을 빠져나와서 (차장님이 어떤 영화던지 엔딩크레딧까지 꼭 보셔서) 뒤늦게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니 차장님이 평소에 자주 차고 다니시던 브랜드, 비슷한 디자인의 시계가 내 손목에 채워져있었음
"이게 뭐에요"
"시계"
"그건 저도 아는데"
"아는데 왜 묻나"
"..."
"손목이 허전해 보여서 하나 샀어요"
"괜찮은데 정말"
"마음에 안들어요, 그냥 거기 직원이 예쁘다는 거 샀는데. 반지보다는 시계가 효율적이고, 뭐"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ㄱ.."
"비싼 거 아니니까 그냥 차고 다녀요"
"오늘 무슨 날이에요?"
"아닐걸"
"잃어버리지나 말고"
그럼요, 당연하죠.
시계를 팔에 묶어둬야 하나, 붙여야 하나 하며 커피숍에 감
-
"그래서 막 이부장님이..."
얘기를 막 하다가 차장님을 딱 봤는데 차장님이 나를 빤히 보고계셔서 흠칫 놀라 왜요? 하는 표정을 지음
"...?"
"아니, 그냥 말 수가 많아진 것 같아서"
"아.. 그래요"
"싫지 않다고"
좋으면 좋다고 하면 되는데 꼭 저렇게 싫지 않다. 나쁘지 않다. 하심. 나도 뭐라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냥 또 허허. 하고 웃음
혼자 간다는데 굳이 태워다 주신다고 하셔서 차장님 차를 타고 집으로 옴
잘 준비를 하고 누워서, 뭐라고 문자를 보낼까 고민하다
[오늘 감사했어요 편히 쉬시고 내일 회사에서 봬요!]
하고 조선시대에 부모님께 문안 인사 올리듯 나름 이모티콘까지 붙여서 문자를 보냈는데
[네 11:49]
하고 답장이 옴. 무슨 컴퓨터끼리 대화하는 것 같아 피식거리다가 잠이 듦
[잘자요 12:01]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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