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2 # 스마일 |
" [이젠 형이 미안해 하지않아도 돼, 나는 괜찮으니까. 그러니까 미안하다는 말 하지마.] "
흐흐흐 하고 웃던 쑨양은 변태같다며 태환에게 꿀밤을 맞고서, 일어나서 책을 꺼내 수업을 준비했다. 그 어린 시절 한국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놀림받던 쑨양은 어느새 훌쩍 자라서 한국어로 욕하는 사람들에게 영어로 되려 반박 할 수 있을만큼 성장했다. 그에 반해, 태환은 여전히 친한동생이 욕먹는거에 대해서 미안함을 느낄정도로 변하지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분에 못이겨서 어릴때처럼 울지는 않았지만‥.
by.팊
5교시 수업이 끝난 후 태환은 거의 기절 상태였다. 배에 음식물도 들어갔겠다, 노곤노곤한 정신상태는 태환을 괴롭혔다. 생각보다 쑨양은 멀쩡하게 고개를 들고 수업을 모두 듣고 있었다. 시선만 힐끗 거리던 태환은 들리지않게 끄응 앓으며 미간을 꾹꾹 눌렀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자말자 책상에 뻗어버렸다.
" 형, 또 자? "
쑨양은 아직 한국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했기때문에 깜짝 놀래서 고개를 숙으며 태환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팔을 뻗어 그의 이마를 더듬더듬 만져봤다. 그러자 태환은 가만있다가 피식 웃으며 손을 살짝 뿌리쳤다.
" 그런거 아니야. 아‥. "
다행이라며 손을 거둔 그는 교과서를 덮고 기지개를 쭉 켰다. 가만히 보고있던 태환은 무의식중에 ' 아, 정말 길다... ' 하고 생각했다. 고개를 절레이며 정신을 차린 태환은 다시 똑바로 앉아서 책가방을 책상에 올리더니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했다.
" 어? 응. 이제 훈련가야지, 앉아 있느라 죽는줄 알았네. "
" 나도 훈련, 형이랑 같이. "
쑨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저도 따라서 가방을 척척 싸기 시작했다. 태환은 잠깐 선생님과 이야기가 다 끝난건가? 하고 고민 했지만 묻지는 않기로 했다. 쑨양은 기분이 좋은지 흥얼거리며 가방을 챙겼고, 태환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 태환은 교실을 벗어났고, 그런 태환을 쑨양은 강아지마냥 졸졸 따라나갔다. 운동장을 벗어나는 동안에도 쑨양은 태환의 뒤를 따라왔고, 잠시 미간을 찌푸린 태환은 우뚝 멈춰섰다. 쑨양은 부딪히지않게 움찔하고는 저도 멈춰섰다.
" 자꾸 뒤따라오니까 뭔가 이상하잖아. 옆에서 같이 가자고. "
" 아‥, 그런가? "
쑨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그 큰 덩치로 쫑쫑 걸어서 태환의 옆에 착 하고 섰다. 태환은 그의 아쉬운듯한 얼굴에 고개를 기우리며 다시 발걸음을 땠다.
" 형 뒷모습 좋아. "
" 뭐어? 왜? "
" [엄마, 수영장에 가기 싫어. 나는 수영 하기싫어.] "
계속 해서 아이는 수영장과 가까워 질 수 록 초조해하며 눈빛이 흔들렸고, 건물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이젠 맨땅에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한걸음 한걸음 움직였다. 어머니의 팔을 잡고 늘어진 아이는 이내 눈물을 보이고 울기 시작했다. 곤란함을 느낀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잠시 멈춰섰다.
" [쑨양, 이러면 엄마 화낼거야.] "
쑨양의 어머니는 눈을 깜빡이며 그 작은 아이를 보았다. 그리고 작게 그래, 안녕. 이라고 답해주었다. 그 아이는 울고있는 쑨양의 손을 낚아채어 잡았다. 쑨양은 울다말고 움찔하며 고개를 들어 그 아이를 보았다.
" 니하오! "
" 你‥你好…(아,안녕) "
어린 태환은 아직 울상인 쑨양의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왠지 따라서 웃고싶어지는 웃음이였다. 말을 알아들을수는 없었지만, 태환은 그대로 쑨양의 팔을 잡아당겨 앞서서 뛰었다. 그 뒤를 손을 잡힌 쑨양이 따랐다. 쑨양은 이미 어머니의 존재를 잊었다. 자신을 앞서 뛰어가는 이 여리고 작은 아이의 뒷모습만 뚫어져라 보고있었다.
" 양양. 이거봐라 나 새수영복 샀다! "
태환은 쑨양의 이름을 들은 뒤로 끝자리인 양만 두번 불러, 양양. 이라고 불렀다. 옷을 꼼지락 벗고있던 쑨양의 눈앞에 태환은 작은 꽃무늬 수영복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쑨양은 유심히 그 수영복을 바라봤다.
" 응? 뭐라구? "
" [내일 그거 입을거야.] "
" [형은 나보다 쪼그만한데 엄청 큰거같아.] "
" 푸하, 하? "
물 안에서 레일을 잡은채 발을 움직이던 태환은 고개를 물에 담갔다가 들며 숨을 내쉬었다. 쑨양은 태환의 바로 맞은 편에서, 역시나 레일을 잡고 발만 움직이고 있었다.
갑자기 시무룩해진 쑨양을 보던 태환은 그 이름을 크게 불렀고, 쑨양은 고개를 들어서 태환을 바라봤다. 태환은 이번에도 환하게 아주 환하게 웃고있었다.
" 웃어! 우리 엄마가 웃는게 좋은거랬어. 스~마~일~! "
" 아니, 아직. 형 경기, 쑨양 봤다."
" 너 지금 이래서 대회를 나가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 50바퀴 더 돌아! "
" [쑨양, 너는 내가 가르칠게 없어. 호주쪽으로 유학을 가지 왜 한국으로 온거니?] "
" [같이 훈련 하고싶어요.] "
" [국대팀이랑? 그치만 너는...] "
" [전략을 뺏으러 온거 아니에요, 그냥 저 선수와 함께 훈련하고 싶어요.] "
" 으음.. "
" 악! "
‘ 아, 죽을거같다. ‥아니 죽고싶다 진짜. ’
‘ [‥조금은 쉬면서 해도 될텐데.] ’
쑨양은 그런 태환의 발장구가 안쓰럽게만 느껴졌다. 이미 쑨양의 체력도 바닥이 난 상태였다. 그런 쑨양보다 더 많은 왕복을 한 태환을 바라보며 쑨양은 그는 정말 대단하고 무서운 선수라는걸 한번더 깨달았다. 태환은 50번의 왕복이 끝나고 물에서 나올 힘도 없었다. 길에 늘어진 레일에 기댄채 눈을 내려감고 아찔한 눈앞을 애써 정리해야했다. 그런 태환의 눈 앞에 불쑥 커다란 손이 하나 나타났다.
" 어‥? "
" 가자, 형. 배고파. "
" 형, 죽겠다. "
쑨양은 입꼬리를 양껏 내리며 삐죽거렸다. 눈을 감고 있던 태환은 그런 쑨양을 보며 키득거리며 웃었다. 안죽어. 라고 말하며 쑨양의 다리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 형, 조심해. "
" 쑨양, 한국 훈련 괜찮았어? "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태환을 부른 쑨양은 시선을 내려 태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환은 고개를 들었다가 그 시선에 잠깐 움찔하고는 다시 한번 더 왜? 하고 재차 물었다.
" [결심했어. 진짜 형의 옆에 나란히 서기 위해서는 한동안 더 형의 뒷모습을 봐야할거 같아, 나.] "
" 아... 중국어 하지말라니까. 너 나 놀리는거지? "
" [금방 내가 형 뒤따라 갈게. 항상 그랬던거처럼 얼른 따라갈게. 내가 형의 등 뒤에 바짝 붙으면 그때는 지금처럼 이렇게 나를 꼭 형 옆에 세워줘.] "
" 놀리지 말라니까‥ "
" 바보 "
" 뭐 임마? "
태환은 빨끈해서 눈썹을 꿈틀거리며 쑨양을 바라봤고, 쑨양은 그런 태환을 보다가 흐흐흐 소리내서 웃었다. 태환은 이놈이 미쳤나 하면서 가만히 봤다. 쑨양은 자신의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쭉 끌어올리고 태환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바보같다고 생각한 태환이였다.
" 형, 스~마일. "
" 뭐? "
" 형이 나 울면 맨날, 스~마일. "
" 어? 아‥ 그걸 다 기억해 넌? "
쑨양은 그 말에 충격적인듯 벙찐 표정으로 태환을 바라봤다. 기억 못해? 라는 듯한 무언의 눈빛에 태환은 괜시리 미안해져서 어, 그게 어‥ 그래 내가 그랬지! 하하하! 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쑨양은 입꼬리를 쭉 늘어뜨리고 그 넓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마치 비 맞은 커다란 강아지 같았다. 태환은 어쩔 줄 몰라하며 끄응 거리다가 쑨양의 어깨를 잡았다.
" 스~마일, ‥양양. "
쑨양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어릴때와 같은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태환이 보였다. 아니 그보다, 어린시절 불러주던 그 이름을 다시 불러주는것에 더 포커스를 맞춘 쑨양이였다. 쑨양은 기억해준 태환이 고맙고, 또 좋아서 바보같이 다시 한번 더 소리내서 웃었다.
" 쑨양, 이쪽. 再见(잘가), 형. "
" 어,어어? 야? 쑨양? "
‘ 언제 저렇게 컸지, 저녀석‥ ’
태환은 쑨양이 사리진 길을 다시 한번 돌아봤다가 파란불로 바뀌어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가방끈을 고쳐매며 작게 웅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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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블라 " -한국어
" [블라블라] " -중국어
팊.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분량도 짧은데 늦었네요 ㅠㅜ
죄송합니다..ㅠㅜ 아 뭔가 이번편 너무 맘에 안들어서
진짜 썼다가 다시 다 지워버릴까 하고 너무 고민을 해서..
ㅠㅜ 다음편에서는 시간이 좀 많이 지날거에요
이번편 진짜 맘에 안드네요... 에휴 죄송합니다 ㅜㅡ
아 그리고 여러분들이 달아주는 댓글은 매일매일 확인하고 있어요!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과분한 칭찬들이 많아서 저 좋아쥭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