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드ㅡ]님과 [한재호]님께 감사드립니다.*
열일곱의 봄 12 Written by. 여우 |
성종아- 오늘 몇 일이야? 성규의 식은 목소리가 성종의 귓전을 지나갔다. 6월 9일-. 그리고 굳은 듯 착잡한 목소리로 휴대폰에 적힌 날짜를 읽어내는 성종의 목소리도 복도를 울렸다. 토요일날 학교를 와야한다는 사실부터 우울이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기분에 착잡했는데 날은 또 왜이리도 빨리 흘러가는 것인지 벌써 백일하고도 이주, 사흘이 지났다. 벌써 열일곱날이나 지났건만, 우현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성규는 우현의 반 앞에서 우현을 기다리기도 며칠 해보았지만, 우현은 쥐도새도 모르게 교실을 빠져나가곤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종례가 늦는 우현의 반 선생님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면 우현을 볼 수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우현은 연습으로 인해 출석만 확인한 채 학교를 나가버렸다고 했다. 게다가 그 말을 전해준 사람은 한아영이었다. 그럼, 회사에서 우현이 보거든 내가 기다린다고 해 줄래…? 성규는 벌써 이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지 셀 수 조차 없었다. 성규는 아영의 얼굴을 보는 것부터 속이 메슥거리는 탓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한껏 담으려 쓰레기봉지를 꾹꾹 누르던 명수처럼 속을 푹 눌러냈다. 아마 다시 확인해본다면 어디 한 곳이 터져 음식물쓰레기가 악취와 함께 줄줄 흘러나올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성규는 쓸쓸히 홀로 교문을 나섰다. 연분홍 꽃잎을 흩날리던 커다란 벚꽃나무는 언제 그리도 푸르게 되었는지 푸르르게 교정을 채우고 있었다. 그래-, 그래… 나 같은 게 무슨 연애야…. 사실 성규로서는 우현에게 굉장히 많이 양보한 터였다. 성종과 함께 우현과의 백일을 보낸 그 날조차도 정말 터무니 없이 그의 연락을 기다렸던 자신을 생각하면 정말 머리털이란 털은 모근까지 하나하나 다 뽑아버리고 싶을만큼 괴로웠지만 밤마다 자꾸 생각나는 우현의 미소탓에 도무지 진정할 수가 없었다. 눈물을 글썽일 때마다 톡톡 볼을 두드려주던 손길과 자신의 머리를 헤담아주던 따스함-. 성규는 괜히 또 짜증이 치밀었다. "아-, 솔직히 이 정도 까지 해줬으면 좀 받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말을 그렇게 중얼대?-. 교문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는데 성종은 또 언제알고 온 것인지 성규의 등 뒤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뭐…뭐야-, 말 좀 하고 나타나. 성규의 말에도 그저 웃기만 하는 성종은 뭐가 그리도 기분 좋은지 싱글벙글대기에 바빴다.뭐, 좋은 일 있어…? 성종은 성규의 질문에도 아무 말 없이 그저 웃고만 있었다. 아, 뭔데- 말 해봐! 성종은 재촉하는 성규탓에 조금 말할 마음이 생겼는지 살짝 성규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댔다. 후-우…. 으아아악! 하지만 그것은 다름아닌 성종의 습기어린 입바람이었고, 당황스레 공격을 당한 성규는 꽤액 소리를 질렀다. 야야, 뭐…뭐하는거야! 이걸 노리고 웃은 건데…? 성규는 성종의 말이 영 어이가 없었던 건지 사레까지 걸려가며 노려보았다. "켁…큭, 하…하지말라고!" "…왜? 갑자기 뽀뽀하는 것 보다야 낫지 않아?" "그…그걸 말이라고 하냐!" 쪽-. 당황해마지않는 성규의 볼에 더 빨간 열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아나, 이런 호랑말코가! 성규는 말을 잇다 말고 복도 이곳저곳을 둘러보더니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성종에게 말을 내뱉고는 다시 휴대폰 홀드를 눌렀다. 하지만 당연하다는듯이 식어있는 휴대폰은 아무런 메세지도 담고 있지 않았다. 성규는 아직 감촉이 남아있는 볼을 한 손으로 부비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남우현…. 그렇게 좋냐? 성규는 성종의 말이 웃긴 것인지, 혹은 헛웃음이 흘러나왔는지 툭하니 숨을 내뱉고는 그의 등짝을 세게 후려쳤다. 이런 거북이 등딱지 떼먹을 놈아-. 성종은 맞은 등이 영 얼얼했는지 닿지도 않는 손을 가져다 쓱쓱 자신의 등을 비벼내었다. 야야, 아프잖아! 아프라고 때린거야-, 너 게이냐?!. 성종은 성규의 말에 웃음이 터졌는지 성규의 머리를 흩뜨려주었다. 아, 만지지마-, 게이같아. 성규의 말이 지나간 순간, 성종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게 뭐, 왜- 더럽냐? 더…더럽다기 보다는…. 성종은 말끝을 흐리는 성규를 노려보다 길게 한숨을 뽑아내고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너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이거네? 무…무슨 소리야, 너. 너 지금 심보가 딱 그렇잖아-. 성종은 성규의 눈 앞까지 다가와 입을 맞출 기세로 고개를 돌렸다. 왜…왜이래…. 아, 씨발-. 퍽-. 익숙한 목소리는 둔탁한 어감을 이끌고 왔다. 성규는 깜짝놀라 무언가 스쳐지나간 눈을 두어번 깜빡거렸다가 한 발 늦은 타이밍으로 다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악-! 성규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성규의 눈앞에 뉘어져있던 성종이 들어올려졌다. 그리고 이내 성종을 들어올린 이를 찾아간 성규의 시선은 동공의 확장을 불러일으켰다. "남…남우현?" "아, 씨발… 뒤질라고, 야- 야. 너 죽고 싶냐?" 성규는 우현에게 멱살을 잡힌 채 맞고만 있는 성종을 보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뭐…뭐하는 거야. 이내 성규는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현을 막아섰다. 너…너 미쳤어? 성규는 벌린 두 팔을 떨고있으면서도 막아선 두 다리는 비켜설 줄 몰랐다. 허-. 우현은 그런 성규가 신기했는지 헛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성규를 강하게 바라보았다. 허…허라니? 성규는 부르르 떨며 타액을 말려가는 입술을 꼭 깨물며 질 수 없다는 듯이 우현을 노려보았다. 우현은 그러다 성종을 향해 내지르려던 주먹을 내려놓았다. 하…, 이성종- 넌 진짜 운 좋은 줄 알아-. 우현은 게세게 숨을 내쉬며 몸을 돌리고는 복도를 걸어나갔다. 아악-, 진짜 씨발! 우현의 분노어린 목소리가 텅 빈 복도를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뒤로 한 번 심호흡을 뱉은 성규의 목소리또한 우현의 뒷통수를 강타했다. "남우현-, 너… 너 그러는 거 아니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애꿎은 성종이한테 그런다고 화가 풀려? 지금 누가 화를 내야하는데…. 너 진짜 그러면 안돼, 알아? 나 힘들 때 도와준 애라고…, 지금도 그냥 단지…." "야- 김성규. 네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기다린 건 니가 아니고 나야. 알아? 그리고, 야-. 아, 씨발- 말을 말자. 놓고 간 게 있어서 왔다가 다른 걸 또 완전히 잃어버린 기분을- 니가, 안다고 생각해? 널 좋아한 걸 후회한 거… 처음이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 될거야-." 우현은 차마 성규를 돌아보지도 못한 채 딱딱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가끔 높아지는 언성을 제외하고는 너무나도 차가운 목소리에 성규의 몸이 덜덜 떨릴지경이었지만 우현은 아랑곳없었다. 성규는 멀어지는 우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크게 소리쳤다. 오늘 저녁 7시…! 벚꽃나무 앞에서 기다릴게! 성규의 말에 우뚝 서나 싶던 우현의 발이 금새 빠르게 움직였다. 달리다시피 급하게 멀어져 간 우현의 모습은 성규의 가슴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아…진짜…, 남우현…. 성규는 우현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복도에 주저앉아버렸다. 성종은 얼얼히 부어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성규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정말-. 성종은 목끝까지 차오른 그 말을 뱉어낼 수 없었다. 자신을 끔찍하게 바라 볼 성규의 시선이 너무나 무서워서, 그래서 그 말을 삼키고야 말았다. * 저녁은 금새 찾아왔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어두워진 운동장은 학교 옥상으로부터 내려오는 오렌지색 조명만을 배경으로 회색 땅빛을 물들이고 있었다. 설마 진짜…마지막…이라는 건가…. 성규는 괜히 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정말 남우현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시는 그와 마주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다 못해 지금 당장이라도 혈서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설마 정말 그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성규의 가슴은 두근두근을 넘어서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배가 사르르 아픈 것 같기도 하면서 가슴 한 구석으로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에 아무리 숨을 들이마셔도 도무지 불안함이 사라지지를 않았다. 에라이- 젠장할…. 성규는 결국 무릎사이로 얼굴을 폭 가린 채 쭈그려앉았다. 정말… 정말 자신도 마지막이었다. 사실 성규 자신도 복도에서 그렇게 외칠 줄은 꿈에도 꿀 수 없었다. 물론 약속또한 일방적인 통보와 다름없었지만-. 톡톡-. 누군가 성규의 머리를 두드렸다. 헐- 오 마이 갓, 정말… 씨방나무이던가…. 이비에스 강의를 들을 때 아는 부분을 두배속으로 듣는 그 속도처럼 성규의 머릿속 또한 빠르게 돌아갔다. 고개를 들면 정말 남우현이 있을지도 의문이었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떨림-. 오 내 수줍음같으니라고…. 성규는 천번째 남자의 간을 뺏어먹는 여우보다도 더 맛있게 침을 삼켰다. 꿀꺼억-. 헐, 젠자…앙, 소리가 너무 컸다고-, 아씨이…. 성규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팔뚝에 부벼지는 이마가 쓸리는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차마 고개를 들어올릴 수는 없었기에 너무나 창피한 이 마음이라도 숨기고 싶었다. 일어나- 뭐하는 거야…. 성규는 귓가를 울리는 우현의 착잡한 목소리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냈다. 우현이다…우현이…. "남…우현…." "…하…아, 오라며…. 왔는데 왜 그렇게 우울하게 있는데…." 성규는 우현의 한마디에 내리깐 눈을 들어올렸다. 금방 달려온 건지 급하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우현은 성규를 향해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김성규…, 하…. 성규는 그 눈을 바라보다 못해 다시 시선을 땅으로 옮기고 말았다. 나 봐-, 제발…. 우현은 애타는 마음으로 성규를 바라보다가 결국 그를 끌어안고 말았다. 우…우현아…. 우현은 자신을 부르는 성규를 차마 볼 자신이 없어 더욱이 세게 끌어안았다. 왜 이리 늦었어…. 우현은 돌덩이가 터져나올것만 같은 울음을 참은 채 찡해진 코 끝으로 급한 숨을 내쉬었다. 한참이나 성규의 가슴을 느끼던 우현은 그를 떼어내고는 성규마냥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내가 그렇게 싫었어…? 조그맣게 줄어드는 우현의 말에 성규의 고개가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너야말로… 내가 싫었던 거 아니야…? "…대체…무슨 소리야…." "…너가 한아영이랑 사귄다고… 했다며…, 나…는 그 말만… 믿고…." "뭐? 김성규, 너 진짜…. 바보야? 아니면 원래 멍청한거야?" "…대체… 무슨… 소리야…." "너야말로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내가 그날 우리 백일 저녁에 나와달라고 문자까지 보내고, 전화까지 했는데 너 안받고- 내가 밤에 너희 집 밑에서 계속 네 이름 부르면서까지 내려와 달라고 했는데 너가 싫어한다고 명수형이 나 쫓아내더라…." "웃기지마, 문자같은 소리하네-. 내가 매일 너희 반 앞에서 기다렸는데 너는 연기인지 뭔지 트레이닝 받는다고 맨날 없다 하질 않나-. 그나마 좀 내가 기다린다고 아영인지 뭔지 전해달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너 어떻게 그렇게 내 말 무시하고 안 나타날수가 있어!" 성규의 악에 받친 목소리에 우현은 벙찐 듯 미간을 찌푸렸다. 멍하니 벌린 입에서는 물음표가 송송 흘러나갔고, 씩씩대며 분노를 내뿜는 성규의 눈에서는 레이저가 찌릿거렸다. 우현은 어?-하며 멍때리는 모습을 몇 분간이나 지속하다가 갑자기 배시시 웃더니 이내 큰 웃음소리로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웃어?- 웃겨, 지금 이게? 성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인지 입술새로 흘러나오는 씩씩거림이 우현의 머리칼을 휘날릴 정도였다. 내…가 얼마나… 마음 고생 했는데…. 성규는 작은 눈망울에 투명한 눈물들을 콕콕 채워넣었다. 우…울어? 또?! 우현은 성규의 뺨을 타고 흘러내릴 듯 가득 찬 눈물을 바라보다 놀랐는지 크게 소리쳤고, 성규는 그런 우현이 얄미운 듯 훌쩍거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우리 성규야-." 흐아아아앙-. '우리 성규야' 하는 말이 튀어나오자마자 꾹 참았던 성규의 울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흡, 내가 그말을… 얼마나… 얼마나… 그리워했는데, 씨방나무야-. 만두터지듯 통통 튀어나오는 울음은 서럽기 그지없었지만 우현에게 있어 성규의 그런 모습은 또한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성규야…. 흡, 흐윽- 왜…. 쪽-. 성규와 우현의 입술이 살짝 맞닿았다 떨어졌다. 씨익- 웃는 모습이 인형 '처키'와 닮았다는 건 비밀-, 그리고 그 미소가 너무나 음흉했다는 건 안 비밀. "…우리 토크는 좀 뒤로 미룰까…." 뭐…뭐라-. 말캉한 입술이 성규의 마른 입술을 축였다. 보드라운 우현의 손은 성규의 뺨을 어루만졌고, 서투른 듯 얽히는 두 혀는 두근대는 심장만큼 빠르게 뜨거워졌다. 2012년의 봄은 지나갔지만 둘의 봄은 이제서야 꽃을 피워냈다. 파릇하게 돋아나는 벚꽃나무의 잎도 그들의 머리맡에서 부서졌다. 열일곱의 봄은 그렇게- 그렇게 절정에 다다랐다. |
*안녕하세요, 여우입니다.
하하하하, 제가 좀 늦었지요?
죄송합니다.. 요즘 자꾸 쓰는 내용이 fail..분량도 fail..하핳
하지만 오늘 세개 올릴 거여요! 기대해주셔요
저 진짜 폭풍의 녀자가 되겟어요, 그대들! 스릉합니다.
헬로우, 마이 프렌드? |
혜댜, 안녕? 어제 불금이라는 거 까먹어서 미안. 너무 졸렸거든 근데 니가 또 자서 난 매우 화가 나 나 이제 13편 쓰러가, 우훗 근데 너 그거 아니? 나 일요일 밤까지 14편 완성할꺼야 잊지 않았겠지 우리의 내기? ㅋㅋㅋㅋㅋ맹.장.뗄.준.비.해.yo. 너의 휴대폰 전화부에 저장된 내 이름은 '개드립' 그리고 너는 이제부터 맹장녀임 ^^ 너와나의 장기자랑ㅋㅋㅋㅋ |