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3층에서
03
"나 너 보러 왔는데, 어디냐고."
유태양이 왔다.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만 했던 유태양이. 왜, 어떻게 여기까지?
"...너 학원은 어떡하고?"
"출튀했지."
"네가 출튀를 했다고? 일단은 알겠는데... 지금 갈테니까 거기 있어."
전역을 하고 자신은 그림을 그려 돈을 벌어 먹고 살 팔자가 아니라며 공시 준비를 시작한 유태양은 꽤 열정적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던 그림을 그릴 때 보다 몇 배는 더. 그런 유태양이 출튀라니.
"여주 씨, 통화 끝나셨어요? 저, 근처에 카페 들릴까 하는데 같이 가보실래요?"
"아, 죄송한데요. 저 지금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카페는..."
"무슨 일 생기셨어요? 무슨 전화가 왔길래, 같이 들어가요."
"죄송해요, 급해서 제가 가면서 설명해 드릴게요."
자주 오지 않는 버스에 마음이 급해져 나는 앞장서 빠른 걸음으로 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설마 유태양, 엄마한테 들킨 건 아니겠지.
"그래도 금방 버스 와서 다행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제가 엄마한테 동기들이랑 졸업 여행 간다고 거짓말하고 짐 싸서 나왔거든요. 근데 엄마가 같이 여행 간 줄 아는 친구가 말도 없이 갑자기 저를 찾아왔다고 해서..."
"여기까지요?"
"네, 아까 말했던 하나뿐인 친구요."
"급한 일이었으면 전화하지 않았을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그렇겠죠...? 갔는데 엄마도 같이 왔고 그럴까 봐 너무 불안해요..."
"그럼 제가 먼저 들어가 보고 알려 줄 테니까 밖에서 기다려요."
버스에서 내려 언덕을 오르는 순간까지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추위에 불안함까지 더해져 바들바들 떨리는 나의 어깨를 재윤이 붙잡아 주었고 나는 온기를 느낌과 동시에 두근거림에 얼굴에 열이 오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까지 다정하게 구는지, 슬슬 이 사람 혹시 모든 사람한테 이러는 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여기 계세요, 제가 들어가서 연락드릴게요."
"네, 감사해요..."
재윤은 먼저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고, 나는 문 앞에서 허공만 응시한 채 연락을 기다리며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엄마가 뭐라고 난 이렇게까지 겁을 먹는 걸까, 이 나이 먹도록.
"어, 형 장 보러 다녀왔구나. 어디 갔나 했잖아요."
"응. 손님들은 오셨어?"
"아직 단체 손님분들은 도착 안 했고 예약 안 하신 손님 한 분 오셔서 일행이 있다고 저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그 누나 일행 같던데요? 남친인가, 엄청 잘생겼던데."
"누나? 여주 씨 얼굴 보지도 못한 놈이 무슨 누나야."
"뭐예요, 형도 손님 보고 여주 씨라고 부르면서. 그리고 아침에 봤어요, 형 찾는지 여기서 두리번거렸다고요."
"여주요? 성여주?"
"형, 이분이에요."
"네가 알아서 안내해, 난 파티 준비하러 내려가 있을게. 단체 손님 오면 불러."
재윤은 지하로 향하며 여주에게 톡을 남겼다.
- 걱정하는 분 안 계시니까 얼른 들어와요
- 근데 좀 놀랐네요
- 너무 잘생겨서
너무 잘생겨? 태양이는 남자가 봐도 정말 잘생긴 얼굴이긴 한가 보구나. 연락을 받자마자 크게 숨을 내뱉었다. 아, 살았다.
바로 나는 입구로 달려 들어갔고 그곳에선 유태양이 날 반기고 있었다.
"너 대체 왜 말도 없이 온 거야!"
"너랑 놀고 싶으니까."
"그게 진짜 이유야?"
"너 혼자 재밌게 못 놀잖아, 나 있어야 하잖아."
"...너 나 놀리러 왔지, 이 나이 먹고 가출했다고."
"저 얘 옆방으로 주세요."
"아, 네. 302호로 가시면 돼요."
"네, 감사합니다. 가자 성여주."
사뭇 다른 태양이의 태도에 연신 의심을 늦출 수 없었다. 왜 왔을까. 아무리 생각에 생각을 더해도 정답을 도출해내긴 쉽지 않았다.
"너 진짜 왜 왔어? 정말 그냥 놀고 싶어서 온 거야? 요즘 공부가 많이 힘들어? 막, 그만두고 싶어졌어?"
"그럴리가, 너 나 잘 알잖아. 너처럼 난 하기 싫은 거 못 참는 거. 그만두고 싶었으면 그만뒀지."
"그럼 대체 뭔데? 너 평소랑 전혀 달라."
"말했잖아, 너랑 놀고 싶어서 왔다고. 우리 한 번도 여행 이런 거 안 와봤잖아. 그나저나 어제, 오늘 뭐했 어? 아깐 어디 다녀온 거야?"
"어제도, 오늘도 마트 다녀왔-. 아, 맞다! 너 먼저 들어가!"
뒤늦게 떠오른 재윤 생각에 나는 황급히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유태양 때문에 이게 뭐야, 같이 카페 갈 기회도 놓치고.
"이재윤 님!!!"
"누나? 또 형 찾아요?"
"...제가요?"
"...방금 이재윤 님!!! 했잖아요..."
"아, 이재윤 님 어디 가셨어요?"
"저도 모르겠어요. 장 본 거 정리한다길래 도와주러 내려왔더니 애네만 덩그러니 있더라고요. 곧 손님들 오는데 어딜 간 거야, 대체."
아, 어디 간 거지. 못 간 카페 다음에 꼭 같이 가달라고 말 해야 하는데. 나중에 말하면 또 이상하잖아. 아닌가, 지금 말하는 게 더 유난스럽나...? 하-
발걸음을 돌려 구시렁거리며 계단을 오르던 중, 1층에 다다르자 남자가 내 앞을 막아섰다.
"남자친구,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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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너무나 오랜만에 찾아와 버렸습니다
천천히 진행하겠다고는 했지만 텀이 너무 길어져버렸어요
심지어 전개도 너무나 느린 마당에 이렇게나 밍기적 거리니 송구스러운 마음 뿐 ㅠㅅㅜ....
어느새 날씨가 분위기와 얼추 맞아 떨어지고 있네요
더 몰입이 잘 되시ㄱ...
장담할 수 없는 다음화의 업로드이지만, 기다려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
다음엔 좀 더 빠르게 찾아 올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오늘도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