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요? 아, 진짜... 이 얘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제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여주 누나. 나랑 어릴때부터 한 동네에서 살았어요. 나랑 몇살 차이도 안나서 거의 같이 자라다시피 했던 누나에요. 내가 어릴때부터 그랬거든요? 크면 누나랑 결혼 하는 게 꿈이라고. “너랑 내가 몇살이나 차이난다고 크면 결혼을 하겠대.” 하고 누나는 웃으면서 말했었는데.. 저는 누나가 웃으니까 그냥 따라웃고.. 그랬어요. 좋아하게된 계기는 몰라요. 그냥 어릴때부터 누나가 마냥 좋았으니까요. 제가 막 초등학교 졸업을 앞뒀을때, 그러니까 누나는 중학교 2학년 쯤 됐을때였나. 누나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간다는거에요. 그 소식 들은 날에는 진짜 너무 슬펐어요. 그냥 누나랑 나는 평생 이 동네에서 같이 놀고.. 그럴 것 같았거든요. 그때는 진짜 어렸으니까. 물론 누나앞에서는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누나도 다 알았을거에요. 제가 엄청 슬퍼한거. 그 날 집에가서 엉엉 울었어요. 여주누나가 이사간대. 이제 같이 자전거 타자고도 못하고, 동네 길고양이들한테 밥주러 같이 가자고도 못해. 학교 끝나고 같이 버스도 못타. 엉엉 어떡해. 나 누나없이 이 동네에서 어떻게 살아. ..그랬어요 정말로. 누나는 저희 동네에서 버스로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로 이사를 갔어요. 일주일에 한번은 누나를 보러 그 거리를 달려 갔어요. 한 주도 빠짐없이. 누나는 그냥 미안해했었는데 제가 좋아서 보러간거니까 괜찮다고, 늘 그렇게 말했어요 누나한테. 누나 얼굴도 볼 수 있는데 3시간이 대수인가. 아무튼 그냥 그렇게 지냈어요. 누나는 고등학생이 됐고 저는 중2가 됐고. 아 맞다. 이때였어요. 확실히 기억해요. 누나한테 처음으로 남자친구가 생겼거든요. 전 진짜, 진짜 충격이었죠. 생각해보면 누나가 나랑 사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저 혼자 마냥 좋아한건데도 왜 그렇게 충격이었는지. 누나한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걸 알게된 날이 누나가 우리동네에 절 보러오겠다고 한 날이었어요. 그 전날 입을 옷도 미리정해놓고.. 형한테 빌려서 왁스라는 것도 발라보고 .. 내일 여주 누나랑 어디가지, 뭐하지 상상하느라 잠도 못잤다니까요. 그 날 일이 터졌죠. 누나 한번, 누나의 남자친구, 그러니까 전! 남자친구 한번..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있는데.. 그 형이 먼저 누나한테 물었던 거 같아요. "누구야?" 혼자서 수백번도 더 생각해본 질문. 여주 누나한테 난 뭘까? 동네친구? 이건 아니지.. 동생? 뭐 동생.. 이긴한데 그래도 이것보다는.. 나랑 가장 친한 친구? 아 이거, 이것도 좋다.. 하지만 나는 누나한테 그냥 동생이고 싶지않아. "응 지성이라고, 그냥 동네 아는 동생이야." 심장이 덜컥, 진짜 덜컥 내려앉는다는 게 뭔지 그때 처음 알았어요. 누나의 남자친구고 뭐고, 그냥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아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러운데 그 땐 진짜로.. '여주 누나. 누나한테는 내가 그냥 동네 아는 동생이야? 내가 왜 매일같이 그 먼 거리를 달려갔겠어... 내가 누나 좋아하니까 그렇지.근데 난 누나한테 그냥.. 동네 동생..' 입에서만 달싹거리고 차마 입밖으로 나오진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급한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집으로 도망치듯 뛰어갔어요. 그 날 이후로 누나를 만나러 가는 것도 그만뒀어요. 누나한테 전화도 몇 번 왔는데 답도 안하고. 솔직히 안 보고싶었다면 거짓말이겠죠. 매일같이 보던 얼굴인데 엄청 그리.. 웠죠.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리워한게 맞아요. 사실 저 진짜 마음 굳게 먹었었거든요. 그래서 억지로 외면했던 거 같아요 그 감정을. 언제였더라. 일년 쯤 지나서였나? 누나가 저희 집에 찾아왔어요. 솔직히 전에 상상도 해봤었죠. 여주 누나가 나 찾아오면 어떡하지? 차마 밀어내진 못할거야.. 아니야, 그래도 난 그때 진짜 상처받았었는데. 이런저런 생각. 다 소용없는거였어요. 너 보러왔다는 여주 누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런 다짐은 다 무너져버리더라고요. 이제 그만 좋아할거라는 다짐이요. 저희가 자주가던 공원있거든요. 길고양이들 많이 사는. 거기 벤치에 앉아서 누나랑 엄청오래 애기했던거 같아요. 그때 못들은 얘기도 듣고요. 누나가 미안하다고 했던 것 같아요. “너 나한테 그냥 아는 동생 아니야. 되게 되게.. 소중한 그런.. 거지.” 누나는 남자친구랑 헤어진지 오래였어요. 그 형이 누나한테 그랬대요. "지성이 너 좋아해. 걔 눈만 보면 모르겠어?" 누나는 몇 번이고 저를 보러오고 싶었는데 그 형이 떼를 쓰고 못 가게 했대요. 자기가 뭔데. “박지성. 나 너.. 그니까 우리에 대해서 진짜 생각을 많이 해봤거든.” “.. 내가 미안해. 누나 그 한마디에 누나 보러도 안가고 연락도 안하고.. 내가 진짜 어리고 바보같았어. 나 이제 전처럼 누나 보러 갈게. 연락도 매일하고.. 전처럼 잘 지내고 싶어. 그러니까 나랑..” 그땐 누나가 이제 저랑 거리를 두려는 줄 알았어요 정말로. 그래서 뒤늦게나마 매달렸었죠. 뭔가 의미심장해 보이는 게 .. 처음이었거든요. 누나 그런 표정 짓는거. "박지성. 그 전에 이건 확실히해야지." “..뭐를?” “너 나 좋아해?” 누나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어요. 그냥 눈물이 났어요. 아니 누나는 진짜 그걸 몰라서 묻나? "어. 나 누나 진짜 좋아해. 그것도 엄청! 엄청 좋아해. 안좋아하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그냥 안돼 나는.. 몰라. 나 누나 진짜 좋아한단 말이야. 근데 누나는.." 여주 누나 앞에서 운 건 처음이었어요. 옷 소매로 눈물을 막 닦으면서 정신없이 내뱉느라 사실 저도 무슨 말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요. 확실한 건, 누나가 "울지마. 나도 너 좋아하니까." 그랬었죠. 근데 전 그 말 듣고 더 울었어요. 웃기죠. 아마 그건 감동의 눈물이었을거에요. 그 날 이후로도 우리 둘은 그대로에요. 물론 제 마음의 크기는 더 커졌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더 누나를 좋아하고, 앞으로도 그럴거니까.. 근데 저 진짜 진짜 행복해요. 누나도 저를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로 저는 진짜 행복하거든요. 요즘에도 누나가 장난으로 저한테 물어봐요. 지성아 넌 꿈이 뭐냐. 저는 그냥 대놓고 말해요. 여주 누나랑 평생사는 거. 첫사랑이랑 결혼하는 게 내 꿈이거든 누나. 다들 비웃지마요. 저 진짜 누나랑 결혼할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