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파는 처음인데요
w.1억
우도환은 다른 강의를 듣느라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어서 애들이랑 떡볶이를 먹는데.
난 편하게 떡볶이를 먹을 수가 없었다. 왜냐고..?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야 내가 그 선배가 너 좋아하는 거 확실하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 선배 키스 어떻디? 되게 잘하지?? 야야 침대에선?? 친대에선 어떻디? 그건? 커?"
"…야.. 내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냐..."
"야 왜 여자끼리."
"나 여자냐?"
"아니었어?ㅇㅇ"
"맞지."
"암튼! 그래서 어떻디?"
결국엔 또 나한테 시선이 온다. 키스는 어땠냐, 잠자리는 어땠냐 묻는데... 그럼 난..
"키스도.. 잘하고... 다.. 잘해. 일단.. 엄청 다정해서.."
"그럼 둘이 사귀는 거야? 1일?"
"아..아니 아닌 것 같은데."
"야!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했으면 사귀는 거지! 뭘 아닌 것 같은데야?"
"…글쎄."
말로 설명을 못하겠다.. 사귀자는 말도 안 했고.. 그리고 나는 지금 엄청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계속 고민이 되는 것이다.
장기용.. 그 선배는 정말 정말 완벽하다.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고.. 성격도 좋고, 잘생겼고, 키 크고, 다정하고.. 다 가졌는데.
그런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데 사귀어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부터 하는 내가 정말 정말 한심하다.
이 일을 누군가와 함께 고민하고 해결을 하고싶지만, 그럴 사람이 없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네한테 이걸 말해야 되나..
"왜애~ 왜 글쎄야~~~?"
"아, 조오옴..."
"아 왜애애~ "
가영이는 궁금증이 많이 아이다. 한 번 궁금하면 끈질기게 달라붙어 꼭 끝을 보는 성격..
여진구가 다행이도 가영이의 입을 틀어막으며 그만하라고 했고, 나도 동참하듯 고갤 끄덕이면.. 곧 진구가 말한다.
"근데 너."
"엉?"
"그 쇄골에 그건 좀 가려야 되지 않냐?"
"쇄골....?"
omg.............. 생각도 못 했다. 일어나서 옷 입고 바로 집에 가느라 신경을 못 썼고..
집에 가서는 장기용이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대충 옷을 입고 나오긴 했는데... 급히 파우치에서 거울을 꺼내 쇄골을 보면.. 이건 분명히 키스마크다..
"…완전 화끈하신데? 이야..."
괜히 어제가 떠올라 또 얼굴이 붉어졌고.. 급히 쇄골을 가린 채로 떡볶이를 먹으면, 가영이랑 진구가 나를 보고 웃기 바쁘다.
가영이랑 진구랑 같이 강의실에 들어서면서도 핸드폰 액정으로 내 쇄골을 보았다.
밴드를 붙이긴 했는데.. 그냥 다친 것 처럼 보이겠지? 목도 아니고 쇄골인데??... 한숨을 푹- 쉬다가도 또 부끄러워서 으흥- 하고 웃으면... 곧 누군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강의 잘 들었어? 밥은? 해장은 했어?"
"…네? 아, 아니..어.. 떡볶이 먹었어요!.."
"해장을 해야지.. 왜 떡볶이를 먹어~"
"아, 괜찮아요...! 속이 막 안 좋지는 않고..."
"그럴 줄 알고."
"…네?"
장기용이 곧 종이가방을 내게 건네주었고.. 나는 종이가방 안을 보았다. 우유란 우유를 종류별로 사온 것이다.. 허어억...하고 장기용을 올려다보면..
장기용이 뒤늦게 내 옆에있는 애들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진구랑 가영이 맞지?"
"어...어...네..!"
"네...? 아, 네!! 제 이름 아세요!?"
"알지. 지 친구잖아."
"오우오우오오오오! 선배가 제 이름을 알다니!..."
"아니 뭐.. 이름 아는 게 대수야? ㅋㅋㅋㅎㅎ"
"대수죠!!! 다들 막 도환선배 기용선배 하는데!! 연예인이 제 이름 불러주는 것 같고!"
"야 야..."
"ㅋㅋㅋㅋ"
"들어가자."
가영이랑 진구가 먼저 강의실에 들어섰고.. 장기용이 내 뒤에 따라 들어온다. 고갤 돌려 장기용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말한다.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그럼 나 따라 장기용도 엄청 조용히 속삭인다.
"다 마시면 또 사줄게."
"…아, 안 그래도 되는데.."
"얼른 들어가시죠."
강의실에 들어서면, 애들이 모두 장기용에게 인사를 했다.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박수를 받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
"……."
모두가 자리에 앉았을까.. 한참 있다가 또 우도환이 들어왔고.. 또 여자들은 미친다.
턱을 괸 채로 힐끔 우도환을 봤다가도 한숨을 내쉬었다. 조울증인가.. 심란하다가도.. 내 뒤에 대각선에 앉은 장기용과 눈이 마주치면 설레서 또 웃음이 나온다.
"야.. 기용선배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 꿀이.. 진짜.. 부럽다... 그리고 대견하다..씨.."
"응?"
"그냥 사겨. 왜 고민을 해?"
"…알아서 할게에....-_-.."
"아쒸 진짜.. 나도 눈호강 좀 하자. 맨날 쓰레기같은 남자들만 골라서 사귀다가 정상적인 사람 만나는 거 처음 봐서 그런다! 그리고 기용선배 얼굴이면 진짜 연예인 급이지!...
솔직히 저 얼굴로 서울가면 길거리 캐스팅 하루에 10번은 당할 듯? 키도 180후반대고.. 심지어..."
"……."
"크다며.."
"아니, 야아! 쉿..쉿!!..."
"이 언니 눈호강 좀 하자."
"아니 야아아...."
괜히 쪽팔리고 눈치가 보여서 고갤 돌려보면, 장기용이 우도환과 얘기를 하다가 고갤 돌려 나를 보고 또 웃어준다.
진짜.. 어떻게... 저 사람을 안 좋아해... 그리고....
"……."
저 사람은 어떻게 잊고, 어떻게.. 해야 돼.
강의가 끝났고.. 잠시 쉬는동안 우유를 먹고있으면, 진구가 자기도 한입만 달라며 막 뺐는 것이다.
옛다 먹어라- 하며 건네주면 진구가 감사하다~ 하고 눈치없이 해맑게 웃는다. 참나.. 진짜 넌 착하니까 봐준다.
"이지."
익숙한 목소리였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면.. 우도환이 내 옆에 서있다.
우도환이.. 나를 부른다.
"네?"
"한문성 교수님이 연구실로 오라고 하던데."
"…아, 네!"
"같이 가. 나도 드릴 말씀이 있어서."
"네..!"
가영이가 입을 벌린 채로 우도환을 바라본다. 확실히 우도환이 가영이의 이상형임이 틀림없다.
장기용은 아직 강의실에서 나가지않은 교수님과 대화를 하고 있었고.. 먼저 강의실에서 나오면, 우도환은 아무 말도 없이 앞장서서 걷는다.
아침에 한 말을 들었을까 싶어서.. 너무 심장이 쫄렸다. 내가 너무 쓰레기인 것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도환 옆에 서면 심장이 쿵쾅 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걸 보니..
난 우도환을 좋아한다. 그리고....
"…어, 여기 연구실 아니지않나요.. 강의실인데.."
"들어가."
우도환의 친구도 좋아한다.
강의실 안에 들어서면, 이번에도 우도환이 강의실 문을 잠근다.
이 강의실은 오래전부터 쓰이지 않는 강의실이라서 학교가 끝나고 동아리 모임을 할 때나 쓰이는 곳이었다.
설마 또 여기서 하려나 싶어서 너무 놀래서 우도환을 바라보면, 우도환이 내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쳐버린다.
"너."
"…네?"
"장기용이랑 잤냐?"
"……."
우도환이 나에게 자기 친구와 잤냐고 물었다.
나는 벙쪄서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시선을 내려 내 쇄골을 본 우도환이 밴드를 반쯤 떼어보더니 말한다.
"이건 장기용 작품이겠네."
"……."
"대답 못 하는 거 보니, 맞나보네."
"…저기요."
"……."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요."
말을 해야겠다 싶었다. 정말 정말 솔직하게 말이다.
"그쪽이.. 아니 선배가."
"……."
"저랑 만날 마음이 없다면, 제가 싫다면.. 기용선배랑.."
"연애하게?"
"……."
"너 나도 좋아하고, 장기용도 좋아하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맞는 소리인데.. 미친 소리라서.
"제가 싫은 거죠. 애인으로서."
"섹파의 뜻을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닐 건데."
"……."
우도환이 내 쇄골에 반만 뜯은 밴드를 확 뜯어 바닥에 버리고선 나가버렸고.. 나는 무슨 시련이라도 당한 듯 주저앉아서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쌍욕이라도 들을 생각으로 말했던 거였는데.. 확실한 건.
"……."
우도환은 날 정말 섹파라고만 생각한다.
학교가 끝나고도 나는 시무룩해있다. 우도환과 얘기를 나누고나서부터 시무룩해진 내 모습을 본 가영이랑 진구는 오히려 내 눈치를 보았고..
풀이 죽은 채로 강의실에서 나가려고 했을까.. 아까 교수님 심부름을 다녀온 장기용이 딱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장기용 앞에 서서 길을 막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배."
"응?"
"저랑 잠깐.. 얘기 좀 해요."
이상했다. 이 분위기가.. 집 앞에 있는 카페에 오긴 했는데. 커피는 시켜놓고 아무도 안 마시고있다. 그리고.. 서로 아무말이 없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계속 우물쭈물대면.. 장기용은 내게 재촉하지않고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그..."
응? 하고 진짜 너무 다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봐주는데.. 더 말을 못 하겠는 거다.
"저희 어제.. 일이요. 잠깐.. 없었던 일로 하면 안 될까요..."
"……."
"제가 선배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요!.. 좋은데요.."
"……."
"생각할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어서요..."
"알겠어."
바로 알겠다고 대답하는 장기용에 바로 고개를 들 수가 있었다.
고갤 들어 장기용을 바라보면,장기용이 커피를 한모금 마시기에.. 눈치를 보며 바로 또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네가 왜 미안해? 내가 잘못한 건데.. 내가 너무 섣부르게 너한테 다가간 거야. 내가 미안해.. 어제는 내가 술을 많이 마셔서 급하게 다가갔어.네가 미안할 거 하나도 없으니까.. 사과 하지 마.
어제 일.. 의미부여 하지 않을게. 천천히 생각해도 돼. 난 내 감정보다, 네 감정이.. 의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진짜."
"응?"
"…왜 이렇게 착하신 거예요..진짜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진짜 왜 이러냐고오.. 눈물을 꾹 참고서 고갤 숙이며 말한다.
"근데.."
"……."
"어제는 제가.. 막.. 먼저 그랬잖아요.. 죄송해요..."
"아, 아니야.."
"아, 진짜ㅏ...."
"아니야 진짜 괜찮아.. 유혹에 참지 못 한 내 잘못 아닌가?"
"아니이이..!"
"ㅋㅋㅋ농담이야, 농담."
"ㅠㅠㅠㅠㅠ죄송해요ㅠㅠㅠ."
"어유 이지.. 정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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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흐..흐흫ㅎ..흐ㅡㅡ 좀 짧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