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파는 처음인데요
w.1억
씻고 나와서는 혼자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오면, 우도환도 씻고 나왔는지 머리칼이 조금 젖은 상태로 통화를 하고있다.
"……."
통화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다. 우도환의 팔뚝을 보느라 못 들은 게 분명하다.
통화가 끝나기만 기다리다 인사를 하고 가야 되나..싶다가도 나한테 시선조차 주지 않는 우도환에 그냥 포기를 하기로 다짐한다.
하던 도중에 처음으로 키스했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내 잘못이었던 걸까.. 그냥 애무중에 하나였던 건가..
전화중이라 내 목소리는 안 들리겠지만.. 그래도 신발을 신으면서
"저 갈게요...!"
인사를 하는 것 자체가 아주 한심하고, 불쌍하다. 애초에 섹파였으면서 기대를 한 것도 불쌍하고..
오늘도 난 우도환을 힐끔 본다. 우리과 여자들은 장기용과 우도환을 보기 바쁘고.. 우리과 뿐만이 아니라, 학교 전체가 저 둘 때문에 다들 혼란스러워한다.
턱을 괸 채로 대각선에 앉은 우도환을 보고 있는데.. 우도환이 고갤 돌려 이쪽을 보았고, 나는 바로 다른 곳을 본다. 나를 본 건 아닐텐데.. 나 혼자 설레발이지..
"야 이지.. 넌 무슨 아침에 밥 먹고 왔다고 자랑하고싶어서 안달났냐..? 밥풀 묻음."
"뭐... 진짜???"
"어, 진짜."
"아쒸.."
아쒸- 하고 급히 핸드폰 화면으로 얼굴을 보면.
"아!!진짜!!!!!!!!"
또 뻥이다. 또...
강의 시작 5분 전.. 조별발표가 있어서 조별대로 앉아야 했고, 나는 가영이랑 진구를 흔들어 깨운다.
조별대로 앉으려고 했을까.. 우리조 여자들이 내게 다가왔고, 나는 벌써부터 표정 관리가 하기 힘들어졌다.
"발표는 네가 하는 거야?"
발표는 우리가 할게! 라고 말한다면 그래도 기회를 주려고 했었다. 그치만, 얘네는 나를 만만하게 본다.
내가 항상 너네한테 착하게 대했으니까. 그치? 내가 만만한 거잖아. 너무 기분이 상했고, 나한테 잘해주지않는 사람한테 잘해줄 필요가 없다 느껴졌다.
"응. 나랑 기용선배랑 같이 발표할 거야."
"기용 선배도? 선배가 한대?"
"응. 기용선배랑 둘이서 과제 다 했어."
"엥? 둘이서?"
"그리고 우리 조별과제도 너네 이름 뺄 거야."
"뭐?? 왜????"
"너네 안 했잖아."
"…여태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이름을 뺀다그러면 어떡해??? 이제 우리 막 취업도 나가야되는데! 지장 생기면 어쩔 건데..! 일부러 안 한 것도 아니고! 다음 과제는 우리가 하면 되잖아!"
"아무튼 너네 이름은 뺄 거니까. 교수님한테 직접 가서 부탁해봐."
"야..!"
자리에 앉으려고하면 여자 세명이서 나를 안 좋게 바라본다. 이게 내가 잘못한 건가? 강의실에 모두가 나를 바라본다. 이런 관심은 필요 없는데 말이다.
비몽사몽하던 가영이가 인상을 쓴 채로 '야!'하고 소리쳤고.. 진구가 가운데에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뭐 문가영 넌 빠져."
"니네 일부러 지 혼자 나오게 하고, 니들끼리 카페 갔다며. 양심이 너무 없네."
"우리가 카페를 갔다고? 야 우리 카페 갔냐?"
우도환도 나를 보고있다. 너무 쪽팔렸다. 이 상황이.. 분명 내 잘못이 아닌데도 너무 쪽팔려서 도망치고 싶었다.
강의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곧 장기용이 내 책상 위로 음료수를 내려놓더니 마치 나를 지켜주는 듯 내 앞을 가로막고 서서는 말한다.
"뭐 때문에 이래?"
"선배!.. 지랑 같이 과제했어요?? 저희 이름 뺀다고 그러잖아요..."
"응. 같이 과제했는데. 그리고."
"……."
"이름도 내가 빼라고 했어."
"……."
"지야 앉아."
앉으라며 의자를 끌어주길래, 나는 괜히 뻘쭘해서 장기용을 바라보았고.. 장기용이 웃으며 내 어깨를 눌러 강제로 의자에 앉히고선 말한다.
"앉아서 이거 마셔."
그러다 또 저 멀리 가영이랑 눈이 마주치면, 가영이가 오오- 하고 입을 모아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왜 저래 진짜...!!
"선배! 이거..요..."
과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이 많은 여학생이 도환을 불렀고, 도환이 뒤를 돌아보면.. 여학생이 편지와 초콜렛을 준다.
여학생이 얼굴이 붉어져서 고갤 숙이고, 도환은 말한다.
"…아, 고마워."
잠시 도환과 기용이 멈춰있는 동안, 지가 친구들과 함께 도환과 기용을 지나쳐 건물에서 빠져나갔고.. 도환이 사이좋게 진구와 어깨동무를 한 지를 힐끔 본다.
오전 강의만 있어서 학교는 빨리 끝났고, 도환의 집에서 기용이 밥을 먹는다.
라면을 먹으면서 정신이 핸드폰에 팔린 기용에 도환이 기용을 힐끔 보며 말한다.
"뭔데 핸드폰에 그렇게 집중을 하고 그러냐?"
"아니, 우리과 단톡방 웃겨서."
"단톡방?"
도환은 뭔데- 하다가도 궁금한지 핸드폰을 꺼내 단톡방에 들어가보았고.
여진구- 혹시 아직 학교인 사람~ 나랑 같이 밥 먹을 사람~ 손~~
문가영 - 이지 피시방 감.
여진구- ㅇㅋ 이지랑 브리또 먹는다.
이지- ? 내 의견은?
이지와 친구들이 떠들고 있으면, 도환이 멈칫하고 보다가도 기용을 바라본다.
"얘네만 보면 그냥 막 너무 귀엽더라. 애들이 지만 괴롭히는 것도 귀엽고.. 안 그러냐?"
"…어, 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
"그 여자애랑 둘이서 과제했어?"
"아, 응. 우리조 여자애들이랑 사이가 안 좋나봐. 지가 혼자 과제할 뻔 했었거든."
"아, 그래?"
"응. 되게 약할 것 같았는데. 알고보면 그것도 아니더라."
"…왜?"
"겉으로 봐서는 그냥 하얗고 순수해보이는데.. 알고보면 자기주장 강하고 본인은 잘 지킬 줄 아는 것 같아. 엄청 듬직하다고 해야되나."
"…아.. 하긴."
"……."
"순수하게 생기긴 했어."
"관심 없는 것 같더니 언제 또 봤대."
"같은 강의실에 몇시간을 있는데 알지. 새끼야."
"오케이."
도환은 말 없이 라면을 먹고있고, 기용은 여전히 미소를 띄우며 핸드폰을 보다가도 핸드폰을 내려놓고서 라면을 먹는다.
식탁 위에 올려진 기용의 핸드폰 화면엔 지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띄워져있었고.. 도환이 봤으면서도 모른 척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이지 좋아하냐?"
"음.."
"……."
"비밀인데."
"야이 미친놈아."
"ㅋㅋㅋ뭐 새끼야 ㅋㅋㅋㅋ."
"야 근데 장기용 선배가 너 좋아하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 뭐 같이 밥 먹자고도 안 하냐? 막 카톡도 안 와?"
"아, 아니야... 그런 거 아닌 것 같아;;;;"
"야 왜! 그 선배 눈빛 멜로 눈깔!!! 딱 봐도 좋아해."
"…아냐."
"카톡 안 와?"
"어, 안 와."
"그으래...? 카톡을 안 한다...? 슬슬 카톡 올 때가 됐는데...."
"-_-.. 아니야.....................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왜 날.."
"야 너 예뻐! 충분히 예뻐! 여태동안 네가 진짜 못된 남친만 만나더닌 아주.. 자존감이 바닥이구나?"
맞다... 여태 나한테 예쁘다고 한 번도 해준 적 없는 남친이랑만 사겨서 그런가.. 내 자존감은 바닥났다.
그래서 더 못 믿겠는 거다. 장기용 선배가 나를..? 근데..........
"감사합니다...!"
뭔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3일째.. 장기용이 나에게 아침마다 음료수를 준다. 오늘은 심지어.. 젤리도 같이 줬다.
그리고.. 또 심지어.. 오늘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정말인 걸까? 무조건 무조건!! 날 좋아해서 하는 행동은 맞는데. 얼굴이 아니잖아.. 얼굴이 날 안 좋아하는 얼굴이잖아...
"ㅍ_ㅍ...."
"…왜 아까부터 그렇게 쳐다봐...? 나 뭐 잘못했나?"
"…에? 아, 아뇨?"
"레이저가 막...."
"ㅍ_ㅍ....."
"여봐 지금도!.."
"기분탓..!일..걸요...?"
자연스레 장기용의 옆자리엔 우도환이 앉았고.. 나는 또 힐끔 보게 된다. 몰래 훔쳐보는 건 전문이지 아주 그냥...
3일 동안.. 장기용이 내게 음료수를 줄 때 우도환은 내게 연락 한 번 없었다. 여자친구라도 생긴 걸까.. 턱을 괸 채로 또 한참 이상한 생각만 한 것 같다.
정작 우도환은 날 보지도않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데.. 나만 계속 의식을 한다. 의식을 안 하는 게 더 웃긴 거겠지만..
스윽- 하고 장기용이 자신의 노트를 내 손 옆으로 밀어보였고, 뭔가 싶어서 장기용을 보면.. 장기용이 노트를 볼펜으로 툭툭- 친다. 그리고선 무심하게 다시 교수님을 바라본다.
[저녁 먹자]
아주.. 글씨 조차도 장기용 같았다. 완전 어른글씨.. 섹시한 글씨 말이다.
장기용이 나를 보고 웃었고.. 나도 웃음이 나왔다. 나도 장기용한테 빠지고 있는 건가.. 되게 사람 설레게 웃네.
장기용의 섹시한 글씨 밑으로 나도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네. 제가 살게요]
그럼 장기용은 내 글씨 밑으로 따봉을 그려보인다. 아, 귀엽게 그림까지..
학교가 끝났고, 저녁은 한 8시 정도에 먹기로 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밥을 먹기로 했고, 나는 먼저 가게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아서 메뉴를 보고있는다.
그럼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옆테이블에 앉은 여자들의 목소리가 너무 너무 잘 들린다.
"야 ㅅㅂ 개잘생김 방금 들어온 사람.. 대놓고 보지 말고 ㅅㅂ!!"
"헐 ㅅㅂ;; ㄹㅇ;;;"
모든 여자들이 반할 정도로 잘생긴 사람이다.
근데 그 사람이...
"침 떨어지겠다."
"에??? 아...!"
나랑 같이 밥을 먹고.. 나를 좋아하는 듯 행동을 한다.
옆테이블 여자들은 내 앞에 앉은 장기용을 여전히 힐끔 보고있고, 나는 메뉴판을 보다가도 장기용을 보고 말한다.
"좋으시겠어요."
"응? 왜?"
"잘생기셔서."
"…뭐야. 갑자기.."
"어딜가나 인기가 많으시니까..."
"…아닌데.. 나 인기 없어."
"에이.."
"ㅎㅎ 뭐 먹을래?"
"선배가 골라야죠! 제가 선배 사주는 건데."
"난 아무거나 잘 먹어."
"으음... 그럼! 무뼈닭발이랑 볶음밥!?"
"그래그래."
원래 이 조합엔 술이 맞는 건데. 술 마시자는 소리 없으니까 그냥 먹기만 하지 뭐.. '사장님'하고 손을 들고 사장님을 찾는데 장기용은 참 잘생겼다 그리고...
"무뼈닭발이랑 볶음밥 주세요. 사이다도 주세요."
"네~ 금방 나와요~"
"감사합니다."
예의도 바르다.. 어쩜 저렇게 완벽한가 몰라...
"…뭔데."
"네?"
"왜 며칠내내 그렇게 쳐다봐? 그냥 쳐다보는 건 절대 아닌데."
"…아."
"……."
"아니요.. 그냥.. 선배가 저한테 잘해주시니까.. 신기해서요."
"신기할 일이야 그게?"
"…신기하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배잖아요."
"……."
"다들 선배 좋다고 난리고.. 말 한마디 섞어보려고 난리고.. 밥 한 번 먹어보려고 난리인데.. 그냥.. 좀 이상해서."
"하나도 안 이상해."
"…에?"
"너만 보면 기분이 좋아져."
"저요???"
"응. 너 보면 나까지 순수해지는 느낌 들어."
"…저 안 순수한데요."
"그래그래."
"아니! 진짜 안 순수해요."
"ㅋㅋㅋ알겠어!"
"……."
"너 친구들이랑은 어떻게 친해진 거야?"
"아, 가영이랑 진구요..?"
어색하지는 않았다. 나한테 계속 말을 걸어줘서.. 진짜 너무 편하게 밥을 먹었던 것 같다.
밥을 다 먹고나서 나가려고 했을까.. 오늘도 또 매너있게 문을 열어주는 장기용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에게 이렇게까지 친절하고, 다정하게 해주는 사람이 있었나.. 항상 내가 따라다녔지..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장기용의 차 앞에 고양이가 누워서 애교를 부리고 있었고.. 장기용은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쭈그리고 앉아서 고양이를 만지기 시작했다.
여봐.. 진짜 안 어울리게 동물도 엄청 사랑하는 게 반전 매력이라니까.. 생긴 건 진짜.. 엄청 싸가지 없게 생겨서는 다정한 것도 반전이고...
"헐헐! 뭐예요..? 얘가 저 깨물려고 했어요!!"
"……."
"허으 근데 귀여우니까 참는다 짜샤..."
장기용은 참.. 사람이 좋다. 나는 진짜 변태인 건가.
장기용과의 밤은 어떨까 혼자 상상하다가도 바로 고개를 미친듯이 흔들었고.. 장기용이 나를 바라보며 '왜 그래?'하면.. 나는 급히 일어서서 말한다.
"소화겸! 한바퀴 돌아요!!"
"아, 어.. 그럴까?"
"네엡..!"
"야 같이 가..!"
후다닥 혼자 막 걸으면, 장기용이 어느새 내 옆에 바짝 붙었고.. 걸을 때마다 손끝이 닿는 게 참 너무 간지러웠다.
말 없이 걷는데 이것마저도 너무 간지러웠고.. 나는 한참 고민을 한다.
날 좋아하냐고 물어볼까?..하고 말이다.
"이상형이 뭐야?"
이제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장기용이 나에게 이상형이 뭐냐고 묻는다.
"…그냥 첫인상이 좋은 사람이요."
"아아, 그래?"
"선배 저 좋아해요?"
"…어?"
"그냥.. 김칫국일 수도 있는데요..."
"좋아하지."
"…아?"
"좋아하니까 아침마다 음료수 사주고, 너한테 말도 걸겠지. 내가 이래서 널 더 좋아해."
"…네??"
"생긴 거랑 안 어울리게 너무 직설적이야ㅋㅋㅋ."
"아.....근데!"
"응?"
"좋아한다면서.. 왜 술마시자는 소리 안 해요? 원래면.. 좋아하는 사람이랑 술도 마시고싶고 그런 거 아닌가.."
"…아직."
"……."
"난 너무 조심스러운데. 솔직하게 말해서.. 좋아하는 티를 많이 낸, 내 잘못이 크지만.. 너한테 좋아하는 거 들킨 게 제일 좀 그래.
만난지 며칠 안 돼서 좋아한다고 하면 웃기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 오해를 할 수도 있고, 의심을 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는데.. 내가 너무 티를 냈지.."
"……."
"우선 네가 부담스러워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었어."
"…아."
"무조건 너한테 만나자고 안 해. 그렇다고 더 부담스럽게는 안 하고 싶어. 내 감정보다는 네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그냥 신기했지.."
"…그럼."
"……."
"술 마실래?"
지금 내 감정에 충실하게 되었다. 그래서.
"…네!"
내 섹파의 친구라는 걸 새까맣게 잊게 되었다.
-
-
-
아, 하나님 그냥 둘다 가지면 안 되나요.
(무교임)
우돤 글인데 장굥글 같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다음화 불마크 맞구요오오오오
메일링은 똑같이 ! 2화에 암호닉 달아주신 분들에게 해드립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